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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368

'과거'로서의 일본 이웃나라란 자고로 사이가 나쁜 법이다. 이 말은 크리스테바가 한 이야기지만, 그녀의 말 을 빌리지 않고도 우리는 그 말을 우리와 '일본'과의 관계를 보는 것만으로 납득할 수 있다. 이웃관계란 사사건건이 부딪치고 이해관계가 얽히기 마련이니 그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어업문제나 영토문제에서 아직 문제가 남아 있는 것도 그렇지만, 우리가 식민지가 된 것은 우리가 다름 아닌 그들의 '이웃'이었기 때문이다. '이웃'을 침략한 일본은 말하자면 인류의 전형적인 과오를 저지른 셈이다. 100년 전. 그 시대는 먼저 눈을 뜬 나라가 자국의, 정확히는 각 '개인'들의 부를 꿈꾸며 제국주의로 내달린 시대였다. 하지만 우리가 그들이었다면 안 그랬으리라는 보장이 있는가? 우리는 선한 민족이니 그랬을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가? .. 2020. 8. 23.
전통이란 무엇인가 1) 민족의식과 한글 사용 역사교육에서 강조되는 것은 항상 '전통'의 존중이다. 한때 한자를 병행 사용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둘러싸고 논란이 인 적이 있다. 한글을 '지 키'자는 각 관련단체들의 항의는 그렇다 치더라도, 일부 언론까지 나서서-이 때 역시 한 텔 레비전 방송은 일본 대중문화 개방 때처럼 즉각 전화조사를 행하더니 국민은 반대한다고 전 했다-정부에 대해 '재고'할 것을 촉구했다. 그건 자신들의 의견(방송사 사장일까? 아니면 앵 커나 프로듀서?) 이 국민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으로 착각한 오만이 아니었을까. 설사 그것 이 순수한 '국민의 의견'이었다 해도 다수의 의견이 항상 옳다는 법은 없다. 오히려 '국민'이라 는 이름의 공동체는 집단의 그늘에 숨어 과오를 저지르는 경우가 더 많다. 어쨌거나, 거.. 2020. 8. 23.
역사란 무엇인가 1) 미화되는 '역사' 90년대 초반부터 중반의 대표적 구호였던 '역사 바로 세우기'에서 의미하는 역사란 민족 정기가 발현된 '역사'였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완벽한 존재일 수 없듯이 그 인간이 만들 어내는 '역사' 역시 아름다울 수만은 없는 것이다. 실제로 20세기의 역사 운운할 때엔 그 세 계사가 피와 폭력으로 얼룩진 것이기도 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면서도, 우리 자신의 역사 도 그럴 수 있음을 용납하지 못한다. 그건 자신의 역사(과거) 를 '사랑'할 것이 우리에겐 대 전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며, 사랑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긍지를 가질 만한 '아름다운' 역사가 아니면 안 되기 때문이다. 역사 서술에서 미화의 유혹이 일어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역사'란 한 민족에게 있어 긍정적.. 2020. 8. 23.
정체성이란 무엇인가 1) 민족의식의 기원과 '고유한 정체성' '민족'의식이란 '만들어지는' 것이다. 대개는 근대가 시작되면서 근대 '국가'의 필요성이 생김에 따라 구심점으로서의 '민족'의식이 신문 등의 매체를 통해 유포된다(베네딕트 앤더 슨, '상상의 공동체', 리브로포토, 도쿄,1987) . 그 때까지 사람들은 '국가'의 개념이나 '민족 '의 개념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들의 대부분은 어디까지나 자신이 사는 공동체의 경계인지 를 알지 못했고, 군주의 존재도 실상은 희박한 것이었다. 근대 체제로 개편되면서 급박하게 돌아가는 정세 속에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 다른 나라를 넘보는 일이 생겼고, 혹은 그에 대항해 지키는 일도 필요해졌다. 그리고 그것은 가능한 한 커다란 힘을 가진 공동체인 게 바람직했다. 타국과 전쟁을 .. 2020. 8. 23.
문학과 민족주의 1) '아웃사이더' 문학과 '모국어'를 지탱하는 문인 독도문제로 한창 떠들썩했을 때 문인들이 독도를 방문했다는 기사가 신문에 실린 적이 있 었다. 일반적으로 문학은 한 민족의 정신을 대표하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으니, 민족 간의 갈 등이 표출되고 있었던 독도에 문인들이 일부러 방문한 것은 당연한 일쯤으로 받아들여졌을 지도 모르겠다. 문학은 일반적으로 제도에 저항하는 아웃사이더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실은 모국 어의 아름다움에 종사한다는 의식으로 본다면 그 어느 예술보다도 '국가'와 가까운 존재다. 국어 교과서는 문인들의 글이 주축이 되고, 우리는 그들의 언어를 매개로 '민족'을 배우고 ' 국민'화된다. 문학이 문학이라는 것만으로 절대적 가치가 부여되었던 첫 번째 이유는 바로 문학이 '국가'체제를 유지.. 2020. 8. 23.
'진출'인가 '침략'인가-확장주의적 민족주의 1) '진출'인가 '침략'인가 99년 7월 21일자 조선일보에 게재된 광활한 평야를 배경으로 한 전면광고를 보자. 거기에 는 {광개토대왕님, 야후는 '다음'이 꺾겠습니다}라는 카피와 함께 다음과 같은 말이 실려 있 다. 우리의 국토가 반도가 아니라 대륙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신 분, 천육백년전에 이미 세계화 를 몸소 실천하신 분. '다음'은 야후를 실력으로 꺾고 대왕님의 자랑스런 후손이 되겠습니 다. '다음'뒤에는 250만 대군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네티즌 중 약 절반은 이미 '다음' 회원이 며... 이 광고에는 '우리의 국토가 대륙이라는 사실'에 대한 무한한 자긍심이 보인다. 김진명식 의 일부 민족주의자들의 발상과 다를 바 없는데, '대륙'에 대한 동경과 환상에 어떤 문제가 있는가는 이미 앞에서 본 대로다.. 2020. 8. 23.
일본 문학 이야기(2) -문학의 세계화에 대하여 1) 왜? 우리 문학이 일본에 어디가 뒤지는데? 1994년 가을, 일본의 오에 겐자브로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을 때, 사람들은 일본이 '로비 '를 잘해서 상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건 물론 언론의 은근한 부추김과 그렇게 생 각하고 싶어하는 독자들의 욕구가 만나 빚은 분위기였는데, 그러한 분위기 뒤에 "왜 우리 는?" 이라는 물음이 있었음은 분명하다. 왜? 우리 문학이 일본에 어디가 뒤지는데? 이렇게 도 우리를 감동시키는 문학이 있는데 우리가 못 탈 이유가 뭐지?... 아마도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당시, 언론들은 오에가 일본 체제에 대해 비판적인 지식인임에 안도하며 호의적으로 보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노 벨상 심사위원들이 이미 대부분 노인이라느니 하는 식으로 노벨상.. 2020. 8. 23.
일본 문학 이야기(1) -'설국'에서 오에 겐자브로까지 1) 경제의 선진성은 문화의 선진성으로 이어진다 박경리는 일본 문학을 폄하하지만, 일본 문학은 이제 한국에서도 확실한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그런데 문학 이전부터 인기 있던 만화는 왜 그렇게 인기가 있는 걸까. 어떤 사람들은 일본이 만화로 문화 '침략'을 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침략'이라는 것이 수용 자의 의지를 무시한 폭력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압도적 숫자의 소비자들의 (읽고 싶은) 욕 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만화는 수입되고 있었던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것을 '침략'이 라고 부르는 것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은, 존재하지 않는 일본의 '의도' 만들어내기에 가담하 는 일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읽고 싶은 걸까. '일본' 것이라서? 물론 아니다. 그들은 단순히 '재미 '와 '감동'(.. 2020. 8. 23.
일본관의 원형, '국화와 칼' 실은 이러한 일본관의 원형은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국화 와 칼'은 일본론의 고전격이 되고 있는 책이지만, '미를 사랑하고 아름다운 국화 만들기에 온 힘을 기울이는' 아름다운 심성의 일본과 '칼을 숭배하고 사무라이에게 최고의 존경을 바 치는' 잔인한 일본이라는 식으로, 두 얼굴을 가진 일본으로 규정한 것이 바로 베네딕트였다. 베네딕트는 유교적 가족주의가 일본의 의식을 결정하고 '온'이 일상생활을 지배하며 일본 인들은 '자기 분수에 맞는 위치'에 있으려 하며 '수치감'이 행동을 규정한다고 했다. 이 분 석은 주종관계를 강조함으로써 집단주의와 계층사회로서의 일본상을 굳혔지만, 실은 집단이 아닌 개체로서의 존재방식도 강했고 절대적 수동성의 이미지에 반하는 서민층의 봉기도 적 지.. 2020. 8. 23.
이중적인 일본인, 교활한 일본인? '독한' 일본인의 이미지는 그 정적인 모습과 함께 '혼네'와 '다테마에'라는 말로 표현되는 이중성을 가진 일본인과도 연결된다. 또 잔혹한 일본인상과 대치되는, 벚꽃을 사랑하고 차를 즐기며 부드럽게 미소하는 일본인상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중적'인 일본인상으로 연결 된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속마음'을 따로 갖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을까? 정 말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어도 이런저런 이유로 (그건 공적 관계일 수도 있고 사적 관계일 수도 있으며 상대방에 대한 배려에서일 수도 있고 의식적 거짓에서일 수도 있다.) 그것을 표현하지 않는 경우는 누구에게나 어떤 집단에게나 있을 수 있는 말이다. 그런데도 일본인이 유독 표적이 되는 것은 그들에게 그 경향이 강하기 때문일지는 모르겠 다. 굳이.. 2020. 8. 23.
일본인은 잔혹하다? 사무라이의 나라의 칼 쓰는 '기술'은 '잔혹한' 일본인상으로 쉽게 연결된다. 실제로 한 조 사에 따르면(정대균, '한국인에게 일본은 무엇인가', 강,2000) , 한국인들이 품고 있는 일본 인에 대한 이미지 중 가장 많은 것은 '간사/야비하다'고 그 다음이 '잔인/무섭다'(27쪽) 다. 이 책이 정리해놓은 한국인의 일본인 이미지를 보자. 일본인은 간사하고, 잔인, 잔악, 야비하며, 이기적이고, 나쁜 놈들이며, 독한 면이 있고, 경 제동물이며, 교활하고, 이중적이며, 실리적이고, 경계할 필요가 있지만, 근면하고, 친절하며, 단결력이 강하고, 성실 검소하며, 질서를 잘 지키고, 예절바르고, 생활력이 강하다.(36쪽) 1) 일본인은 다른 민족보다 더 잔인한가 그런데, 일본인이 다른 민족보다 '잔인'하다는 설은.. 2020. 8. 23.
일본에는 기술'만' 있다? '무의 문화'로 단정지으며 경시하는 사고의 연장선에 일본에 '기술'은 있지만 문화는 없 다고 생각하는 사고가 있다. 일본의 현대 문화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많이 달라졌지만, 한때 일본인은 경제적 동물일 뿐 문화를 갖고 있지 않다는 말까지 그럴 듯하게 퍼져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상품이니 첨단 테크놀로지니 과학을 '문화'와는 동떨어진 별개의 것으 로 생각한다. 하지만 상품에 그것을 만드는 이의 철학과 가치관이 들어가 있다면 '상품'이라 고 해서 문화가 아니라는 법은 없다. 우리가 잘 아는 일본 제품들의 섬세함은, 한국인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그들이 경제적 '동물'로서의 근성을 발휘해 소비자의 요구를 '약삭빠르게' 혹은 '상인혼'으로 읽어 냈기 때문이 아니다. 그.. 2020. 8. 23.
일본은 '칼의 나라'? 집단주의는 어떤 맹목성과 힘을 연상케 한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사무라이의 나라라는 전제가 있다. 일본은 사무라이의 나라이며 한국은 선비의 나라라는, 한일을 문의 문화와 무 의 문화로 양분하는 사고는 우리에겐 극히 익숙한 것이다. 조선에선 붓을 든 선비가 있었는데 일본에는 칼찬 다이묘들이 할거했고 그 밑에 역시 칼 찬 사무라이들이 있었다. 조선의 당쟁에선 그대로 말이 앞섰는데 일본에선 칼이 앞서 있었 다. 조선에선 역적으로 몰려 사약을 받아 마시고 죽거나 귀양살이를 갔지만, 일본에선 일족 이 완전히 칼 아래 목숨을 잃었고 마을 전체가 불타 없어지기도 했다.(중략) 우리에겐 그런 대로 토론문화의 실마리가 있었지만 일본에는 그런 실마리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중략) 일본의 단결이란 한 마디로 강요된 단결이었.. 2020. 8. 23.
일본인은 창의성이 없다? 실은 90년대 이전부터 우리에겐 일본에 대한 공통적 이미지가 존재한다. 예를 들면 일본 대중문화 유입이 한국에 줄 피해를 강조하는 한 신문 4컷 만화에 보이는 기모노와 게타와 뻐드렁니의 일본인이 그것이다. 이것은, 그들의 전통이며 특징이지만 결코 긍정적인 이미지라고 할 수는 없는 것들이 한국에서는 '일본'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자리잡 고 있다는 한 예다. 현대인이라 해도,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일본인은 여전히 순사거나 헌병이거나 그나마 최근 들어와 추가된 모습이 야쿠자다. 김진명 소설에서처럼, '보통사람'은 좀처럼 등 장하지 않는 것이다. 일제시대 때도 순사나 헌병이 아닌 일본 사람은 당연히 존재했을 터인 데도, 해방 후 50년, 국교정상화 후 30년 이상이 지났어도 그 상황에 큰 변화는 없다. .. 2020. 8. 23.
일본은 남북통일을 바라지 않는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일본이 한국의 통일을 바라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가끔씩 실시되 는 여론조사에서도 그것은 드러나지만, 이는 지식인들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문장. 통일을 결코 원하지 않으면서 이를 적절히 조정하여 양쪽에서 이득을 얻고자 하는 '경제 대국에서 이미 정치군사대국으로 이미 나아간' 일본의 음흉하고 노골적인 대공세 앞에서 긴 급하기만 한 민족통일에 대한 입장을 다시 한 번 다짐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주강현, '민 족생활풍습과 일제 잔재', '일제 잔재 19가지'.196쪽) 이 글은 일본이 "결코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음흉하고 노골 적인 대공세"을 마치 사실처럼 강조하고 있다. 이 역시도 앞에서 본 식의, 일본인=교활한 민 족이라는 이미지를 보.. 2020. 8.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