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자모는 반사가라는 귀신왕의 아내이다. 그녀에게는 모두 합해 일만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그 하나하
나가 모두 신체 건강한 장사들이었다. 그 중 막내의 이름은 빈가라로 영리하고 총명한 탓에 귀자모가
특히 아끼는 아들이었다.
귀자모는 성질이 잔악하고 난폭해서 사람의 아이들을 잡아먹는 일을 제일 좋아했다. 그녀는 수시로
인간들이 사는 곳에 가서 아이들을 잡아 산 채로 집어삼켜버리곤 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받는 고통
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해서 아이들을 숨겨두어도 귀자모의 끔찍한 손길은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사람들은 부처님을 찾아가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부처님은 그 상황을 이미 알고 있던 터라 법력
을 써서 빈가라를 잡은 다음 발우 속에 숨겨두었다.
귀자모는 사랑스러운 아들 빈가라가 보이지 않는 탓에 마음이 몹시 다급해졌다. 그녀는 하늘 끝에서
땅끝까지 사방을 칠일 밤낮 동안 두루 찾아다녀 보았으나, 그 그림자도 볼 수 없었다. 귀자모는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잠도 못 이루며 하루종일 울고 다녔는데 그 모습은 흡사 미치광이와도 같았다. 그러자
반사가가 그녀에게 말했다.
"듣자하니 부처님은 세상에서 가장 총명하셔서 모르는 것이 없고 또 도와주지 않는 일이 없다 하오.
울고불고 해도 소용없으니 이제 부처님에게 가서 도움을 청해보는 것이 좋을 듯하오."
귀자모는 부처님이 계시는 곳에 가서 무릎을 꿇고 합장한 다음 빈가라가 있는 곳을 가르쳐달라고 부
탁했다.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귀자모야, 네겐 아들이 일만 명이나 되는데, 그 중 하나를 잃었다고 해서 그렇게 상심하고 찾아 다니
는 이유가 무엇이냐? 사람들은 고작해야 서너 명의 자식밖에 없고 또 자식이 하나뿐인 사람도 있다. 그
런데도 너는 아이들을 잡아먹는 것을 즐기지 않았더냐? 귀자모야, 자식 잃은 부모의 심정이 어떠한지
이제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겠느냐?"
귀자모는 부처님의 충고에 문득 깨닫는 바가 있어 부끄러워하며 대답했다.
"진정으로 참회하나이다, 부처님. 저는 벌을 받아 마땅합니다. 이번에 빈가라만 찾을 수 있다면, 다시
는 사람의 아이들을 잡아먹지 않겠습니다."
부처님은 발우를 들어올려 빈가라를 귀자모에게 돌려보냈다. 그후로 귀자모는 다시는 아이들을 잡아
먹지 않았고, 사람들은 자식 잃는 공포에서 해방되어 부처님을 찬양했다고 한다.
'기타 > 팔만대장경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염라대왕에게 뇌물을 주다 (0) | 2020.06.22 |
---|---|
호리병 속의 미녀 (0) | 2020.06.22 |
아름다움의 허상 (0) | 2020.06.22 |
천금보다 나은 한 마디 말 (0) | 2020.06.22 |
도둑도 도둑 나름 (0) | 2020.06.2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