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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 3/심리학개론

언어와 사고

by Frais Study 2020. 7. 17.

    개관

  사람역시 하나의 생물체이기 때문에 생존하기 위해서는 환경에 적응하여야
한다. 이때 사람은 다른 생물체와는 달리 사람 나름의 특유한 적응 방식을
취한다. 그것이 다름 아닌 앎 혹은 지이다. 앎에 근거해서 삶을 영위하기 때문에
사람이 만물의 영장일 수 있다. 이를테면 힘에 견주어 사람과 호랑이를
비교하거나, 파장 감각의 예민성에 견주어, 사람과 거미를 비교하여서는
인간이라는 유기체는 다른 유기체에 비해 뛰어난 점보다 모자란 점이 더욱
많다. 그의 앎이 그의 모자라는 점을 메워 주는데 단순히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앎은 그의 물리적 내지 생리적인 모자람을 초월시켜 준다.
  앎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첫째로 새로운 구성이다. 사람은 바깥세계를 그대로
거울처럼 묘사하지 않는다. 사람이 사물을 지각하는 수준에서부터 그것은
새로운 구성이다. 동그랗다 혹은 네모나다는 모양의 지각이 체계화에 의함을
우리는 이미 배웠다. 사람의 앎은 바깥 사물의 묘사도 아니려니와 또 역시
반사도 아니다. 가령 개는 직접 음식을 보는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음식 담는
소리만 들어도 침을 흘린다. 그러나 개의 이러한 예견은 어디까지나
조건반사적인 것이다. 반사적인 반응을 우리는 앎이라 부르지 않는다. 사람은
바깥 세계에서 정보를 입력하여 - 자극을 받아들여 - 심리 과정에서 그것을
변형한다. 그러므로 그것은 수동적인 모사나 반사가 아니라 능동적인 구성이다.
  이처럼 심리 과정에서 자극을 변형하는 것을 정보처리라 일컫는다. 처리라
함은 입력된 정보에 대하여 어떤 마음의 조작, 즉 심성조작을 가하는 것이다.
예컨대 동그랗고 불그스름하다는 어떤 정보는 사과라는 정보로 통합되며
나아가서 그것은 과일이라는 범주에서 이를테면 복숭아와 비교된다. 어떻게
통합하고 비교하느냐는 것이 정보처리의 문제이다. 앎은 자극 그 자체가 아니라
이렇게 처리된 실체이다. 다른 말로 그것은 바깥 세계의 사물이 아니라
마음속에 주어진 표상이다. 물체로서의 사과가 시각을 자극하는 것은
전자방사선인 파장이고 이 빛 에너지가 망막에 이르러 신경 흥분으로 변화되어
다시 대뇌의 시각 피질에 전달된다. 그러나 우리가 사과에 대해 안다고 말할 때
그것을 감각적으로 처리된 신경흥분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대뇌에서 제공된
빨갛고 동그랗다는 정보는 사과에 대한 우리의 앎에 고작 하나의 단서가 될
뿐이다. 우리가 안다는 것은 결국 의미를 아는 것이며, 그것은 마음의 표상이다.
  이 장의 제목이 언어와 사고이지만. 그것은 주로 의미에 근거한 표상의
문제이다. 인지의 문제에서 지식의 표상을 논할 때 일반적으로 지각에 근거한
표상과 의미에 근거한 표상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영화 ET를 보았다고
하고, 그 소년이 무엇을 입고 있었다거나 키가 얼마만큼 크다는 것을 마음에
떠올릴 수 있다면 그것은 지각에 근거한 표상이다. 더러는 우리가 이러한
상세한 표상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영화에 대한 기억조차 세부 지식을
보고할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영화 ET를 본 사람치고 어떻게
소년이 취하게 되었는지 혹은 왜 개구리들이 위험에 빠지게 되었는지를
기억하지 못하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이처럼 기억에 표상된 바는 구체적인
장면이기보다 사건의 핵심 내용인 의미인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이것은
지각적인 표상보다 더욱 추상화된 표상이다. 그리하여 처리의 수준에서 보면
지각에 근거한 표상은 초기 과정의 표상이고, 그리고 의미에 근거한 표상은
후기 과정의 표상이다. 우리는 이장에서 후기 과정의 심성표상의 대표적인
문제인 언어와 사고를 다루기로 하겠다. 고전 심리학에서 즐겨 쓰던 용어로
말하면 언어와 사고는 고등정신 기능의 문제이다.

    7. 1. 개념과 범주의 구조

  표상된 지식에서 최소의 단위는 개념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실제의 사물들
혹은 관념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대상들은 그것이 갖고 있는 속성의 공통성에
따라 한 개념에 속하든지 아니면 다른 개념으로 분류된다. 가령, 참새나 까치나
병아리는 '날개 ' 과 '깃털 ' 등등의 공통 속성으로 새라는 개념에
묶여진다. 날개와 깃털은 이들의 모양을 이루는 지각적인 속성이거니와
'날다 ' 와 '울다 ' 등등은 이들의 동작이나 쓰임에 관한 기능적인
속성이다. 개념은 이들 속성의 집합이라 정의할 수 있다.
  개념이 어떻게 표상되어 있느냐를 알아보는 일은 지식 내지 인지의 문제를
규명하는 하나의 본질적인 작업이다. 우선 개념은 무한집합이다. 이를테면
'개 ' 라는 유목의 개념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숱한 개가 있을 수 있으며, 그
중의 하나인 발바리라는 특정한 종류의 개만 하더라도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발바리와 그리고 앞으로 존재할 수 있는 모든 발바리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개념은 무한 집합이다. 나아가서 개념은 위계적인 구조를 지닌다. 발바리와
치와와는 개에 대하여 하위개념이고, 그리고 짐승과 동물은 개에 대하여
상위개념이다. 그러므로 개념은 분류의 체계를 갖는 범주로서의 구조를 갖는다.
  사람의 지식이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구조화되어 있음으로 해서 무한한 지식을 저장할 수 있다. 이를테면 잡동사니를
마구잡이로 쓸어넣는 창고에는 많은 물건을 쌓아놓을 수가 없다. 창고 자체가
제한 이 있더라도 도서 분류 목록처럼 체계 있는 분류의 구조를 지닐 때 용량의
제한 을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구조화되어야 그 지식이 쓸모가 있게
된다. 마구잡이로 담은 창고에서는 필요할 때 낫이 어디 있는지 혹은 낫 대신
칼이 어디 있는지 도무지 유용하지가 않다. 필요할 때 꺼내 쓸 수가
있어야 - 인출하여 활용할 수가 있어야 - 그것이 지식이 될 수 있다. 이 지식
구조의 문제가 개념에 있어 범주화의 문제이다.

    7. 1. 1. 원형

  Ludwig J. J. Wittgenstein은 놀이라는 유목에 속하는 사례들간에 공유하는
속성이 반드시 겹치는 것은 아님을 주목하였다. 장기 등은 판을 사용하지만
화투는 판이 없으며, 술래잡기는 아무런 도구도 필요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들 모든 놀이는 하나의 개념 유목으로 묶인다. 철학자인 Wittgenstein은
이것을 친족의 유사성이라 부르고 있는데, 한 가족의 닮은 모습을 생각하면
범주화의 특성에 대한 재미있는 사실을 짐작케 된다. 아버지와 아들은 코가
비슷한데 아버지와 딸은 입이 닮은꼴이다. 엄마와 아들은 이마가 유사하며
엄마와 딸은 눈이 같은 모양이다. 이처럼 속성의 공통성만 찾는다면 아들과
딸은 유사한 데가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네 사람으로 이루어진 한 가족의
유사성을 추출하여 갖는다. 그리하여 코, 입, 이마 및 눈에서 가장 그 집
식구다운 모습을 그려 가질 수 있다. 이것이 전형성인 본보기를 대표하는
원형이다.
  Posner와 Keele는 이 문제의 개척적인 실험을 수행하였다. 피험자들에게
일련의 왜곡된 그림을 제시하고, 그것에서 원형을 추출할 수 있는가를 관찰했다.
사람은 어떤 변형된 사례를 경험하더라도 그것에서 원형을 추출하는 중심화의
경향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Rosch는 Posner의 이론을 Dani족에게 실험하였다. Dani족은 석기시대의
생활을 하고 있는 New Guiea의 원주민이다. 이들은 어둡고 차가운 색깔과 밝고
따뜻한 색깔 이외에는 다른 색깔 이름을 가지고 있지 않는 종족이고, 목수일을
아직 발전시키지 못한 종족이다. 따라서 이들의 인공물에서는 원형, 사각형,
삼각형 등의 모양이 없다. Rosch는 이들에게 색깔에 이름을 붙여 짝짓기 학습을
먼저 시킨 후, 여러 색깔을 함께 제시하고는 그 이름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색을
선택하도록 하였다. 그 결과, 초점색은 다른 색에 비해 쉽게 학습되고 재인되며,
처음 배운 색깔 이름을 초점색에 쉽게 전이한다는 사실이 찾아졌다. 기하학적인
도형도 마찬가지 절차를 사용해서 동일한 결과를 얻었다. 동그라미와 사각형
등은 다른 도형보다 현저하게 학습과 전이가 쉬웠다. Posner의 가설이 다시
확인된 것이다. 이 결과는 가장 이상적 사례를 원형으로 하는 자연적인
범주화라고 해석할 수 있다.
  나아가서 Rosch는 가장 전형적인 본보기인 원형을 중심으로 개념을 어떻게
구조화하는가를 실증적으로 확인하였다. 어떤 범주에 속하는 사례들을 제시하고
그것들이 범주를 얼마나 잘 대표하는 본보기인가를 평정시켰다. 채소라는
유목에는 배추가 가장 전형적인 사례이며 그 다음으로 시금치, 그리고
마지막으로 토란이 평정되고 있다. 피험자들은 전형성의 정도에서 매우 일치된
평정을 보이고 있었다. 또 다른 연구에서 Rosch는 개개 사례들에 대해 속성들을
열거하도록 하였던 바, 가장 전형적인 사례가 가장 높은 공통 속성을 공유하고
있음을 알아내었다. 그러나 피험자들이 개개 사례들에 대해 모두가 함께 지니고
있는 공통 속성을 열거하고 있는 것은 아님도 판명되었다.Wittgenstein이 제안한
것과 일치된 사실을 찾아낸 것이다. 나아가서 Rosch는 '배추는 채소이다 '
및 '호박은 채소이다 ' 등의 문장을 제시하고 그문장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판단하는 반응시간을 측정하였다. 얻어진 결과는 더욱 전형적인 전자의 문장이
덜 전형적인 후자의 문장보다 반응시간이 빨랐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식의 기초 단위인 개념이 단순한 속성의 집합이상의
것임을 알 수 있다. 그것은 가장 전형적인 원형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친족의 유사성의 구조이다.

    7. 1. 2. 모호집합

  개념이 원형을 중심으로 범주화된다는 사실은 유목과 그것의 구성원인
사례와의 관계에 대해 또 다른 중요한 생각을 시사한다. 우리는 보통 특정한
대상이 하나의 범주에 속하든지 아니든지 둘 중의 하나라고 실무율적으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채소와 다른 범주를 구분하는 명확한 경계선이
있는가라는 의문을 전형성의 측정이 제기한다. 왜냐하면 원형의 문제는 배추가
더욱 채소답고 토란은 덜 채소답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Labov의 실험이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가 사용한 재료중 일부인 컵들을
살펴보면 이들 용기는 컵 모양에서부터 점차적으로 사발 모양으로 분포되어
있다. Labov는 피험자들에게 각 용기의 이름을 대도록 하되, 몇 가지 맥락
조건을 제시하였다. 즉 음식 맥락에서는 음식을 담은 용기가 식탁에 놓여
있다고 상상케 하고, 커피 맥락에서는 어떤 사람이 그 용기에 커피를 담아
마신다고 상상케 하였으며, 그리고 중립적 맥락에서는 어떤 사람이 단순히 그
용기를 손에 들고 있다고 상상케 하였다. 물론 우리가 쉬 짐작할 수 있듯이
동일한 용기라 하더라도 맥락에 따라 '컵 ' 혹은 '사발 ' 이라는 이름을
대는 반응이 다르게 나왔다.
  중립 맥락에서는 용기의 넓이가 넒을수록 사발이라 부르는 경향이 높아지고
컵이라 부르는 경향이 낮아졌다. 그러나 이 경향성은 음식맥락의 조건에서 더욱
급격하게 심화되는 것을 알수 있다. 그러므로 한 대상이 어떤 범주에 속하는
경계는 모호하고 가변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환언하면 한 범주와 다른 범주를 구별하는 경계는 모호하다. 그 좋은 예가
채소과 과일의 범주에서 토마토이다. 우리는 토마토를 채소에 포함시키기도
하고 과일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그러므로 개념은 실무율적인 고유 집합이
아니라 모호 집합이다. 교통수단의 경운기에서처럼 평정치가 높을수록 그
범주의 확정성을 낮추어 주며, 다른 쪽으로는 다른 범주에 속할 가능성이
증대된다.

    7. 1. 3. 의미기억

  의미기억이라는 용어는 때로는 일화기억이라는 용어와 대조하여 쓰인다.
일화기억은 특정 사건과 그것이 발생한 맥락에 관한 전기 형식의 정보를
뜻한다. 어저께 점심을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먹었다는 개인적인 경험이
일화기억이다. 이에 반하여, 의미기억은 특정한 맥락에 구애받지 않는 지식을
뜻한다. 좁은 의미로 정의하면, 의미기억은 단어와 개념에 관한 지식이다.
박쥐는 조류인가? 9*4=36인가? 어머니의 사랑은 무한한가? 의미기억은 이들
질문에 관한 답을 제공한다. 그런데 이들 대답중 어떤 것은 그것이 단어와
개념에 관한 지식에 기초한다 하더라도 세상 지식을 활용하여 추리하여야
비로소 가능한 것들이 있다. 그러므로 의미기억을 넓은 의미로 맥락에 자유로운
지식이라 정의하는 것이 편하다.
  의미기억의 문제는 기억의 구조나 언어 구조의 문제에 포함시켜 다룰 수도
있으나 이 책에서는 개념의 문제에서 함께 다루기로 하겠다. 본래 개념구조와
의미기억도 밀접한 관계에 있을 뿐더러, 아래에 제시한 위계망 모형은 범주화의
문제라고 해석하는 것이 더욱 적절하기 때문이다.
  Collins와 Quillian은 의미기억 연구의 개척자로 그 구조가 위계망으로
표상됨을 주창하였다. 그림이 있는데 이 그림은 Collins와 Quillian의 동물에
관한 의미망이다.
  카나리아는 울 수 있다, 노랗다로 설명해 놓았고 타조는 길고 가는 다리를
가지고 있다, 키가 크다. 날 수 없다로 설명하면서 카나리아와 타조를 새로
묶었다. 그리고 새는 날개가 있다, 날 수 있다, 깃털을 가지고 있다라고 설명해
놓았다. 또, 상어는 물 수 있다, 위험하다, 연어는 분홍색이다, 먹을 수 있다,
알을 낳기 위해 상류로 헤엄쳐 간다라고 설명해 놓고 이 둘을 묶어서 물고기로
표현했다. 물고기는 지느러미가 있다, 헤엄을 칠 수 있다, 아가미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새와 물고기를 묶어서 동물이라고 했으며 동물은 피부가
있다, 움직일 수 있다, 먹는다, 호흡한다라고 설명해 놓았다.
  여기서 나타난 마디는 상어라든가 물고기라는 개념을 대표한다. 이들 마디는
화살표로 연결되어, 이를테면 '상어는 물고기이다 ' 라는 '이다 ' 의 관계를
나타낸다. 아울러 각 마디는 작은 화살표로 속성관계를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망의 특징은 그것이 무엇보다 위계적으로 상위개념과 하위개념의 집합 관계를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 위계적 표상의 주요 특징은 속성의 저장이 경제적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카나리아와 타조의 개별 사례가 고유하게 갖고 있는 속성만을 해당
마디에 표현하고 이들이 공통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속성들은 새의 마디에
표시하고 있으며, 나아가서 조류든 어류든 동물 일반이 가지고 있는 속성은 새
마디에도, 카나리아 마디에도 예속시키지 않고 가장 상위의 동물 마디에
연결시키고 있다. 이 특징은 인지의 경제성이라 부른다. 무엇보다 마디마디 모든
속성을 모두 연결시키는 것이 아니므로 경제적이다. 위계망 모형에서 가장
중요한 가정은 마디와 마디가 만나는 교차점을 탐색한다는 것이다. 이 탐색은
연결 통로를 따라 이루어지고 연결이 멀수록 찾아내는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된다. 가령 그림에 비추어, 설명해보자.
  0. 카나리아는 카나리아이다.
  1. 카나리아는 새이다.
  2. 카나리아는 동물이다.
  0. 카나리아는 노랗다.
  1. 카나리아는 날 수 있다.
  2. 카나리아는 호흡한다.
  위의 문장들이 참인가 거짓인가를 판단한다고 생각해 보자. 문장 번호는 연결
통로의 수이므로 숫자가 많을수록 더욱 판단이 오래 걸릴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이것이 Collins와 Quillan이 실험실에서 찾아 놓은
사실이다. '카나리아는 카나리아이다 ' 라는 '카나리아는 새이다 ' 가,
그리고 이것보다는 '카나리아는 동물이다 ' 이 진위의 판단 시간이 더욱
느리다. 마찬가지의 사실이 속성 마디의 연결에서도 찾아졌다. 카나리아에
직접 연결되어 있는 속성을 판단시간이 더욱 빠르고, 그리고 속성이 상위
마디에 연결되어 있을수록 시간이 느림을 알 수 있다.

    7. 2. 언어처리

  이 장 첫머리에서 사람은 앎으로서 삶을 영위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앎은 볼
수 도 없는 것이고 만져지지도 않는다. 그러나 다행히도 우리는 말을 듣고 볼
수가 있다. 우리는 앎이 무엇인지를 직접 볼 수 없으나 언어를 통해서 앎이
어떤 것인가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실제로 마음에 표상된 앎은 언어와 매우
닮은 것이다. 말은 앎의 표현수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앎을 구성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이 점에서는 심리과정에서 언어가 어떻게 처리되는가를 살펴보기로 하겠다.
그것은 주로 언어가 어떻게 이해되는가 하는 문제이다. 언어의 이해는 그
자체가 대단히 흥미 있는 심리학의 연구 과제이다. 실상 언어처럼 복잡한
정보가 없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말 소리, 단어, 문법 그리고 의미에
이르기까지 언어 정보는 그 수준에 있어 대단히 복합적인 정보의 체계여서 이들
각 수준이 모두 처리되어야 언어가 이해된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실제로 우리는
언어 처리에 아무런 부담도 없이 곧장 그것을 이해한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은 신비롭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나아가서 언어를 안다는
것이 무엇을 아는 것이냐는 문제가 매우 궁금하다. 언어가 처리되어 종국적으로
우리가 형성한 표상이 어떤 것이냐는 문제는 지식의 수조에 대한 본질을
해명하여 준다.

    7. 2. 1. 말 소리 지각

  소리로서의 언어, 즉 말 소리는 시간상의 연속적인 흐름으로 단어나 문장을
이루는 하나하나의 음이 결코 단절된 분절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가 말을
지각한다고 할 때 개개의 음을 단절된 것으로 확인하여야 그것이 어떤 말이냐를
알아들을 수 있다. 앞에서 우리는 개념의 범주가 모호집합임을 배웠다. 가령
채소와 과일의 범주 경계가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실무율적인 분류 체계가
아니라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말 소리 지각에서 어떤 음이 [d]인지 [t]인지를
확연하게 범주화하지 않고는 그것이 '다락 ' 인지 '타락 ' 인지를 이해할
수 없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이 물음을 위해 우선 우리는 말 소리가 어떻게 산출되는가라는 조음 현상을
알아두어야 한다. 말 소리의 일차적인 원천은 허파에서 공기를 뿜는 호흡
기제이다. 늑골 부위를 아래로 내려 밀어 그 크기를 작게 움추려 공기의 압력을
넣고 허파에서 호흡을 뿜어낸다. 이때 공기의 압력은 어떤 언어음이건간에 대략
비슷하다. 그 이후 소리의 값이 다르게 산출되는 것은 우성 후두와 성대의
통제를 받기 때문이다. 후두가 성대와 더불어 허파에서 나온 기류를 내어
보내면 유성음을 산출한다. 이 성대가 활짝 열려 진동 없이 기류를 통과시키면
이른바 무성음이 된다. 목젖에 손가락을 대고 유성음인 [g], [d], [b]와
무성음인 [k], [t], [p]에서 그 떨림과 안 떨림을 확인하기 바란다.
  다시 말하면 유성음은 기류가 성대를 통과함과 동시에 긴장된 막 사이에서
공기가 진동을 일으키며 지나가는 반면에, 무성음에서는 성대가 폐쇄된 막을
열어 공기를 통과시킨 후에 진동을 울린다. 이 처럼 폐쇄된 막을 열어 공기를
통과시킨 후에 진동을 울린다. 이처럼 폐쇄된 막이 열리고 진동으로 소리내는
시간을 VOT라 일컫는다. 따라서 유성음에서는 기류의 통과와 소리가 울리는
진동 사이의 시간인 VOT가 영에 가깝고 무성음에서는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이
경과된다. 이제는 컴퓨터의 발달로 이 VOT가 각각 다른 음들을 합성해 낼 수
있다.
  Lisker와 Abramson은 컴퓨터를 사용하여 소리를 합성해 내었다. 합성시에
VOT를 조작하여 VOT가 -0.15초에서 +0.15초까지의 순음을 만들어 내었다. 이
사이의 VOT의 간격을 0.01초로 두어서 31개의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음을
만들어 내었다. 이렇게 만들어 낸 음을 무선적으로 제시하여 어떤 음으로
지각되는지를 보았다. 결과는 VOT가 +0.03초보다 작을 때에는 합성음은 [b]로
확인되었다. VOT가 +0.03초보다 클 때에는 그 음은 [p]로 확인되었다.
연속선상의 대부분의 점에서 [b]또는 [p]로 확인하는 비율이 100%로, 모든
사람이 그 음의 지각을 동의하였다. 단지 두 음의 경계에서 약간의 일치하지
않는 점이 있을 뿐이었다. 경계선은 아주 가파른 형태로 나타난다. 경계선이
명확한 두 음의 범주를 형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b]와 [p]음 외에도 [d]와
[t]음, [g]와 [k]음 경계에서도 마찬가지의 범주적인 지각이 나타난다.
  확인율이라는 것은 각각의 음 하나하나를 들려주고 그것이 어떤 음으로
들리느냐를 확인시킨 것이다. 이 확인 과제 이외에도 두 음의 쌍을 제시하고
피험자로 하여금 두 음이 같은 것인지 다른 것인지를 판단케 하는 식별 과제를
제시할 수도 있다. 이 식별 과제에서도 확인과제와 비슷한 결과가 얻어진다.
말하자면 +0.03초보다 작거나 클 때에는 두 음이 다르다고 식별되는 반면에,
0.03초라는 경계선에서는 두 음의 식별이 어렵다는 결과가 그것이다. 이것이 말
소리의 범주적 지각의 특징이다 .언어가 아닌 다른 지각 현상에서는 확인
과제보다 식별 과제를 다 잘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컨대 색깔에서
초록과 파랑에 분포되어 있는 여러 색깔들을 각각 제시하고 이것이 무슨
색이냐를 묻는 것보다 각각의 색깔이 같으냐 혹은 다르냐를 물었을 때 피험자의
반응이 훨씬 예민하다.
  그러므로 범주적 지각은 언어 처리에 특이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말소리의 산출은 [b]와 [p]의 경계가 모호하여 연속적인 데도 불고하고 말소리의
지각은 [b]이든지 아니면 [p]이든지 하는 all - or - none의 판단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범주적 지각은 종합에 의한 분석이라는 용어로 설명된다. 각각의
음을 분석하되 언어 음이 어떻게 산출되는가라는 전체적인 지식의 테두리에서
분석한다는 것이다. 범주적 지각과 관련하여 음소복원 현상을 이해하면 종합에
의한 분석이 무엇인지를 명료하게 알 수 있다. Warren과 Warren(1970)은
다음과 샅은 네 문장을 피험자들에게 들려주었다.
  It was found that *eel was on the axle. (wheel)
  It was found that *eel was on the shoe. (heel)
  It was found that *eel was on the orange. (peel)
  It was found that *eel was on the table. (meal)
  이들 각각의 문장에서 *에 해당하는 음은 실제의 음 대신 잡음을 들려준
부분이다. 무엇을 들었느냐고 물었더니 피험자들은 본래 자극 문장에서 빠져
있었던 *에 해당하는 음을 각 문장 말미에 괄호 속에 적힌 음으로 들었다고
반응하였다. 이것이 빠져 있는 음을 전체 문맥에 맞추어 의미 있는 것으로
지각하는 음소복원 현상이다. 오늘날에는 종합에 의한 분석이라는 용어보다
위에서 아래로의 처리라는 용어를 더욱 즐겨 사용한다. 기와에 가지고 있는
지식으로 전체적인 테두리에서 입력 정보를 지적인 것으로 처리한다는 뜻이다.
위에서 아래로의 처리는 때로는 개념주도적 처리라고도 부른다.

    7. 2. 2. 통사처리와 의미처리

  통사라는 용어는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문법과 같은 뜻으로 사용되는데,
문장을 구성하는 규칙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언어가 이해되려면 말 소리의
처리만으로는 불충분하다. 단어와 단어의 연결이 어떤 문법적인 관계를 갖는지,
즉 주어의 역할을 하는지 술어의 역할을 하는지, 그리하여 그 문장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파악하여야 한다. 이것이 통사처리이다. 물론 종국적으로는
그 문자의 어떤 뜻을 나타내는지 그리고 말하는 사람이 어떤 의도로 그 말을
하였는지를 파악하여야 한다. 이것이 의미처리이다.
  Marslen - Wilson과 Tyler는 예컨대 아래와 같은 문장들을 하나씩
피험자에게 들려주고 이해토록 하였다.
  정상 The fisherman reeled in the struggling perch.
  통사 Fruitless climbers built perch yesterday.
  실제로 피험자가 수행한 과제는 물고기에 해당하는 단어가 나오면 즉시
단추를 누르는 작업이었다. 위의 예문에서 정상문은 '어부가 버둥대는 농어를
낚아 올렸다 '은 뜻이므로 의미로 보나 통사로 보나 적절한 문장이다. 반면에
통사문은 주어, 동사,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은 갖추어져 있으나 도무지
의미가 통하지 않는 문장이다. 이런 류의 문장들을 여러 개 만들고 문장마다
물고기 범주에 해당하는 단어들을 배열하되 문장내 어순에 골고루 배치시켰다.
앞의 예문에서  전자는 해당 단어, 즉 단추를 눌러야 할 표적어가 일곱번째에
나타나 있고, 후자에서는 네번째에 나타나있다. 문장을 이해하면서 또 다른
과제인 표적을 찾아내는 과제를 감시과제라 일컫는다.
  그 결과로 측정된 감시 반응 시간을 보자. 통사상에서만 적절한 통사문에서는
표적어가 문장 초두에 나타나든지 말미에 나타나든지 반응 시간이 같았다.
반면에 모든 것이 정상적인 정상문에서는 표적어가 어순에서 말미에 나타날수록
반응 시간이 빨랐다. 그뿐만 아니라 어순의 어디에서나 정상문에서가
통사문에서보다 전반적으로 반응 시간이 빨랐다. 그러므로 의미가 부적절한
통사문에서는 어순상에서의 어떤 위치에서나 단어감시에 대한 부담이 일정하게
높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에 정상문에서는 의미 처리의 도움으로 통사
처리의 부담이 줄어들어 단어 감시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상문에서 어순상 뒤에 위치할수록 더욱 반응시간이 빨랐다는 사실은
이러한 해석을 더욱 공고히 하여 준다.
  이러한 사실은 통사 처리와 의미 처리가 병렬적인 것임을 가리키는 것이다.
병렬 처리라는 것은 함께 혹은 동시에 일어나는 처리이다. 한번에 하나씩
처리되는 것을 계열 처리라 일컫는다. 언어의 여러수준은 위의 실험에서처럼
계열적이 아니라 대체로 병렬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우리는 복합 정보인
언어를 그렇게 쉽게 그리고 그렇게 신속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음운(언어음), 통사 및 의미는 언어 처리에 필요한 언어적인 요인들이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가 말을 이해할 때 비언어적인 지식을 활용해야 할 경우가
흔하다. 특히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 때 컴퓨터가
지적하려면 언어 처리 장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가령 '갑돌이는 동전이
필요했다. 그는 돼지통이 방에 있는 것을 생각해 냈다. 그는 그것을 집어들고
세차게 흔들었다. 마침내 그것이 튀어 나왔다 '라는 이야기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에 통사처리 장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돼지통이 무엇이고 어떻게 생겨서
흔들면 어떻게 동전이 나올 수 있는지를 모르고는, 이를테면 '동전이 어떻게
나왔는가 '라는 질문에 답할 수 없다. 따라서 돼지통에 대한 사전 정보가
컴퓨터에 입력되어야 비로소 위의 문장의 이해가 가능하다. 이처럼 조직된 지식
체계로서 해석의 틀잡이가 외어 주는 것을 도식이라 부른다. Dooling과
Lachman은 피험자들에게 아래와 같은 글을 제시하였다.
  재정 지원이 되도록 보석을 저당잡히고 우리의 영웅은 그의 계획을
저지하려는 비웃음에 찬 냉소자들에게 용감하게 도전하였다. 여러분들의 눈이
속은 것입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달걀이죠, 책상이 아니에요. 이 미구의 혹성을
올바르게 특징짓는 것은 말입니다. 세 억센 자매가 증명하려 하였다. 어떤 때는
평온한 광활함을 뚫고 나갔지만 그보다는 거친 봉우리와 계곡을 지나는 일이 더
많았고, 나날이 더하여 몇 주가 되었다. 의심을 품은 많은 사람들이 끝 모서리에
대해 흉흉한 루머를 퍼뜨렸으나, 마침내 어디에서인지 모르게 날개 달린 생물이
반겨 맞아 중대한 성공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아마도 여러분 역시 이들 피험자처럼 이 글의 내용을 파악하기 힘들고 게다가
외우기는 더욱 힘들 것이다. 그러나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발견하다 ' 라는 제목을 제시하면 이해와 기억의 부담이 훨씬 줄어든다. 주어진
제목이 도식이 되어 이야기를 의미 있는 것으로 체제화하기 때문이다.
  도식은 개별 문장의 의미를 통합하는 데에도 작용하지만 특히 여러 문장들이
모인 이야기, 즉 산문을 이해하는 데에는 더욱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왜냐 하면 산문에서는 문장들간의 관계를 일관성 있게 그리고 통일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일관성과 통일성을 가지고 구조화되기
때문에 개별 문장에 문법이 있듯이 산문에도 문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처럼 언어가 처리되어 우리가 표상하여 갖는 것은 명제이다. 명제적
표상은 의미론적 관계를 나타내는 하나의 관념이다. 그것은 더 쪼갤래야 쪼갤
수 없는 의미상에서의 원자로서, 일종의 핵문장의 형식을 갖는다. 예컨대
'갑돌이가 가여운 갑순이를 살해한다 ' 라는 문장은 '살해하다 ' 과
'가엾다 ' 의 두 명제로 표상된다. 주로 명사로 대표되는 내용어들이 관계를
맺는 것은 동사나 형용사로 대표되는 기능어가 그것의 의미에 역할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위의 예에서 살해하다라는 관계에서 두 논항인 갑돌이와 갑순이는
각각 살해한 행위자와 살해된 피동자라는 의미의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그
밖에도 예문은 가엾다라는 상태의 갑순이의 의미가 별개의 관념으로 표상됨을
나타내고 있다. 명제는 하나의 관계사와 그것에 따르는 하나 이상의 논항으로
구성된다. 따라서 예문은 위의 보기에서처럼 두 명제를 구성한다. 언어 처리가
결국 명제적 표상의 형성이라는 여러 실험 증거들이 있으나 이 책에서는 그
증거들을 들추지 않기로 하겠다.
  우리는 앞 절에서 표상된 지식의 최소 단위가 개념이라 하였다. 이때 최소의
단위는 구성 요소를 일컫는 것이다. 지식이 구조로 표상되고 있는 한,
구조내에서의 기본 단위는 명제이다. 구성 요소로서의 최소 단위는 기본 단위의
구성 성분에 불과하다. 명제 표상은 언어 처리의 산물일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유할 때 무엇을 판단하고 추론하여 옳고 그름을 따진다면 이때의 처리 단위가
또한 명제이다. 명제를 기본 단위로 하여 사람의 지식이 구조화되어 있다.

    7. 3. 언어획득

  어린이가 모국어를 배우는 일이야말로 신기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일부러
가르치는 것도 아니고 애써 배운 것도 아닌데 그렇게 수월하게 말을 터득한다.
그래서 어린이가 모국어를 배우는 것을 모국어학습이라 부르지 않고 획득이라
부른다. 우리는 여기에서 어린이에게서 언어가 발달하는 과정을 살핌으로써
언어 획득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규명하기로 하겠다. 발달 과정을 살핀다는
것은 발달 진행의 법칙성을 알아보려는 것이기도 하려니와 언어 획득의 근거가
무엇이냐를 해명하는 데도 의의가 있는 것이다. 이해의 편의상, 우리는 획득의
근거가 무엇이냐는 결론부터 이 첫머리에 미리 제시하고 발달의 진행을
서술하기로 하겠다.
  첫째, 언어 획득의 하나의 주요 근거는 사회성 내지 의사소통의 욕구이다.
발달심리학에서 사회적인 미소가 본능적인 것이라 하거니와, 젖먹이는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려는 강한 욕구를 지니고 있으며 이것이 울음이나 몸짓으로든
어떤 표현의 형식을 갖출 때 그것을 언어 획득의 근거라 아니할 수 없다.
  둘째, 인지의 발달이다. 우리가 행동발달에서 배우게 될 이른바 Jean Piaget의
감각, 동작 도식이 언어 획득의 근거가 된다. 무엇보다 감각, 동작 도식에서
얻어지는 개념들이 언어의 뿌리가 된다. 대상 개념, 행위자 개념, 행위와
움직임의 개념에 근거하여 어떤 대상이 어디로 움직인다는 장소의 개념, '누구에게로
 ' 라는 것, 그리고 '무엇을 ' 이라는 것, 나아가서 행위가 무엇으로
이루어진다는 수단의 개념에 대한 언어적인 의미가 감각, 동작 도식으로
말미암는다.
  셋째, 명제적 표상의 잠재력이다. 감각, 동작적인 개념이 곧 언어는 아니다.
바로 앞 절 말미에 서술했던 것처럼 명제라는 의미론적인 관계에서 개개의
개념이 의미 역할을 표상할 수 있을 때 그것이 언어의 특성을 갖는다. 이를테면
행위라는 관계에서 누가 행위자이고 누가 행위를 받는 피동자인가라는 의미론적
표상이 그것이다. 어린이는 단일 단어 시기부터 이러한 의미기능을 파악하고
표현한다. Bloom은 단인 단어 표현이 기본적으로 '한 번에 한 단어씩 '
말하기임을 강조하고, 어린이가 복숭아를 깎아 달라는 뜻으로 "복숭아...아빠" 라고 
두 단어 각각을 좀 사이를 두어 한 번에 하나씩 이야기함을 보고하고
있다. 복숭아라는 피동자 혹은 대상을 한 번 말하고 다시 다른 측면에서 행위의
주체인 아빠를 언급한다는 사실은 이 어린이의 처리 용량이 단일 단어에
국한되어 있으나 복숭아나 아빠라는 논항들이 갖는 의미 기능을 파악하고
있다고 추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흔히 언어능력이라는 말로 언어획득의
근거를 들추고 있지만 명제적 능력이라는 용어가 훨씬 잘 어울린다.
  넷째, 이 명제적 능력이 통사 내지 문법을 생성한다. 말하자면 의미가 형식을
생성한다.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문법은 어떤 의미를 어떤 어순에 고정시키는
일이다. 가장 두드러질 뿐더러 모든 아동언어에 있어서의 보편적인 현상은
행위자나 생체 어휘를 어순상에서 앞세우는 것이다. 어순상에서 일정한 배열이
문장 구성의 규칙인 통사를 획득케 한다.
  다섯째, 단순한 표현에서 복잡한 표현에로의 언어 발달은 그것이 대단히
자연적인 확장의 진행으로 발달한다. 두 단어 시기에 "엄마 빵",
"엄마 줘", "빵 줘" 가 "엄마 빵 줘" 의 세 단어로 확장하는
것이 그 하나의 본보기이다. 우리는 이 현상을 본문에서 '나선형의 원리 '
라는 이름으로 설명하였다. 자연적인 확장을 가능하게 하는 나선형의 원리가
어린이가 그렇게 쉽게 그리고 빨리 말을 획득하게 하는 열쇠이다.

    7. 3. 1. 언어 이전의 시기

  갓난아기는 태어나면서부터 울음소리를 내고 곧이어 목을 굴리는 듯한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4개월 내지 6개월 정도가 되면 옹알이를 시작한다. 하지만 아직
옹알이로써 자신이 의도하는 의미를 표현해 내지는 못한다. 어른들은 아기가
내는 소리, 울음소리나 옹알이를 듣고 아기가 즐거운 상태인지, 무엇인가 불편한
상태인지를 알아차릴 수 있기도 한다.또한 이 판단에 따라서 어른들은 아기를
돌보아 준다. 그렇다고 해도 아기가 어른에게 자기를 돌보아 달라고 울거나
옹알이를 시작한다. 자기가 내는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이런 아이들도 옹알이를
한다는 사실로 미루어 보아 이 시기의 옹알이가 무언가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이 시기의 아기들은 자연적으로 소리를 만들어
낸 뿐이다. 그러나 정상적인 아이들은 자신의 옹알이에 점차 사회적인 자질을
부여하기 시작한다. 아기들은 어른이 함께 소리를 내어줄 때 보통 때보다
옹알이를 더 잘한다. 그런데 귀머거리 아이인 경우, 이 사회적 자질이 생략되어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옹알이마저도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갓 태어났을 때에는 그냥 재미로 내던 소리가 다른 사람과
접촉하기 위해서, 부모는 아기들과 눈길을 주고받거나 아기를 얼러 주거나
쓰다듬어 준다. 몇몇 연구자들은 이런 부모의 몸짓이 다음에 진행될 언어발달을
조직해 내는 것이라고 한다. 이는 몸짓과 옹알이의 상호작용이 어린이가
언어적으로 사회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이 상호작용에서 아이는
차례로 반응하는 것을 배운다. 즉 한쪽에서 하는 동작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상대방도 같은 동작으로 반응하는 식이다. 공을 주고받는 관계나 눈길을
주고받는 장면을 생각하면 쉽사리 알 수 있다.
  이러한 언어 이전의 의사소통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와 어른이 눈앞의
사물이나 사건을 같이 참조하게 되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와 함께 같은 대상을
보면서, 또는 이를 움직여 보면서, 또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참조의 상호관계를
만들어 낸다. 6개월 정도의 아기는 어떤 장난감을 쳐다보면서 울기만 한다.
그러나 좀더 장난감을 향해 손을 뻗으면서 부모를 장난감 쪽으로 끌고 갈
것이다. 진정한 언어란, 이런 종류의 몸짓이 점차 분화되고 분명히 표현될 때
시작된다. 의사소통을 하고 싶어한다는 것은 같은 세계에서 서로를 지각하면서
살고 있는 자신과 똑같은 사람을 의식하고 있는 행위이다.
  상호교환하는 몸짓과 언어의 출현 사이의 관련성에는 많은 의미가 포함된다.
아이가 가리키는 동작이나 물건을 흔드는 동작을 할 때 부모는 현재의 상황과
사물에 대해서 이름을 붙여준다. 이러한 이름을 듣고 아이는 지금 보고 있는
대상의 이름이 무엇인지, 하고 있는 동작을 무엇이라고 하는지를 알아차리게
된다. 그럴 때라도 우리는 아이들이 그 단어가 특정 사물이나 동작을 대표하는
것임을 알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첫돌이 다가올 때쯤, 어린이는 언어란
인간의 의사소통을 위한 매개체임을 깨닫게 된다.

    7. 3. 2. 단일단어 시기

  첫돌에 즈음해서 어린이는 첫 말을 시작한다. 처음 시작하는 말은 하나의
단어로 표현된다. 이처럼 말을 이루는 단어는 대개 타인의 주의를 끌기 위한
말이다. 이러한 최초의 언어표현에서는 그 말의 내용보다는 그에 수반하는
동작이나 억양이 더 많은 뜻을 가지고 있다. 언어 이전의 시기에서 표현해 내던
몸짓으로서의 표현에 더하여서 주의를 끌기 위한 하나의 단어가 함께 사용되는
것이다. 이승복은 이 특징에 의하여 이 시기의 언어 표현을 '동적충족적 언어표현 ' 
이라 한다. 아기는 칭얼대면서 원하는 장난감에 손을 뻗으며 "엄마
'' 라고 말한다. 장난감을 집어달라는 뜻이 이미 그 동작에 포함되어 있다.
  점차로 언어 표현 자체가 수반되는 동작에 비해 비중이 커지면서 표현하려는
의도를 나타내는 단어를 사용한다. 언어 그 자체의 의미로 사용된다는 것은
언어가 가지는 참조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참조기능을 하는 언어표현이
사용되면서 어휘가 급격히 늘어난다. 이렇게 어휘를 획득하는 시기에 어린이가
사용하는 단어의 의미는 어른이 생각하는 의미와는 다르다. 어린이는 사용하는
단어의 의미는 어린이 생각하는 의미와는 다르다. 어린이는 어른이 생각하는
것처럼 개만을 '멍멍 ' 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다. 고양이, 말, 곰, 심지어는
개구리의 그림을 보고도 '멍멍 ' 이라고 부른다. Clark은 이렇게 단어가
부적절하게 사용된 예를 '과잉확장 '이라고 하였다. Clark에 의하면 어린이는
사물의 이름을 그 사물의 한두가지의 지각적인 특징만을 가리키는 것으로 본다.
따라서 개만이 아니라 지각적으로 네 발을 가진 모양을 한 모든 대상을
'멍멍 ' 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Nelson은 대상의 지각적인 특질이 아니라
대상이 지닌 기능적 속성이 그 대상의 개념에 핵심적인 요소라고 한다. 예컨대
'공 '이라는 개념에는 '구르다 '라든가 '튄다 '은 기능이 핵심적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일련의 연구자들은 어린이는 그가 처음 본 대상을, 그 단어가
지칭하는 개념의 원형으로 삼는다고 한다. 이 원형과 공통적인 자질이 있는
다른 대상에 대해서도 그 원형의 이름을 붙인다. 이것이 과잉확장의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하나의 단어로의 언어표현이 계속됨에 따라 어린이는 단어를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할 줄 알게 된다. 하나의 단어로 하나의 명제에 해당하는 뜻을
표현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특질, 하나의 단어가 하나의 단순한 문장의
기능을 한다는 사실로 이 시기의 단일단어를 '한 귀절 말 '이라고 한다.

    7. 3. 3. 두 단어의 언어표현

  상황에 따라 적절한 단어를 한 마디씩 하던 단일단어 시기의 어린이는 이내
두 단어를 연속해서 한 단어씩 말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단일단어의 연속체는
두 단어 조합이 곧 일어날 것임을 암시해 준다. 초기의 도 단어 조합에서는
하나의 단어는 전달하려는 의미내용이 담겨 있니 않는 부르기나 감탄하기의
형식적인 말이고, 다른 단어는 표현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내용어이다. 이런
초기의 두 단어 조합을 주축어 -  개방어의 조합이라고 한다.
  따라서 초기의 두 단어 조합은 한 단어로써 표현되던 내용을 두 단어의
조합이라는 형식을 표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조명한과 정복선은 이런
형식의 두 단어 조합을 두 마디 말이라 규정짓는다. 두 마디 말은 이내 각
단어가 의미기능을 하는 진정한 두 단어 조합으로 발달한다. 완전한 문장에서
가장 핵심적인 두 개의 내용어만을 추려낸 것 같은 두 단어 조합의 표현을
전보식 문장이라고 한다. 곧 우리가 전보를 칠 때 쓰는 간략한 문장과 같은
형식이라는 것이다. 두 단어 조합은 의미에서 분장의 가장 원초적인 형태라고
볼 수 있다.

    7. 3. 4. 세 단어 이상의 언어표현

  두 단어 조합 시기에 어린이는 문장의 가장 기본적인 관계가 행위자와
행위임을 깨닫는다. 즉 기본적인 명제 형식을 갖춘 표현인 것이다. 어린이는 두
단어 조합의 표현을 좀더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하나의 단어를 더 표현해야 할
압력을 느끼게 된다. "엄마 물"과 "물 줘"로 표현되던 두 단어
조합을 "엄마 물 줘"라는 좀더 완전한 문장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세 단어 조합으로의 이행과정에도 한 단어에서 두 단어 조합으로의
이행과정에서처럼 과도적인 형태가 있다. 즉 두 단어 조합의 형식에 부르기나
감탄사를 덧붙인 형식이거나 두 단어 조합의 한 단어를 부연하는 형식을
취한다. 이렇게 세 단어 조합의 형식을 먼저 갖춘 후에야 여기에 기본적인
문장형태인 행위자 - 대상 - 행위의 세 단어 조합이 가능해진다.
  만 2살 반 정도가 되면 어린이는 어른의 완전한 문장에 가까운 언어표현을 할
수 있게 된다. 이전에는 내용어만을 추려 말하던 것이 기능어에 속하는
단어들도 표현해 내게 되어 성인언어의 규칙인 문법에 맞는 말을 배우기
시작한다. 이때 문법규칙에 너무 얽매어져서 오히려 잘못된 언어를 표현하기도
한다. 예컨대 go의 과거형으로 went를 사용하다가 과거형 어미인 - ed의 규칙을
배우고는 goed라고 잘못 쓰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를 과잉일반화라 한다.
우리말에서 규칙의 과잉일반화가 두드러지는 것은 주격조사 '가 ' 의
활용이다. 예컨대 "멍멍가 가져 갔어", "엄마, 여기 누가가 있어" 과
같은 표현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 의하여 어린이는 성인언어의 문법을
익히게 되고 어린이말은 완전한 성인언어의 형태로 발달하게 된다.
  문법적 형태소를 사용하면서 또한, 어린이는 복문을 구성하여 말한다. 복문은
명제들의 관계이므로 이런 단계에서의 의미관계의 처리와 비교할 때 그 처리의
단위가 다르다. 초기의 복문은 술부와 논항을 고루 갖춘 완전한 명제들의
연결이 아니다. "아파서 못잡어" 의 예에서처럼 한 관념과 다른 관념을
단순히 연결하는 것이다. 이후 접속에 의한 복문이 산출되고 그 후에야 내포에
의한 복문이 산출된다.

    7. 3. 5. 결론:언어발달의 나선형 원리

  언어의 가장 원초적인 형태로 말하는 단일단어 시기는 동작충족적인 기능을
하는 한 마디 말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한 마디 말의 형식은 점차로 그 단어가
의미론적 기능을 표현하는 단일단어 시기의 표현으로 발달한다. 한 단어로
표현하던 의미 기능은 두 마디 말이라는 두 단어 조합의 형식으로 발달하게
된다. 초기의 두 마디 말은 이전에 단일단어로 표현하던 의미기능이 두 단어
조합의 형식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두 단어 조합의 형식은 이내 하나의
문장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개의 단어를 뽑아낸 것과 같은 두 단어들만의 관계를
표현하는 2어 문장으로 발달한다. 세 단어 조합의 경우에도 먼저 두 단어
조합의 의미관계 표현에서 하나의 단어가 추가된 세 단어 조합의 형식을
갖추다가 세 단어가 각기 의미관계를 표현하는 3어문장으로 발달이 진행된다.
이러한 언어발달의 원리를 볼 때, 단일단어 시기의 '새로운 기능 -
기존 형식 ' 로의 발달, 두 단어 조합 시기의 '새로운 형식 - 기존 기능 ' 과
'새로운 기능 - 기존 형식 ' 의 순서로 진행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언어발달의 원리를 Slobin은 "새로운 형식은 우선 기존의 기능을 표현하고
새로운 기능은 우선 기존의 형식을 빌어 표현된다" 라고 간결하게 서술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형식과 기능의 순환적이고 연쇄적인 관계를 언어발달의
나선형 원리라고 부를 수 있겠다. 이 원리가 함축하고 있는 또 다른 의미는
"높은 수준의 것이 획득되었다 하더라도 낮은 수준의 기능이 소실되지 않는
것" 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언어발달의 전반적인 현상을 기존의 것을 보유한채
나선형으로 맴돌아 나가는 점진적인 진행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겠다.

    7. 4. 사고와 문제해결

  사고라는 용어는 매우 넓게 쓰이는 용어이다. 가장 넓은 의미로는, 주어진
정보에 대해 무엇을 안다고 할 때 그 앎은 사유의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이처럼 넓게 정의하면 인지가 곧 사고이다. 앞에서 서술한 개념 형성과 언어
이해가 모두 사고라 할 수 있다. 좁은 의미로 사고를 규정하면 그것은 추리,
판단 및 문제해결이다. 이러한 종류의 사고는 주어진 정보 이상의 것을 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사고는 표상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왜냐 하면 넓은
의미에서의 사고는 모든 표상의 형성을 사고라 정의하는 것이며, 그리고 좁은
의미에서의 사고는 형성된 표상을 형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7. 4. 1. 표상과 추론

  우리는 앞에서 지식 표상의 기본 단위가 명제라고 하였다. 사고의 기본 단위
역시 명제이다. 명제 표상은 그것 자체가 '참 ' 혹은 '거짓 ' 로
판단되어지는 표상이다. 이를테면, '돕다 '라는 표상에 대해 우리는
'갑돌이가 갑순이를 돕다 ' 가 참인지 거짓인지를 판단할 수 있다. 판단의
기본 단위라는 점에서 명제가 사고의 단위이며, 그리고 명제를 가지고
사유한다는 점에서 명제가 사고의 기본단위이다. 달리 말하면, 명제 표상은
처리의 기본 단위이다.
  인지발달론으로 유명한 Jesn Piaget는 구체적 조작 시기의 아동들이 아래와
같은 추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함을 분석하고 있다.
  에디스는 (머리카락이) 쑤잔느보다 밝다.
  에디스는 릴리보다 어둡다.
  누가 가장 머리카락이 어두우냐?
  이 문제는 지능검사에서도 흔히 쓰이는 문제로, 삼어 서열 문제라고 불리우는
추리 문제이다. Piaget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9세 내지 10세의 아동은 이 문제를
이렇게 추리한다. "에디스가 쑤잔느보다 더 밝으니까 둘이 다 밝다. 에디스가
릴리보다 더 어두우니까 둘이 다 어둡다. 그러니까 릴리는 어둡고 쑤잔느는
밝으며, 에디스는 이 두 사람의 중간이다" 이 그것이다. 이처럼 문장이
표현하는 바를 표상하면, 쑤잔느가 가장 머리카락이 밝은 사람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왜 이와 같은 추리의 오류에 도달하는 것인가? 그것은 '릴리가
어둡다 ' 라고 아동이 표상하였기 때문이다. 명제가 판단의 기본 단위이고
처리의 단위라고 앞에서 서술하였던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Kahneman과 Tversky는 한 집단의 대학생 피험자에게 아래와 같은 인물
소개의 소묘가 엔지니어 30명과 변호사 70명 중에서 선택된 인물 소묘임을 미리
알려 주었다.
  잭은 45세이다. 그는 결혼했고 네 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그는 전반적으로
보수적이고, 세심하고, 야심이 있다. 그는 정치 및 사회 문제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여가 시간을 가내 목공, 낚시 및 수학 퍼즐과 같은 여러 취미에 소비한다.
  피험자들은 이 인물 소묘를 읽은 후 이 인물의 직업을 질문 받았을 때, 인물
선택에 관한 각기 다른 사전 정보를 받았음에도 불고하고 두 집단의 피험자들
중 거의 모두인 90%가 이 인물이 엔지니어라고 공히 판단한다는 사실을
찾아내었다. 물론 사전 전보만 가지고 판단하라고 한다면 전자의 집단의
피험자들은 엔지니어가 선택될 확률이 7/10이고, 그리고 후자의 집단의
피험자들은 엔지니어가 선택될 확률이 3/10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피험자들은 이러한 사전 정보를 무시하고, 인물 소묘에서 얻어진
표상을 가지고 자신들이 엔지니어와 변호사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상념에 비추어
그 소묘가 어느 인물에 관한 것임을 판단하였다는 사실을 결과가 가르쳐 준다.
달리 말하면, 이 소묘가 엔지니어의 전형적인 인물을 잘 대표하고 있기 때문에
사전 정보를 무시하고 압도적으로 엔지니어라고 판단한 것이다. Kahneman과
Tversky는 어떤 항목이 특정 유목의 구성원인지를 이처럼 대표성 전략으로
판단함을 밝히고 있는 터인 바, 이 대표성 전략은 앞에서 공부하였던 원형 혹은
전형성과 같은 관계에 있다. 우리는 두 가지 추론의 형식만을 예로 들추었다.
그러나 이 두 예로 추론이 표상과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문제의 표상이 문제해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뒤에서 다시
검토하기로 하겠다.

    7. 4. 2. 시각적 사고

  명제 표상은 언어의 형식과 유사한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표상에는 이러한
언어적 표상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언어적인 명제 표상이 사고 과정에 아무리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더라도 명제 표상 이외에 심상(mental imagery)이라는
표상이 실재함도 부인할 수 없다. 우리가 고향을 생각할 때 시골 마을이 눈에
보이듯 떠오르고, 어머니를 생각할 때 그 말씀이 귀에 들리듯 하는 것이 그
예이다. 전자의 예가 시각적 심상이고, 후자의 예는 청각적 심상이다. 그것은
마치 마음에 찍힌 사진처럼, 그리고 마음에 녹음한 목소리처럼 우리에게
경험되지만, 그러나 그것은 사진이나 녹음의 재생이 아니다. 명제가 언어의
형식과 유사하듯이, 심상은 지각의 형식과 매우 유사하지만, 심상은 지각과는
달리 추상화된 것이고 우리의 의도에 따라 변형할 수 있는 것이다. 심상은 감각
경험을 체제화한 것이 아니라 장기 기억에 저장되어 있는 정보를 새롭게 구성한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구성된 심상에 대하여 여러 가지 심성 조작을
가함으로써 그것을 변형할 수 있다. 심상에 대해 심성 조작을 수행한다는 것이
또 다른 형식의 사고이다. 심상중에 가장 현저한 것이 시각적 심상이므로
우리는 여기서 시각적 사고를 살펴보기로 하겠다.
  실제 생활에서 사물을 지각할 때 주의를 보낸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예를 들어 식물을 관찰할 때 식물의 잎모양을 주의해서 보라는 지시를 받았다면
지시가 없을 때보다 식물의 잎모양에 대해 좀더 상세히 보고할 수 있을 것이다.
지각에서와 마찬가지로 심상에서도 주의를 기울이면 더 좋은 심상보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실험이 있다. 피험자에게 차를 상상하게 하는데, 한 집단의
피험자들에게는 차의 앞부분만을 상상해 보라고 지시하고 다른 집단에게는
뒷부분만을 상상해 보게 하였다. 그리고 난 후에 차의 심상에 대하여 질문을
하였다. "안테나가 있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하여는 차의 뒷부분에
주의하고 있었던 피험자들이 앞부분에 주의하고 있던 피험자들보다 대답을 더
빨리 했다. 이러한 결과는 실제 사물 지각에서와 마찬가지로 주의를 집중할 때
더 자세히 상상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kosslyn,1973)
  지각과 심상이 비슷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실험을
소개한다. 우리가 잔디밭에 앉아서 옆에 피어 있는 장미꽃을 바라볼 때와 방
안에서 창문 너머로 장미꽃을 바라볼 때는 세세한 부분에서 지각의 차이를 볼
수 있다. 더 가까이에서 바라볼 때는 장미꽃이 시들었다든가 벌레먹었다든가
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지만 멀리서 볼 때는 그런 자세한 모습을 알 수가 없다.
심상(perspective}에 따라 다르게 상상한다는 것을 보고한 실험이 있다.
Abelson(1975)은 피험자들에게 호텔을 나와서 거리를 따라 걸어가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그 광경을 상상하게 했다. 한 집단에게는 피험자들이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라 가정하고 상상해 보도록 지시하고 다른 집단의
피험자들에게는 그들이 호텔4층 발코니에 서서 지켜보고 있다고 가정하게
하였다. 또 이러한 지시와 함께 멀리서 잘 보이는 광경을 - 즉 멀리 은행
간판이 보인다는 것 - 상상하게 하거나 자기가 차고 있는 손목시계와 같이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광경을 상상하게 하였다. 이 밖에도 커피를 마실 때 느낄
수 있는 맛, 냄새 등에 대한 감각을 상상해 보도록 지시하였다. 결과는 발코니에
있다고 가정하게 한 피험자들은 멀리 보이는 것에 대한 상상을 잘 회상한
반면에 이야기의 주인공이라고 가정하게 한 피험자들은 멀리 보이는 것에 대한
상상을 잘 기억하지 못했다. 발코니 피험자들은 커피 마실 때의 감각은 잘
기억하지 못했지만 주인공 피험자들은 이러한 신체감각을 잘 회상하였다.
  시각적 사고의 근간을 이루는 심적 심상(mental image)은 직접 관찰할 수
없기에 어떻게 일어나고 어떻게 조작되는가 하는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구명해 보고자 하는 시도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Shhepard와 Metzler(1971)는 심상이 심적 회전(mental rotation)으로 조작 됨을
알아내었다. 이들은 8명의 피험자에게 computer가 만들어 내는 '그림 7 - 9'와
같은 형태를 보여주었다.
  이 그림들은 3차원의 물체들을6 2차원으로 표현한 것이다. 피험자들에게 각
쌍의 그림을 보고 이 두 그림이 같은 모양인지 아닌지를 가능한 한 빨리 판단케
하였다. 그림(a)와 (b)는 오른쪽 또는 왼쪽으로 90도 회전시키면 같은 모양이
되지만 (c)의 경우는 아무리 회전시켜도 같은 모양이 될 수 없다. Shepard와
Metzler는 그림 사이의 각도를 0도 에서 180도까지 변형시켰다. 결과는 각도가
커질수록 판단 속도가 느려졌다. 따라서 모양을 비교할 때 심적 회전을 많이
하면 할수록 판단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이
실험에서 볼 수 있는 또 다른 결과는 3차원의 물체가 2차원으로 표현될지라도
피험자는 3차원으로 지각한다는 것이다.
  심적 회전으로 심상을 규명해 보려는 시도는 Cooper와 Shepard가 더욱
발전시켰다. 이들은 매 시행마다 한 개의 대문자를 피험자에게 제시하였다.
글자는 수직 방향으로 제시되기도 하고 여러 각도로 회전시켜 정상적인
'R'거울에 비쳐진 형태가 제시되었다. 과제는 글자가 정상적인지 뒤집혀진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결과는 수직 방향에서 더 많이 회전될수록
결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 결과는 피험자들이 글자가 회전되어 있을
때는 수직이 될 때까지 글자의 심상을 심적으로 회전시키고 난 후 그 글자가
정상인지 뒤집혀 있는지를 판단한다는 것을 시사해 준다.
  심적 회전 연구는 마음속에서 심상을 조작한다는 것을 보다 분명히 해
주었는데 회전된 글자의 판단을 언어로 한다면 아주 어려운 과제가 될 것임을
밝혀 주었다.

    7. 4. 3. 문제해결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를 묻기 전에 성질부터 해명할 필요가 있다.
해결 과정을 분명히 하기위해 일반적으로 잘 정의된(well - defined) 문제와
나쁘게 정의된(ill - defined) 문제를 구별 할 필요가 있다. 잘 정의된 문제에서
 문제의 목표점과 최종상태가 명백 할 뿐만 아니라 문제의 출발점과 최초상태도
명백하다.
  다시 말하면 잘 정의된 문제에서는 해결에 필요한 정보가 문제의 전술에 잘
세분되어 있는 반면, 나쁘게 정의된 문제에서는 어떤 정보가 그 문제에
적절한지가 불분명하다.
  목표 역시도 마찬가지로, 전자에서는 도달하여야 할 목표의 기준이 명시되어
있고, 반면에 후자에서는 그 목표가 막연하다. 학교에서 부과하는 산수숙제나
신문지상에 게재되는 바둑의 묘수 풀이가 잘 정의된 문제의 보기들이다. 그런데
가령, 장래의 경력을 설계한다고 생각하면 행복이라는 목표도 막연하거니와
직업 적성 등에 관한 최초 상태에서 필요한 정보도 불분명하다. 훌륭한 예술
작품을 만드는 일도 나쁘게 정의된 보기의 예이다.
  심리학자들은 문제 해결의 과정을 연구할 때 항상 잘 정의된 문제를 설정하여
탐구한다. 그래야 객관적으로 용이하게 접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잘
정의된 문제의 특징이 본질적으로 나쁘게 정의된 문제의 특징과 같다고
가정한다. 동일한 차원에서 두 문제를 생각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단지
연속선상에서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다. 그리하여 잘 정의된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는지를 밝히면 자연히 나쁘게 정의된 문제의 해결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는 접근 방식이다.

    1. 문제해결의 네 단계

  잘 정의된 문제이든 나쁘게 정의된 문제이든 그 해결 과정이 네 단계를
거친다는 것이 통설이다. 이 네 단계는 본래 수학 교사인 Polya(1957)가 분석한
단계인데, 심리학자들은 정보 처리의 용어로 그 단계의 해석을 가미하고 있다.
'7 - 11'이 이들 단계에 대한 예시이다. 첫번째 단계는 문제를 이해하는
단계로서 말하자면 작용 기억 속에 문제를 부호화(혹은 약호화 라고도 흔히
쓰인다)하는 단계이다. 그리하여 문제의 최초 상태와 최종 상태를 규명한다.
물론 나쁘게 정의된 문제에서는 이 단계가 아주 어려운 일이므로, 예컨대
과학자나 예술가들은 문제의 성질과 의문을 명확히 하고 목표를 설정하는 데
오랜 시간을 소모하며, 문제의 성질을 더욱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장기 기억의
지식을 동원하기도 하여야 한다.
  두번째 단계는 계획을 세우는 단계로서 때로는 시행착오와 같은 방법을
동원하기도 하지만 주로 장기 기억을 탐색 혹은 찾아내어 해결의 계획을 짠다.
첫번째 단계에서의 장기 기억의 활용은 거의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인 반면,
두번째 단계에서는 의식적으로 이용 가능한 정보를 인출하여 문제 해결의
전략들을 검토하게 된다. 이때 첫번째 단계에서 작용 기억에 표상된 문제의
성질과 설정된 해결의 목표가 어떠한 정보를 이용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우리는
기억의 장에서 정보의 인출이 인출단서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실제
행위를 수행하도록 계획과 책략을 세우는 것을 산출 체계를 세운다고도 말한다.
가령, 바둑을 둘 때 첫번째 돌을 어느 점에 놓으면 그것에 대한 상대방의
특정한 응수에 대처하도록 반응을 프로그램하는 것이 산출 체계이다.
  세번째 단계는 이 산출 계획을 실행하는 단계이다. 세워진 계획이 단순하고
잘 짜여 있으면 이 단계에서의 실행이 자명한 것이 된다. 그러므로 실행이
시간을 얼마나 소모하고 착오를 많이 내는가 하는 점이 이 단계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네번째 단계는 목표를 향한 진전의 정도를 평가하는 단계이다. 문제의 해결의
여부, 목표에 대한 진전의 여부, 그리고 현재 사용하고 있는 계획의 계속적인
실행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이 단계에서의 작업이다. 평가를 옳게 하여야 첫
단계부터 다시 시작할 것인지, 중간 단계에서의 계획의 수정만을 가할 것인지,
그리고 장차 유사한 문제에 대해서도 적용 할 수 있는지를 올바르게 결정할 수
있다.

    2. 문제해결의 제현상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문제해결에서 중요한 것은 작용 기억 속에
문제를 부호화하여 어떠한 내적 표상을 얻는가 하는 문제이다. Duncker(1945)의
실험은 이 분야에서 고전적인 실험이라 불리어진다. '7 - 12 ' 에서 책상
위에 놓여진 물건들을 가지고 오른쪽의 모습처럼 벽면에 수직으로 촛대를
세우는 문제를 피험자들에게 제시한다. 해결의 열쇠는 압침을 비우고 통을 벽에
압침으로 고정시키는 일이다. 물론 그 이후에 양초를 통위에 부착시키면 과제가
해결된다. 피험자들은 대체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는데 주로 촛대로 쓰이는
기능으로 통을 지각하지 못한 데 그 원인이 있었다. 통의 기능은 일반적으로
무엇을 담는 것이기 때문에 피험자들이 통의 다른 기능을 지각 하는데 실패한
것이다. Duncker는 실험의 또 다른 상황에서 이번에는 통에서 압침을 죄다 꺼내
책상위에 놓고 통을 빈 채로 피험자들에게 보여주었다. 이번에는 많은
피험자들이 문제 해결을 할 수 있었다. 이처럼 과거 경험에 경직되어 있는것을
기능적 고착(functional fixedness)이라 한다. 후자의 실험 상황에서 보는 것처럼
이 경직성은 가장 흔히 사용된 기능이나 최근에 이용한 기능에 고착하기
일쑤다.
  이 밖에도 문제 해결의 과정에서 찾아지는 현상들로 부화(incubation)와
통찰(insight)이 있다. 부화라는 용어는 시도하던 문제 해결의 노력을 중단하고
어느 기간 후에 다시 노력을 계속하는 사이 시간이다. 아무리 애써도 실마리가
제대로 풀리지 않던 일이 일정한 부화기간 이후에 재차 해결의 노력을 시도하면
쉽게 길이 열림을 경험한 일이 아마 누구에게도 있었을 것이다. 이때의 경험은
대체로 '아하! 의 경험 ' 이기 십상이다. 애써 궁리하고 암중모색하던 때와는
달리 돌연히 해결의 길이 보일 때 그것을 '아하! 의 경험 ' 이라 하며 이것은
통찰에 의한 것이라 일컫는다.
  Max Wertheimer(1945)는 국민학교 산술 시간에 학생들이 평행사변형의
넓이를 구하는 공식을 학습하고 관계된 연습 문제들을 잘 푸는 것을
관찰하였다. 이때 그는 '그림7 - 13(b) ' 와 같은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였다.
학생들은 (a)처럼 해결하려고 노력하였으나 모두 실패하였다. 그 후 가위를
가지고 그 평행사변형을 오리던 한 학생이 번쩍 손을 들었다. (b)를 (a)처럼
돌려 놓으니 문제가 곧 해결된 것이다. 이 예에서 보는 것처럼 통찰은 주어진
문제의 구조를 제구조화하는 작업이다. 기능적인 고착이든 통찰이든 그것은
주로 작용 기억에서 문제의 내적인 표상을 어떻게 형성하느냐에 관계된 것임을
명심해야겠다. 그런데 문제 해결의 단계에서 명시했던 것처럼 해결의 과정에서
단기 기억 만큼 장기 기억의 역할도 중요하다.
  장기 기억속의 정보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관해 Chase와 Simon(1973)의
실험이 깊은 통찰을 가져다 준다. 이들은 서양 장기가 진행되고 있는 중반의
판을 5초간 관찰시킴으로써 장기의 대가, 1급의 실력자, 그리고 초보자의
기억의 차이를 측정하였다. '그림7 - 14(a)'가 그 결과로서, 대가와 1급 그리고
초보자와의 기억정도의 차이가 뚜렷함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대가가 장기를
잘 두는 것은 그들의 기억술이 월등하기 때문인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님을 Chase와Simon은 다시 보여주고 있다. 개인의 실전을 보여준
중반의 장기판이 아니라 이번에는 멋대로 장기알을 나열해 놓은 장기판을
보여주고 그대로 재현하라고 하였더니 그 결과가 '그림7 - 14(b) ' 처럼
나왔다. 이번에는 반복된 시행 전반에 걸쳐 대가의 장기알의 정확한 회상률이
오히려 낮음을 알 수 있다. 이와 동일한 결과를 Reitman(1976)이 바둑에서
실험적으로 입증하였다. 우리는 직접 기사들이 한판 승부가 끝난 이후에
실전에서 두었던 순서대로 모두 복기함을 알고 있다. 인용된 실험 결과에
비추어 보건대, 훌륭한 실전일수록 더욱 그 바둑판을 잘 기억할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잘 기억한다는 것은 바둑알 하나하나의 관계를 잘 파악하는
일이다. Reitman의 실험에서도 Chase와 Simon의 실험에서도 초보자보다 대가가
하나의 알은 여러 모로 다른 알과 관련지어 묶는(chunking)능력에서 뛰어남을
관찰하였다. '그림74 - 15'에서 종축의 잠재 시간은 한 알을 복기하고 다른
알을 둘 때까지의 시간이며, 횡축은 한 알이 다른 6알과 관계를 맺고 있는
양이다. 두 알들이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으면 복기에 소요되는 시간이 매우
오램을 알 수 있다. 반면에 두 알들이 여러 면에서 관계를 맺고 있으면 복기의
지연 시간이 짧아진다. 결국 이용 가능한 그리고 짜임새 있는 장기 기억의
소유자가 문제 해결에서의 실력자임을 알 수 있다.

    요약

  이 장의 첫 절에서는 범주화와 의미기억이라는 주제로 지식이 어떻게
저장되어 있는가를 다루었다. 개념은 한편으로 그것의 가장 좋은 본보기인
전형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그리고 다른 개념과 그 경계가 모호하게,
범주화되어 있다. 다른 한편 상위개념과 하위개념은 위계적으로 각각의 마디가
연결되어 있는 망을 형성하고 있다. 이처럼 지식의 표상은 짜임새 있는 구조를
지니기 때문에 저장에 있어 무한할 수 있고, 활용에 있어 매우 융통성 있다.
  두번째 절에서 언어처리라는 주제로 우리가 지식을 어떻게 구성하는가,
표상이 어떻게 형성되는가를 다루었다. 그리하여 말소리의 지각, 통사의 분석 및
의미의 파악이라는 여러 수준이 동시에 함께 처리되는 병렬적인 처리에
근거하거나 혹은 위 수준이 아래 수준의 처리를 돕는 개념주도적 처리에
근거함을 배웠다.
  마지막으로, 사고와 문제 해결에서 저장된 지식을 어떻게 활용하여 새로운
지식을 형성하는가를 다루었다. 심장을 능동적으로 조직하여 회전시킨다든가,
문제를 부호화하여 해결에 이르는 최종 상태에 도달할 수 있도록 능동적인
조작을 수행한다.
  그러므로 사람의 삶은 지식의 표상에 근거하는 것이라 결론지을 수 있다.

    연습 문제

  1. 전형성이란 무엇이고,범주화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2. 의미 기억에서 위계망 모형의 특징들을 열거하여 보라.
  3. 말 소리가 범주적으로 지각 된다는 것은 어떤 현상인가?
  4. 통사 처리와 의미 처리가 병렬적으로 수행된다는 것은 어떤 특징을
가리키는 것인가?
  5. 언어발달의 나선형 원리란 무엇인가?
  6. 심적 회전이란 무엇인가?
  7. 문제 해결의 네 단계를 상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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