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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팔만대장경 이야기

호리병 속의 미녀

by Frais Study 2020. 6. 22.

  옛날에 궁중의 여자들을 매우 엄격하게 단속하는 한  국왕이 있었다. 어느날 정부인이 태자에게 말했
다.
  "나는 네 어머니잖니? 그런데 나는  일생동안 궁궐 밖을 나가보지  못했단다. 이제는 세상 구경도 좀 
하고 싶으니 네가 부왕에게 말해주렴."
  정부인이 세 번 말하고 태자가 부왕에게 세 번 간청한 다음에야 국왕은 그 청을 들어주었다.
  그렇게해서 왕자가 직접 마차를 몰고  외출하게 되었는데, 여러 신하들이 길가에  늘어서서 환송했다. 
정부인은 손으로 마차의 휘장을 걷어 뭇 사람들에게 얼굴을 보였다. 태자는 모친의 행동에 품위가 없다
고 생각하자 갑자기 배가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궁궐로 돌아와버렸다. 그러자 정부인이 말했다.
  "궁 밖에 나가자마자 돌아왔으니, 재미있는 것은 하나도 못 보았구나."
  그 말을 들은 태자는 속으로 생각했다.
  '어머니는 정부인임에도 이러한데, 나머지 궁녀들이 밖에 나간다면 화를 불러일으킬  게 별을 보듯 뻔
하구나.'
  태자는 밤이 되자 궁궐을 나와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그 산 속에 난 오솔길 옆에는 커다란 나무가 있었고  그 아래에는 맑은 샘물이 흘렀다. 태자는 한 수
행자가 오는 모습을 보고 그 나무 위로 올라갔다. 수행자가 샘물로 세수를 한 후 음식을 풀어놓고 도술
을 부리자 입에서 호리병 하나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 호리병속에서 한 아리따운 여인이 나타났다. 그
들은 나무를 병풍삼아 마치 방안에 있는 것처럼 함께 드러누웠다.
  잠시후, 수행자가 잠이 들자 그 여인은 도술을 부려 입에서 호리병을 토해냈는데,  그 안에서 젊은 남
자가 나타났다. 여인은 그 젊은 남자와  함께 즐기다가 다시 호리병 속에  그 남자가 들어가게 한 다음 
호리병을 삼켜버렸다.
  얼마 후 잠에서 깬 수행자는 그  여인을 호리병 속에 들어가게 한 다음  호리병을 삼키고선 지팡이를 
들고 길을 떠났다.
  그 모습을 끝까지 지켜본 태자는 궁궐로 돌아와서 국왕에게 말했다.
  "수행자를 초대해서 공양하고자 하니 음식 삼인분을 차리도록 해주십시오."
  초대를 받고 온 수행자는 혼자 중얼거렸다.
  "한 사람을 초대해놓고 음식은 삼인분을 차리다니..."
  그러자 태자가 말했다.
  "수행자여, 당신 호리병 속에 있는 그 미녀를 불러내셔야죠."
  수행자는 할 수 없이 호리병 속의 미녀를 불러냈다. 태자는 또 그 미녀에게 말했다.
  "당신 호리병 속에 있는 젊은 남자도 불러내서 같이 식사를 하도록 하죠."
  미녀도 어쩔 수 없이 자신의 호리병 속에 있는 그 젊은 남자를 불러냈다.
  그들이 공양을 끝내고 돌아가기를 기다렸다가 국왕이 태자에게 물었다.
  "너는 어떻게 수행자의 비밀을 알게 되었느냐?"
  "어머니가 외출하실 때 제가 직접 마차를 몰았습니다. 그때 어머니는 마차의 휘장을 걷어 뭇 사람들에
게 얼굴을 내보였습니다. 저는 여인들이란  호기심이 많은 존재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배가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곧바로 궁궐로 돌아와버렸습니다. 그리고  밤이 되자 산 속으로 들어갔는데 그곳
에서 아까 그 수행자가 호리병 속에서 미녀를 불러내어 함께 즐기는 모습을 보게되었습니다. 그런데 수
행자가 잠이 들자 미녀 또한  젊은 남자를 호리병 속에서 불러내  정을 통하는 것이었습니다. 보아하니 
남녀가 서로에게 이끌리는 것은 사람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는 일인가 보옵니다. 원컨대 부왕께서는 궁
녀들에게 관대함을 베풀어 그녀들이 원하는 대로 바깥 출입을 할 수 있게 하옵소서."
  태자의 말을 듣고난 국왕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여 궁녀들이 자기 뜻에 따라 바깥  출입을 할 수 있
게 허락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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