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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팔만대장경 이야기

태워야 할 것

by Frais Study 2020. 6. 22.

  옛날에 한 비구니가 사가라국에 포교하러 가는 길에 한  바라문을 만났다. 그 바라문은 다섯 가지 열
로 몸을 달구고 있었는데, 이마에서 땀이 줄줄 흘러 가슴과 옆구리가 온통  젖어 있었다. 또 머리카락은 
바싹 타고 입술도 말라 갈라졌는데, 사방에 놓인 불은 쇠라도 녹일 지경이었다.  근처에는 한 그루 나무
도 없었고, 때는 한여름이라 그 바라문의 몸은 말라 비틀어져 있었다. 게다가 남루한 옷을 입고 하루 종
일 열로 몸을 달구는 고행을 하고 있었기에 사람들은 그를 '남루한 옷을 입고 불을 쬐는 고행자'라고 불
렀다.
  비구니는 그 모습을 보고 바라문에게 말했다.
  "태워야 할 것은 태우지 않고, 태우지 않아야 할 것을 도리어 태우고 있으니 정말 바보 같은 짓을  하
고 있구려!"
  바라문은 그 말에 불같이 화를 냈다.
  "도대체 태워야 할 것이 뭐란 말이오?"
  "마땅히 태워야 할 것은 바로 당신의 그 분노하는 마음이오. 그 마음을 태워버리면 진정 태운다고  할 
수 있을 것이오. 이것은 소가 수레를 끄는 것과 같아 수레가 움직이지 않으면 마땅히 소를 때려야지 수
레를 때려봐야 아무 소용이 없는 것과 같은 이치요.  몸은 수레에 그리고 마음은 소에 해당되니 마땅히
마음을 다스리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오. 그렇지 않고 몸만 괴롭히는 것은 부질없는 짓으로, 도를 이루
는 데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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