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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왜곡

일본에는 기술'만' 있다?

by FraisGout 2020. 8. 23.

  '무의 문화'로 단정지으며 경시하는 사고의 연장선에 일본에 '기술'은 있지만 문화는 없
다고 생각하는 사고가 있다. 일본의 현대 문화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많이 달라졌지만, 한때 일본인은 경제적 동물일 뿐 문화를 갖고 있지 않다는 말까지 그럴 
듯하게 퍼져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상품이니 첨단 테크놀로지니 과학을 '문화'와는 동떨어진 별개의 것으
로 생각한다. 하지만 상품에 그것을 만드는 이의 철학과 가치관이 들어가 있다면 '상품'이라
고 해서 문화가 아니라는 법은 없다.
  우리가 잘 아는 일본 제품들의 섬세함은, 한국인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그들이 
경제적 '동물'로서의 근성을 발휘해 소비자의 요구를 '약삭빠르게' 혹은 '상인혼'으로 읽어
냈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그들이 상품 생산이라는 행위를 '경제'=이익행위 관념으로만 
하지 않고(물론 최종적으로는 이어지지만) , 소비자의 입장을 생각하는 '배려'라는 '문화적' 
관념을 바탕에 두고 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고분에서 나온 밥그릇과 주전자는 조상들의 '문화'를 나타내주는 것으로 생각하면서 현대
의 기계로 만들어진 밥그릇과 주전자는 문화와 동떨어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모순이다. 
300년 전의 장인은 기계 생산이 아닌 수공 생산을 했을 따름이다.
  그런데도, 그들의 상품은 어디까지나 '상품'이며, 경제행위의 결과로만 치부되고, 우리는 
그 가치를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우리에게도 '상품' 혼의 필요성이 강조되면
서 상품 제조가 '마인드'가 필요한 작업임이 인식되기 시작하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이 역시 '기술'을 천시했던 우리의 의식-손으로 하는 작업, 신체의 경시-의 
소산이다.
  
  1) 기술이전의 벽을 넘는 방법 
  그런 한편에서 일본은 기술이전에 인색하다며 비판하는 것도 우리의 또 다른 모순된 모습
이다. 언젠가 한 학생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전 무역학이 전공이라서 강의 시간에 그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요, 저희 교
수님이 이야기하시기를, 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하나는, 일본 회사에서 일하다가 기업비밀
을 알게 된 다음에 그만두고 한국 회사에 취직하는 거구요, 또 하나는 유학 가서 교수한테 
잘 보였다가 나중에 그 교수를 통해서 기업비밀을 빼오는 길밖에 없대요. 일본 사람들은 제
자한테는 잘 가르쳐 준다나요.
  스파이 행위와 은사를 이용하는 파렴치한 행위를 '교수'가 제시했다는데, 그 어느 쪽도 경
쟁에서의 정정당당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이런 식의 이야
기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해지고 있다는 것은 일본을 따라잡는 소망이 너무 큰 나머지 그런 
의식이 내포하는 부도덕성에 둔감해졌다는 이야기일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분명한 건 일본이 기술이전을 자발적으로 안 해준다고 하는 인식인데, 과연 그
럴까. 한국은 그에 대해 늘 불만을 표시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단순치 않다.
 주한 일본 경제인들의 한국 비판을 보자.
  "기술개발에는 관심조차 없다."
  "신용도 없고 경영 충고도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다."
  "한국인은 신뢰=돈이라는 것을 모른다."
  "한국의 경제위기는 근본적으로 기술경쟁력이 없어서 비롯되었다."
  "금융개혁만 이야기하고 기술개발은 언급도 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
  "사회질서, 문화 등 모든 것이 OECD에 가입한 나라라고 믿을 수 없다."
  (조선일보,98.3.6) 
  가혹하게 들리는 비판이지만, 이런 것들이야말로 실은 기술이전이 잘 안 되는 이유였다. 
그런데도 우리한테는 일반적으로 일본=기술이기주의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설령 일본이 이기주의에서 기술이전을 꺼린다고 해도, 그들을 비난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
이다. 기술이전에 일본이 인색하다고 하는 한국의 비판은, 마치 시험 당일 날 공부를 안 해
온 아이가 실력 있는 아이한테 답을 보여달라고 하다가 거절당하고서 하는 비판 같은 것 아
닐까. 남의 노력의 결과물을 손쉽게 손에 넣으려 하는 자신의 의식의 문제점은 보지 않고, 
보여주지 않는 아이의 태도를 이기주의로만 비난하는 것은 과연 옳은 일인가.
  물론 그들의 현재의 눈부신 성과가 패전 이후의 미국의 도움에 그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혹은 6.25를 통한 특수경기에 적지 않은 요인이 있다는 지적도 귀 기울일 만하다. 
하지만 그들의 오늘날의 번영은 그보다도 훨씬 많은 부분이, 그들 자신의 수십 년에 걸친 
꾸준한 연구와 노력의 성과라고 보아야 옳다. 주지 않는 데 대한 비난보다, 우리와 마찬가지
로 일본에 대해 기술이전을 원하는 여타의 다른 나라보다도 우리가 좋은 조건을 갖고 있는
지, 또 우리 자신은 다른 나라에 우리의 기술을 어떻게 전하고 있는지 부터 생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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