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사이좋은 젊은 부부가 있었다. 그 부부는 둘 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의 외모를 갖춘 선남선
녀였다. 그들은 서로 너무도 사랑하는 사이여서 상대에게 싫증을 낼 줄 몰랐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부부는 그만 둘 다 실명하고 말았다. 앞을 못 보게 된 부부는 다른 사람에게 속게
될까봐 걱정했고, 부인은 남편을 잃을까봐 시름에 잠겼다. 그래서 그들은 항상 손을 잡고 다니며 잠시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오랜 세월이 지난 그 부부의 친척이 유명한 의원을 데려와서 그들을 치료해주자, 부부는 다시 앞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먼저 눈을 뜬 남편이 옆에 웬 늙은 할머니가 앉아 있자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당신은 누구요? 분명 누군가 내 부인을 바꿔치기해서 데려갔군."
그때 눈을 뜨게 된 부인 역시 옆에 한 할아버지가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기겁하며 비명을 질렀다
"누가 내 남편을 바꿔치기했단 말이오?"
두 사람은 이내 소리높여 울기 시작했다. 의원을 소개한 친척은 부부의 행동에 어리둥절해 있다가 이
내 그들에게 차근차근하게 설명해주었다.
"자네들이 젊었을 때 실명한 이래 서로를 볼 수 없어서 이런 일이 생겼구먼. 사람이란 나이가 들면 쇠
약해지고 얼굴에 주름살이 생기는 것은 자연의 이치라 피할 수가 없다네. 늙어서도 젊었을 때의 어여쁜
얼굴을 바라는 것은 마치 얼음 속에서 불을 구하려는 것과 마찬가지라네. 도대체 왜 우는 것인가? 두
사람 다 지나간 세월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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