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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팔만대장경 이야기110

자연의 이치 옛날에 사이좋은 젊은 부부가 있었다. 그 부부는 둘 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의 외모를 갖춘 선남선 녀였다. 그들은 서로 너무도 사랑하는 사이여서 상대에게 싫증을 낼 줄 몰랐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부부는 그만 둘 다 실명하고 말았다. 앞을 못 보게 된 부부는 다른 사람에게 속게 될까봐 걱정했고, 부인은 남편을 잃을까봐 시름에 잠겼다. 그래서 그들은 항상 손을 잡고 다니며 잠시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오랜 세월이 지난 그 부부의 친척이 유명한 의원을 데려와서 그들을 치료해주자, 부부는 다시 앞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먼저 눈을 뜬 남편이 옆에 웬 늙은 할머니가 앉아 있자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당신은 누구요? 분명 누군가 내 부인을 바꿔치기해서 데려갔군." 그때 눈을 뜨게 된 부인 역시 옆에 한 할아버지.. 2020. 6. 22.
살을 베어 원숭이와 바꾸다 숲속에서 사자와 원숭이가 무척 사이좋게 살고 있었다. 원숭이는 사자를 매우 신임했기 때문에 먹이 를 구하러 나갈 때 종종 새끼원숭이 두 마리를 사자에게 맡기곤 했다. 어느 날 굶주린 독수리가 새끼 원숭이들을 발견하고는 사자가 잠든 사이에 발톱으로 나꿔채서 나무위 로 날아올라갔다. 얼마 후 잠에서 깬 사자는 사방을 둘러보아도 새끼 원숭이들이 보이지 않자 마음이 무척 다급해졌다. 사방을 둘러 찾아보다가 독수리가 새끼 원숭이들을 붙잡은 채 나무 위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 이에 사자는 간곡하게 부탁했다. "그 새끼 원숭이들은 내가 친구 원숭이의 부탁을 받고 돌봐주고 있던 참이었는데, 잠시 잠든 사이에 네가 잡아가버렸구나. 친구의 신임을 저버리게 되었으니 이 일을 어쩐단 말이냐. 나는 백수의 왕이고 너 는 .. 2020. 6. 22.
나무 위의 여자 옛날에 한 바라문이 있었는데, 그 아내의 이름은 연화였다. 그녀는 그림 같은 눈매에 복숭아 꽃 같은 얼굴을 가진 천하절색의 미인이었다. 그뿐 아니라 그녀는 마음씨가 곱고 슬기로웠으며 예의를 알았다. 그런데 남편인 바라문은 싫증을 잘 내는 사람이었다. 그는 완벽한 미인인 연화보다는 조금은 천박해 보이는 계집종에게 마음을 두고 있었다. 그는 온종일 계집종과 더불어 희희낙락했으며, 계집종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들어주었다. 그러다가 결국 바라문은 계집종에게 눈이 먼 나머지 연화를 집에서 쫓아 내기로 작정했다. 어느 날 바라문은 연화에게 소풍을 가자고 했다. 연화는 남편의 마음이 돌아선 줄 알고 기뻐하며 남 편과 함께 집을 나섰다. 그들은 한 동산에 올라 열매가 가득 열려 있는 나무를 보게 되었다. 바라문은 .. 2020. 6. 22.
공양의 진실 깊은 산속에서 소나무와 대나무를 벗삼아 수도에 정진하고 있던 한 보살이 있었다. 그는 대자대비심 으로 일체중생의 생사고뇌를 해결하고자 밤낮없이 깨달음을 추구했다. 그런데 이러한 보살의 수도를 방 해하는 한 미물이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아닌 한 마리 '이'였다. 이는 보살의 옷 속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보살은 이가 배고플 때마다 피를 빠는 통에 부동심의 경 지에 들어갈 수 없었다. 그래서 보살은 그 놈의 이를 잡기로 작정했다. 옷을 한참 뒤져 결국 이를 붙잡은 보살은 그 이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바라보았다. 아무리 미물이 라 할지라도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있는 보살은 차마 이를 죽이지 못하고 썩은 뼈다귀 위에 올려놓았 다. 이는 그 뼈다귀에 붙어 있는 살점에서 남은 피를 빨아먹으며 칠일을 살았으나, 더.. 2020. 6. 22.
염라대왕에게 뇌물을 주다 아들 하나만을 바라보며 어렵게 살아가는 한 과부가 있었다. 모자는 독실한 불교신자로서 매일 불경 을 외워 적지않은 지혜와 덕을 쌓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살던 나라는 그 꼴이 엉망이었다고 한다. 국왕은 백성들이 도탄에 빠진 것을 전혀 생 각지 않고 정사도 돌보지 않으면서 머릿속에는 그저 재물과 여색을 탐하는 욕심으로 가득했다. 그러면 서도 국왕은 한편으로 죽음을 꽤나 두려워하여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죄를 많이 지었으니 죽으면 지옥에 떨어져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을 게 뻔하다. 이를 모 면할 방법이 없을까? 그래, 한량없는 재보를 염라대왕에게 바치면 죄를 면제받을 수 있으리라.' 이렇게 생각한 국왕은 전국의 황금을 모두 회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단 한 냥의 황금이라도 숨겨두는 자.. 2020. 6. 22.
호리병 속의 미녀 옛날에 궁중의 여자들을 매우 엄격하게 단속하는 한 국왕이 있었다. 어느날 정부인이 태자에게 말했 다. "나는 네 어머니잖니? 그런데 나는 일생동안 궁궐 밖을 나가보지 못했단다. 이제는 세상 구경도 좀 하고 싶으니 네가 부왕에게 말해주렴." 정부인이 세 번 말하고 태자가 부왕에게 세 번 간청한 다음에야 국왕은 그 청을 들어주었다. 그렇게해서 왕자가 직접 마차를 몰고 외출하게 되었는데, 여러 신하들이 길가에 늘어서서 환송했다. 정부인은 손으로 마차의 휘장을 걷어 뭇 사람들에게 얼굴을 보였다. 태자는 모친의 행동에 품위가 없다 고 생각하자 갑자기 배가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궁궐로 돌아와버렸다. 그러자 정부인이 말했다. "궁 밖에 나가자마자 돌아왔으니, 재미있는 것은 하나도 못 보았구나." 그 말을 들은 태자는.. 2020. 6. 22.
아이를 잡아먹는 귀신 귀자모는 반사가라는 귀신왕의 아내이다. 그녀에게는 모두 합해 일만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그 하나하 나가 모두 신체 건강한 장사들이었다. 그 중 막내의 이름은 빈가라로 영리하고 총명한 탓에 귀자모가 특히 아끼는 아들이었다. 귀자모는 성질이 잔악하고 난폭해서 사람의 아이들을 잡아먹는 일을 제일 좋아했다. 그녀는 수시로 인간들이 사는 곳에 가서 아이들을 잡아 산 채로 집어삼켜버리곤 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받는 고통 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해서 아이들을 숨겨두어도 귀자모의 끔찍한 손길은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사람들은 부처님을 찾아가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부처님은 그 상황을 이미 알고 있던 터라 법력 을 써서 빈가라를 잡은 다음 발우 속에 숨겨두었다. 귀자모는 사랑스러운 아들.. 2020. 6. 22.
아름다움의 허상 옛날 부처님이 라열기국기사굴산에 계실 때였다. 그때 성안에는 연화라는 이름의 한 음녀가 있었다. 그녀는 얼굴과 몸매가 아름답기로 나라 안에 견줄 사람이 없었으므로 대신의 자제들이 모두 찾을 정도 로 인기가 높았다. 그러던 어느 날 연화는 문득 세상을 버리고 비구니가 될 작정을 했다. 그래서 부처님이 계시는 곳으 로 가려고 길을 떠났다가 도중에 어떤 샘물앞에 이르게 되었다. 연화는 물을 마시고 손을 씻다가 샘물 위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운 것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 '이렇게 아름다운 얼굴을 가졌는데, 왜 세상을 버리고 사문이 되겠는가? 젊은것도 한때인데 마음껏 즐 겨야지.' 그때 부처님은 연화가 제도될 인연이 있다는 것을 아시고 부인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 부인의 모습은 우아하고 아름답기 그지.. 2020. 6. 22.
천금보다 나은 한 마디 말 먼 옛날의 일이다. 만물이 풍요로워 곡물과 과일이 넘쳐나고 온갖 재보가 가득하여, 태평성대를 구가 하는 나라가 있었다. 상업 역시 번성하여 부족한 물건이라고는 없었지만 국왕은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어느날 그는 대신에게 말했다. "유능한 사신을 뽑아 외국에 보내 우리나라에 없는 물건을 사오도록 하는 것이 어떻겠소?" 이렇게 해서 사신 한 사람이 외국으로 떠났다. 외국에 도착한 사신은 시장에 나가보았으나 살 만한 물건이 없었다. 눈에 보이는 것이라곤 모두 자기 나라에도 있는 물건들이었다. 실망한 사신은 자기 나라로 돌아갈 생각을 하다가 시장 구석에 한 노인이 빈 손으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 이상하게 여긴 사신이 그 노인에게 다가가 물었다. "물건도 팔지 않으면서, 빈 손으로 이곳에 앉아 무얼 하고 있.. 2020. 6. 22.
도둑도 도둑 나름 아주 먼 옛날에 한 삼촌과 영리한 조카가 함께 살고 있었다. 그들은 밤낮으로 아름다운 천을 짜서 국 왕에게 바치는 일을 업으로 삼는 직공들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그들의 생활이 나아질 기 미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은 국왕의 창고에 주단을 바치러 갔다가, 그곳에 온갖 보물이 산처럼 쌓인 것 을 보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온 후,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국왕의 창고에는 저렇게 보물이 많구나. 우리가 한 목숨 부지하려고 이렇게 애쓰느니, 차라리 보물을 훔쳐 사람답게 한번 살아보자." 의기투합한 삼촌과 조카는 사람이 없는 틈을 노려 땅굴을 파두었다가 국왕의 창고에 몰래 숨어들어가 수많은 보물을 훔쳐내는 데 성공했다. 다음날 아침, 창고지기는 보물이 없어진 사실을 알고 황급.. 2020. 6. 22.
스님을 쫓아다닌 여인 부처님이 사위국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그때 아난은 걸식을 하러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한 여인이 우물에서 물을 긷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때마침 갈증이 나서 여인에게 물을 좀 달라고 했 다. 그 여인은 아난을 처음 본 순간 첫눈에 반해버리고 말았다. 물을 주고 나서 아난의 뒤를 밟아 그가 살고 있는 곳을 알아두었다. 그 일이 일어난 그날로 여인은 상사병으로 몸져 누워버렸다. 이에 어머니 마등은 딸에게 도대체 이유 가 무엇인지 물었다. "어머니, 오늘 우물가에서 아난이라는 스님을 만났는데 저는 그분에게 시집가고 싶어요. 다른 사람에 게는 절대로 시집가지 않겠어요." "아난은 스님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네 남편이 될 수 있단 말이냐?" 그러나 딸은 계속 울기만 하다가 마침내 식음도 전폐했다. 그.. 2020. 6. 22.
자신의 시체를 때린 귀신 옛날에 한 귀신이 사람으로 변해 한 시체를 부여잡고 채찍으로 때리고 있었다. 이를 본 이웃 사람이 그 사람에게 물었다. "이 사람은 이미 죽었는데, 당신은 무슨 원한을 졌길래 그렇게 몰인정하게 시체를 때리는 것이오?" "이 시체는 사실 나라오. 생전의 나는 항상 나쁜 짓을 일삼고 부처님의 정법을 믿지 않은 채 다른 사 람의 물건을 훔치고, 사기를 치고, 부녀자를 겁탈했으며 부모형제에게 불순하고 재물에 인색해서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지 않았소. 그 결과 죽은 후 지옥에 떨어져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게 되었단 말이 오. 생전에 그렇게 악행을 많이 저질렀던 내 몸이 너무도 원망스러워서 이렇게 채찍으로 사정없이 두들 겨 패고 있는 것이오." 2020. 6. 22.
도의 이치 부처님께서 사문(사문은 범어 'sramana'의 음역으로 출가자를 총칭하는 말이다. 불교 이외 외도의 출 가자도 사문이라고 부른다)들에게 물었다. "사람의 목숨은 얼마 만큼의 시간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느냐?" 한 사문이 대답했다. "며칠 사이에 달려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덧붙이셨다. "너는 아직 도를 모르는구나." 이에 또 다른 사문이 말했다. "한끼 밥을 먹는 사이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너도 아직 도를 깨닫지 못했구나." 그러자 마지막 사문이 말했다. "제 생각으론 사람의 목숨은 한 호흡 사이에 달려 있는 듯합니다." "정말로 그렇도다. 너야말로 도의 이치를 깨달았구나." 2020. 6. 22.
어쩔 수 없는 살인 부처님이 하루는 제자들에게 살신하여 인명을 구한 한 고승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정광불(정광불은 연등불이라고도 하며 아주 오랜 옛날에 출현하여 석가모니에게 미래에 반드시 성불 하여 수많은 중생을 제도하리라는 수기를 주신 부처님이다)이 이 세상에 출현했던 아주 먼 옛날 오백 명의 상인들이 보물을 찾아 바다로 나갔다. 그런데 그 상인들 중 한 사람은 다른 상인들이 보물을 캐내 면 그후 모조리 죽여버리고 독차지하려는 악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 그 당시 '대애'라는 고승이 있었는데, 그는 지혜가 출중하고 덕이 높아 가히 사람과 하늘의 도사라고 불릴 만했다. 한번은 꿈에 해신이 나타나 대애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오백 명의 상인이 보물을 캐러 바다에 나갔는데, 그 중 간악한 한 사람이 동료들을 모두.. 2020. 6. 22.
바닷가 사람들이 고동을 부는 이유 히말라야 산 위에 한 호수가 있다. 그 호수는 영험하다고 소문이 나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소원을 빌 곤 한다. 전설에 따르면 이 호수 속에는 용왕이 살고 있었고, 그 호숫가에는 한 아라한(아라한은 보통 소승불교 에서 최고의 깨달음을 얻은 이를 가리키는 말이다)이 살고 있었다 한다. 아라한은 평소 법술을 부려 호 수 속의 용왕에게 자기를 공양하게끔 했다. 식사할 때가 되면 아라한은 깔고 앉아 있던 방석을 탄채 용 왕이 사는 곳으로 날아갔다. 그 아라한의 시봉을 들던 한 스님이 있었다. 그는 호기심이 많은 자라 방석 가장자리에 새끼줄을 달 아 붙잡고선 아라한을 따라 용궁으로 갔다. 아라한은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식사 시간이 되자 용왕은 천상의 음식으로 아라한을 접대하고, 스님에게는 사람들이 먹는 .. 2020. 6.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