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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 3/심리학개론

발달과정

by FraisGout 2020. 7. 17.

    개관

  어른과 아이의 심리과정은 기본적으로 같을까? 다를까? 만일 같다면 어떤
심리과정이 같고, 다르다면 어떤 과정이 어떻게 다르며, 왜 다를까?
  이러한 물음들은 인간이 연령에 따라 뭔가 달라지는 존재인 이상, 심리학에서 빼놓

수 없는 기본적인 물음이 된다.
  그러므로, 이 장에서는 생애 전반에 걸쳐서 일어나는 발달적 변화들을 신체 및
운동기능, 감각 및 지각, 정서 및 성격, 사회성 및 도덕성 등의 영역으로 나누어 각
영역별로 주요 문제들을 추려서 고찰하기로 한다.
  그러나 이에 앞서, 발달연구는 왜 하는가? 인간의 발달과정을 규정하는 요인은
도대체 무엇인가? 발달연구는 어떤 방법으로 연구할 수 있는가? 밝혀진 여러 가지
변화 양상들은 어떠한 이론으로서 설명될 수 있는가? 하는 등의 발달연구의
기본문제들을 잠시 고찰하고 넘어가기로 한다.

    10. 1. 발달연구의 기본 문제들

  이 장에서는 인간의 발달과정을 알아보려고 하지만,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우리가
발달연구를 할 때 기본적으로 알아 두어야 할 여러가지 문제들에 관해서 약간
언급하고 넘어가기로 한다.

    10. 1. 1. 발달연구의 필요와 목적

  인간행동에 대한 이해를 목적으로 하는 심리학에서 왜 연령적 변화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까? 그 이유는 대략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될 수 있을 것 같다. 그 하나는
실존적인 근거에서 비롯되고, 또 하나는 이론적인 측면에 근거하고 있으며, 또 다른
하나는 실제적인 필요에서 출발되고 있다.
  첫번째로 들 수 있는 실존적인 이유는, 인간이란 수태되는 순간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계속 변화해 가는 존재라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사람의 일생을 살펴보면,
나이가 들어 감에 따라 많은 변화가 일어남을 알 수 있다. 즉 신체의 크기가 달라짐은
물론, 인지능력도 점점 발달해 간다. 뿐만 아니라 행동방식도 달라지고 관심사와
기호도 변해 간다. 또한 사고방식과 가치관도 달라져 간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유발하는 생리적, 심리적 구조와 기능도 연령증가에 따라 변화해 간다. 만일 심리학의
연구가 어느 특정한 연령단계에 국한된다면, 연령적으로 변화해 가는 인간 유기체의
참모습을 이해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러므로 현대심리학에서는 생애 전반에
걸쳐서 일어나는 모든 심리적 변화의 양상과 그 변화과정 및 기저기제(underlying
mechanism)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발달연구의 필요성에 대한 두번쩨 이유는, 이론적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미
앞의 여러 장에서 보아 온 것과 같이, 인간의 여러가지 심리현상을 설명하는 데에는
다양한 이론과 가설이 있다. 그리고 이들 이론과 가설은 때때로 상반되기도 한다.
그래서, 제안된 이론이나 혹은 가설의 타당성을 입증하기 위해서 혹은 연구자들이
연구를 거듭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 어느 특정한 연령단계에서 연구, 검증된 이론이

가설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만일 다른 연령단계에서 지지되지 않으면 그 이론이나
가설은 모든 연령단계에 통용될 수 있는 타당한 것으로 일반화될 수는 없다.
  예컨대 지각발달을 연구한 Shepp(1978)의 설명에 따르면, 아동이 사물을 지각할 때
나이 어린 아동은 사물에 내포된 여러 차원(예를 들면 색의 명도와 채도 등)을
분리해서 지각하지 못하고 통합적으로 지각하는 데 반해 나이 많은 아동은 사물의
여러 차원을 분리적으로 지각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차원구조
분리가설(separability hypothesis)을 주장했다. 그러나 그 다음 연구자들(Chapmann,
1981;김혜리, 1984)에 의하면, 나이가 더 많은 아동은 사물의 차원을 언제나
분리적으로만 지각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때로는 통합적으로 때로는
분리적으로 지각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이와 같이 연구대상의 연령이 다르면 어떤
특정 가설(예를 들면 상술한 차원분리가설)이 모든 연령에 일관되게 통용될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
  또 다른 예에서도 이와 같은 사실이 발견된다. 즉, 조긍호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1984, 1985)에서 사람이 타인에 대한 인상을 형성할 때 타인에 대한 평가 차원이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이원모형을 제안했다. 그런데 중, 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한
후속 연구(1986)에서 보면 나이 많은 고등학생의 경우는 이원모형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으나, 나이 적은 중학생에게는 그대로 통용될 수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즉 중학생

타인의 평가적 특성을 지적 특성과 정적 특성으로 분리할 수는 있었지만, 이들 각각의
특성이 의존 상황과 인상판단 차원에 따라 서로 다른 평가적 인상을 형성하는 관련
준거특성으로 작용하지 못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것은 곧 대인 평가차원이 나이에
따라 분화되어 감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 연구도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얻어진
결과를 토대로 제안된 모형이 다른 연령에서는 그대로 통용될 수 없음을 보여주면서
제안된 모형의 수정, 보완이 이루어짐을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최근의 발달심리학의 연구추세를 보면, 발달연구의 필요성은 인간본성의 규명과도
관련됨을 알 수 있다. 근래에 와서 발달심리학자들의 관심은 인간의 특성이나 능력
중에 무엇이 발달하며 무엇이 발달하지 않는가 하는 물음에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발달심리학자들은 인간에 있어서 연령에 따라서 발달하는 것과
발달하지 않는 것을 먼저 찾아내고, 만일 발달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 원인이
무엇이며, 발달하는 것은 또 어떠한 요인의 작용인가를 밝혀 내려고 노력한다.
  최근 발달심리학에서는 영아연구(infant study)가 부쩍 늘고 있다. 이와 같이 영아

대한 관심이 고조된 것은 영아 자체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특성과 능력 중에서 생래적인 것과 학습된 것을 가려내고자 하는 노력인 것이다.
발달연구에서 생득론과 경험론의 논쟁은 얼핏 보기에 오래된 진부한 문제인 것 같으
나,
점점 더 정교화된 연구 방법에 대해서 밝혀진 결과들은 종전의 상식을 뒤엎는 경우를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면 Bomba와 Ciqueland의 연구는 생후 3내지 4개월 된 영아도
동그라미와 세모 같은 대상의 분류를 가능케 하는 범주적 개념을 가지고 있음을 밝혀
냈다. 이 연구결과는 매우 놀라운 보고이다. 왜냐하면 종래의 발달연구에서는 범주적
개념의 형성은 추상능력과 같은 고도로 발달된 인지능력을 요하므로 아동기 이전에는
불가능하다고 주장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최근의 다른 많은 연구들이 여태까지 무능한 존재로만 여겨져 왔던
영아들이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만큼 유능한 존재(competent being)임을 알려 주고
있다. 그러한 연구의 하나인 DeCasper와 Fefer(1980)에 의하면, 생후 3일밖에 안된
영아도 엄마의 소리를 알아듣고서 고무젖꼭지를 더 세차게 빠는 반응을 보인다고 한
다.
이는 영아가 출생 후 곧 엄마의 목소리와 다른 소리를 식별할 수 있고, 그것에 대해
차이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능력, 즉, 학습능력이 생후 3일 만에도 획득된다는 놀라운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발견들은 연구방법이 발전되면서 가능해졌다. 앞으로 점점 정교화된
방법으로 영아의 미지의 능력들을 규명해간다면, 과거에는 알 수 없었거나 혹은 잘못
알고 있었던 인간의 본유적인 특성들을 밝혀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이것은 바

발달연구를 통해서만 가능해질 것으로 보여진다.
  발달연구가 요구되는 세번째 이유는 그 실용성에 있다. 발달연구의 역사를 살펴보
면,
인간의 발달과정에 관한 관심과 연구가 시작된 것은 학문적 관심에서보다 오히려
실용적인 필요성에서 출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어린이의 양육과 교육의 문제는 어느 종족,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인간의 지대한
관심사가 되어 왔다. 왜냐하면 어린이를 잘 양육하고 바람직하게 교육하기 위해서는
먼저 어린이가 어떤 특성을 가진 존재인가를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달연구자들은 우선 아이들이 어느 연령이 되면 어떤 행동을 하는가를
알고자 했다. 그러기 위해서 그들은 아이들의 행동들을 관찰하고 조사하여 각
연령단계별 행동특징들을 기술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것들을 토대로 행동 특성별
연령규준도 작성했다. 이러한 연령기준은 어떤 아이의 발달수준이 정상인가 혹은
뒤떨어졌는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런데 발달연구자들의 관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어째서 그 연령단계에서는 그러한 행동들이 나타나는가, 그 원인은 어디

있으며 그 기본기제는 무엇인가를 설명하고자했다. 이러한 노력들은 궁극적으로
아이들의 발달과정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데에 목적이
있었던 것이다.

    10. 1. 2. 발달의 정의와 연구대상

  우리가 '발달과정' 이라든가 '발달연구' 라는 말을 할 때, 이 '발달' 이란
용어는 어떤 의미로 사용되는 개념일까?
  쉽게 말하자면, 연령증가에 따라 전생애에 걸쳐서 일어나는 모든 신체적, 심리적
변화들을 총칭해서 발달이라고 한다. 우리가 발달이란 용어를 이와 같이 파악한다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발달의 의미와는 다소의 차이가 있다. 즉, 용어의 일상적인
사용에 따른다면 발달이란 어떠한 사물이나 상황이 점차 낮은 수준으로 부터 보다
높은 수준으로 진전되어 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발달심리학에서 말하는 발달의
개념은 사전적 의미와는 달리 두 방향성의 변화를 모두 포괄하고 있다. 좀더 자세히
말하면, 생애의 전반(즉, 수태에서 청년기까지)은 신체적, 심리적 구조와 기능이 모두
낮은 수준에서 보다 높은 수준을 이행해 가는 상승적 변화를 나타내는데,
후반(성인기에서 노년기)은 점차 기능이 쇠퇴해 가는 하강적 변화를 나타낸다.
  그래서 심리학을 처음 대하는 사람들은 발달이란 용어의 사전적 의미와 전문적
의미간의 차이에서 혼란을 느끼는 것 같다. 이런 혼란을 막기 위해, 일부 학자들은
용어 대신에 단순히 '변화' 라는 용어를 쓰기도 하고 또는 '발달적 변화' 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발달이란 용어의 사용에서 왜 이와 같은 혼란이 생겼는가를 생각해 보면, 그 이유는
발달심리학이 발전되어 온 역사에서 이해가 되어진다. 즉, 과거의 발달심리학은 주로
아동기와 청년기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용어
사용의 혼돈이 생길 까닭이 없었다. 그러던 것이 사람의 수명이 연장되면서 점차
발달심리학의 대상 연령도 그 범위가 확대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현대에
이르러서는 수태에서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전 생애에 걸친 신체적, 심리적 변화 모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중년 이후에 나타나는 하강적 변화도 발달심리학의 흥미있는 연구 영역으

포함되었다. 그러나 하강적 변화도 기본적으로 연령에 따른 변화인만큼 굳이 새로운
용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연구 대상의 범위 속에 들어올 수 있엇던 것이다.
최근 연구들에 의하면, 모든 특성들의 발달이 청년기까지는 상승곡선을 그리고 그
후는 하강곡선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즉, 생애의
전반기에서도 하강곡선을 그리는 발달특성이 있고 후반부에서도 상승곡선을 그리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을 감안한다면, 전 생애를 통해서 나타나는 모든
변화들을 기술하는데에 발달이란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타당하다.
  따라서 이 장에서도 좁은 의미의 상식적인 발달 개념이 아니라 넓은 의미의
발달심리학 개념으로 파악하고자 한다. 그래서 '발달이란 사람이 환경과의
접촉과정에서 연령증가와 더불어 나타나는 다양한 신체적, 심리적 변화로서, 이
변화들이 유기체의 발달수준에 상응하게 통정되어 나가는 과정' 이라 정의한다.
  이와 같은 의미의 인간발달 과정을 연구하는 분야가 곧 발달심리학이다. 좀더 자세

말한다면, 현대 발달심리학의 관심사는 발달적 변화의 형태에만 았는 것이 아니라 여

가지 신체적, 심리적 변화들이 왜(어떤 원인으로 인해서),
어떻게(어떤 과정을 통해서)일어나며, 그러한 변화들은 후속발달에 또한 어떠한 영향

미치는가를 밝혀 나가는 데에 있다.

    10. 1. 3. 발달연구의 접근방법

  그러면,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물음들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발달심리학에서

어떤 연구방법 및 접근방식들이 사용되고 있는가?
  발달심리학의 기본적인 연구방법들(methods)은 심리학의 다른 분야들에서 사용하고
있는 연구방법들(예컨대, 관찰법, 실험법, 상관법, 실태조사, 사례연구법, 임상법 등)

원칙적으로 다를 바가 없다(제1장 참조). 그러나 발달연구자들의 주된 관심사는
연령효과(age effect)를 밝히는 데에 있으므로, 연구의 접근방법(approach)에 있어서

타분야와 다른 점이 있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발달연구의 접근방법으로서, 종단적 접근과 횡단적 접근, 그리고
출생 연대별 접근에 관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1. 종단적 접근

  종단적 접근(longitudinal approach)이란 동일한 개인(또는 집단)을 장기간에 걸쳐

계속 추적하여 연구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 접근방식은 개인(또는 집단)이 연령과
더불어 연속적으로 발달해가는 양상 즉, 연령변화(age change)를 밝히고자 할 때
사용된다. 다시 말하면 이 접근방식은 발달의 연속성을 살필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식을 사용할 때는 같은 피험자가 반복해서 실험(또는 조사)을 받게
되므로 훈련효과(training effect)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흠이다. 그리고 여기서
얻어진 결과는 각각 다른 시기에 얻어진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과연 연령증가로
인해서 나타난 효과인지 혹은 조사시기의 효과인지를 가려내기 힘들다. 즉 종단적
접근에서 얻어진 자료에는 연령효과와 조사시기효과가 혼합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연구가 장기간 계속되는 동안 여러 가지 서유로 해서 피험자가 탈락하는 경우가
생기므로 피험자 확보가 어려운 점이 또한 단점이다.

    2. 횡단적 접근

  횡단적 접근(cross-sectional approach)은 연령이 다른 여러 개인(또는 집단)을 어

시점에서 동시에 실험하거나 조사하는 방식이다. 이 접근방식은 연령이 다른 개인(또

집단)간에 나타나는 발달적인 차이를 단시일내에 한꺼번에 비교하려고 할 때, 즉
연령차이(age difference)에 관심이 있을 때 사용된다. 앞에서 설명한 종단적
접근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대부분의 발달연구가 횡단적 접근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이 접근방식은 종단적 접근의 단점을 극복한 것이 장점이라 할 수 있으나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첫째 이유는 이 접근방식으로 얻어진 자료로서 그려진 발달곡선은 마치
한 개인이나 집단이 연령증가에 따라서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지만, 실은 연령이 다른 상이한 개인을 대상으로 해서 얻어진 자료이기
때문에 불연속적인 연령간의 차이를 보여줄 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번째 이유는 피험자들의 출생 연도가 다르므로 그들이 살아온
시대배경효과(또는 역사,사회적 효과, historico-societal effect)가 배제되지 않는 
것이
약점이다. 예컨대 우리가 횡단적 방법으로 14세, 17세, 20세, 23세 되는 학생들의
작문실력을 검사했다고 하자. 그랬더니 14세, 17세, 20세간에는 점수가 점점
높아지는데, 23세에서는 점수가 낮았다고 하자. 이런 경우에 우리는 이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될 것인가? 학생들의 작문실력은 20세를 지나면 연령과 더불어 떨어지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변수의 작용은 아닐까? 여기서 우리가 그들의 출생연도에 따른
시대적 배경을 생각해본면, 1987년에 17세와 19세된 학생들은 대학입시에 논술고사가
있었으므로 학교에서 작문공부를 많이 했지만, 21세와 23세 되는 학생들은 논술고사가
없었으므로 작문공부를 할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위의 예의 검사결과는
그들이 살아온 시대배경의 영향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횡단적 접근에서 얻어진
결과는 연령변인의 효과와 시대배경의 효과가 혼합될 수 있다는 것이 단점이다.

    3. 시차설계법

  시차설계법이란 연령은 같으나 출생연도가 다른 개인을 조사시기를 달리해서
계속해서 조사, 연구하는 접근방식이다. 이 방식의 용도는 신체적 나이는 동일하지만
출생연도가 다른 개인이 둘 이상의 조사시기에 따라 어떤 차이가 있는가에 관심이
있을 때 사용된다.
  예를 들면 앞에서 살펴 본 것과 같이 1977년에 20세가 된 사람과 9년 후인
1986년도에 20세 된 사람은 비록 신체적 연령은 동일하지만 그들이 올림픽 경기에
대한 태도를 다를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66년도생 20세의 사람은 '86년도 아시안
게임의 주역들이었으나 '57년도생 20세의 사람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출생연도와 조사시기를 달리해서 연령효과를 검토해보는 것이 시차설계법의
특징이다. 이 방식에서는 연령은 일정하게 고정시켜 놓고 시대적 변화에 따른 개인의
변화를 보려고 한다.
  이와 같은 시차설계법에는 출생연도의 효과와 조사시기의 효과가 혼합되어 있는
것이 약점이라 하겠다.

    4. 세 접근방식에 대한 비판과 대안

  위에서 살펴본 세 가지 접근 방식은 그 특징과 장단점이 각각 다르다 따라서 어떤
방식을 채택하느냐에 따라 연구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위 세 가지 접근
방식에는 연령, 출생연도, 조사시기의 세 가지 변인 가운데 각기 다르게 배합된
변인들의 효과가 혼합되어 있다. 즉 종단적 접근방식에는 연령과 조사시기의 효과가,
횡단적 접근방식에는 연령과 출생연도의 효과가, 시차설계법에는 출생연도와
조사시기의 효과가 각각 혼합되어 있다.
  발달연구자들은 이들 혼합효과에서 연령효과를 분리, 규명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변인혼합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Schaie(1965)는 위에서 지적한 세
가지 변인들의 효과를 분리해 볼 수 있는 방안을 고안해 냈는데 그것이 곧
계열설계법이다.
  계열설계법에는 종단적 계열설계법, 횡단적 계열설계법을 체계적으로 배합한
방법들이 있다.

    10. 1. 4. 설명의 틀로서의 이론들

  앞에서 살펴본 여러 가지 연구방법들로서 얻어 낸 연구결과들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를 우리는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여기서 필요한 것이 곧 이론이
다.
다시 말하면 이론적인 틀을 가지고 연구결과들을 해석하는 것이다. 그러면
발달연구에는 어떤 이론들이 통용되고 있는가?
  일반적으로는 발달연구에서도 심리학의 다른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는 이론들(예를
들면 생물학적 이론, 학습이론(또는 행동이론), 인지이론, 정신분석이론)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얻어진 연구 결과를 어떤 이론을 적용해서 설명할 것인가 하는 것은
다루어진 문제와 얻어진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즉, 얻어진 결과를 가장 장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채택되어져야 한다. 그러나 때로는 같은 문제와 같은 연구결과를 놓고서

학자의 관점에 따라 상이한 이론적인 틀이 채택되기도 한다.
  여기서는 앞의 장들에서 언급된 이론을 되풀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발달연구에서만 특이하게 논의되는 두 가지 이론, 즉 단계이론과 연속이론에 대해서만
간단히 설명하기로 한다.

    1.단계이론

  단계이론(stage theory)에 의하면, 인간은 질적으로 구분되는 몇 개의 단계를
거치면서 변화, 발달하는데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의 이행은 갑자기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은 생래적으로 환경과의 상호교섭에 필요한 구조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구조는 그 자체의 발달을 스스로 보장하는 자기발생적(self-generative)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들은 생애의 상이한 시기에 형성되지만,
인간은 환경과 교섭하는 데 있어서 자신에게 유리하게끔 기능하는 적응적인
행위자이기 때문에, 연령증가에 따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구조들을 발달적으로
변형시켜 가면서도 어떤 특정한 구조는 계속 보유해 나간다는 것이다.
  변형된 새로운 구조에 기능적으로 함입되거나 존속되어 버릴때, 하나의 새로운
발달단계가 출현하게 된다는 것이다(Langer, 1962). 그러므로 새로운 발달단계는
서서히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어느 특정 시기에 갑자기 나타난다고 한다. 그래서 이전
단계와 후기 단계 사이에는 발달상의 간격이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견해를 갖는 학자들로서는 Freud, Erikson, Piaget, Kohberg 등을 들 수
있는데, Freud와 Erikson은 정신분석학적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Piaget와  Kohlberg는
인지론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Freud의 설명을 따른다면, 인간의 심리, 성적 발달은 구순기, 항문기, 남근기,
성기기를 거치면서 발달한다고 한다. 이 각각의 단계에는 그 단계에서만 볼 수 있는
특유한 특징들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예컨대, 어린 아이들이 4 - 5세가 되면 유난히
남녀의 성차에 관심을 보이면서 이성의 부모에게 유난스러운 애착을 갖는 한편 동성의
부모에 대해서는 일종의 성적인 질투와 경계심을 갖는다고 한다. Freud는 아들이
어머니에게 대해서 갖는 이러한 무의식적 사모의 감정을 외디푸스 콤플렉스(Oedipus
complex)라고 하고, 딸이 아버지에 대해서 갖는 이러한 감정을 에렉트라
콤플렉스(Electra complex)라고 했다. 이러한 심리, 성적 특성들은 어린 아이가
남근기에 다달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으로서 그 이전 단계나 혹은 그 이후 단계에는
없는 그 단계 특유의 특성이라고 한다.
  한편 Piaget는 인지발달도 또한 단계적인 발달을 감각운동기, 전조작기, 구체적
조작기, 형식적 조작기를 거쳐 성숙한 인지 수준에 도달한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전조작기의 아이들은 두 개의 같은 크기의 컵에 같은 양의 물을 부어 놓으면 그컵의
물이 같다고 하다가도 그 중 한 컵의 물을 밑넓이는 보다 좁고 길이는 더 높은 홀쭉한
다른 컵에 옮겨 놓고 물의 양을 비교하도록 하면 좁고 긴 홀쭉한 컵의 물이, 넓고 낮

넓적한 컵의 물보다 많다고 한다. 왜냐 하면 홀쭉한 높은 컵에 든 물의 높이가 높기
때문에 물의 양도 많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양의 보존(conservation of
quantity)의 개념이 이 단계의 아이들에게는 획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음
단계에 이르면, 물을 다른 컵에 그대로 옮겨 부었을 때도 양이 변함이 없다는
보존개념이 곧 획득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어떤 특정한 심리적 특성들은 그것이 나타나도록 미리 정해진 시기, 즉
일정단계에 이르러서야 나타난다고, 바꾸어 말하면 어떤 특성이 점진적으로 발달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단계에 이르러서 갑자기 발달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발달곡선은
연속적인 곡선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비연속적인 양상을 띤다는 것이다. 그래서
단계이론을 일명 비연속이론(discontinuity theory)이라고도 부른다.

    2. 연속이론

  상술한 바와 같은 단계이론(또는 비연속이론)에 반대하는 주장을 연속이론(continui
ty
theory)이라고 한다. 이에 의하면, 인간의 행동발달은 기본적으로 자극 - 반응의
결합으로서 이루어지는 조건형성(conditioning)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이 이론에 의하

인간발달은 서서히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지 어떤 특정한 연령단계에 가서
여태까지 없던 새로운 행동 특징이나 새로운 심적구조가 돌연히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인간의 성장, 발달은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하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래서 이 이론을 일명 비단계이론(nonstage
theory)이라고 부른다.
  연속이론에서 주장하는 바는 실증적 연구에서 얻어진 발달곡선이 연령의 어느
단계에서도 단계이론가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급격한 차이를 보이는 간격이 없이
다만 점진적인 상승(혹은 하강) 곡선을 보인다는 사실로서 입증되고 있다. 그리고
동일한 인지구조에 속한다고 가정된 과제들의 수행도 Piaget와 같은 단계이론가들이
주장과는 달리, 연령에 따라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서도 단계이론에 대한 반대
견해를 굳히고 있다.
  연속이론은 주로 학습이론 및 관찰학습이론과 정보처리론을 지지하는 학자들에 의해
주장되고 있는데, 최근의 발달연구에서는 연속이론을 뒷받침하는 실증적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발달의 단계이론 대 비단계이론의 논쟁은 앞으로도 쉽게 결론이 내려지기 어려운
쟁점으로 보인다.

    10. 2. 인간발달을 좌우하는 요인들

  인간은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매우 복잡한 구조를 지니고 있는 유기체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발달과정을 좌우하는 요인들도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우선 인간발달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서 유전인자와
환경요인을 살펴보기로 한다.

    10. 2. 1. 유전인자의 영향


    1. 유전인자의 구성과 작용

  우리 주변에는 아버지를 꼭 닮은 아들이 있다. 그런데 전혀 닮지 않은 아이도 없지
않아 많다. 어째서 그럴까? 그 해답은 유전인자가 가지고 있다. 그러면 유전인자는
어떤 물질이며, 어떤 작용을 할까? 유전인자(gene)는 염색체 속에 간직되어 있다.
사람은 46개의 염색체(chromosome)를 가지고 있는데, 신체의 모든 세포 속에 동일한
46개의 염색체가 들어 있다. 염색체의 모양은 막대보양으로 되어 있는데 좀 흐리게
보이는 마디들이 곧 개개의 유전인자인 것이다. 이 유전인자의 구성성분은 DNA라고
하는 미세한 화학물질이다. DNA란 이중의 나선형으로 얽힌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은 DNA(즉, 유전인자)가 신기하게도 각각 신체세포를 구성하는
화학물질을 만드는 데 특수한 지시를 내리는 것이다. 즉, 어떤 세포에는 신경세포가
되게끔 지시하고 어떤세포에는 근육세포가 되게끔 지시를 한다.
  일부유전인자들이인간의 종 - 특수적 특징들(human species-specificcharacter)을
만들어 나가겠끔하는 지시를 하기 때문에 부모를 닮은 아이가 태어나는 것이다. 그러

또 다른 일부의 유전인자들은 개별적인 특징들을 규정짓게끔 하는 지시를 주기 때문에
개인차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부모를 닮지 않은 아이도 태어나고 형제들도 각각
다른 특징을 가지고 태어날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서 선대와 같은 특징을 규정하는 유전인자가 있고 다른 특징을
규정하는 유전인자가 있을까? 그 해답은 정자와 난자 속에 간직되어 있다. 우리 신체

모든 세포가 각각 46개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는데 정자와 난자만 예외적이다. 즉,
정자와 난자는 다른 세포의 염색체의 반밖에 안되는 23개씩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
이사실이 우리 인간의 유사성과 차이를 빚어 내는 것이다. 그건 또 어째서일까?
  정자와 난자 이외의 세포에 간직되어 있는 염색체들은 유사분열(mitosis)을 통해서
세포분열을 하므로, 분리된 세포들 속에는 전과 동일한 염색체를 갖는다. 그러나
정자와 난자 속에 있는 염색체들은 특수한 방식의 세포분열을 한다. 즉 이들은
감수분열(meiosis)을 한다. 감수분열에서는 유사분열에서처럼 단 1회의 분열을 하는
것이 아니라 2회에 걸친 분열과정을 거친다. 그러므로 감수분열에 의한 세포분열을
마친 정자와 난자는 수로서는 다시 23개의 엄색체를 갖지만, 세포분열이 꿑난 다음의
새 세포는 반드시 이전 세포의 완전한 복사판은 아니다.
  정자와 난자는 수정(fertilization)을 통해서 결합될 때 비로소 46개의 염색체를 갖

된다. 그러나 새로 태어나는 아기는 아버지나 어머니와 똑같은 구조의 염색체를 갖게
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형제간에도 똑같은 염색체를 갖게 되지는 않는다. 다만
일란성 쌍생아(identical twin)만이 동일한 염색체를 갖게 된다. 이란성 쌍생아마저도
염색체 구조는 같지가 않다. 이와 같이 일부는 같지만 일부는 서로 다른 염색체를
이어받게 되므로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차이적인 특징들이 나타나며 같은 부모를 가진
형제들 사이에도 각각 다른 특징들을 볼 수 있는 것이다.

    2. 유전인자의 쌍과 그 특징

  아버지로부터 이어받게 되는 염색체들과 어머니로부터 이어받게 되는 염색체들을
서로 크기와 모양이 비슷한 것끼리 조합되어 쌍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염색체수는
46개이지만 23개의 쌍이 된다. 이처럼 쌍을 이루는 두 개의 염색체들은 대개 같은
유전인자를 갖는 것끼리 조합되어 있는데, 이를 동질접합(homozygous)이라 부른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는 다소 다른 지시를 내리는 유전인자가 조합된 경우도 있다. 이
경우를 이질접합(heterozygous)이라 부른다. 예를 들면 눈빛깔을 규정하는
유전인자지만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인자는 갈색이고 어머니로부터 받은
유전인자는 파란색인 경우가 이질접합인 것이다.
  유전인자의 쌍이 이질접합인 경우에는 한 유전인자가 다른 유전인자를 제압한다.
예를 들면 갈색의 눈빛 인자와 파란색 눈빛 인자가 결합된 경우에는 태어나는 아기의
눈은 언제나 갈색이 된다. 이때 갈색 눈빛 인자를 우성인자(dominant gene)라 하고,
파란색 눈빛 인자를 열성인자(recessive gene)라 한다. 파란색의 눈빛처럼 어떤
유전인자가 개인의 염색체 속에는 간직외어 있지만 밖으로는 나타나지 않는 특성을
가진 유전인자가 있는데, 이를 유전자형(genotype)이라 한다. 이와는 달리 위의
예에서처럼 갈색 눈빛과 같은 어떤 특정 유전인자가 그 본래의 특성을 실제로
나타내는 경우, 현형(phenotype)이라 한다. 그런데 태어나는 아이들이 제각기 조금씩
다른 염색체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성인자와 열성인자의 구조도 달라서 현형으로
나타나는 모습도 다를 수 있다. 이러한 원인에 의해서도 부모나 형제간에 닮지 않게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많은 경우, 한 특성을 규정하는 데 있어서 하나의 유전인자가 단독으로
관여하지를 않고, 둘 이상의 많은 유전인자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준다. 예를 들면
키의 높이를 규정하는 유전인자는 호르몬 생산과 골격형성 및 성장속도를 좌우하는
모든 요인들을 명세화하는 다른 여러 유전인자들과 복합적으로 관여하기도 한다.
예컨대 피부색은 적어도 다섯 쌍 이상의 유전인자가 관여하며(Nichols, 1973),
정신지체(mental retardation)에 관련되는 유전인자의 수는 근 150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대뇌 발달에 관여하는 유전인자들의 영향이 합쳐서 어떤 특성이
나타나게 되는 경우를 다인자형 유전(polygenic inheritance)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기제를 통해서도 개인차가 생길 수 있게 된다.

    10. 2. 2. 환경의 영향

  앞에서 언급한 유전인자의 작용을 종합해 보면, 인간발달을 결정지우는 요인은 바로
유전인자라고 하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는 것 같다. 이점을 강조하는 입장을
유전론이라고 하는데, 그러나 이에 만만치 않는 반론을 제기하는 입장도 있다. 이
입장에서는 환경이 유전인자보다 더 강력한 영향을 준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이와 같

주장을 환경론이라고 한다.
  그러면 과연 어느 편의 주장이 타당할까? 이번에는 환경론자들의 주장과 그
근거들을 한번 살펴보자.
  인간발달의 유전적 기저를 연구하는 행동유전학(behavior genetics)의 연구들에
의하면, 환경이 우리의 상상을 넘어설 정도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Henkson, 1982). 예컨대 근육운동 발달은 오로지 유전에 의존하는 것으로 믿어져
왔는데. 근자의 연구들은 그것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즉, 아기가 앉고,
서고, 걷고 하는 것은 연습이나 다른 환경적 요인에 의해서 변용되지 않는다고 믿었기
때문에, 아프리카 아기들이 유럽이나 미국 아기들보다 걸음마와 같은 근육운동의
조기발달을 흑인과 백인의 종족적인 유전인자의 차이로 해석해 왔다(Geber and Dean,
1957:Warmen,1972). 그런데 최근의 한 연구는 3개월이 채 못된 미국 아기들에게 8주
동안 걸음마 연습을 시켰더니 연습시키지 않은 아기들보다 6주 내지 8주 가량 빨리
걸음마를 할 수 있었다고 보고하고 있다(Zelazo 등, 1972). 그래서 이전의 연구들이
흑인과 백인간의 차이를 유전적 차이로 해석했던 것이 오류였다는 것이 밝혀지게
되었다. 위의 예와 같은 앉기, 서기, 걷기 능력 이외에도 다른 많은 운동능력들이
연습에 의해 촉진될 수 있음이 입증되고 있다(Yerrow 등, 1977: Thelen, 1981).
  그러면 지능발달은 유전에 의한 것일까 아니면 환경에 의한 것일까? 대개 지능을
이야기할 때는 유전적인 영향을 강조하는 경향이 짙다. 그러나 또 한편에서는 환경론

지지하는 연구들도 적지 않아, 지능발달을 둘러싼 유전론과 환경론의 논쟁은 다른
영역에서보다 더 열을 띠고 있다. 그중에 흥미 있는 논쟁의 한예는 미국에서 문화적
결손아동(cultually deprived children)의 보상교육을 위한 방안으로서 시도되었던
Head-start Project의 연구결과를둘러싼 공방전이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일군의
취학전 문화결손 아동들(주로 흑인아동들)에게 영양조건, 교육환경, 교육내용 및 방법
등을 개선, 보완토록 한 보육 및 교육 프로그램(care and education program)을 2년간
제공했다. 그랬더니 유치원에서는 그들의 지적수준이 정상아동과 비슷한 수준으로
향상되었다. 그런데  국민학교에 취학한 후에 다시 그들을 조사해 보았더니 다른
집단(주로 백인아동)보다 뒤떨어지는 지적수준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 연구결과를 놓고 논쟁이 치열했다. 한편에서는 유치원에서 보인 지적수준의
향상을 보고 지적발달이 환경에 따라 좌우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또 다른 한편에서

취학 후에 다시 뒤떨어진 양상을 지적하면서 이 사실은 지능이란 훈련이나 교육으로
변화되는 것이 아니라 유전인자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을 재확인시켜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명백한 연구결과 앞에 환경론자들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그 다음의 후속 연구자들은 이와 같은 유전론자들의 주장을 다시 뒤엎는
반박을 가해 왔다. 그들의 반박의 요점은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는데, 그 하나는
Head - Start Project가 시작되 것이 유치원시기였으므로, 그만큼 성장하는 동안(출생
후 4-5년간)에 걸친 환경조건이 나빴기 때문에 지능발달이 저해되었다는 지적이다.
바꾸어 말하면, 훈련 및 교육의 개입이 효과를 거두려면, 그러한 개입
프로그램(intervention program)을 시작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다시 말하면 발달적
변화의 가능성이 높은 시기(즉 미감기 : sensitive period/critical period)는 생후
초기이므로, 개입 프로그램의 시기(timing)의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다만 훈련 및
교육의 효과가 없었다는 사실만으로서 곧 유전딘자의 효과가 우세하다고 속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두번째 지적은, 이 개입 프로그램이 단 2년간으로 끝났기 때문에
문화결손 아동들이 놓여진 교육환경으로서의 생활조건은 개입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이전과 마찬가지로 열악했기 때문이란 것이다. 그러므로 문화결손 아동의 저조한
지능수준은 유전인자의 영향이라기보다는 기본적으로 나쁜 환경조건 때문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동일한 연구를 이와 같이 다른 시각으로 재해석함으로써 다시
환경론자의 소리가 높아졌다. 유전대 환경의 효과에 관해서 관심을 갖는 학자들은 앞

든 특성 이외의 다른 많은 특성들의 발달에 있어서 이 두 요인의 작용이 어떻게
나타나는가를 계속 연구하고 있다. 이들 연구의 흐름을 보면, 과거에는 오로지
유전인자의 작용으로만 여겨 의심치 않았던 특성들도 환경적 조건에 의해 변용되다고
밝혀진 사실들이 점점 많아져 가고 있다. 그중에 주목할 만한 예의 하나가
PKU(phenylketouria)라는 병이다. 이병은 특정한 한 개의 유전인자의 결함으로 인해서
생기는 병이다. 이 병을 지닌 다이는 페닐알라닌(phenylalenine)이라고 하는 화학물질

다른 유용한 물질로 전환시키는 데 필요한 효소(enzyme)를 생산하지 못하므로
페닐알라닌이 농축되어 건강을 해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여려 가지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들(neurotransmitters)을 생산하지 못하는 까닭에 전간(seizur)과 같은
경련을 일으키기도 하고 정신지체를 나타내기도 하고 정신지체를 나타내기도 한다.
  이와 같은 PKU는 분명히 결함을 가진 유전인자에 기인하는 것이지만, 환경적 요인,
즉 식이요법에 의해서 예방과 치료가 가능해진다. 한 연구에 의하면 생후 3개월에
식이요법을 시작한 아이들은 IQ가 102내지 118까지 발달했는데, 1살될 때까지
식이요법을 시작 못한 아이들은 IQ가 55 내지 85 정도의 정신지체를 보였다고
보고하고 있다(Berry, 1969).
  결함이 있는 유전인자의 경우가 아니라 정상인 유전인자를 가진 경우도 환경조건에
따라 동일한 유전인자가 상이한 현형(phenotype)을 유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쉽게
알 있는 예는 우리 한국인의 신체향상이다. 과거에는 서양 사람과 동양 사람들의 신체
크기의 차이는 유전인자의 차이 때문인 것으로 여겨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 나라 사람들의 체구는 작은 것이 유전적인 특징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생활조건

식생활의 개선으로 영양조건이 좋아진 오늘날에 와서는 한국 아이들의 체구도 서양
아이와 비등할 만큼 커졌고, 거의 대부분의 가정에서 아이들이 부모보다 훨씬 커진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동일한 유전인자도 환경적 요인에 의해서 변용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예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특정한 유전자형(genotype)이
상이한 환경조건에서 현형(phenotype)으로 나타나는 데는 어느 정도 한정된 범위가
있는데, 이 범위를 반응범위(range of reaction)라 한다. 이 반응범위는 결코 무한대

아니다. 즉 앞의 예에서 말할 것 같으면, 요즘 젊은 세대의 키가 커졌다고 하더하도
7피트가 될 만큼 커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말은 키의 크기가 영양조건과 같은
환경적 요인의 영향으로 향상된다고 하더라도 무한정 커지는 것이 아니라, 유전인자가
규정하는 한계를 넘을 수는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에서 살펴본 유전론과 환경론의 주장, 그리고 그들이 각기 내세우는 근거자료들을
음미해 보면, 결국 인간의 성장 발달은 어느 하나의 요인만으로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두 요인의 복합적인 작용으로 이루어짐을 알게
해준다. 다시말하면, 인간발달은 유전과 환경의 상호작용의 소산물이라고 하는 것이
타당하다.
  앞으로도 유전론과 환경론과 환경론에 대한 관심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어느
한쪽 이론의 정당성 자체를 고집하기 위한 논쟁이 아니라 어떤 특성에 있어서는 어떤
요인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데에 관심의 초점이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10. 3. 신체 및 운동발달


    10. 3. 1. 태내기의 발달

  신체발달이 가장 빠른 시기는 태내기이다. 정자와 난자의 결합으로 이루어지는
접합체는 새 생명의 첫 세포이다. 이 단 한개의 세포가 세포분열을 거듭하여 아기가
태어날 때까지는 1조에 가까운 세포를 갖게 된다. 테내기의 발달은 아래와 같이
3단계로 나누어진다.
  첫 단계는 정착기로서 수태 후 약 2주가 된다. 이 동안에 접합체가 계속 세포분열을
하여 작은 공모양의 세포 덩어리를 만드는데 이것을 낭포라 한다. 이 낭포가 나팔관을
따라 내려가서 자궁에 도달한다. 낭포의 안쪽이 나중에는 태반을 형성하는데, 이를
통해서 모체로부터 영양과 산소를 공급받게 된다.
  둘째 단계는 수태 후 2주말부터 8주까지인데, 이 시기를 배아기라 부른다.
1개월말까지는 심장이 생기고 조금후에 신경계가 발달하기 시작하고 복부도 생긴다.
2개월이 될 무렵에는 머리 모양을 알아볼 수 있게 되고 팔과 다리도 나타난다. 그러나
이 시기의 배아의 크기는 약 1인치밖에 안되며 무게는 약 1/5온스밖에 안된다.
  세째 단계는 수태 후 8주말부터 출생시까지인데, 이 시기는 태아기라 불리운다.
이때부터는 뼈가 단단해지기 시작하며 신경섬유와 근육의 수는 이전의 3배 가량이나
늘어나고, 위는 소화약을 생산하며 생식기관도 생겨난다. 그래서 인간의 형체를
갖추게된다. 이 시기의 유기체를 태아라 하는데, 태아가 모체에 의존하지 않아도
생존할 수 있을 만큼 여러 기관이 충분히 발달하면 세상에 태어난다. 이에 팔요한
일수는 약 280일이다. 그러나 약 210일이 지나면 모체에서 나와도 조산아 보육 속에서
키우는 경우에는 생존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이 210일을 생존가능연령이라고 한다.

    10. 3. 2. 태아 발달을 위협하는 조건들

  모체의 자궁은 태아가 자라는 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완벽한 '안전지대'
처럼 보이지만 실은 태내기 동안에도 어떤 경우에 어떠한 영향을 받게 되는가를
살펴보기로 하자.

    1. 약물복용

  임부가 복용하는 약물은 태아에게 치명적인 해를 끼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탈리도마이드라는 신경안정제를 사용한 임부들은 손이 아주 작거나, 팔의 길이가
짧거나, 귀가 없거나, 또는 뇌의 손상이 있는 등의 놀라운 신체장애의 아기를 낳았다.
또 임신중에 세코날을 복용한 임부로부터 태어난 신생아는 생후 2일간 계속
졸리워했다. 또 종합 호르몬제인 DES(diethylstilbestrol)를 복용한 임부에게서 태어

여아들은 질의 기형이나 경부암이 생겼다는 보고도 있다.

    2. 임신중의 질병

  풍진이라는 병은 보통 성인에게 생기는 가벼운 정도의 질병이지만, 임신중에 이 병

걸리면 태아에게 해를 입힐 확률이 높아서 임신 4주내에 이 병에 걸리면 50퍼센트
가량의 아기가 귀머거리, 심장장해, 백내장, 정신박약 등의 신체적 결함을 갖고
태어난다. 모체의 유행성 이하선염은 태아를 죽게 하거나, 혹은 살아 남는다 해더라도
기형아를 만든다. 매독 같은 것도 태내에서 전염되는 것으로, 태아가 매독균을 가지게
되면 유산되기 쉬어며, 출산을 해도 기형아, 정신박약아가 될 가능성이 많다.

    3. Rh 요인

  Rh혈액형은 우성, 열성의 법칙에 따라 결정되는데, Rh형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경우는 Rh+형과 Rh-형의 혈액이 섞일 경우이다. 즉 임산부의 혈액형이
Rh-이고 태아의 혈액형이 Rh+인 경우 태아와 모체 사이에 직접적인 혈액의 교환은
없으나 때때로 태아의 혈액이 임부의 순환계로 들어가는 수가 있는데, 이 경우
Rh-형인 모체의 혈액은 Rh+형에 대항하기 위해 항체를 만들며, 이것이 태아의 혈액
속에 들어가서 적혈구를 파괴하여 태아를 죽게 한다. 설사 태아가 죽지 않는다
하더라도 대개의 경우 정신박약아가 된다.

    4. 임부의 흡연과 음주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많이 마시는 임부는 자연유산을 하거나 조산아를 낳을 확률이
더 많다. 특히 상습적인 흡연자는 흡연을 전연 안하는 경우보다 조산아를 낳을 확률이
2배나 된다. 또 흡연을 하는 임부에게서 태어난 아기는 체중이 적다. 임부가
알코을중독이인 경우, 아기가 태아 알코올증을 갖고 태어나기 쉽다. 이런 아기는 대개
안면, 심장, 사지에 결함이 있고, 이런 아기의 약 20퍼센트는 저능아이며, 많은 경우
성격이 불안정하고 지나치게 행동적이거나 민감하다.

    5. 임부의 영양결핍

  임부의 영양상태는 태아발달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여러 실험연구의 결과로
나타난 사실은, 영양부족의 임부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모든 발달이 저조하지만, 특히
신경계의 발달이 잘 안된다. 만일 영양부족이 심했던 시기가 바로 신경계의 발달, 특

뇌의 발달이 이루어지는 시기에 해당하면 그 영향은 더욱 회복하기가 어려우므로 여러
가지 장애를 갖는 아이를 낳게 되는 수가 많다.
  임부의 영양결핍은 반드시 생활의 궁핍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임부가 편식이
심하거나, 체중조절을 위해 과도한 식사절제를 함으로써 생기는 경우도 있다.

    6. 임부의 정서상태

  임부가 정서장애를 갖고 있거나, 늘 불안하거나, 임신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을 때에는 그렇지 않은 임부보다 임신중의 입덧, 자연유산, 조산, 난산을 하

쉽다. 그리고 그러한 임부에서 태어난 아기는 지나치게 활동적이거나, 많이 울거나,
잠을 잘 안 자거나, 젖을 잘 안먹는 등의 여러 가지 문제들을 보인다. 또 임신중에 큰
충격을 받거나 좌절을 겪은 경우에도 자연유산이나 조산이 도기 쉽다.
  이와같이 임부의 나쁜 조건으로 말미암아 발생되는 기형아나 정신지체아의 출생률이
점차 증가되고 있다. 이러한 불행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 최근에는 여러 가지 의학적인
방안이 개발되고 있다. 예를 들면, 임부의 복강에 긴 바늘을 넣어 양수를 채취해서
태아의성별, 염색체의 이상을 판별하는 양막첨자법이 있는데 이 방법은 위험이 수반될
수도 있으므로 수태 후 14 - 16주가 되기 전까지는 사용할 수 없다. 이보다도 좀더
조기에 검사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융모막 연모 조직검사란 새로운 방법이 있다.
  앞의 두 방법처럼 임부의 복강에 침을 찔러 넣지 않는 방법 이외에 초음파 방법으로
태아의심장박동이나 움직임 등을 조사함으로써 태아의 정상여부를 알아낼 수도 있다.

    10. 3. 3. 영아기의 반사반응

  영아는 하루의 대부분인 16 - 20시간을 자고 있으며 전적으로 주위의 보살핌을 받고
있기 때문에 무기력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들은 손에 잡히는 물건을 놀라운
힘으로 붙잡을 수 있으며, 엄마의 품에서 쉽게 젖꼭지를 찾아낸 다음 그것을 빨 수
있다. 이와 같은 반응은 각각 잡기반사, 찾기반사, 그리고 빨기반사라고 한다.
  생후 얼마 안된 영아들도 그들의 생래적인 반사반응을 곧 외부자극에 맞추어 조절할
수 있다. 한 실험보고에 의하면, 실험자가 우유젖꼭지에서 우유가 나오는 속도를
조절함으로써 아기가 먹을 수 있는 양을 조절해 보았더니 생후 2 - 3주 되는 영아도
젖을 먹기 위해 그들의 빨기 반사의 방식을 바꾸었다고 한다. 즉, 그들은 우유가
나오는 양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서 우유가 적게 나올 때는 젖꼭지를 깨물거나
세차게 빨았대는 것이다.
  이와 같이 생래적인 반사들은 이후의 신체, 운동발달의 기초가 되며 동시에
인지발달의 초석이 된다.

    10. 3. 4 신체부위의 발달속도


    1. 발달속도의 차이

  얼핏 생각하면 신체의 모든 부위는 항상 동일한 속도로 고루 발달할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가 않다. 영아의 체중은 3 - 3.5킬로 정도인데 생후 6개월쯤 되면 출생시의 두
배가 되지만 그 후 첫돌까지는 출생시의 세 배가 되는데, 이는 증가속도가 이전보다
떨어짐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신장 발달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즉, 영아는 팔, 다리에 비해서
머리가 굉장히 크다. 그러나 신체부위의 발달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신체부위의 비율이
변화하여 머리크기가 신체의 1/8 정도가 된다.
  사춘기에 겪는 급격한 신체성장과 성적 성숙은 자연히 커다란 심리적 영향을
수반한다. 일반적으로 이 시기에는 정서적 불안정성이 두드러지며 대인관계에 있어서
긴장과 갈등이 고조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조숙하거나 미숙할 때에는 적응곤란을 갖

쉬우며, 특히 조숙하거나 미숙할 때에는 적응곤란을 갖기 쉬우며, 이로 말미암아
자아개념 형성이나 성격발달에도 부정적 영향을 받는 경우가 있다.
  신체적 발달이 심리학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그것이 개인의 건강과
안녕의 기초가 된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특성의 발달을 제한한다는 데에
있다. 다시 말하면, 발달과정에서 나타나는 신체발달의 정상성은 개인의 생존을
좌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지능력과 정서성, 사회성 및 성격발달을 좌우하게 된다.

    10. 4. 인지발달

  근래에 인지라는 용어는 비단 심리학뿐만 아니라 교육학, 정신의학, 심지어는
기계공학과 같은 다른 많은 분야에서도 비상한 관심이 모여지고 있다. 그러나
막상 인지란 어떤 개념인가를 물음해 보면 대답이 곤란해진다. 그 이유는
인지개념 속에 포함되는 심리과정이 복합적이고 학자들의 의견도 다양해서
간단히 정의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인지를 인간정신의 지적인 과정과 소산으로 한정해서 생각하려는 입장에서는 인지라
는 개념 속에 지식, 지능, 사고, 상상혁, 창의력, 계획 및 책략의 산출,
추리, 추론, 문제해결, 개념화, 범주화, 관계짓기, 상징화와 같은 고등정신과정에
속하는 유형들의 심리과정들을 포함시키고 있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
인지개념을 보다 넓은 범위로 사용하려는 경향으로 바뀌고 있다. 즉, 상기한
바와 같은 고등정신과정 이외에도 대뇌적인 지적특성을 다소 덜 가지고 있는
심리과정들, 예를 들면 지각, 심상, 기억, 주의, 학습 등은 물론, 심지어는
조직화된 신체운동까지도 포함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 장에서는 인지과정에 포함되는 시리과정 중에서 지각, 기억 및
언어발달을 살펴본 다음, 인지발달을 가장 포괄적으로 다룬 Piaget와 최근
논의되기 시작한 정보처리적 접근을 개관하기로 한다.

    10. 4. 1. 지각발달

  지각은 환경으로부터 오는 정보를 탐지하고 체계화하며 해석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그러므로 사람이 사물을 지각한다는 것은 단순한 과정이 아니라 매우
복합적인 정신과정인 것이다.
  그러면 어린 영아도 그런 복잡한 정신활동을 할 수 있을까? 만일 가능하다면,
그러한 지각능력을 어떤 과정을 밟아서 발달해 나갈까? 영아는 말을 못하기
때문에 그들의 경험내용을 알아내기는 매우 힘들다. 그래서 과거에는 영아의
지각바달에 관한 연구가 부진했으나 근자에 와서는 점점 이 점의 연구도
활발해져 가고 있으며 특히 시지각발달에 관한 연구는 많은 진전을 보이고
있다.
  시지각 발달의 연구는 주로 습관화의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습관화란, 특정대상에 
일단 주의를 한 후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하면 흥미가 사라지므로 더 이상
그 대상을 응시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새로운 대상이 나타나면
그쪽으로 주의가 옮겨져 새로운 대상을 응시하는데, 이런 반응을 탈습관화라
한다. 이러한 습관화와 탈습관화를 근거로 영아의 지각적 호기심, 선호, 변별력
등을 규명해 나가고 있다.
  (1) 형태지각:초기의 시지각은 외부세계의 자극특성, 유기체의 이전 경험,
기억능력 등의 세 가지 요인에 의해서 규정된다고 보여진다. 자극특성으로 보면,
움직이는 대상과 대비가 뚜렷한 대상, 그리고 분리된 자극요인이 많은 대상을
더 잘 본다. 생후 5일 되는 신생아는 그의 시야내에서 빛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젖 빨던 반응을 중지함으로써 대상물의 움직임에 분명히 반응한다.
Fantz(1965)의 연구에 의하면, 신생아는 무늬가 없는 물체보다 체크 무늬로
된 흑백대비가 뚜렷한 대상을 더 집중적으로 응시하며, 무늬가 있는 대상을
보는 시간이 더 길다.
  몇 가지 사람얼굴모양의 가면들을 보이면, 3  -  4개월 된 영아는 눈, 코가 다
있는 정상적인 얼굴을 더 오래 보는데, 그 후의 발달 동안에는 응시시간이
감소되다가 8-9개월경에 다시 응시 시간이 길어진다는 보고가 있다. 이는
8-9개월 된 영아는 사람 얼굴에 대한 도식이 형성되어 있으므로 자신의
기억으로부터 사람얼굴의 도식을 인출하고 그 도식과 얼굴모양의 가면에 대한
지각을 의식속에 유지하면서 이 두개의 정보를 관련시켜 비교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된다. 즉 나이가 들수록 지각과정에는 기억이나 심상작용과 같은
인지활동이 관여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이있다. 이와같이 신생아의 지각에
있어서는 자극의 탐지뿐만 아니라 지각의 체계화와 해석과정이 포함된다.
  영아기 이후 유아의 형태지각에 있어서도 좀더 큰 아동이나 청년들과는
차이를 보인다. Sheppp(1978)에 따르면, 5-6세 이전인 전조작기의 유아들은
대상자극을 전체적인 형태로만 지각하는 데 반해, 6-7세 이상인 구체적
조작기의 아동이나 청년들은 자극의 전체 형태를 이루고 있는 세부특징을
선택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2) 거리 및 깊이지각:영아도 깊이(즉, 3차원)를 지각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 Walk와 Gibson(1961)은 시각적 벼랑이 있는 실험장치를 만들어
연구했다. 이 장치에서는 1인치 정도의 낮은 절벽과 40인치 정도의 깊은 절벽이
두 부분으로 되어 있고 절벽의 저편에 아기의 엄마가 아기를 부르고 있다.
6-14개월된 아기는 깊은 쪽을 피해서 엄마에게로 다가갔다. 이것은
6개월경부터는 영아도 깊이 지각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Gibson이
이 실험결과를 발표했을 당시는 생후 6개월 되는 영아가 깊이와 같은 3차원을
지각할 수 있다는 사실에 모두 놀랐었다.
  그러나 후속연구자들은 Gibson의 실험에서는 기어다닐 수 있는 연령인 생후
6개월이 되어야 비로소 깊이 지각이 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래서 그보다 어린 영아를 피험자로 다시 실험을 했다.
기어다니지 못하는 더 어린 아기들도 낭떠러지로 보이는 '시각적 벼랑'을 볼 수
있는 위치에 갔다 놓으면 맥박이 감소하는 공포반응을 나타내는 것을 발견했다.
이와 같은 Campous 등의 실험은 6개월 이전의 영아도 깊이 지각이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3) 얼굴지각:Mamer와 Salapetek(1976)의 실험에 의하면, 생후 1개월된 영아는
주로 얼굴의 가장자리와 대비가 분명한 곳을 바라보는데 2개월된 영아는 얼굴의
여러곳에 시선이 닿아서 더 많은 넓이를 보며, 눈과 입과 같은 내부특징들을 더
많이 본다. 대부분의 영아들이 2개월 내지 3개월이 되는 무렵에 얼굴특징과
입의 움직임을 식별할 수 있게 되고 5-6개월경에 이를 때가지는 익숙한 얼굴과
낯선 얼굴, 가면과 실제 사람 얼굴, 부모와 타인을 식별할 수 있게 된다.
  (4) 지각발달과 경험:Fantz(1961)는 생후 1, 2개월이 되는 영아들도 3차원의
물체와 그 물체들의 사진을 보여주었더니 사진보다 실물을 보기를 선호함을
발견했다. 그리고 Emas(1975)는 생후 2-3일 되는 영아에게 '파, 파, 파' 소리를
녹음한 것을 들려 주었더니 그 소리가 나는 쪽으로 주의를 보내면서
우유젖꼭지를 더 세차게 빠는 반응을 보이다가 점차 빨기 반응이 약해졌다고
한다. 즉 '파'소리에 대해 습관화가 일어났는데 잠시 후에 '바, 바, 바'소리를
들려주었더니 곧 소리나는 쪽으로 주의가 옮겨 가면서 빨기반응이 다시
강해지는 탈습관화가 일어났다고 한다. 이것은 생후 2, 3일밖에 안되는 영아도
'파'음과 '바'음과 같은 말소리를 식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와 같이, 영아들이 생의 초기에 여러 지각능력들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이러한 지각능력들은 생래적인 능력임을 시사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지각발달은
경험에 의해서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인가? 제4장의 '지각과 경험'에서
본바와 같이 자극을 보고 그것을 처리할 수 있는 기제는 생래적으로 주어지지만
적절한 지각경험이 수반되지 않으면 지각능력은 쇠퇴하며 특히 초기의
지각탈핍은 정상적인 지각능력의 발달에 치명적인 손상을 주는 것 같다.
그러므로 지각능력이 정상적으로 발달하기 위해서는 신경계의 성숙과함께
감각기관을 통한 적절한 경험이 필요하다. 이 같은 경험은 저장되어 필요할 때
인출될 수 있는 기억내용을 구성하게 되는 것이다.

    10. 4. 2. 기억발달

  6개월 전후의 영아는 겨우 엄마를 알아보지만 6개월이 더 지나면 식구들 중
몇을 알아볼 수 있게 된다. 또한 7세경의 아동은 직전에 들은 단어들을 3-4개
정도 회상해 내지만 12세가 되면 7개 정도를 회상할 수 있다. 그러면 도대체
사람은 연령증가에 따라 기억능력에 어떠한 변화를 보일까?

    1. 재인능력의 발달

  재인(recognition)이란 이전의 경험내용을 다음 번에 다시 보게 되었을 때
알아보는 능력을 말하는 것인데, 흔히 실험상황에서는 앞서본 자극을 다음에
제시되는 자극배열에서 찾아내는 것으로서, 출생의 초기부터 나타나는 가장
초보적인 기억능력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18, 24, 그리고 30주가 경과한 영아들에게 아이들에게
익숙한 한 여자의 얼굴을 여러 방향에서 찍은 사진과 전에 본 적이 없는 생소한
여자의 얼굴사진을 보여주었다. 어린 영아들은 방향의 변화에만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에 30주가 된 아기들은 방향뿐만 아니라 새로운 인물의 출현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하였다(Cohen, 1979). 또한 5개월 된 영아가 단지 2분
동안 본 얼굴을 2주 후까지 기억하였다(Fagan, 1973). 이처럼 익숙한 자극 또는
단순한 자극에 대한 재인능력은 생의 초기에도 성인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극의 추상적이거나 복잡한 것일 때는 영아나 유아의 재인
능력은 성인에 비해 떨어진다(Nelson과 Kossiyn, 1976).

    2. 기억방략의 발달

  사람은 기억을 향상시키는 수단 또는 기술로서 여러가지
기억방략(memory strategy)을 사용한다. 여기에는 반복암송(rehearsal),
범주화(categorization), 절편화(chunking) 등이 있다(제 6 장 참조).
  Flavell(1977)은 방략사용에 관한 실험결과들을 종합해서 기억방략발달의
전형적인 과정을 도식화 하였다.
  이 표에서 제시된 바와 같이 기억방략 발달의 첫째 단계는 방략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거나 아주 빈약한 상태이다. 때로는 외부적으로 방략사용을
자극해도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그러나 둘째 단계에 가면 기억방략
사용의 과도기가 된다. Keeney와 그의 동료들(1967)의 실험에 의하면, 1학년
아동은 특정과제의 회상실험에서 자발적이며 사려깊은 시연 방략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아동들은 시연방략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어, 실험자가 시연하도록 지시하면 시연방략을 사용할 수
있었으며 기억과제 수행을 증진시키는 효과를 주었다. 고학년 아동이 저학년
아동에 비해 기억수행이 우수했는데, 이것은 고학년 아동들이 기억해야 할
과제들이 가지고 있는 개념적 단서를 자발 생성하여 사용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저학년에서도 단서를 제공해 주면 고학년과 비슷한
정도로 기억수행이 증가된다. 그렇지만 단서생성이 가능한 고학년에서도
기억수행시에 그것을 자발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은 것 같다. 다시 말해서 방략의
산출능력은 국민 학교 중반에서 획득하지만, 방략의 중재능력은 국민학교
상급학교에서도 저조한 것 같다.
  Flavell(1977)의 해석에 따르면, 이와 같은 나이 어린 연령층의 저조한
기억수행은 자발적인 방략의 산출결함(production deficiency)에 기인하고,
나이든 연령층에서는 방략의 산출은 되지만 그것이 효과적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말하자면 방략의 중재결함(mediation deficiency)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아동의 기억능력이 증진되는 이유로는 신경계통의 발달뿐만 아니라 기억술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의 증가, 그리고 경험의 축적으로 인한 세상사
지식(read world knoeledge)의 증가 등을 들 수 있다. 사물의 이름들과 같은
세상사 지식의 증가는 곧 언어의 발달을 촉진한다.
  과거의 연구들은 어린 유아는 기억방략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기울어져
있었다. 그러나 근자에 와서는 1 1/2세 내지 2세경의 영아도 초보적인
기억방략을 사용한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Deldach & Brown, 1979, 1983).

    3. 상위기억과 기억방략의 일반화

  우리는 어떤 사물이나 사건 및 경험들은 기억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기억하고 있는가(기억 내용)나 그것을 어떻게 해서 기억할 수도
있었는가(기억방략)를 기억하고 있어서 다음 번에 그러한 지식을 활용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기억에 대한 기억'을 상위기억(metamemory)이라고 한다.
앞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아이들이 기억방략을 사용한다는 사실은 그들이
상위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러면 이러한 기억방략이 일단 획득되면, 그 기억방략들을 다른 경우에도 곧
적용할 수 있게 되는가?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 상위기억의 구성요인과 기억방략의
일반화에 관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들 연구를 개관한 Borkowski와
Hale(1988)의 방략전이(strategy trasfer)에 관한 보고는 우리들에게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알려 주고 있다. 첫째, 상위기억은 개개의 기억방략들에 관한 지식들과
관련적 방략과 일반적 방략에 관한 지식들, 그리고 상위기억
획득절차들(metamemory acquisition procedures)에 관한 지식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둘째, 상위지식의 각각의 구성요인들에 관한 지식이 부족하거나 결함이 있는
아이들은 단 하나의 기억방략에만 고착해 버린다는 것이다. 즉, 방략활용과
방략개발에 융통성이 없다는 것이다.
  셋쩨, 방략사용에 있어서 나타나는 개인차는 그 아이가 여태까지 어떤 방략을
사용해 왔는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아이의 방략사용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의 뱡략발달을 도와주기 위해서는 그의 방략사용의 '역사'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관건이 된다는 것이다.
  넷째, 상위기억의 차이로 인해서 기억방략의 차이를 보이지만, 그 원인이
어디에 있던 간에 그 결과는 동일하다는 것이다. 즉, 상위기억능력의 부족이나
결함을 지니는 아이들은 새롭고 도전적인 문제해결 과제들(challenging
problem-solbing tasks)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비효과적이고 미숙하다는 것이다.
  다섯째는 과제수행의 실패나 성공을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요인에
귀인시키는 귀인적 신념(attributional belief)은 일반적인 기억지식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귀인적 신념은 특히 방략의 일반화가 어려운 과제에
대한 관심과 지속적인 주의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여섯째는 방략전이는 상위기억 획득절차에 대한 지식들을 갖추었을 경우에만
일어난다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상위기억 획득절차에 대한 지식들이 없이는
중요한 방략들을 선택, 적용할 수 없으며 방략사용 방식을 새로 형성하고
그것을 검색하고(momitoring), 나아가서 그 방식을  수정해 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10. 5. 언 어 발 달

  아주 어린 영아라 하더라도 사물의 소리보다는 사람의 음성에 보다 예민하게
반응할 뿐만 아니라 이미 언급하였듯이 사람의 목소리를 적절히 처리할 능력도
구비하고 있다. 울음소리로부터 시작되는 아기의 발성은 옹알이를 거쳐 점차
성인의 언어에 수렴한다. 언어발달의 구체적인 과정과 그에 관련되는 요인들은
제 8 장에서 다루어졌으므로, 여기서는 인지와 그 밖의 문제로서 언어 그리고
대뇌발달과 언어의 관계에 관해서 잠깐 살펴보기로 한다.
   10. 5. 1. 인지와 언어 
  사람이 개념을 형성하고 사고능력을 발달시키며 의사소통을 하는데에 반드시
언어가 절대적인 필요조건이 아니라 하더라도, 언어가 개념 및 사고발달과
의사소통능력을 촉진시키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므로 언어와
인지발달에 있어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언어와 인지에 관한 주요
논쟁의 하나는 Piaget와 Vygosky 사이의 논쟁이다. 첫번째 쟁점에 대한
Piaget의 주장은 인지우선론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인지의 기원은
감각운동기에서 비롯되므로 인지는 언어보다 그 뿌리가 더 깊다는 것이다.
  그는 언어를 인지의 한 부수물로 간주하고, 인지의 발달이 선행되어야
언어발달이 진전된다고  주장했다. 한 예로 Piaget는 전조작기에 나타나는
자기중심성은 인지발달과정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타인의 입장에서 느끼거나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나타난다고 보고 자기중심적
언어(egocentric speech)는 인지발달의 미숙성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와 같은 Piaget의 주장과 달리 Vygosky는 발달초기에 언어와 인지는
독립적인 근원을 갖는다고 주장했다. 침팬지에서와 마찬가지로, 생후 10 -
12개월 된 영아에게서도 언어 이전의 사고(prespeech thought)를 볼 수 있으며
반대로 지능 이전의 언어(preintellectual speech)도 나타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린이의 울음이나 옹알이는 관계가 없는 음소(phoneme)발달의 기초가 되는
언어발달의 한 단계라는 것이다. 그리고 Vygosky는 Piaget가 말하는 것처럼
어가 자기중심적 언어(egocentric speech)에서부터 점차 사회적
언어(social speech)로 발달되어 가는 것이 아니라, 언어라 하는 것은 원래
사회적 기능을 지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그는 Piaget가 사회적인
기능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본 자기중심적 언어도 그것은 언어로서의 사회적
기능을 지니고 있다고 보았다. 그의 설명에 따른다면, 언어에는 밖으로 소리를
내어 타인에게 말하는 외적 언어(external speech)와 자기 자신에게 말하는
내적 언어(internal speech)가 있는데 자신의 사고를 이끌어 나가는 기능을
내적 언어가 발달의 초기 단계에서는 소리 없이 머리속으로만 개념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그것이 밖으로 소리로서 드러난 언어를 Piaget는 자기 중심적
언어라고 했다는 것이다.
  인지우선론과 언어우선론간의 논쟁은 아직도 완전한 해답이 얻어지지 않고
 있으나. 근래에 와서는 이론적 논쟁보다는 인지와 언어가 어느 시기부터
이러한 과정을 거쳐 어떠한 양상으로 상호작용하는가 하는 물음에 대한 실증적
증거를 얻고자 하는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10. 5. 2. 대뇌발달과 언어

  언어발달은 대뇌발달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Yakovlov와 Leconrs(1967)의
설명에 따르면 수초발생의 주기(myelogenetic cycle)와 상응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주기는 대략 3주기로 나누어지는데, 각 주기는 대뇌의 특정부위의
조직에 있어서 수초화(myelin)가 이루어지는 기간을 말한다.
  첫번째 주기는 뇌간(brain stem)과 망상체계(limbric system)와 같은 원시적인
대뇌에서 일어나며 이 주기는 태내기에서부터 시작하여 영아가의 초기 단계에
해당되는 데 옹알이의 발달과 관련되는 것으로 보인다.
  두번째 단계로 대뇌의 좀더 진보된 부위에서 일어나는데 이 주기가
완성되는 데는 첫 주기보다 더 오랜기간을 요한다. 이 주기는 대략 출생
무렵부터 시작해서 3세 반 내지 4세 반까지 계속된다. 이 주기에서는 영아기와
유아기 초기(preschool age)에서 일어나는 언어발달, 즉 외마디 말과 두 마디
말의 발달과 관련된다.
  세번째 주기는 지능발달에 중요한 역활을 하는 대뇌피질의
연합부위(association area)에서 일어난다. 이 부위의 수초과정은 출생시부터
시작하지만 15세 또는 그 이후까지도 완성되지 않는다.
  연합부위의 특정부분은 말하기(speech)능력 발달에 특히 중요하다. 그래서
아이들이나 어른들이거나 간에 이 부위의 손상은 말하기 능력을 손상시킨다.
특히 청년기나 성년기에 입은 손상은 회복이 전혀 불가능하든가, 혹은 영구적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 연합부위는 1, 2세부터 시작하여 청년기 초기 무렵에 정상하고도 일관된
기능을 성인수준에 이르게 된다. 물론, 어떤 부위의 발달은 성인 초기까기
계속된다(Leconrs, 1967: tanner, 1979).

    10. 6. 인지발달에 관한 이론들


    1. Piaget 이론

  Piaget는 주로 지능발달에 관심을 두고 있었는데, 그는 지능을 기능적 측면과
구조적 측면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기능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인지발달이란 곧 유기체가 환경과의 상호작용에서 이루어 가는
순응과정(adaptation process)인데, 이는 동화와 조절의 두 하위과정을
포함한다고 했다.
  동화(assimilation)란 유기체가 대상을 자신의 '이해의 틀'(frame
of understanding)에 맞추어 해석하고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어떤
아이가 '네 발 달린 짐승이 개다'라고 하는 자기 나름대로의 '이해의 틀'을
가지고 있다고 하자. 그러면 이 아이는 네 발 달린 짐승을 보면 그것이 비록
개와는 다른 울음소리나 수염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 차이를 무시하고
'개'라고 인지하는데, 이때 이것을 인지적 동화라고 한다.
  반면에 조절(accommodation)이란, 새로이 부딪친 대상이 기존의 '이해의
틀'로써 해석되지 않을 떄 이 '이해의 틀' 변용, 수용되는 과정을 말한다. 위의
예를 말한다면, 네 발이 있기는 하지만 다리가 좀더 길고 가늘며 뿔이 있느니
'개'와는 비슷하기는 하나 '개'는 아니다. 그러므로 이때 '개'가 아닌 어떤 다른
것, 말하자면 '사슴'이라는 새로운 인지의 틀을 생성해야만 한다. 이와 같이
기존의 '이해의 틀'을 변용해 가는 과정을 인지적 조절이라 한다.
  이러한 동화와 조절은 인지발달의 어느 단계에서도 변함없는 형태로
나타나므로 Piaget는 이를 기능적 불변성(functional invarient)이라 불렀다.
그런데 문제는, 동화나 조절로써 이루어지는 순응과정이 기능적으로 변하지
않고 동일하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인지적 진보(cognitive progress)가
이루어지는가 하는 것이다. 이 물음에 대한 Piaget의 설명에 따른다면, 주위의
사물들이 지니는 새롭고 상이한 여러 특징에 대해서 계속 조절적
행위(accommodatory act)가 확대되어 간다고 한다. 그리하여 새로이 조절된 한
특징이 기존의 의미구조의 어디엔가 부합하게 되면 그것은 곧 그 의미구조에
동화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일단 동화가 이루어지면 그것은 그 속에
새로이 조절된 특징이 내포되어 있으므로, 부분적으로는 이미 이전의 구조를
약간 변경시킨 것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통해서 또다시 조절의 확대가
가능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동화적 구조(assimilatoy structure)는 정적이고
불변의 것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다. 즉 의미의 체계들은 환경적인 자극이 없는
경우에도 항상 내적으로 재조직되고 다른 체계들과 통합된다. 이러한 내적인
갱신의 계속적인 과정 자체가 바로 인지적 진보의 근원이 된다는 것이다.
  Piaget는 이와 같은 인지발달의 기능적 측면뿐만 아니라 한편으로는 구조적
측면도 또한 설명하고 있다. 그의 용어를 빌자면, 유기체가 가지고 있는 '이해의
틀'을 도식(scheme) 또는 구조(structure)라고 하는데, 이것은 유기체가
생래적으로 가지고 있는 몇 개의 반사, 예를 들어
빨기반사(sucking reflex)라든가 잡기반사(grasping reflex) 등을 반복하는
가운데, 아기는 빨기도식(sucking scheme)또는 파악도식(grasping scheme) 등을
형성하게 된다. 이러한 도식들은 반복되는 행동을 통해서 점차 분화되고 또
통합되어져서 수많은 도식과 복합적인 고차원의 도식이 획득되어 간다. 일단
이러한 도식들이 형성되면 유기체는 서로 약간씩 다르기는 하지만 유사한 행동계열들
을 이 속에 묶어 이해하고 이에 대응하게 된다.
  도식의 사용은 어린이가 성장함에 따라 감각운동적 차원을 넘어 개념적
차원까지 확대되어 간다. Piaget는 인지구조의 질적 차이에 의해서 발달의
단계가 구분된다고 주장하면서 인지발달의 단계를 감각운동기, 전조작기, 구체적
조작기 및 형식적 조작기의 넷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출생 후 2세에 이르기까지의 감각운동기에는 반사활동을 통하여 외부세계와
접촉하면서 감각운동적 지능을 발달시킨다. 출생 직후 1개월 정도는 단순한
선천적인 반사활동에 국한되어 있으나, 반사활동을 반복하는 가운데 감각운동적
도식을 형성하게 된다. 그리하여 첫 돐쯤되면 반사활동들이 보다 더 순응적이고
의도적으로 통제되고 조절되어 1세 반 경에는 시행착오로 문제를 해결하나 이
단계가 끝날 무렵에는 아주 초보적이나마 개념적 사고가 시작된다. 또 이
무렵에는 지연된 모방이나 모델이 없는 모방도 가능해지며 자신과 대상을
분리할 수도 있게 된다. 그리고 어떤 대상이 시야에서 사라지더라도, 그 대상이
계속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즉 대상영속성 개념(concept of object
permanence)이 획득된다.
  2세에서 만 5 세에 걸치는 전조작기에는, 사물을 판단할 때 그것의 외관, 즉
눈에 보이는 지각적 속성에 의해서만 판단될 뿐, 그것의 내재적인 연관성, 규칙,
또는 조작을 이해하지 못한다. Piaget는 이 단계의 이러한 인지적 특성을
보존개념의 실험을 통해서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림 10   -  10)은 양의
보존개념의 전형적인 실험장면이다. 우선 반지름과 높이가 한 쌍의 컵과
반지름이 다른 컵 하나를 준비한다. 그런 후에 물을 높이가 높고 폭이 넓은
다른 컵에 모두 옮겨 붓는다. 이때 전조작기의 어린이는 수면이 높은 쪽의 물이
더 많다고 대답한다. 이것은 이 시기의 어린이가 시각적 인상에만 의존하여
사고하기 때문에 컵의 모양이 달라져도 그 속의 물의 양은 변함이 없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 즉 양의 보존개념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전조작기 사고의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징은 자아중심성이다.
자아중심성(egocentrism)이란 타인의 관점이나 조망(perspective)을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자기 자신의 관점이나 조망에 얽매여 있는 사고 양식을 말한다.
예를 들면 마주 앉아 있는 상대방에게 보이는 자극배열이 자기가 보는 것과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자기에게 재미있는 TV어린이 프로그램이 왜
어른들에게는 재미없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6세에서 11세까지의 기간인 구체적 조작기(concerete operational stage)에
접어들면, 양 무게 부피 등의 보존개념을 이해하게 되고 자아중심성을 탈피하여
타인의 조망이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즉 탈중심화
능력(decentering ability)이 획득되어 이전 단계에서 나타나던 일면적 사고에서
다면적 사고로 이행해 간다. 그리고 다소 체계적인 사고가 가능하게 되지만
이는 구체적인 대상이 없는 추상적인 문제에 관해서는 체계적인 사고를
전개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이 시기의 사고의 특징은 현실세계에 의한 구속성을
탈피하지 못하는 데 있다. 비록 이 시기의 아동들이 현실성을 떠나 가능성에
입각한 사고가 가능하다 할지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현실세계에서 출발한
사고가 가능성의 세계로 약간 연장된 데에 지나지 않는다.
  11  -  12세 이후의 형식적 조작기(formal operational stage)에 가면, 이전
단계에서 하던 경험적이고 귀납적인 추리가 가설적이고 연역적인 추리로
이행된다. 추리적 사고에 있어서, 후자의 형태는 사고의 출발점이 현실성보다는
가능성에서 시작한다는 점에서 이전 단계와 차이가 있다.
  그리고 이 시기에는 명제내사고(intrapropositional thought)를 넘어설 뿐만
아니라 명제간 사고(interpropositional thought)도 가능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구체적 조작기의 아동은 단지 하나의 명제와 그 명제가 지칭하는 경험적
현실간의 사실적 관계에만 주목하는 데 비해, 형식적 조작기의 청소년은 그와
병행해서 또는 그 대신에 하나의 명제와 다른 명제간의 논리적 관계에 대해서도
주목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문은 열려 있거나 열려 있지 않거나 이다. 이
말이 맞느냐?"라고 물었을 때 형식적 조작기의 아동은 "맞다" 고
대답하나 구체적 조작기의 아동은 "그 문은 보지 않았기 때문에
모르겠다"고 대답한다. 또 형식적 조작기의 사고자는 어떤 사상이나 명제에
포함된 일군의 요소들은 체계적이고 조합적으로 분석하는 데 있어서 이전
단계보다 훨씬 우수하다.
 즉 일군의 요소들에 대한 있을 수 있는 모든 조합과 순열을 산출하는 데
있어서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더 잘 고안해 낼 수 있게 된다.
  Piaget는 인지발달이 상술한 바와 같은 4단계를 거친다고 주장했으나,
Arlin(1975)은 Piaget와는 달리 5단계설을 주장하면서 형식조작기인 제 4단계를
지나서도 인지발달이 이루어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Arlin에 이르면
문제발견적 사고가 가능해지므로. 인지발달은 보다 높은 수준으로 진전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반론과 반증이 나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Piaget의 이론은
인지발달의 많은 부분을 설득력 있게 설명해 주고 있어, 아직도 그의 이론은
높이 평가되고 있다.

    2. 정보처리적 접근

  컴퓨더가 널리 보급되면서부터 도처에서 정보처리(information processing)란
새로운 용어를 듣게 되었다. 우리가 컴퓨터를 사용해서 계산을 한다든지 자료를
처리할 때 우리는 컴퓨터에 필요한 자료(informations)들을 입력시켜 컴퓨터로
하여금 처리(processing)하게 만들어 목적하는 바의 결과(output)를 얻어낸다.
  컴퓨터에서 수행되는 이러한 과정을 사람의 사고과정에 유추한다면,
환경으로부터 들어오는 자극들은 컴퓨터에 집어 넣은 입력(input)이고, 컴퓨터가
자료를 처리하는 하나의 체계적인 것처럼 사람이 곧 자극들을 처리하는
체계(system)인 것이다. 사람이 자극들을 지각적으로 그리고 인지적으로 분석해
나갈 때 사람이 수행하는 과정들은 컴퓨터 속에서 정보를 재조직하는 것과
유사하나 그래서 마지막으로 나타내는 반응은 컴퓨터 체계로부터 얻어지는
출력(output)과 같은 것이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과 같이 정보처리적 접근(information processing
approach)이라고 하는 것은 사람을 컴퓨터 체계처럼 기호 조작자(symbol
manipulator)로 간주하는 입장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정보처리적 접근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의사소통, 인지심리학 등과 같은 분야 등이
발전되면서부터 급속도로 대두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힘입어 심리학자들은
아동발달을 연구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정보처리적 접근을 시도하는 연구들이 일반적으로 목적하는 바는 아동들의
머리속에 일어나는 '심적 프로그램'(mental program)을 찾아내려고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입장을 취하는 연구자들은 예컨대 더하기 산수계산이나 문제해결의
학습과 같은 어떤 특정한 과제를 수행할 때 일어나는 아동들의 행동들을 컴퓨터
프로그램과 유사한 일련의 인지적 규칙(cognitive riles)들로 쪼갠다. 일단 이러한
규칙들이 서로 일관성 있게 연결된 하나의 양식(format)으로, 기술되어지면
연구자들은 아동들이 어떻게 정보를 획득하며 또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가를
실험해 볼 수 있는 모델로 구성되어진다(Klahr와 Wallace, 1976).
  만일 컴퓨터가 아동이 나타내는 규칙들과 동일한 규칙들로
프로그램되어진다면, 컴퓨터가 아동의 행동을 재현할 수 있을까? 만일 그렇다면,
그 모델은 아동의 '심적 프로그램'의 역량(capacity)을 밝혀내는 데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3. 정보처리능력의 발달적 변화

  인지발달이 이루어지는 동안에 나타나는 정보처리상의 변화는 대략 네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는 조직화 경향이다. 즉,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개념들간에
위계적인 연합과 주제적인 연결(thematic connection)이 더 풍부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식의 망조직(network)은 아이들의 이해와 회상에 도움을 준다.
일반적으로 지식의 조직화는 아이들보다 성인의 경우 더 발달된 것으로
생각되지만 어떤 경우에는 아이들이 정보를 조직하고 저장하는 능력이 성인을
능가하는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바둑판의 바둑알을 다시 놓게 하는 실험에서
아동이 성인보다 더 정확하게 다시 놓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실험의
아동피험자는 바둑선수였고, 성인은 초보자였다는 것이다(Chi, 1978). 이것은
어떤 과제 수행에 있어서 그에 관한 지식의 조직망의 조직화 정도가 과제
수행의 효과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연구에서도 어린아이들이 자신에게
친숙하거나 의미 있는 대상에 대한 정보처리는 아이들이 성인을 능가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면 생일잔치라든가 친구의 이름, 친숙한
장난감들은 아이들도 놀라울 정도로 정확성을 가지고 상기할 수 있음이
밝혀졌다(Bjorkrund, 1985).
  둘째는 정보처리 속도의 증가이다. 주어진 자극들을 주사(scann)하거나
공통점을 찾아내는 것과 같은 기초적인 과정들은 나이가 들어 감에 따라
자동화되어간다. 그래서 점차 한꺼번에 여러가지를 사고할 수 있고 심적
능력(mental capacity)이 증대되어 간다(Chi, 1985).
  셋째는 인지적 방략의 확대이다. Wellman(1975) 등의 연구에 의하면. 3세
유아들도 기억방략(memory rehearsal)이라고 불리우는 초보적인 기억방략을
사용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즉, 그들은 장난감을 숨기고 그것을 찾아내도록
하였는데, 어린아이들은 그것을 한 번 만져 보거나 한동안 응시하는 것과 같은
원시적인 방식의 방략을 사용하더라고 보고했다. 이에 비해 나이 든 아이들은
반복암송이나 범주화, 또는 추론과 같은 보다 세련된 방략을 동원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나이에 따라 인지적 방략이 정교화되고 확대되어 가는 경향을
보인다.
  네번째는 나이와 더불어 정보처리가 점점 더 상위인지(metacognition)에
의존한다는 것이다(Brown 등, 1983). 상위인지를 필요한 정보처리에 대해
자각(self-awareness)과 자신의 능력에 대한 통제를 포함한 것인데,
어린아이들은 이러한 상위인지를 필요한 정보처리에 자발적으로 의도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므로 정보처리에 있어서 계획, 자기검열 및 문제해결방식의
수정 등이 신축적으로 되어간다.
  정보처리적 접근방식을 취하는 학자들은 인간의 발달과정에서 보이는
인지방략을 상술한 바와 같은 정보처리상의 발달적 변화로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다.

    10. 7 정서, 사회성 및 성격 발달


    10. 7. 1. 정서발달


    1. 정서 발달의 생리적 기초

  정서 발달의 한 기초로서는 성숙과 생리적 근거를 들 수 있다. Gesell은
통풍이나 조명은 잘 안되지만 해를 주지는 않는 작은 방에 아기를 격리해서
정서의 분화과정을 연구하였다. 그 결과로 생후 10주까지는 불쾌가 나타나지
않았는데 20주경에는 어느 정도의 불쾌와 불안을 나타냈으며 30주경에는
심한 불쾌와 불안 때문에 많이 울었다고 한다. 이것을 근거로 하여 Gesell은
공포는 성숙에 따른 정서반응이라고 보고했다.
  Jones는 뱀에 대한 공포의 발달을 보기 위하여 50명의 영아에게 뱀을
보여주고 그 반응을 조사하였다. 2세까지의 어린이는 뱀을 보고도 태연하였으며
아무런 공포도 보이지 않았다. 3 내지 3.5세의 유아는 뱀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곁에 가서 만지고 싶어하는 듯하면서도 선뜻 다가서지 않고 경계하는 빛을
보였다. 만 4세 이상의 유아는 즉시 뱀을 피하며 분명히 공포반응을 나타낸다.
  정서의 표현에는 혈압이나 맥박, 또는 자율신경계의 활동과 같은 생리적
변화가 수반되므로 정서발달이 생리적 근거를 가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감정은 생리적으로 특히 뇌의 시상하부에 기초를 두고 있으며 정서행동은
대뇌피질과 관련된다. 전두엽의 정서표출을 통제하는 기능을 보인다는 것은
전두엽 제거수술에 의해서 입증된다. 그러므로 감정 및 정서의 발달은
대뇌피질의 분화발달과 시상하부의 생리적 발달과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예를 들어 분노상태에서는 자율신경계의 작용에 의해서 얼굴이 붉어지고,
호흡이나 맥박이 빨라진다. 이러한 생리적 표출은 자신의 정서상태를 타인에게
전달하는 구실도 한다. 이렇게 정서표출을 하는 동안에 얼굴의 수의근이
발달하는 데 따라서 표정은 바뀌게 되며, 때로는 정서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위장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연령이 증가하면 정서적인 표현이 세련되기도
하고, 가식적으로 되기도 한다.
  그러나 유아기에는 아직 대뇌피질이 잘 발달되어 있지 않다. 특히 전두엽은
 장시간에 걸쳐서 발달되므로 전두엽의 활동에 따른 흥분의 통제는 성인에 이를
때까지는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또 신생아는 아직 일정한 주파수의 뇌파를
나타내지 않으며, 6세경이 되면 성인과 같은 주파수가 후두엽에서 발견된다.
그러나 전두엽에서는 아직 성인보다 느린 주파수가 후두엽에서 발견된다.
그러나 전두엽에서는 아직 성인보다 느린 주파수에 머무르고 있다. 19세경이
되면 비로소 성인과 같은 주파수가 대뇌의 어느 부위에서든 나타난다. 즉
전두엽의 대뇌피질은 19세경에 비로소 그 기능이 충분히 발달한다고 추정된다.

    2. 초기의 정서분화

  Bridge(1932)가 신생아의 정서반응을 관찰 보고한 것을 보면, 정서는 생의
초기에 대부분의 정서가 분화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불쾌쪽의 정서가 보다
빨리 분화하는데, 대체로 2세가 끝날 무렵까지는 성인에게서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정서가 나타난다. 나이가 들수록 정서적인 감수성이 예민해지고
표현방식이 세련되어 가지만, 기본이 되는 정서의 발현은 영아기에 완성되는
셈이다. 이와 같이 정서의 분화가 일찍 이루어지므로 이 시기에 분화되는
정서의 기본 경향성이 성격의 기본적인 틀이 형성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3. 후기의 정서발달

  앞에서 본 바와 같은 영아기에 분화되어 나온 정서의 기본틀 위에 다양한
정서경험과 정서표출의 학습과 변용이 이루어져 나간다. Campos와
Barrett(1988)의 설명에 따른다면, 다음과 같은 발달을 보인다.
  첫째, 정서표현과 정서경험은 연령에 따라 변화한다. 출생 후 얼마 동안은 그
기저에 생리적인 정서상태와 그에 따른 정서 표현에 거리가 있다. 이것은
아마도 신경발달의 미숙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예를 들면 영아는 신체적
구속에 대해서 분노반응이 아닌 얼굴표정을 나타내는 것을 볼 수
있다(Sternberg와 Campos, 1983).
  그리고 또 다른 예로서는 '빠른 눈 반응'(Rapid Eye Movement)을 수반하는
수면시에 아기가 미소를 보일 때가 있는데, 무엇에 의해서 이런 미소가
표출되는 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런 미소가 나중에 기쁨의 표출로
나타나는 미소와는 분명히 다른 것 같다.
  생의 아주 초기에 이와 같은 시기가 잠시 있으나 곧 정서표현이 그에
상응하는 정서상태와 합치하게 된다. 그러나 생후 3개월쯤부터 벌써 영아는
정서표현을 정서상태로부터 분리시키게끔 유도하는 사회화과정에 놓이기
시작한다(Malatesta와 haviland, 1982). 그래서 빠르면 아동 후기, 늦으면
성인 초기에 이를 때까지는 이미 거의 모든 정서가 자유롭게 표현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하면 문화적인 '표출방식'과 개인적인 표출방식 등등에 일치하게끔
통제를 받게 된다(Ekman, 1980).
  이와 같은 정서의 통제는 되돌아서 정서 표현자의 정서상태에 다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Izard, 1971;Laird, 1974). 더 나아가서는 '진정한' 정서에 상응하는
섬세한 외현적 안면표정이 그 표정에 알맞는 정서경험을 하도록 계속
추구한다(Schwatz 등,1976).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현적 정서표현이 속으로
느끼는 정서와 같지 않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둘째, 정서에 대한 대응반응도 발달과 더불어 바뀐다. 예컨대 아기가
기어다닐 수 있게 되면 낯선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더 잘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아기는 이동이 가능한 개체이므로, 이제 더 이상 낯선 사람들의 행동에
의해서 그의 감각운동적 목적(sensori-motoric goal)이 결코 위협받지 않는다는
것을 보증할 수 있다.
  따라서 만일 낯선 사람의 행동들이 아기로 하여금 겁먹게끔 만들게 되면,
아기는 후회할 수도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부정적 정서가 가중되는 것을
예방할 수도 있다. 또한 Gunner(1980)가 보여준 것처럼 대응기술(coping skill)에
따라서는 부정적 정서의 효능감을 맛볼 수 있는 유쾌한 정서로 변환시킬 수
있다.
  셋째, 정서의 복잡성이 발달과 더불어 변화한다는 것이다. 사람의 정서표현은
감정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인지 발달은 해당사건을 목적과
연관지어 새로운 방식으로 받아들이게끔 유도할 수도 있다. 예컨대 어린 영아는
그의 당면목적에 진행되고 있는 사건의 한 면을 연관지을 수 있으나 나이든
아이들은 그 상황의 다중적인 측면을 감안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어린 영아는
시끄러운 새로운 장난감 때문에 신경질을 낼 수 있으나 큰 아이는 만일
성인들이 격려적이고 긍정적인 정서로 임한다면, 그 사건에 의해서 즐거워질
수도 있는 것이다(Klinnert, 1981).
  복합정서는 패턴으로 개념화하거나 혹은 특정한 복합적인 상태에 포함된
기본정서들(Basic emotion)을 복합정서의 표현들, 몸짓들 그리고 행동경향들
속에서 알아볼 수가 있다. 예를 들면 수치심이란 다른 사람의 사랑이나 인정을
상실하는 데서 오고 슬픔을 포함한다. 이러한 수치심(shame)과 같은 정서에는
자세가 늘어지고 머리를 싸매고 가끔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또 죄책감(guilt)은
자기자신을 도덕적인 존재로 보려는 생각을 훼방하는 데 대해서 자기자신에게
분노를 느끼게 하는 감정인데, 이와 같은 죄책감은 속죄를 하려는 행동경향을
내포하고 있다. 때로는 자신에게 이러한 죄책감을 설득시킴으로써
이타성(altruism)으로 돌아가도록 할 때도 있다. 이와 같이 나이가 들어 감에
따라, 여러 가지 정서들이 상호 복합적으로 얽혀 들어 정서의 복합성이 증가해
간다.
  넷째, 다른 사람의 정서적 표현에 대한 수용성이 발달적 변화를 보인다는
것이다. 정서는 사회적 의사소통(social communication)과정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정서발달은 정서적 신호 등을 받아들이는 수용성의 폭의
증가과정으로 볼 수 있다.
  상술한 바와 같이 정서의 표출양식이 나이에 따라 여러 형태로 분화되어
나가는 것이 곧 정서발달의 양태인 것이다.

    4. 정서발달과 환경

  Bowlby는 시설아에 대한 연구에서, 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어린이들은
정서발달이 뒤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신체적 발육이 상당히 뒤떨어지며,
질병을 앓거나 언어발달이나 학업성적 그리고 대인관계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했다. 그뿐 아니라, 이들은 자란 후에도 사회적으로 잘 적응하지 못하고,
반사회적 성격 또는 비행으로 진행되어 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최근에 이루어진 후속 연구에서도, 영양이 풍부한 음식을 주고 청결하고
안락한 시설에서 자라는 아기들이라도 신체적 발달이 늦고 전염병에 잘
걸린다는 사실이 지적되어 청결한 시설과 영양 많은 음식만으로는 아기를
건강하게 기를 수 없음을 강조하였다. 그러므로 아기의 발육에는 어머니나
주위에서 돌보는 사람들의 안정적이고 따뜻한 애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주장에는 그럴만한 생리적 근거가 있다. 즉 정서를 통제하는 대뇌의 부위는
시상하부로부터 이곳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 다시 뇌하수체를 자극하게 되어
성장호르몬을 분비하게 된다. 만일 어머니나 다른 돌보는 사람이 애정을 가지고
안아 주고 쓰다듬어 주고 웃어 주고 하면, 아기는 기분 좋은 정서적인 흥분을
자주 경험하게 된다. 따라서 정서와 관계가 있는 시상하부가 적당한 자극을
받아 호르몬 분비가 활발해지고 그 결과, 뇌하수체가 자극을 받아 성장호르몬의
분비도 활발해진다. 이와 반대로 애정이 결핍된 상태에서는 정서적 경험이
결여된 까닭에, 위에서 말한 호르몬 분비도 저하된다. 그 결과, 애정을 못받고
자란 어린이는 신체성장이 저조해 왜소한 체구를 갖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아이를 정서로 인한 왜소증(emotional darfism)이라고 하는데, 이는
정서가 인간의 성장발달에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보여 주는 한 예라
할 수 있다.

    10. 7. 2. 대인관계의 형성


    1. 애착행동

  어린 아이는 자라면서 자기 주변의 사람들 가운데 자주 대하는 친숙한 사람과
떨어지지 않으려 하거나 낯선 사람이 가까이 접근하면 불안이나 공포반응을
나타내는 특별한 애착(attachment)을 발달시킨다. 이런 애착은 사랑과 의존심을
포함하는 것으로서, 아기는 애착을 형성한 사람이 보이지 않으면 찾게 되며,
주의를 끌려고 하며, 그를 떼어 놓으면 당황하고 불안해 한다.
  대부분의 영아가 6 내지 8개월이 되면 이런 선택적인 애착관계를 형성하게
되는데, 대부분의 경우 엄마가 그 대상이 되지만, 간혹 아버지에게 애착을
보이기도 한다. 애착의 대상이 나중에는 형이나 누나 또는 할머니, 아주머니,
아저씨, 집안 친지들에게로 확대되기도 한다. 애착의 형성에 있어서 어머니(또는
대리모)의 따뜻한 애정과 반응성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애착의 정도는 돐 전후에 절정에 달했다가, 18개월이 되면 대개는
많은 다른 사람에게로 분산되어 간다. 그러나 아기가 최초로 애착을 형성하게
되는 상대방의 사람은 8 내지 24개월경부터 아기의 성격발달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만일 어린시기에 바람직한 애착형성이 되지 않으면
성격발달에 장애를 가지게 된다.
  애착과 유사한 기제가 여러 종의 새끼에게서도 발견된다. 특히 오리나 거위와
같은 동물들도 어미를 쫒는 행동을 강하게 보이는데 이것은 부화한 직후에 본
움직이는 대상을 각인(imprinting)한 결과로서 만약 부화한 직후의 결정적
시기에 사람이 노출된다면 새끼는 사람을 따르게 된다.
  그러면 도대체 사람이나 원숭이 같은 포유류에 있어서 애착을 형성하는 데
관여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정신분석학적 설명에 따르면 유아는 자기의 일차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때문에 엄마에게 애착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원숭이를
사용한 Harlow(1985)의 실험은 그것보다는 포근한 대상과의 접촉에서 오는
위안이 더 큰 요인임을 보여준다. 즉 새끼 원숭이는 젖을 제공해 주는 철사로
만든 원숭이보다 젖을 주지는 않지만 좋은 감촉을 주는 벨벳으로 감싼 원숭이를
더 좋아하였다. 음식을 준다는 것은 좋은 감촉을 준다는 것에 비하면
애착형성의 요인으로는 2차적인것으로 보인다.

    2. 부모 및 형제와의 관계

  부모-자녀관계의 질에 따라 그 부모밑에서 자라는 어린이의 성격 및 사회성
발달이 좌우된다. 특히 영아기와 유아기에는 부모-자녀관계의 중요성은 더 크다.
  여러 학자들의 연구결과를 종합해 볼 때, 부모의 양육태도가 민주적이면
자녀들은 일반적으로 적극적이고 경쟁적이며 독창적이고 외향적인 경향을
보이며, 호기심이 많고 진취적이며 지도성이 높지만, 잘 순종하지 않고 동조성이
낮은 경향이 있다.
  통제형의 가정에서 자란 자녀들은 대체로 상술한 것과 반대되는 성격특성을
지니게 된다. 즉 이러한 가정의 자녀들은 싸움을 잘하고 거부적인 성향이 높고
비순종적이며 겁이 많다는 것이다.

    3. 성유형의 발달

  성유형(sex-typing)은 어떤 문화 속에서 남자와 여자에게 적절하다고
인정되고 있는 행동, 태도, 가치를 획득하는 것을 말한다.
  대체로 우리 문화에서는 남성성(masculinity)을 활동적이며 다소 공격적이고
독립성이 강하며 과제 중심적인 특성으로 규정지우며, 여성성(feminlty)을
온순하고 의존적이며 인간관계 중심적이 특성으로 규정짓고 있다.
  유아기에는 자기의 성을 의식하여 여아는 여아답게, 남아는 남아답게
행동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와 같이 성별에 따라 행동이나 태도에 차이가
생기는 것은 두 가지 원인으로 집약될 수 있다. 첫째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남녀의 생리적 차이로써 설명되어진다. 즉 남녀는 태어난 때부터 골격, 호르몬의
수준 등이 다르다. 발육면에서도 대개는 남아의 체중이 여아보다 무거우며, 키도
더욱더 활동적이다. 이와 같은 신체적 특징이 남아와 여아의 성역할(sex-role)에
차이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리학적 차이만으로는 남녀의
성유형이 다른 것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
  둘째는 문화권에 따라 성유형을 획득해 간다는 설명이다. 문화인류학자인
Mead(1935)의 조사에 의하면, 챰불리 종족에서는 남자는 생계에 대한 책임이
여자보다 적고 자신의 용모에 더 관심이 많으며, 정서적으로도 더 의존적인
반면에 여자는 지배적이고 개인적인 일에는 관심이 적고, 더 힘든 일을 하려고
한다. 챰불리 족에서는 성유형이 문화패턴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4. 사회인지

  아동의 활동범위가 넓어지고 사회적 상호작용이 빈번해짐에 따라 타인의
관점이나 정서상태, 행동의 원인이나 의도 등에 대해서 점차 더 큰 이해를 하게
된다. 사회적 인지가 발달하는 또 다른 원인으로는 일반 인지의 발달에서 찾을
수 있다. 즉 아동이 구체적 수준에서의 조작능력을 획득하면 엄마의
표정으로부터 '엄마가 화났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따라서 '조르지 말아야
되겠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인지능력이 발달함에 따라서 타인에 대한 개념도 점차로 달라지게 된다.
Selman(1981)에 의하면 7세 이하의 아동에 있어서 '친구'란 가까이 사는 애 또는
좋은 장난감을 가진 사람으로 생각하나 9세가 되면 우정이란 오가는 두
길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사회인지의 발달의 한 결과로 아동은 타인뿐만 아니라
자신의 행위의 당위성이나 그 행동의 의도에 대한 선악판단이 점차 명료해진다.
그 같은 과정을 도덕성의 발달을 통해서 검토해 보자.

    10.7.3. 도덕발달

  개인의 도덕성은 행동의 방향과 양태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그러한
의미에서 도덕발달은 성격발달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도덕성은 도덕적 행동과 도덕적 개념 및 판단을 포함하여 이는
보상체계(reinforcement system)에 의한 학습과정과 부모에 대한
동일시(dentification)나 위반행위에 대한 죄의식 등의 경험과 관련하여 발달한다.
이러한 도덕성의 발달에 있어서, 일반적으로 초기에는 도덕적 행동이 먼저
발달하고 행동적 경험을 토대로 하여 점차 도덕적 개념이 발달한다. 그러나
후기의 도덕발달은 도덕적 행동과 행동적 개념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보다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 발달되어 나간다. 그런데 도덕발달에 관한 연구는 대부분
도덕적 의문이나 갈등을 야기하는 문제상황에 대한 도덕적 판단의 연령적
변화를 규명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체계적인 연구는 Piaget의 연구와
Kohlberg의 연구이다. 이들의 도덕발달이론은 기본적으로 인지발달론에
근거한다. 다시 말하면 도덕발달은 인지발달단계와 병행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Piaget는 어린 아이들이 7 내지 8세 이전에는 현실적 결과에 근거해서 선악을
판단하는데 반해, 그 이후가 되면 행동의 기저에 깔린 동기를 생각해서 선악을
가린다는 것이다. 왜냐 하면 7 내지 8세 전후에야 비로소 행동의 원인을 추론할
수 있는 인지적 능력이 발달되기 때문이다.
  Piaget의 이러한 인지론적 도덕발달이론을 좀더 확대·발달시킨
것이 Kohlberg가 제시한 갈등상황의 예는 아래와 같다.
  Heinz라는 사람은 병들어 죽어 가는 자기 아내를 살리기 의해 약을 사러
갔다. 그 약의 원가는 200달러 정도인데 2000달러를 요구했다. 도저히 약값을
마련할 수 없는 Heinz는 아내 가 다 죽게 되었으니 약값을 좀 싸게 해 주든지
아니면 외상으로 팔 것을 애원하였다. 그러나 거절당했다. 그래서 Heinz는 그
약을 훔쳐 내었다.
  여기서 누가 옮고 그른가? 그리고 왜 그러한가?
  Kohlberg는 두번째 질문에 대한 응답자의 대답을 분석한 자료에 근거해서
도덕발달의 단계를, 전인습적 도덕기(preconvintional morality), 인습적
도덕기(convintional morality), 후인습적 도덕기(postconvintional morality)의
세 수준으로 구별하고, 각 수준을 각각 두 개의 하위단계로, 도합 6단계로
구분해서 설명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제1, 2단계는 전인습적 도덕기에 속하는 단계로서,
제1단계는 벌을 피하기 위해 권위와 규율에 복종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략
국민학교 저학년 이하의 어린이들이 주로 이단계에 속한다. 이들은 인생의
가치를 물질적 가치와 혼동한다. 위의 예문에서는, 약을 만드는 값이 별로
비싸지 않기 때문에 훔친 행위를 정당화할 수도 있고, 또는 잡히면 벌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나쁜행위로 평가할 수도 있다. 제2단계는 상과 칭찬을 받기 위해
동조하는 단계로서, 인생의 가치를 자신이나 타인의 욕구충족에 두고 있다.
그래서 이단계를 소박한 도구적 쾌락주의(naive instrumental
hedonism)단계라고도 한다. 예를 들면 어차피 죽을 환자가 고통을 피하기 위해
죽여 달라고 할 때 의사는 안락사를 시켜야 하는가 하는 물음에 환자의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 좋다고 판단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제3, 4단계는 인습적 도덕기에 속하는데, 그 중 제3단계는 타인으로부터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 행동하면, 인생의 가치를 가족과 타인에 대한 애정과
연민에 둔다. 위의 안락사의 예에 대한 반응은 남편이 환자(부인)를 무척
사랑하고 보고 싶어하며 빨리 죽기를 원치 않기 때문에 안락사시킬 수 없다는
식의 반응이다. 제4단계는 권위자의 규칙에 따르며 어떤 행동결과로 인해
생기는 죄를 피하기 위해 행동한다. 인생을 신성한 것으로 느끼며 사회적,
문화적 법과 질서를 강조한다. 의사는 환자를 안락사시킬 권리가 없으며, 어느
누구도 생명을 빼앗을 수 없다는 판단을 한다.
  제5, 6단계는 후인습적 도덕기에 속하는 단계로서, 이 시기의 특징을
자기원리적 도덕성이라고도 부른다. 여기서 제5단계는 사회복지적인 면에서
공명정대한 제삼자의 입장을 취하며 인생을 사회복지와 보편적인 권리와
관계에서 평가한다. 예를 들어 "중대장은 어떤 병사에게 부대를 구하기 위해
사지로 가도록 명령해야 하는가?"와 같은 물음에 대해 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는 보낼 수밖에 없다는 식의 반응을 보인다. 즉 이 단계는 게약과 인권,
민주적 법칙의 도덕성을 가지고 사회복지에 동조하는 단계이다. 끝으로
제6단계는 인생을 보편적인 인간의 가치를 갖는 신성한 것으로 믿으며 자책감을
피하려는 개인적인 양심의 원리에 입각한 도덕성을 가진다. 위에 나온 약을
훔친 예에서, 사회적인 법으로 보면 그가 나0쁘지만 자연이나 신의 법으로 보면
약을주지 않은 사람이 나쁘다. 인간의 생명은 경제적인 것으로 말할 수 없는
것이며, 누가 죽든 간에 사람이라면 그를 구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식으로
반응하는 단계이다.
  Kohlberg는 위와 같은 6단계를 설정했다가 근래에 와서 제7단계를
추가하였는데, 7단계는 우주적이고 영생적(cosmic and infinite)인 것을 지향하는
단계라고, 즉 도덕적인 문제는 도덕이나 삶 자체가 아니라 우주적 질서와의
통합이라고 보는 단계이다.
  이러한 도덕발단단계에서 각 개인이 도달하는 마지막단계는 서로 다르다.
즉 제6단계나 제7단계에까지 도달할 수 있는 사람은 예수, 공자, 소크라테스나
마틴 루터, 킹 목사와 같은 사람일 것이라고 한다.
  Kohlberg의 도덕발달이론에 입각해서 이루어진 미국, 대만, 멕시코간의
문화비교연구의 결과를 보면, 단계의 연속성이 보편적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좀더 자세히 말하면 제5단계와 제6단계가 최종단계가 아니다. 즉 모든 문화권의
사람이 5,6단계까지 이르지는 못하며 대부분의 성인에 있어서 제4단계가
우세하다.

    10.7.4. 성격발달


    1. 성격발달에 영향주는 요인들

  성격이 과연 유전적인 요인에 의해서 선천적으로 규정되는지, 아니면
성장과정에서 경험·학습한 결과로서 형성·발달되는지에 관해서는 이론이
많다. 다른 심리적 특성(psychological trait)의 발달과 마찬가지로, 성격발달에
대해서도 자연 대 양육의 논쟁(nature-nurture issue)은 계속되어 있어 쉽게
풀릴 수 없는, 그러나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지능발달은 유전적
요인에 더 많이 지배된다고 보는 데 반해, 성격발달은 환경적 요인의 영향이
우세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성격발달은 제한된 몇 개의 특정한
요인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수많은 크고 작은 영향요인에 의해서
형성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다.
  다양한 요인들이 어떤 특정한 개인에게 작용하는 방식과 양태는 각기 다르다.
그러므로 수많은 요인의 상이한 누적적 효과는 개인간에 서로 다른 성격특성을
창출하게 된다. 그러나 수없이 많은 요인들이 작용하는 특자적
효과(idiosyncratic effect)들을 개별적으로 열거할 수는 없으므로
성격심리학에서는 몇 개의 주요 요인의 영향에 관해서 언급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논의되는 주요 요인들로서는 유전, 체질 및 체위, 지적 수준,
양육환경(부모의 유무, 부모의 양육방식, 가정의 사회 경제적 조건 등), 교육 및
문화적 경험등을 들 수 있다.

    2. 사회화 및 성격발달의 기제

  아동은 자라나는 동안 그가 속해 있는 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는 가치기준을
내면화하고, 대다수가 공유하고 있는 행동양식 및 사고방식을 습득함으로써
사회화되어 가며, 또 한편으로는 특정한 성격특성을 획득해 간다. 그러면 도대체
어떠한 심리적 과정 내지는 심리적 기제를 통해서 이러한 사회화와 성격발달이
이루어지는가?
  사회화와 성격발달의 기제와 과정에 대한 설명은 학자나 학파에 따라 다르나,
대별하면 동일시, 보상과 벌, 관찰학습으로 설명되고 있다.
  첫째, 동일시란 부모나 주위의 중요한 사람들(significant person)이 마치
자기 자신인 양 생각해서 그들의 감정, 태도, 행위, 가치관등을 자신의 것으로
내면화(internalization)하는 것을 말한다. 동일시라는 개념은 원래
정신분석학적인 개념으로서, 이는 무의식적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생의
초기에는 이 동일시 기제를 통해 늘 가까이 접촉하는 부모의 가치기준과
행동양식 및 사고방식을 습득해 나가게 된다. 발달의 후기에 가서는 생활반경이
확대됨에 따라 부모 이외의 인물들, 예컨데 형제, 친척, 교사, 가수등과 같은
현존인물이나 소설이나 영화 속의 주인공과 같은 비실존적 인물들에게 동일시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 그 결과, 초기에는 가정의 한 성원으로서, 후기에 가서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사회화되어 간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동일시의 소산으로서
독특하고 고유한 성격 특성이 형성되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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