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인간은 예기치 못한 온갖 자극과 대처하면서 살아간다. 전쟁, 홍수 등의
재난은 물론 대형 교통사고는 인간의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오기 마련이다.
또한 우리가 다른 곳에 이사를 가거나 가족 중 누가 갑자기 병이 들거나 하면,
평소의 생활양식이나 흐름이 깨지기 마련이다.
가령 대학에 갓 입학한 젊은이가 새 환경에 "적응이 잘 안된다." 고
말하거나 "새로 들여온 기계에 적응하기 힘들어 조용한 시골에 가서 살고
싶다." 는 노인의 말을 듣는 수가 있다. 이런 경우들에서의 '적응' 이란
결국 변화에 대한 적절한 순응을 뜻한다. 즉 우리의 생활 환경은 변하기
마련이고 그런 변화에 늘 적응하고 대처해 나가야 한다는 사실은 바로 인간의
기본적 생존 조건인지도 모른다.
이 장에서는 인간이 적응해야 하는 생활 과정에서의 요인 및 문제들이
무엇인가를 살피고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적응 방식을 밝히고자 한다. 그리고
'잘 적응한다' 거나 '자기 실현' 의 상태는 심리학적으로 어떻게 고찰될
수 있는지를 알아본다.
인간은 삶을 사는 과정에서 온갖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되며, 이는 얼마간은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존재 조건이다. 사람들이 스트레스에 어떻게 대처하는가
하는 것은 적응과 직접적으로 관련된다. 즉 스트레스를 성공적으로 대처하면
적응을 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 방식과
연관지어 적응의 여러 측면들을 고려하는 것은 매우 유익할 것이다. 본질적으로
적응이란 자신의 필요뿐만 아니라 환경의 요구도 충족시켜 주는 능력을 말한다.
원래 적응의 의미는 생물학에서 말하는 순응이라는 개념에서 유래된 것이다.
순응은 나방 종류가 산업화된 영국 도시에서 증가되는 공해에 대처하기 위해
점차로 까맣게 되는 것과 같이 종족보존을 용이하게 하는 생물학적 변화를
일컫는다. 그러나 심리학적 차원에서 말하는 적응이란 단순한 순응 이상의 것을
포함한다. 즉, 적응이란 주변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각 개인의 투쟁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한 생물학적인 변화보다는 오히려 '주변
환경과의 조화 있는 관계' 를 이룩해야 한다는 '기능적 혹은 학습된
변화' 가 강조되는 것이다.
일반적 의미의 적응은 두 가지 종류의 과정, 즉 주어진 환경에 자신을 맞추는
과정과 자기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점에서 훌륭한 적응이란 환경 위험을 감수하며 자신을 환경에
내맡기기보다는 환경을 최대한도로 이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적응이란 개인과 환경과의 능동적인 상호관계이다. 또한 심리학자들은 환경에
적응하는 것 이외에도 우리 자신과 우리 자신의 생물학적, 심리학적인 수용
능력에도 적응해야만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적응은
각개인의 심리적 처리과정을 중요 내용으로 포함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변화된 환경조건에 대처하지 못한다고 느끼거나, 신체적으로든 심러적으로든
지기에게 해를 끼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 부딪치게 되면 긴장과 불편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것이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스트레스' 이다. 스트레스라는 말은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일 수 있겠으나, 심신에 긴장감을 주면 스트레스가 생긴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마음에 부담을 주는 '심리적 스트레스' 와 신체에 긴장과 부담을 주는
생리적 스트레스로 구별해 생각할 수 있는데,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심리적
스트레스도 생리적 스트레스만큼 신체에 부담을 주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인간이 스트레스를 느끼는 정도는 인간에게 위협을 주는 환경자극의 실제적 위험도,
인간이 환경변화에 대해 위험을 느끼는 정도, 환경 자극에 대한 이전의 경험 및 학습
내용, 그리고 책임감에 따라 대체로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가령, 전쟁이나 천재지변
은
그 위험의 규모가 크기 마련이고 실직이나 병환은 위험도가 비교적 작기 때문에
거기에서 경험되는 스트레스도 일반적으로 작을 것이다. 그러나 같은 환경변화라도
경험되는 스트레스의 정도가 누구나 같지는 않다. 예컨대 홍수와 같은 자연적 재앙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당황하고 충격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금방 정신을 차려 사후대책을 수립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홍수경보
자체를 무시하거나 위험상황에 대한 인식조차 되어 있지 않은 경우를 발견하게 된다.
또한 과거의 학습경험에 따라 스트레스의 정도가 다름을 알 수 있다. 즉 전학기에
학사경고를 받은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에 비해 다음 학기 시험을 앞두고 더
스트레스를 느끼기 마련이다. 또한 개에게 놀란 경험이 있는 어린이는 개를 보기만 해
도
긴장하는 데 비해, 그런 경험이 없는 어린이는 강아지를 옆에 끼고 낮잠을 잘 수도 있
는
것이다.
무거운 책임감도 스트레스를 겪게 하는 요인임을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다.
동물실험에서 그 증거를 제시한 Porter와 그 동료들(1958)의 유명한 연구가 있다. 이
실험에서 비슷한 성장배경의 원숭이 두 마리를 나란히 붙잡아 매놓고, 둘 다 20초마다
전기충격을 가하되 한쪽 원숭이가 지렛대를 누르면 전기 충격을 지연시킬 수 있도록
장치를 하였다. 즉 '조장 원숭이' 의 대처행동(지렛대 누르기)에 따라 두 원숭이가
당분간은 충격을 피할 수 있으나 조장이 아닌 이웃 원숭이는 충격을 피하기 위한
조종장치가 없어서 그저 가마히 있기만 하면 되었다. 이러한 실험장치에서 이른바
'조장 원숭이' 는 자신과 동료의 안녕에 대한 책임감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긴장
때문에 얼마 안 있어 심한 위궤양을 유발한 반면, 다른 실험장치에 원숭이를 붙잡아
두는
시간과 풀어주어 쉬도록 하는 시간을 변화시켜 본 또 다른 실험에서는 조장
원숭이에게서 검출되는 위산의양이 쉬는 시간에 더 많았다고 한다. 즉 위험에 대한
예상이 위험의 경험 자체보다 더 긴장을 준다는 증거가 되는 셈이다. 위험스러운 사건
을
경험할 때보다 예측되는 위험을 앞둔 순간에 더 스트레스를 겪는다는 사실은
낙하산부대군인들의 공중낙하 전후의 생리적 긴장지표(심장박동, 땀 등)에서도 밝혀지
고
있다. 아마도 스트레스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스트레스가 있음으로 해서 일시적으
로
주의력이 감소되는 경우에서부터, 심할 경우에는 생활환경에 적응하지 못함으로써 인
간의
안녕 자체가 흔들리는 경우까지 광범위하게 걸쳐 있을 것이다. 다음에 압박감, 불안,
좌절, 갈등 등 스트레스의 네가지 대표적 유형을 먼저 살펴보기로 한다.
11. 1. 압박감
압박감은 우리가 어떤 행동기준에 꼭 맞추려 하거나 굽속한 변화에 적응하려고 할
때
경험되는 긴장상태이다. 압박감은 내부압력과 외부압력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내부압력은 흔히 자존심의 유지와 관련이 있다. 가령, 자기 자신 의 지능, 인기 또는
운동
및 예술적 재능에 관한 스스로의 믿음 때문에 보다 우수한(또는 높은)수준까지 자신을
끌어올리려고 하는데서 압박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내부적 압력은 피아노를 힘들
게
오랫동안 배워서 나중에는 성취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처럼 생산에 자신을 밀어붙이는
내부적 압력은 파괴적 과를 초래한다.
외부적 압력에는 남들과의 경쟁, 사회조건의 급속한 변화, 가족및 친구들로부터의
기대 등이 포함된다. 학생은 좋은 성적과 인기를 얻기 위해 경쟁하고 어른은 보다 나
은
수입과 지위를 위해 끊임없이 남들과 경쟁한다. 현대사회에서는 실패가 수치이고,
실패자는 가치 없는 존재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현대인은 남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압력' 을 심하게 받고 있다.
현대사회는 대단히 복잡하고 급속한 변화를 겪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우리에게 주는
압력도 크다고 보겠다. 1960년대에만 해도 일반가정에서는 볼 수 없던 TV가 거의 모든
가정에 있고 컴퓨터가 사회 모든 분야에서 중요한 생활도구로 탈바꿈해 가고 있다. 즉
적응을 힘들게 하는 것은 생활조건의 변화 자체가 아니고 변화의 속도 및 다양성일
것이다. 그래서 Toffler(1970) 같은 학자는 급속한 사회조건의변하 속에서 오는 정서
적
충격을 '미래의 충격' 이라고 묘사했는지도 모른다.
또한 가족과 친구들로부터의 외부적 압력도 대단하다. 가족과 친구들은 우리에게 흔
히
여러가지 기대와 요구를 한다. 때로는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역할을 가족과 친구들이
우리에게 요구해 오는 것이다.
11. 2. 불안
위에서 살펴본 압박감에서는 사람들이 '왜 압박감을 느끼는지를 안다. 그러나
불안에서는 사람들이 왜 불안한지를 모르는 채 마음이 불편하고 불안정한 상태인 것이
다.
그래서 여러 스트레스 유형 중에서 어쩌면 가장 어렵고 당황하게 만드는 스트레스라고
볼 수 있다. 불안한 사람들은 이유를 알지는 못하지만 호흡이 고르지 못하고, 근육이
긴장하거나 주의력이 떨어지고 하찮은 일에도 화가 나기도 하고, 먹고 살 수 있는 돈
을
저축했는데도 초조하거나 우울한 심정에 빠지기도 한다. 요컨대, 불안은 생활장면의
객관적인 평가와는 모순인 듯 싶은 감정(느낌)이기 때문에 상당히 주관적인 것이고 또
부담스러운 것이다.
불안은 특성불안과 상태불안의 두 가지로 나누어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성불안
은
비교적 지속적인 일종의 성격특성이고, 상태불안은 특정한 상태나 장명에 따라서
일어나기도 하고 증가하는 불안이다. 다시 말해서, 특성불안은 우리의 지능지수처럼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으나 한 개인에 있어서의 특성불안은 생활장면이 달라지더라도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생태불안은 어떤 특정한 환경조건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으며 그 강도도 순간순간 변할 수 있다.
Martinez - Urrutia(1975)의 연구가 이러한 두 가지 불안의 성질을 잘 입증해 주고
있다. 그는 수술 전후의 환자들의 특성 및 상태불안을 측정해 본 결과, 환자들의
상태불안은 수술 전에 증가했다가 수술을 마친 후에는 감소했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환자들의 특성불안은 수술 이전이나 이후에도 큰 변동이 없었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긴장스러운 사건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그리고 심하면 심할수록
상태불안은 더 커질 것이다. 그리고 긴장스러운 사건이 일어날 것이라는 경고에 접했
을
때, 과거의경험 및 자기능력의 평가 정도에 따라서 어떤 사람의 특성불안은 낮아질 수
도
있고 다른 사람의 특성불안은 증가할 수도 있겠다. 또한 예상되는 긴장(또는 스트레
스)의
유형을 알고 있을 때에는 그렇지 못한 경우보다 상태불안이 덜할 것이다.
11. 3. 좌절
좌절은 방해물(사물 또는 인간)때문에 목표로의 접근이 금지된 상태이다. 자기가
좋아했던 남자가 이미 다른 여성과 약혼했음을 발견한 여자의 경우나, 대학입학 학력
고사
점수가 평소 실력보다 나쁘게 나옴으로 해서 자기가 바라던 학과에 지망하지 못하게
된
학생의 경우는 과(높게)지향했던 목표가 달성되지 못하고 좌절 된 경우들이다. 이
사람들은 다초의 목표를 포기하거나 목표달성에 방해가 되는 장애물을 극복하는 방안
을
찾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약혼한 남자를 좋아하던 여성의 경우보다 바라던 학과에 가
지
못하게 된 학생의 반응이 더 복잡할지 모른다. 예컨대 더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던 자
기
자신에게 화가 날 수도 있고, 다른 대학에 지망했으면 되었을 것을 꼭 세칭 일류대학
에
원서를 내도록 권유한 부모가 원망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겠고, 예상했던 경향과 빗나가
게
출제한 시험관리당국에 분통을 터뜨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학생은 부모에 대
한
분노의 표현이 용인되지 않는 사회적 풍습 때문에 겉으로는 전현 그런 감정을 나타내
기
힘들지 모르며, 어떤 경우이든 이 학생은 지망학교를 바꾸거나 지기의 목표를 달성하
는
새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Coleman과 Hammen(1974)은 좌절의 다섯 가지 근원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첫째는, 행동과정의 지연이다. 현대 산업사회는 특히 속도와 시간을 중요한 가치로
강조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연될 때 좌절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약속시간
은
촉박한데도 불구하고 타고 있는 버스가 과밀교통차량 때문에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을 때에 겪는 좌절이 한 예일 것이다. 둘째로는, 자원의 결핍인데, 특히 수입이 적
은
가정에게는 관광 안내 광고나 TV의 온갖 상품선전들이 좌절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특히 그러한 상품의 소유와 여행을 원하나 당장 경제적 여건이 허락하지 않을 때에
그럴 것이다. 셋째로, 상실인데, 가령 가까운 친구와 애인을 잃었을 때는 당사자의 자
존심
및 인간적 자신감에 좌절을 안겨주는 경우도 많다. 넷째로, 실패는 오늘날과 같은
경쟁사회에서는 좌절감의 단골 요인이 되고 있다. 실패감이 특히 적응하기 어려운
스트레스가 되는 이유는 실패에 뒤따르는 죄책감 때문이다. 사람들은 흔히 실패하고
나면
"다르게 행동했어야 하는데..." 식의 뉘우침이나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의 실망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기 마련인 것이다. 다섯째로, 인생에 대한 무의미감이 좌절의 근원
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노력 및 생활사의 보람을 타인의 방해나 사회적 조건 때문에 찾을
수
없다고 느껴질 때는 좌절을 겪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일종의 무력감을 갖게 된고
결과적으로 자기가 하는 일은 아무 것도 중요하지 않다거나 타인으로 부터 소외되고
있다고 믿게 된다.
11. 4. 갈등
인간 생활의 문제 중 아마도 갈등이 가장 흔한 문제일지 모른다. 같은
시간대에 개설된 심리학개론과 사회학개론을 둘 다 듣고 싶으나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대학생의 경우나, 집에 있으면 어머니의 잔소리가 듣기 싫고
밖에 나가면 같이 놀 친구가 없어 나가기도 싫은 국민학생의 경우나, 교제하던
여성과 결혼을 하자니 외모가 마음에 안들고 단념하자니 마음씨가 그만하면
내조를 잘할듯 싶어 선뜻 단념도 못하는 총각의 고민 등이 있다.
갈등은 이렇게 두 가지 이상의 상반되는 요구, 기회, 욕구 또는 목표에
당면했을 때 일어난다. 원하는 목표나 욕망을 동시에 다 달성하기 힘들거나
불가능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 갈등인 것이다. 갈등에서는 완전한
해결이나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바랄 수는 없다. 따라서 두 가지
목표(또는 욕구) 중 하나를 포기 또는 수정하거나, 당장이 아닌 나중으로
미루거나, 어느 것도 충분히 만족되지 않아도 견디어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갈등 장면을 심리학에서는 '접근 - 회피' 라는 두가지 상반되는
반응경향으로 설명한다. 즉 어떤 대상이 매력을 풍기고 마음이 끌리면 우리는
그 대상에 접근하기를 원하고, 어떤 대상이 공포심을 자아내게 하거나 불안하게
하면 우리는 그런 대상을 회피하려고 노력한다.
Lewin(1935)은 이 접근 - 회피 경향이 세 가지 주요 갈등유형을 나타낸다고
했다. 첫째는, '그림 11 - 2' 에서 보인 것처럼 '접근 - 접근 갈등'
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림 11 - 2' 는 가운데 개인(원)이 있고 양 쪽에
화살표가 있으며 그 양 끝에는 +표시가 있다. 개인(원)은 두 가지 바람직한
목표(+표시)에 동시에 이끌리고(화살표) 있다. 예컨대 어떤 여성이 학교에서
배운 전공을 살려서 직장을 갖고 싶기도 하고 결혼하여 아기를 갖고 싶기도
한 경우라고 하겠다.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둘 중에 하나를 먼저 실천할
것이다. 즉 취직을 하고 결혼은 나중에 하든가 아니면 결혼하여 아기들이
자라서 국민학교에 다닐 때부터 직장에 나갈 것이다. 또는 두 가지 목표를
다소 수정하여 여건이 허락하면 집에 가정부나 파출부를 두고 반나절씩 나가는
직장을 구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결혼도 하고 직장에도 나가되 집안일과
아기보는 일을 남편과 같이 나누어 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이렇게 여러 가지 방안들이 있기는 하나 실제 생활 장면에서 그리 쉽게
되지는 않는다. 가령 예의 여성이 대학원까지 공부하여 졸업하여 전문적
상담자가 되고자 한다면, 대학을 졸업하고도 3년 이상의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문적 상담자가 되려는 목표와 결혼하여 가정을 꾸미려는 목표는 훨씬
달성하기 힘들거나 불가능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이러한 진퇴양난의 갈등과 반대되는 것이 '회피 - 회피갈등' 이다. 이것은
어떤 사람이 두 가지의 바람직하지 않거나 위협적인 가능성에 부딪치는
경우이다(그림 11 - 3). '그림 11 - 3' 은 양쪽에서 개인(원)쪽으로 화살표가
나있고 화살표의 출발점인 양 끝에는 - 표시가 되어 있으며 개인(원)에서
아래로 화살표가 하나 더 있다. 회피 - 회피갈등 장면에 부딪치는 사람은 보통
그 장면으로부터 도망치거나 다른 곳으로 피해 버리려고 한다. 만일 회피
행동이 불가능하면 갈등의 정도에 따라 여러 가지 대처행동이 나올 수 있다.
자기가 공부하기를 싫어하긴 하나 낙제점을 받기도 싫은 대학생은 적어도
당분간은 그 과목을 공부하기로 작정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선택이 항상
쉽지는 않다. 가령 자기의 생명이 위협당하는 줄 알면서도 살인강도를 체포해야
하는 수사경찰관의 경우는 뒤로 물러나 방관하자니 책임을 다하지 못할 뿐
아니라 동료 수사관의 생명이 대신 위협받는 상황이므로 행동선택이 극히
어려워진다.
회피 - 회피갈등에 사로잡힌 사람은 1루와 2루 사이에서 꼼짝 못하게 된
야구선수처럼 흔히 두 가지 위협 사이에서 방황하게 된다. 야구 주자가 1루에서
뛰기 시작했으나 2루에 가기 전에 잡힐 것으로 판단되어 다시 되돌아 섰으나,
그 순간 1루에 되돌아가기도 전에 또 잡히게 될 것을 아는 경우이다. 사람들은
이렇게 탈출구가 없는 상황에서 그저 갈등이 없어지기만 기다리는 수가 많다.
접근 - 회피갈등(그림 11 - 4)은 개인이 같은 목표에 대해 이끌리기도 하고
또 혐오감을 가지는 경우로서 역시 쉽게 해결되기 힘든 갈등이다. '그림
11 - 4' 는 개인(원)이 왼쪽에 있고 개인에서 나가는 화살표 끝에는 +표시가
있고 들어오는 화살표 끝에는 - 표시가 있다. 예컨대 허리 부상에서 겨우
회복된 주전 야구 투수가 팀에 복귀하여 다시 회려한 구력을 관중들에게 보이고
싶으나, 또다시 부상을 당할 경우에는 일생 동안 허리를 제대로 쓰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을 느끼는 경우이다. 다른 남자와 만날 약속을 하면 자기가 원래
좋아하는 애인을 실망시킬 것을 알면서도 그 약속을 포기하면 자기의 애인을
원망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여자의 경우도 그렇다. 그리고 성을
죄악시하는 가정교육을 받은 10대 청소년들이 가끔 이성에게 매력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멀리하려고 하는 모순되는 행동을 보이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바람직한 목표로 접근하려는 욕망은 목표에 가까와질수록 점점 커진다.
그러나 싫어하는 목표를 회피하려는 욕망도 목표에 가까와질수록 커지게
마련이다. 다만 회피 경향은 흔히 접근 경향보다 더 빨리 커지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접근 - 회피갈등에서는 접근 - 회피의 정도가 같을 때(그림 11 - 5)에서
실선과 파선의 교차점까지 목표로 접근을 계속한다. '그림 11 - 5' 는
욕망의 강도를 세로축으로 하고 목표로 부터의 거리를 가로축으로 하여
기울기가 큰 우하향하는 회피(실선)과 경사가 완만한 우하향하는 접근(점선)이
서로 한 점에서 교차하는 그림이다. 그러다가 회피경향 때문에 더 접근하기
두려워 멈춰섰다가 잠시 후 다시 접근했다가는 다시 뒤로 물러나는 식의 방황이
계속되기 쉽다. 이러한 방황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이 결정을 강요당하거나
갈등 장면이 완전히 바뀔 때까지 계속되는 것이 보통이다.
흔히 접근 - 회피갈등은 보다 복잡한 양상을 띤다. 자기가 과거에 못이룬
유명 피아니스트의 꿈을 이루기 바라는 어머니와 프로 야구 선수가 되기를
바라는 아버지를 둔 어린이의 경우가 그렇다. 즉 피아노를 연습하면 어머니가
좋아하나 아버지가 좋아하지 않고, 야구 연습을 하면 아버지를 즐겁게 해주는
대신 어머니를 실망시키는 것이 된다. 이런 것을 이중 접근 - 회피갈등이라고
부른다. 즉 동시에 두 가지 목표가 있으며 각기 접근하고 싶은 (+)유인가와
회피하고 싶은 (-)유인가가 작용하는 상황이라고 하곘다(그림 11 - 6). '그림
11 - 6' 은 개인(원)을 중심으로 위쪽에는 왼쪽 방향으로 화살표가 들어오고
나간다. 그 화살표는 -표시로 부터 출발해서 +표시로 나간다. 그리고
아래쪽에는 반대 형태의 즉, -표시에서 +표시로의 진행 방향이 왼쪽에서
오른쪽이다.
11. 5. 적응의 방법
앞에서는 부적응으로 이끄는 스트레스의 원인과 유형을 살펴보았다. 여기서는
스트레스에 직면했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대처해 나가는가를 살피기로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 반응과 적응과의 관련성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대처란 개인의 복지와 관련된 문제
해결의 한 형태로 이해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대처는 적응과 유사한
의미로 사용된다. 하지만 적응은 환경 및 개인 내적인 요구에 대한 한 개인의
모든 반응을 지칭하는 보다 광범위한 반응인데 반해, 대처는 그것이 환경적이든
개인 내적이든 간에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상황에 대한 한 개인의 행위를
일컫는다는 점에서 이 둘은 서로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좁은 골목길을 걷다가
맞은 편에서 오는 사람과 마주칠 때 우리들은 자동적으로 옆으로 비켜서게
된다. 이는 간단하고 자동적인 적응방식의 일환으로 우리들은 이런 때 대처란
말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만약 그가 노상강도라는 것을 안다면 우리들은
그러한 위협으로부터 멀리 달아나고자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대처인 것이다.
스트레스가 어떤 근원에서 출발되든 그에 대한 적응이 요구된다.
심리학자들은 적응방법을 '직접적 대처' 와 '방어적 대처' 의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한다. 직접적 대처는 불편하고 긴장스러운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
취하는 행동을 말한다. 우리의 요구가 좌절되었을 때 우리는 우리 자신과
목표물 사이에 있는 장애물을 제거하려 하거나, 혹은 목표를 수정하거나
포기한다. 또는 우리가 위협을 받았을 때는 그 위협적인 요소를 공격하거나
회피함으로써 스트레스 상황을 종식시키거나 획득할 수 없는 것은 원했던 것이
아니라고 믿는 방법들이다. 방법이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일종의 자기기만인
방어적 대처는 흔히 무의식적 갈등을 해소하려는 심리적인 반응이다. 우리는
너무 위험스럽고 불안하기 때문에 문제를 표면화시키거나 직접 다루기 힘들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기방어를 위해 그러한 불안하고 갈등적인
문제장면을 회피한다.
11. 5. 1. 직접적 대치
우리가 좌절되고 갈등에 빠지거나 위협을 받으면 기본적으로 세가지 대처방법
중의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즉 우리가 처한 불편한 상황을 변화시키려 하거나,
우리 자신을 변화시키거나, 불편한 상황으로부터 피하려고 하는 것이다. 즉
공격, 태도 및 포부수준 수정, 철수의 세 가지 직접적 대치방법이 있다.
1. 공격적 행동과 표현
공격적 행동은 해롭고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대상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하는
방법이 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길이기도 하다. 공격적 행동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여러가지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어떤 경우는 접근하고 싶은
타인으로부터 거부되거나 소외됨으로써 나타나기도 하고 또 어떤 경우는 자기가
바라는 목표물이나 보상을 획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나기도 한다.
Freud는 공격성을 본능적인 것으로 보았으며, 어떤 심리학자는 욕구좌절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사회적으로 학습되어 나타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공격적 행동이 본능적이고 선천적이라는 이론은 현대심리학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경향이며, 그렇다고 모든 공격적 행동이 단순히
욕구좌절에 의해 유발된다고 볼 수는 없다. 목표물에의 접근이 좌절되었다고
하더라도 공격행동의 표현양식과 강도는 과거의 학습배경, 습관 또는 충동성의
통제 수준에 따라 다를 것이다. 하여튼 대부분의 공격적 행동은 사회적으로
쉽게 용납되지 않는다. 또 공격성에는 폭력, 파괴와 같은 부정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어서 사람들은 가능한 한 공격적 행동을 피하려 하며 공격성을
자제하지 못할 때는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있으려면 파괴적인 충동과 행동을 통제하면서 이성을
가지고 좌절이나 위협적인 대상에 공격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일 것이다. 여러
가지 운동 경기나 무대 위의 연극 혹은 소설을 통한 대리적 방법으로 공격적
감정을 표출하는 길이 있기는 하다. 그리고 사회적 기대에 벗어나지 않게
개인적 공격행동을 직접 나타내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흔히 신체적 행동보다는
공격적 감정(분노)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에 그치고 만다.
공격적 행동이 신체적이든 언어적이든, 그리고 직접적이든 간접적인 것이든
두 가지 조건에 의해 그 성공 여부가 좌우될 것이다. 우선 목표달성 과정에서
장애가 되거나 위협적인 요소가 무엇인지를 확실히 알아야 한다. 이것은 항상
가능한 일이 아니다. 가령 예상외로 낮은 점수의 성적표를 받아 쥔 학생이
성적표를 내던지거나 찢어버린다고 해서 문제해결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일시적인 기분풀이는 될지언정 나쁜 성적에 대한 원인규명은 되지 않는다.
폭동은 분명한 대상이 밝혀지지 않은 채로 공격행동이 나타나는 예일 것이다.
소요에 가담하는 사람들은 흔히 경찰이나 건물 같은 압제의 상징물들을
공격하는데, 그러다 보면 가끔 자신들이 속하고 있는 공동체의 구성원들과
동료들마저 해치게 된다. 두번째로, 공격적 행동은 적과 적어도 비슷한 위치에
있을 때 성공적인 것이다. 사람들은 상대방이 효과적으로 반격을 가해 올
것으로 생각되는 대상에 대해서는 적대적 행동을 거의 하지 않는 것이
상례이다. 예컨대 다른 상점에 얼마든지 갈 수 있는 상황에서는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특정 상점 주인에게 큰소리로 화를 낼 수 있지만, 쉽게 하숙을 옮길
수 없는 상황에서는 집주인에게 방수리를 빨리 해주지 않는다고 고함을 칠 수는
없을 것이다.
사회적으로 용납되면서 공격적 감정이나 적개심을 표현할 수 있는 주요한
수단은 유머와 자기표현이다. 나쁜 농담은 가끔 상대방을 불쾌하게 만들거나
바보로 취급하는 결과를 가져오지만, 유머는 그 정도는 괜찮다는 묵시적
동의하에 이루어지고 흔히 웃음을 유발하는 건설적인 농담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반드시 적개심에서 하는 것만은 아니며 또 자신의 공격적 감정을 은밀하게
표현함으로써 상대방으로부터의 보복을 최소한도로 줄일 수 있는 것이다.
공격적 감정을 유머를 통해 발산하는 것은 신체적 공격이나 바람직하지 못한
공격적 충동을 줄이게 한다.
자기표현이란 정당한 요구와 거절 및 자연스럽고 솔직한 감정 표현으로
정의된다. 억압된 감정을 표출하고 타인의 부당한 요구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대처행동인 셈이다. 따라서 공격적 행동과는 구분되어야 할지 모른다.
스트레스의 원인을 직접 제거하거나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더라도 스트레스의
강도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것이 자기표현이다. "공격은 최선의
방어" 라는 말이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자기표현은 최선의 공격방법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소심하고 위축된 사람들은 자기표현을 훈련함으로써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의 이해를 받는 가운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예컨대 "나는 -- 할 수밖에 없다" 는
대신에 "나는 -- 하지 못한다" 대신에 "나는 -- 하고 싶다"
라든가, "나는 -- 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하는 식으로 표현양식을 바꾸어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기표현 훈련에서는 모든 결함에서 완전히
해방되기를 바라지 말고, 타인의 판단 및 기대에 맞추어 행동하지 않고,
스스로의 의사와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기를 권장하고 있다.
Manual Smith(1975)는 '죄책감 없이 말하는 법' 이라는 저서에서
자기표현은 건전한 인간관계에 참여하는 기본조건임을 강조하면서 자기표현을
증진시키기 위해 다음과 같은 신념을 갖도록 권하고 있다.
(1)당신은 스스로 판단, 행동하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질 권리가 있다.
(2)당신은 당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유를 대지 않거나 변명할 권리가
있다.
(3)당신은 타인의 문제해결을 위해서 책임을 져야 할 것인가를 판단할 권리가
있다.
(4)당신의 마음을 바꿀 권리가 있다.
(5)당신은 실수를 할 권리가 있으며 실수의 책임은 스스로 진다.
(6)당신은 "나는 모른다" 고 말할 권리가 있다.
(7)당신은 타인의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권리가 있다.
(8)당신은 당신의 의사결정과정에서 비논리적일 권리가 있다.
(9)당신은 "이해할 수 없다" , "나는 상관이 없다" 고 말할
권리가 있다.
2. 태도 및 포부수준의 조정
융통성이 있으면 적응을 잘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자신의
목표와 태도에 대한 포부수준을 조절함으로써 스트레스를 덜받기 때문에
적응이 잘될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그래서 갈등과 좌절에 직접적으로
대처하는 수단으로 가장 흔한 것이 '타협' 인지 모른다. 또한 건강한
성격이나 정서적 안정성은 좌절에 대한 내성과 욕구충족의 방해요인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크게 결정될 것이다. 즉 건강한 사람은 방해와
좌절을 비교적 잘 참아낸다. 그리고 원래의 포부수준을 다소 낮추거나 대치된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방도를 강구한다. 흔히 신경증 환자일수록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원래의 목표를 끝까지 고집하거나 당장의 좌절을 소화하지 못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좌절이 너무 적거나 없으면 동기수준이 낮아지고 무감동한
상태가 되기 쉽다. 따라서 적절한 수준의 좌절은 건강한 사람에게는 훌륭란
도전으로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3.철수
흔히 스트레스 장면을 해결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것은 그 장면에서
철수하거나 후퇴하는 것이다. 승급도 안되며 지방의 공장근무를 요구하는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직장을 구하는 경우나, 부모들로부터 하기 싫은
피아노 연습이나 야구 연습을 하도록 권유받은 어린이가 반나절 동안 공원에
가서 시간을 보내는 것 등이 그 예이다. 문제장면으로부터의 철수는 문제에의
직면을 거부하는 것 등이 그 예이다. 문제장면으로부터의 철수는 문제에의
직면을 거부하는 것과 같이 취급되기 쉽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주는 대상이
우리 자신보다 강하고, 우리 자신의 태도를 효과적으로 수정하기 힘들고 또
공격적인 행동도 비생산적일 경우에는 문제장면으로부터의 회피 행동인 철수가
하나의 적극적이고 현실적인 적응방법이 된다.
철수와 같은 회피행동의 큰 부작용은 원래의 문제장면과 유사한 모든 상황을
피하는 데까지 확립될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앞에서 말한 지방근무를
하기 싫은 사원이 그 직장에서 사직할 뿐만 아니라 다른 직장도 회피하는
식이다. 이런 경우의 철수행동은 비적응적인 회피이며 아무런 효과가 없다.
따라서 어떠한 형태의 철수 및 회피행동도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다. 즉
스트레스는 스스로의 부작용과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이러한 양면적인 현상은
다음에 언급될 모든 방어적 대치방법에도 있다.
11. 5. 2. 방어적 대처
방어적 대처는, 첫째로 무엇이 위협적인지 분명치 않은 애매한 상황에서
일어나고, 둘째로 자아개념(또는 자존심)을 위협하는 심리적 갈등이 있을 때
주로 일어난다는 것이 특징이다. 가령 한 여고생이 학급 동료들과 캠핑을 가고
싶으나 부모가 허락치 않는다고 하자. 이 여학생은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떠나면 죄책감을 느끼게 될 것을 알며, 가지 않으면 동료들을 실망시키고
자신의 독립적 존재의식에 먹칠을 하게 될 것도 짐작한다. 한편 마음의
한구석에는 부모가 반대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작년에 캠핑을
갔던 학생들 중 남학생과 밤늦게 시간을 보낸 여학생이 있다는 소문을 들은
이 여학생으로서는 그런 이성교제의 가능성을 두렵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방어에 들어가서 트랜지스터를 켜 놓고 모든 계획을 잊어버리려고
할 것이다.
이렇게 망각은 해결하기 힘든 복잡한 문제를 처리하는 데 사람들이 활용하는
한 대처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떨쳐버리고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거나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충동(예: 기혼자에 대한 성적
충동)을 억눌러 버림으로써, 사람들은 자존심과 대외적인 인상을 보호 또는
유지하려 한다. 그러나 문제장면을 단순히 외면할 수 없다. 이런 경우에는
사물에 대한 지각내용을 왜곡하거나 자신의 편리대로 문제를 해석하는 경향이
생긴다. 예컨대 빈번한 서로의 의견충돌로 파혼을 하게 된 여자가 남자쪽에서
파혼에 이르도록 몰아쳤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여자는
의도적으로 거짓말은 한다기보다 사실 그렇게 믿는다. 두 사람의 관계가 파경에
이른 것은 남자쪽의 책임으로 믿고 상대방에게 대해 분노의 감정을 가진다. 이
여자는 문제장면(여기서는 긴장스러운 약혼관계)으로부터 빠져나오기 위해
책임의 소재를 상대방 남자에게 미루는 셈이다. 이것을 투사라고 부른다. 투사도
망각과 같이 하나의 방어적 대처방법이다.
이러한 작용방법에서 발견되는 자기기만성(알지 못하는 사이에 자기의
속성 및 행동원인을 스스로 속이는 현상) 때문에, Freud는 방어적 대처행동이
전적으로 무의식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Freud는 특히 기억내용의 왜곡과
비합리적 감정 및 행동에 관심을 갖고, 이런 것들이 무의식적 충동에 대한
투쟁에서 나오는 증세들로 간주했다. 그리고 자기방어적 대처행동은 항상
무의식적 갈등에서 나타나고, 대부분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Freud는
믿었다.
그러나 모든 심리학자들이 그의 이러한 해석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흔히 우리의 기억에서 어떤 부분을 밀어내고 있다는 감정을 다른 대상에게
전이시키고 있음을 의식한다. 감정의 전이가 의식적이라는 사실은 예컨대
우리가 분노로 표시한 이유를 나중에 분명히 설명할 수 있다는 경험적 자료에서
입증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감정 및 행동원인이 전적으로 무의식
과정이라기보다 어느 정도로 자각되느냐에 초점을 맞추어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할지 모른다. 어떤 관점을 취하든 심리학자들은 '방어기제' 라는
몇가지 기초적인 방어적 대처방법의 내용에 관해서는 대체로 공통적인
의견이다. 방어기제는 자존심을 유지하고 불안을 회피하기 위해 자신에게
실제적인 욕망과 목표행동을 속이면서 좌절 및 갈등에 반응하는 양식이다.
다음에 주요 방어기제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1. 부정
부정은 고통스러운 환경이나 위협적인 정보를 거부하는 것으로 가장 흔한
방어기제 중의 하나이다. 부정의 방어기제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위협적인
정보를 의식적으로 거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현실화된 그 정보가 타당하지
않고 잘못된 내용이라고 간부하는 것이다. 대개 첫번째 정보 자체의 부정
다음에 두번째의 부정적 해석이 따르기 마련이다. 예컨대, 자녀가 학교에서
도둑질을 했다는 경찰의 연락에 접한 부모가 처음에는 "그럴리가 없어.
우리 아이는 그런 아이가 아니야" 하다가 다음에는 "뭔가 잘못이 있어.
담임선생님과 경찰이 오해를 했을 거야" 라는 식으로 부정함으로써 자신의
불안으로부터 도피하는 것이다. C. T. Wollf(1964)는 백혈병으로 죽어가는
자녀의 부모들을 대상으로 부정의 효과를 연구했다. 이 연구에서는 부모들과의
면접을 통해 어떤 부모들이 자녀의 치명적 병을 직면하고 있고 어떤 부모들이
그런 조건을 부정하고 있는가를 알아보았다. 보모들에 대한 신체검사 결과,
부정하는 부모들은 위산과다와 같은 생리적 증세가 없었다. 즉 현실적 위협을
부정하면 심리적 불안뿐만 아니라 신체적 고통도 줄일 수 있다는 증거를 보여준
것이다.
이러한 경우의 부정은 위협적인 상황으로부터 도피하여 일시적이나마 심리적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해결책이 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상황에서도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가령 시험을 앞두고 공부해야 할 학생이
영화관에서 하루종일 시간을 보낸다면 과목낙제를 할 것이고, 대마초 중독자가
단지 대마초의 효과를 실험해 보는 것이라고 고집해도 자기 자신을 기만하는
것일 뿐 스트레스로부터의 도피는 불가능하다.
2. 퇴행
퇴행은 생의 초기에 성공적으로 작용했던 생각이나 만족스러웠던 행동양식에
다시 의지함으로써 현 상황에서의 위협이나 불안을 해소시키는 방어기제이다.
어린이에게서 발견되는 전형적인 퇴행은 대소변을 잘 가리던 연령단계에서
동생이 태어난 후 부모들의 주의가 온통 그 쪽으로 쏠림으로써 자기의 욕구가
충족이 되지 않으니까 어린 동생처럼 방바닥에 소변을 보거나 심지어는
기어다니는 행동을 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성인들도 이와 같은 적응방법에 의존하는 경우가 있다. 노신사가 중학교
동창회에 가서 마치 옛날의 중학생처럼 행동하는 것은 즐거운 일시적 퇴행이고,
정신분열증 환자는 흔히 만성적인 퇴행 행동이 있다. 또한 심한 스트레스
상황인 유태인 강제수용소의 피해자들에게서도 많은 퇴행 행동이 여러 기록에서
발견된다. 강제수용소의 유태인 죄수들은 정상적인 성인행동이 불가능했다. 즉
감방 교도관 및 수용소 당국과의 논쟁이 허용되지 않았고 인도주의에 대한
호소는 묵살되기만 했다. 그런 모든 움직임은 오히려 유태인들의 생존조건을
더 악화시키기만 했기 때문에, 그저 어린애처럼 순종하거나 먹을 것을 위해
서로 다투는 식의 미숙한 행동양식으로 퇴행함으로써 위안과 나름대로의 안정을
구했던 것이다.
이렇게 퇴행하는 이유는 성인의 경우 무력감을 견뎌내지 못하기 때문이고,
부모에게 매일 의존해야 하는 어린이들로서는 더욱 완전히 의존하는 것이 더
편한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퇴행은 항상 부과된 의존성
때문에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언쟁에서 진 여자 대학생이 울음을 터뜨리는
것은 어렸을 때의 부모들이 그랬던 것처럼 주위의 사람들의 동정을 기대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즉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과거의 경험을 끌어들이는
격이다. 이런 반응양식은 비록 유치하고 부적절하게 보이지만 불안을 줄이고
마음의 상처를 달래는 데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3. 동일시
자기의 바람직하지 못한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귀속시키는 투사와는 반대로,
자신의 불안, 부족감을 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바람직한 점을 자기 것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동일시이다. 즉 동일시는 어떤 개인이 다른 사람 또는 어떤
집단과의 동질성을 느끼거나 정서적 유대감을 가짐으로써 자기만족을 찾는
방어기제이다. 예컨대, 아들의 출세를 보면서 부모는 자신의 성취되지 못한
직업적 야망을 간접적으로 달성된 것처럼 느끼는 경우이다. 즉 자식이 승진하면
자기도 성공한 것처럼 느끼는 식이다.
동일시는 성인의 행동보다 어린이에게서 더 많다. 즉 성장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어린이들은 소꿉놀이, 병정놀이 같은 놀이들에서
성인을 모방하며 성인의 도덕적 가치나 성역할을 배우게 된다. 예컨대 투쟁적인
행동이 남자 어린이보다는 여자 어린이들에게 더 나쁜 것으로 학습되는 것은
이러한 성인모방의 놀이에서 많이 이루어진다. 물론 동일시는 단순한 모방은
아니고 마음속에 심어진 행동가치의식의 성격을 띠는 것이다. 가령, 어린이는
부모가 수집해 놓은 도자기의 예술적 가치에 대해선 전혀 감각이 없어도
만지거나 친구들과 가지고 놀아서는 안된다는 것을 안다. 부모가 아끼는 물건은
조심해서 다루고 부모의 승인을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행동한다. 즉 동일시는
도덕적 가치의식이 형성되는 근원이 되기도 한다.
Freud는 어린이들이 부모와 동일시하는 한 가지 이유는 자기방어라고 믿었다.
즉, 어린이들은 동성 쪽 부모를 경쟁자로 생각하는 발전단계를 거친다. 그러다
보면 동성부모를 적대시하고 그 부모가 없었으면 하는 환상적 욕망을 갖게
되고, 또 이러한 환상에 대해 보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생긴다. 그
부모와의 동일시는 이 갈등을 해결하고 공포심을 제거해 주는 것이 된다.
또한 소꿉놀이와 병정놀이에 싫증이 나게 된 10대 청소년이면 성인과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이다. 그러나 사회는 그들이 아직 완전한 성인이
아님을 경고하며 특히 성교와 취업을 막는다. 이렇게 자신들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사회 및 부모들이 허용하는 것간의 괴리감을 해소하는 전형적인
방법이 바로 대중가요 가수, 운동선수나 정치가와의 동일시이다. 부모 자식간의
동일시는 물론 쌍방적이다. 부모가 자녀들을 모방하지 않고 자식들에게 야심을
갖지 않더라도, 자녀를 동일시하는 경우는 많다. 어머니가 딸의 용모와 인기를
자랑스럽게 여기거나 아버지가 아들의 취미활동(공작, 우표수집 등)을 같이
즐기는 것이 그 예이다. 이런 부모들은 자녀들과의 동일시를 통해서 자기들이
바라는 소망과 청춘을 되찾는 셈이다.
바꾸어 말하면, 부모는 꽤 젊은 척함으로써, 그리고 젊은이들은 꽤 늙은
척함으로써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소망을 간접적으로 성취하는 대처방안이
동일시라고 볼 수 있다.
동일시는 완전히 무력하게 느끼는 상황에 대처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학자들은 강제수용소의 유태인들이 독일군 간수들을 동일시한 사례들을 많이
지적하고 있다. 독일군에게 도저히 저항할 수 없게 된 유태인들은 오히려
그들을 학대하고 있는 간수들의 언어와 행동양식을 모방했고, 심지어
가치판단까지 흉내를 냈다고 한다. 즉 유태인들은 자기네들을 마음대로 다루는
독일군 간수들에게 마치 어린애처럼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독일 병정들도
유태인 앞에서는 권위적인 아버지처럼 군림했던 것이다.
예컨대 유태인은 화장실에 갈 때마다 허락을 받아야 했고, 허락을 받지
못하면 생리적 배설물로 옷을 더럽히는 수모까지 당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어린애와 같이 무력한 조건에 빠지면 격자와의 동일시라는 어린 시절의
행동으로 후퇴한다고 ttelheim(1960)은 해석한다. 즉 엄격하고 냉혹한 아버지와의
갈등 및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그 아버지를 오히려 숭배하는 소년처럼 당시의
유태인 피해자들은 그들의 적인 압제자들을 오히려 숭배행동을 보였다는 뜻이
된다.
4. 승화
Freud는 성적 공격적 충동이 사회적으로 용납되는 형태로 바뀌는 것이
승화이며, 승화는 성격발달의 기초라고 믿었다. 그러나 넓은 의미의 승화는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인 것이든 사회적으로 잘 용납되지 않는 충동 및 욕구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형태로 변형되어 적응에 도움을 주는 것이면 모두 승화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정신 분석적 관점에서는 회화 및 조각과 같은 여러 가지 예술 활동의
저변에는 기본적으로 성적 욕망에서 발생된 무의식적 동기가 있으며, 정육점
주인이나 외과의사로의 직업선택에는 공격적인 충동이 작용한다고 본다. 이렇게
바람직하지 못한 개인적 충동이 사회화된 변형 없이는 인류의 생활이 극히
원시적인 수준에 머루를 것이고 문명사회를 이룰 수 없다는 것이 Freud의
주장이었다. 이런 관점에서는 많은 경우에 승화가 필요하고 바람직한
대처행동이다. 개인적 욕망과 사회적 요구간의 갈등은 불가피한 것이다. 그래서,
인간이 자기의 충동을 해소하고 표현하기 위한 바람직한 방법을 찾을 때에만
반응의 평화를 찾을 수 있다.
5. 반동형성
자기가 느끼고 바라는 것과는 정반대로 감정을 표현하고 행동하는 것이
반동형성이다. 앞에서 말한 부정의 행동적 형태라고도 볼 수 있다. 투사나
부정적 행동이 과장해서 나타날 때에는 반동형성이라는 방어기제로 본다.
대체로 반동형성은 자기의 욕구나 감정이 너무나 받아들일 수 없고 무거운
죄의식이 쌓일 때 나타나는 반응양식이다. 예컨대 경쟁자를 지나치게 칭찬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성공을 질투하거나 적개심을 은폐하는 행동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전처의 자식을 후처가 지나치게 사랑하는 것이나, 성적 욕구가 강한
사람이 지나치게 성을 혐오하는 것도 반동형성의 예들이다. 이 방어기제는 흔히
무의식적이기 때문에 외견상의 언동은 기대 밖이거나 때로는 우스꽝스럽기까지
하지만, 당사자는 정직하게 행동했다고 믿으며 내면적 충동을 지적해 주어도 잘
수긍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가령 자식에 대한 역할에 대해 모호하게 느끼는
어머니가 자신이 좋은 어머니임을 스스로 중명하기 위해 자식을 위해
헌신적으로 시간과 노력을 소비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의 반동형성은 자기의
동기가 순수함을 스스로 확인하기 위한 수단이 된 셈이다.
6. 주지화
이 방어기제는 부정의 교묘한 형태이다. 골치아픈 문제로부터 벗어나거나
위협적인 감정에서 자기를 떼놓기 위해, 우리는 가끔 문제장면이나 위협조건에
관한 지적인 토론 및 분석을 하는 수가 있다. 즉 스트레스를 부정하는
고등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지능이 높거나 교육정도가 높은 사람에게서
발견되는 방어기제이다.
주지화의 예는 감정적인 혼란상태를 그대로 인정하기보다는 시간을 소모해
가며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분석하는 데서 볼 수 있다. 겉으로는
당면문제를 처리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혼란감정에서 자신을 떼놓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주지화하는 사람은 가령 "당신의 처사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어요. 원칙적으로는 내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일 테니까요. 그러나 당신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자기모순에 빠져있는 것 같아요 " 식으로
장황하게 이야기하면서 자기의 솔직한 감정에서 유리되려고 한다.
주지화는 부정과 같은 다른 방어기제들처럼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되지
않지만, 당장의 위협적인 감정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다.
중상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의 냉정한 태도나 죽음의 길이 될지도 모르는 위험한
여행을 하면서 태연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주지화의 방어기제가 작용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7. 환치
환치는 만족되지 않은 충동에너지를 다른 대상으로 돌림으로써 긴장을
완화시키는 방어기제이다. 예컨대 자식을 갖고 싶으나 갖지 못하는 어른이
이웃집 어린이를 끔찍이 사랑하거나 고양이 또는 강아지 같은 애완동물에
집착하는 경우이다. 애완동물을 키우고 이웃집 아이를 귀여워한다고 해서
자식에 대한 간절한 소망이 충족되는 것은 아니나 그런대로 좌절감과 고독감을
해소할 수는 있다.
환치는 우리 자신을 직접 방어할 수 없는 경우에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 즉,
하루 종일 직장 상사에게 굽신거리며 기를 펴지 못하던 남편이 집에 돌아와서
아내와 자녀에게 고함을 치거나 신경질을 부리는 것이다. 바로 "동대문에서
뺨맞고 서대문에서 화내기" 이다.
8. 투사
자기 자신의 동기나 불편한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돌림으로써 불안 및
죄의식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방어기제이다.
투사에는 문제의 소재를 가상적인 원인으로 돌리거나, 개인의 성격적
결함으로 돌리거나, 다른 사람의 책임으로 돌리는 등 세 가지 유형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세 가지 중 첫번째와 두번째는 별로 해로운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으나, 세번째 유형의 투사는 비정상적인 현실왜곡이나 관계망상 등을
포함하는 경우가 가끔 생긴다. "일이 이렇게 된 것은 다 당신 때문"
이라는 식의 책임회피나 지나친 비판 및 편견 등은 다 투사의 예라고 볼 수
있다. Dana Bramel(1962)은 동성애 위협에 노출된 남자 피험자들에 대한
연구서에서 투사가 어떻게 나타나는가를 보였다. 피험자들은 두 사람씩 짝을
지어 앉아서 몇 개의 그림을 슬라이드로 보는동안 동성애의 흥분도를 측정하는
기계장치가 있는 것으로 믿도록 했다. 실제로는 이 기계장치가
거짓장치였으나,피험자들의 일부는 자기네들의 동성애적 경향이 측정되었을
것으로 믿었다. 이들은 동성얘적 감정이 짝지어졌던 동료들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말한 반면,비교집단의 다른 피험자들은 그런 반응이 없었다. Bramel은
기계장치에 기록됐을 것으로 믿은 증거를 부인할 수 없기 때문에, 동성애자라는
스스로 받아들일 수 없는 자기 이미지를 동료에게 투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9. 억압
망각의 한 형태인 억압은 아마도 고통스러운 감정과 경험에 대한 의식을
봉쇄하는 가장 흔한 방어기제일 것이다. 수치스러운 생각, 죄의식을 일으키는
생각, 고통스러운 기억 등을 의식수준 아래로 밀어내는 반응이고 대체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어난다고 본다.
억압의 극단적인 형태는 과거의 일부를 완전히 잊어버리는 기억상실증일
것이다. 전투상황에서 졸도한 군인이 졸도 직전까지의 경험을 전혀 기억해 내지
못하는 것이 그 예이다. 또한 동창회에서 들은 불쾌한 이야기의 일부를 회상해
내지 못하거나, 삻은 사람과의 약속 날짜를 잊어버리는 일은 억압의 일반적인
현상이다.
심리학자들은 억압을 의식적인 가치관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충동에 대항하는
투쟁의 신호로 해석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서 억압이 있다는 것은 자아를 적절히 방어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오랫동안 불쾌하고 긴장스러운 경험소재를 억압하면 정서적인 에너지를
과잉소비하게 되어 의기소침 등의 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 한편, 적절한 억압은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거나 죄의식을 느끼게 하는 충동의 직접적 표현을
막음으로써 원만한 사회관계를 유지하는 길이 된다.
10. 합리화
합리화는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감정 및 행동에 대해 용납되는 이유를
붙여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함으로써 사회적 비판이나 죄의식을 피하는
방어기제이다. 먹고 싶으나 먹을 수 없는 포도를 "쉰포도이기 때문에
안먹곘다" 고 말하는 것이나, 실력이 부족한 학생이 "출제의 방향이나
문제의 촛점을 맞추지 못해 점수가 나쁘게 나왔다" 고 변명하는 것들이
다 합리화의 예들이다.
이렇게 합리화는 자기의 대외적 인상과 자존심을 보존 또는 항상 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방어수단이다. 앞에서 말한 수험생이 자신의 실력 부족과
노력의 부족을 인정한다는 것은 스스로의 자존심에 먹칠을 하기 때문에
자존심을 유지하기 위해 그럴 듯한 이유를 들어 결과를 설명한 것이다.
합리화를 사용하는 사람은 흔히 자신의 그런 동기를 전혀 의식하지 못하며
사실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것도 의식하지 못한다. 따라서 이런 경우의 합리화는
거짓말과는 다른, 이해될 수 있는 하나의 자기보호책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11. 방어기제의 종합
이상에서 설명한 방어기제들은 모두 스트레스 및 불안의 위협으로부터
자기(또는 자아)를 보호하는 수단이라는 점과 모두가 의도적이 아닌 무의식적인
과정이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그러나 이들 보호수단의 작용 측면에 따라
편의상 기만형, 대체형 및 도피형의 방어기제로 구분하여 생각할 수도 있다.
기만형의 기제에는 억압, 합리화, 투사, 주지화 등이 포함되며, 이들은 자신에
대한 위협을 느끼지 않기 위해 자기의 감정과 태도를 면형시키는 것이다. 즉
자기의 실제 감정을 왜곡시키거나 변형한다는 점에서 '기만형 기제' 라고
불릴 수 있다. 애체형의 기제에는 승화, 반동형성 및 환치가 포함되는데, 이들은
장애물 등으로 인해 당초의 욕구의 충족이 불가능할 때 접근 가능한 다른
대상에서 욕구를 간접적으로 충족하는 것들이다. 이 대체형 기제들은
적응면에서는 기만형 기제들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다.
자기의 갈등이나 문제 장면을 단순히 은폐시키지 않고 능동적인 접근을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위협적인 사태를 바로 지각하고 정서장애에 빠지지
않도록 목표 및 활동방향의 변화를 기한다는 점에서 보다 현실적응적이라고
하겠다. 도피형의 기제에는 부정, 퇴행 및 동일시 등이 포함되는데, 이들은
위협적인 사태로부터 자기를 도피시킴으로써 심리적 안정을 찾는 적응기술이다.
앞에서 설명한 세 가지 이외에도 현실적 좌절을 상상 속에서 만족하려는 공상,
스트레스 장면으로부터의 물리적 분리를 가능하게 하는 방랑, 그리고 신체적
증상이 유발됨으로써 불안 장면으로부터 도피할 수 있는 운동성 히스테리 등도
이 범주에 속한다고 하겠다.
요컨대, 모든 사람들이 실제 상황에서의 문제와 갈등에 대처하기 위해
방어기제를 사용한다. 그러므로 방어적 대처행동은 결코 불안정하고 미숙한
상태를 나타내는 증거로 볼 수는 없다. 오히려 방어적 행동은 실제로부터의
좌절감을 완화하고, 불안을 감소하고, 정서적 상처를 달래며 또 자존심을
유지하는데 기본적 수단이 된다. 예컨대 승화와 동일시는 인격의 성장발달에
기본이 되는 것으로 정신분석학자들은 믿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방어기제에
너무 의존하거나 신축성이 없어지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문제를 더 크게
만드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신경증은 바로 지나친
방어기제 때문에 일상생활의 정신기능이 장애를 받고 있는 경우라고 하겠다.
따라서 적절한 수준의 방어기제는 적응수단으로서 효과적인 방법이 되며
성장발달에도 도움이 되지만 지나치게 방어기제에 매달리는 것은 비적응적이며
때로는 파괴적일 수도 있다.
11. 5. 3. 적응의 실패
이 부분에서는 스트레스에 대한 한 개인의 대처가 모두 실패했을 경우 어떠한
일들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 살펴보겠다. 스트레스의 근원이 어디에 있든지간에
스트레스가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은 몬트리올 대학의 생물학자인
한스 셀예에 의해 극적으로 입증되었다. 그는 동물에게 독약을 죽지 않을
정도로 주사하는 등 신체적으로 괴로운 스트레스 자극을 가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사람의 경우에 만성 불안이나 기타의 정서적 긴장같이 내적 외적 압력을
받아서 야기된 것과 아주 흡사했다.
동물들에게서 발견된 일반 적응증후군이 사람들에게도 발견된다는 것을
시사하는 정신신체질환이라는 신체적 질환에 걸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여기에서 정신신체질환이란 정신적, 정서적 원인이 개입하여 발병한 신체적
질환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신체적 질병 이외에도 스트레스는 우리에게
많은 심리적 효과를 안겨다 준다. 이를 보통 기능적 장애라고 일컫는데,
여기서는 신경증, 우울, 불안 장애, 정신병 등이 포함된다. 이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제12장에서 이루어지므로 여기에서는 생략하겠다. 다음에서 성공적인
적응 및 성장이 무엇인가를 다루는 순서가 되겠다.
11. 5. 4. 잘 적응된 인간
어떤 것이 성공적인 것인가에 대해서는 심리학자들간의 다양한 의견들이
있다. 어떤 학자는 사회적 규범에 따라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토대로
적응상태를 판단한다. 사람마다 이기적인 소망과 적개심이 있고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기도 하지만, 그러한 충동과 꿈을 사회가 허용하고 환경여건상 가능한
쪽으로 제한하거나 목표를 수정하면서 살아간다면 "잘 적응된 경우" 라고
보는 것이다. 예컨대 가난한 집안의 장남이 원하던 대학원 진학을 포기하고
직장을 다니면서 동생들의 학비를 조달해 주고 몇 년 후 결혼하여 부모를
안심시켜 주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고 하겠다.
그러나 현실여건에의 순응적 적응을 거부하는 것이 가끔은 건강한 성격의
증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Barron(1963) 같은 심리학자는 잘 적응된 사람은
생활의 문제와 모호성을 오히려 '즐겨 부딪치며' 단순한 순응 등으로
회피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즉 생활과정에서의 도전을 받아들이고 고통 및
혼란을 직접 경험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일시적인 후퇴는 문제를
피하지 않고 문제를 직시한 후 현실적으로 가능한 모든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Barron은 신축성, 자발성, 창의성이 건강한 적응의 지표로 보았다.
이런 견해는 지나친 통제는 불안을 유발한다는 정신분석이론에 주로 근거를
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정신분석에는 반사회적 충동은 마음 속에서
밀어낸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으며, 특히 엄격한 가치관과 사회적 요구에 단순히
맞추어 살아가려는 사람의 경우에는 정서를 표현하지 못함으로써 긴장, 불안
등을 경험한다고 본다. 그래서 가령 예술가가 되고 싶었으나 주위의 압력에 할
수 없이 사업가가 된 사람이 몇 년 후에 심장병을 앓는 수도 있는 것이다.
한편 잘 적응된 사람은 자기통제와 자발성, 순응과 비순응간의 균형을 맞출
줄 아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의 감정을 억제하지 않고
해방시킬 줄 알며 충동적인 행동이 비생산적이고 해로울 때는 그 충동을 억제할
줄도 아는 사람이다. 사회적 요구에 따라 자신의 태도와 감정을 수정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보다 사회적 조건을 변화시키는 노력도 해야 할
것이다. 또 자기의 욕구, 능력 및 생활장면에 대한 현실적인 평가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내면적 욕구와 적절히 조화가 되는 사회적 역할을 선택한다. 그리고
자기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에 지나친 불안이 없이 갈등과 위협적 상황에
직면할 수 있는 것이다.
적응상태를 평가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기준을 생각할 수 있다.
(1)현재의 행동이 정말 스트레스에 대치하고 있는가? - 만약, 알콜, 그리고
소설, 영화, TV 등을 통한 공상 등은 불안과 긴장에서 멀어질 수 있게는 하지만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안된다. 따라서 이러한 도피적 행동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진정한 적응상태가 아닐 것이다.
(2)현재의 행동이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인가? - 자기 자신의 욕구를
고려하지 않은 채 외부압력을 해소하는 데 급급한 상태는 건전한 적응이 아닐
것이다. 가령 직장 상사나 배우자를 위해 자기의 인생목표를 수정한다면
인간관계에서의 긴장은 해소될지 모르나 두고두고 좌절감과 실망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렇게 내면적인 갈등을 초래하는 스트레스 해소책은 흔히 효과적인
적응방법이 못된다.
(3)현재의 행동이 환경조건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가? - 남에게 상처와 손해를
끼치면서 출세하려는 사람은 비록 지위의 향상으로 자신의 욕구충족은 되었지만
주위사람들로부터 소외되어 고독해지거나 죄의식을 느끼게 될 것이다. 또는
자기가 했던 것처럼 남들도 자기를 밀어 제칠 것이라는 불안과 공포심에
사로잡힐지도 모른다. 따라서 효과적이고 건전한 적응은 자기의 욕구와 타인의
복지를 함께 고려하는 것이다.
11. 5. 5. 자기실현적 인간
마지막으로 Maslow(1950)의 자기실현적 성격의 특성을 소개하기로 한다. 그에
의하면 잘 적응된 사람은 자기를 '실현' 하는 사람들이다. 타인들의
평가보다는 자신의 충족과 성장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Maslow가 유명인과 우수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자기실현적 인간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15개의 특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1)현실에 대한 정확한 지각: 현실적으로 타인과 사건을 판단하며, 불확실성을
더 잘 수용한다.
(2)자기의 타인을 수용: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자기 자신에 대해서
죄의식을 갖거나 방어적이 아니다.
(3)자발성: 행동에는 다소 관습적이나 사고방식에 있어서는 자발성이 많다.
(4)문제중심성: 자기 자신의 이익보다 문제해결에 더 관심이 있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행동 목표들을 가지고 있다.
(5)초연함: 개인적 시간을 필요로 하고 혼자 있는 것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6)자율성: 환경조건에 지배되지 않고 독자적 행동을 할 수 있다.
(7)신선한 감각: 바록 반복되는 경험이라도 새롭게 느끼고 의미를 감상할 수
있다.
(8)신비적 경험 또는 절정경험: 우주자연과의 일체감, 자기를 잊을 수 있는
신비감 등을 경헙한다.
(9)인류사회적 관심: 인류에 대한 공동체의식을 갖는다. 독일어의
일반사회의식과 비슷한 의미인 것 같다.
(10)친숙한 대인관계: 많은 사람과 사귀기보다 선택된 소수의 사람들과 깊고
친숙한 관계를 맺는다.
(11)민주적 성격구조: 사람을 판단하는 데 성, 인종, 출생, 배경, 종교 등과 같은
것에 비교적 영향을 받지 않는다.
(12)결과와 수단의 구별: 최종목표에 급급하기보다 활동자체를 즐기며, 수단과
결과간의 차이를 분별한다.
(13)유머감각: 적대적인 농담보다는 철학적이며 비공격적인 유머가 있다.
(14)창의성: 대채로 새로운 생각과 방안을 이끌어 내는 창의성이 있다.
(15)기성문화의 압력에 대한 저항: 기성문화에 대해 항상 반항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대체로 그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적이다.
Maslow는 자기실현적 인간이 완전하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자기실현적인
사람에게서 발견될 수 있는 단점으로서 타인에게 신경을 쓰지 않거나 모든
사람들의 기대와 행동을 반드시 따르지 않는 측변을 들 수 있다. 또한 독자가
위의 15개의 특성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자기실현적' 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 다만 자기실현적 상태에 접근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이 정확할 것 같다.
(요약)
적응은 인간이 신체적 사회적 환경에 대처하고, 자신의 욕구 및 동기와
환경적 요구 및 제약 사이에 균형을 이룬 상태를 말한다. 스트레스는 자기의
욕망과 환경조건 때문에 느끼는 긴장상태를 말하며, 이 스트레스에 대한 적절한
대처 여하에 따라 적응의 정도가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스트레스의 내용 및 유형을 결정하는 요인으로서, 외면적, 내면적 압력, 불안,
좌절, 갈등 등이 있다. 그중에서 불안은 무엇인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과 이유를 모르는 불편감을 특징으로 하는 긴장상태이다. 갈등은
인간이 적응해야 할 가장 보편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으며, 서로 양립하기
어려운 목표, 욕망 및 기회들에 부딪칠 때 생기는 불안정 상태이다.
갈등의 유형에는 접근 - 접근 갈등, 회피 - 회피 갈등, 접근 - 회피 갈등이
있다. 이중에서 접근 - 회피 갈등은 같은 목표 및 대상에 대해서 동시에 매력과
혐오감을 느끼는 경우로서 스트레스 해소가 가장 어려운 갈등이다.
적응방법으로서의 스트레스 대처양식에는 일반적으로 직접적인 대처양식과
방어적 대처양식이 있다. 직접적 대처양식은 긴장된 상황을 바꾸기 위해 행동을
취하는 것으로서, 공격, 후퇴, 타협적 행동 등이 포함된다. 방어적 대처양식은
해결하기 힘들다고 생각되는 상황에서의 자기를 보호하기 위한 심리적
반응양식으로서, 흔히 방어기제라는 정신분석적 개념의 명칭으로 통용되고 있다.
대개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방어기제에는 억압, 주지화, 반동형성, 환치,
승화, 투사, 동일시 및 퇴행 등이 있다. 그중에서 억압은 고통스러운 상황을
밀어내는 일종의 망각이고, 투사는 자기의 욕망과 감정상태가 자기 아닌 다른
사람에게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심리상태이며 이 두 방어기제가 일상생활에서
가장 흔히 발견되는 것들이다.
건전한 적응의 기준 또는 결정요인에 관해서는 관점에 따라 다르게 표현될 수
있다. 사회적 규범에 따르면서 욕망을 자제하고 사회가 허용하는 방향으로
생활목표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고, 자발성 및 창조성을 발휘하면서
생활과정의 어려움 및 불확실성에 직면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또한
긴장과 스트레스가 없는 상태가 적응이라고 말해 버릴 수도 있다. 요컨대
건전하게 적응하는 사람은 동조와 비동조, 자기통제와 자발성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사람이라고 하면 대체로 틀림이 없을 것 같다.
연습문제
1. 스트레스의 유형 및 요인을 열거하고 그 내용을 약술하라.
2. 방어기제의 유형과 내용을 약술하고 각각의 실례를 들어보라.
3. 적응상태와 비적응상태를 구별하는 기준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4. 직장 및 대학생활에서의 스트레스를 구체적으로 조사해 보고, 그
대처방식을 생각해 보라.
5. 이 장에서 나온 다음 심리학 용어의 의미를 정리해 두라.
(1) 접근 - 회피갈등, (2) 퇴행, (3) 주지화, (4) 학습된 무력감, (5) 건전한 적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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