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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팔만대장경 이야기

염라대왕에게 뇌물을 주다

by Frais Study 2020. 6. 22.

  아들 하나만을 바라보며 어렵게 살아가는 한 과부가  있었다. 모자는 독실한 불교신자로서 매일 불경
을 외워 적지않은 지혜와 덕을 쌓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살던 나라는 그 꼴이 엉망이었다고 한다.  국왕은 백성들이 도탄에 빠진 것을 전혀 생
각지 않고 정사도 돌보지 않으면서 머릿속에는 그저  재물과 여색을 탐하는 욕심으로 가득했다. 그러면
서도 국왕은 한편으로 죽음을 꽤나 두려워하여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죄를 많이 지었으니 죽으면 지옥에 떨어져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을 게 뻔하다. 이를 모
면할 방법이 없을까?  그래, 한량없는 재보를 염라대왕에게 바치면 죄를 면제받을 수 있으리라.'
  이렇게 생각한 국왕은 전국의 황금을 모두 회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단 한 냥의 황금이라도 숨겨두는 자가 있다면 사형을 면치 못하리라."
  무려  삼년에 걸쳐 민간에 있는 황금을 모두 거두어들이자 백성들은 모두  너나할것없이 거지꼴이 되
고 말았다. 그러나 국왕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더욱 욕심을 부려 다음과 같은 방을 전국에 돌렸다.
  "한 냥의 금이라도 더 가져오는 자가 있으면, 대신의 자리를 주고 또 부마로 삼겠노라."
  어느 날 과부의 아들은 이 방을 보고 혼자 골똘히 생각하다가 어머니에게 말했다.
  "어머니, 지금 이 나라는 망국의 길로 가고 있습니다. 저는 이 모습을  그대로 보고 있을 수만은 없습
니다. 국왕이 어리석기 그지없으나, 제게 국왕을 설득할 만한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아버님이 돌아가실 
때 우리가 아버님의 입에 물려둔 황금이 있지 않습니까? 저승에서 필요한 일이  있을 때를 대비해서 마
련해드린 황금 말입니다. 제가 그 황금을 가지고 가서 왕에게 직언을 해볼 작정이니 허락해주십시오."
  어머니가 아들의 말에 동의하자 아들은 무덤을 판 후 아버지의 입에  물려있던 황금을 빼내가지고 왕
궁으로 갔다.
  국왕은 황금을 가지고 온 사내를 보자 한편으로 놀라고 또 한편으로 기뻐하며 물었다.
  "이 황금을 어디서 얻었느냐?"
  "이 황금은 저희 아버님이 돌아가실 때 저승에서 필요한 일이 있으면 쓰시라고 저희 모자가 마련해드
렸던 것입니다. 대왕께서 황금과 대신의 직위를 바꾸시겠다고 한 말씀을 듣고 제가 아버님 무덤을 파서 
황금을 꺼내온 것입니다."
  "너희 부친이 죽은 지는 얼마나 되었느냐?"
  "올해로 십일년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너희 부친은 저승에서 그 황금을 쓰지 않았더란 말이냐?"
  "대왕이시여, 저는 부처님의 정법을 믿는 사람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선인선과 악인악과를 말씀하셨습
니다. 길흉화복은 마치 그림자와도 같은 것입니다. 사람이 아무리 몸을 빠르게 움직인다고 해도 제 그림
자를 떼어버릴 수 있겠습니까?"
  "그건 안 되는일이지."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사람의 몸은 지수화풍의 4대 원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일
단 죽으면 이 4대 원소는 흩어져버리고 맙니다. 인간의 영혼 또한 영원한 것이 아닌데 어찌하여 대왕께
서는 염라대왕에게 뇌물을 주어 죄를  사면받겠다는 생각을 하십니까? 대왕께서는 전세에  보시를 많이 
한 공덕으로 당세에 국왕이 되신 것입니다. 비록 깨달음을 얻지 못했다 할지라도 자비로운 마음으로 보
시하고 도덕을 숭상한다면 내세에 다시 국왕이 되실 것입니다."
  사내의 말을 들은 국왕은 자기가 우매해서 수많은 악행을 저질렀던 것을  후회하고 감옥문을 열어 죄
없는 죄수들을 모두 풀어주었다. 또 더 이상 금은보화를 수탈하는 짓도 하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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