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예술·문화활동의 지원 현황과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자면 무엇보다도 우리 나라 기업문화활동의 실태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이와 같은 조사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추세 파악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 나라의 경우,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부설 문화발전연구소가 연세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에 의뢰한 <기업의 문화활동 실태 및 참여 적극화 방안>(1989.10)이 이 방면의 관심을 위한 자료로서 거의 유일하다. 그러나 이 연구는 기업의 사회적 활동을 평가하고 특히 문화예술 부문에 관한 활동 내역을 중심으로 연구하여 문화예술 분야에서 그동안 기업이 행한 활동내용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기업과 사회가 문화예술 분야에서 상호 협조할 수 있는 영역을 개발해 보고자 하는 목적으로 실시되었던 만큼 우리의 취지를 위해 아직도 유효한 자료로서 구상할 수 있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우선 이 자료의 대강을 요약해 보고 그 이후의 변화를 추가적으로 논구한 다음,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에 참여함에 있어 바람직한 방향을 하나의 결론으로서 제시해 보고자 한다.
1.
1988년 매출액 순위 150개 기업을 선정하는 한편, 재벌기업의 경우, 1987년 매출 대비 20대 그룹을 선정하여 ① 기업의 문화활동 투자 실태, ② 재벌그룹의 문화활동 실태, ③ 각 기업 홍보담당자들의 기업문화활동에 관한 의식을 조사한 이 연구에서 기업의 문화활동 범위는 기업의 비영리 사회활동 중 문화재, 전통예술, 문화예술, 스포츠, 학술, 국제친선분야를 아우른다. 그러나 실제로 문화투자 내역을 성실하게 기록해주고 기술한 내용이 의미있다고 평가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한 기업은 42개에 불과하다. 여기에 20개 그룹을 더해 실질적인 분석을 실시했던 바, 기업의 지출을 알리는 내용이라는 이유로 부정적 반응을 보이거나 조사 자체를 거부하는 기업도 다수 존재했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 나라 기업의 문화예술지원에 대한 기본자세에 어떤 문제가 존재함을 이미 시사하고 있다.
또한 이 조사의 조사기간에 해당하는 1986년으로부터 1988년까지의 3년간은 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이 겹쳐 있는 기간이었으며, 따라서 비자발적인 지원참여도 없지 않았음을 감안해야 한다.
이와 같은 제약에도 불구하고, 이 조사의 결과는 현황파악을 위해 그런대로 유효성을 지니고 있다. 우선 기업의 문화투자 유형을 살펴보면, ① 노사관계의 개선효과로서의 문화사업, ② 기업 이미지 개선과 광고효과를 위한 문화사업, ③ 기업의 사회봉사 행위로서의 문화사업, ④ 반강제적인 준조세로서의 문화사업, ⑤ 영리사업으로서의 문화사업 등으로 구분된다. 이 조사에 따르자면, 이제까지는 언론이나 정부의 압력에 의한 문화행사지원(예컨대 서울올림픽 문화행사 지원)이나 기업가의 자선이나 사회봉사라는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문화사업이 주종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과 연관된 문화예술행사에 소요된 경비총액의 26%가 기업들에 의해 조성되었다는 조사도 있다. 이 연구는 이와 같은 방법으로는 기업이 소극적이고 단기적으로밖에는 문화활동을 수행해 갈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노사관계 개선이나, 기업의 이미지 개선, 광고효과, 영리투자사업으로서의 문화투자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로서는 그와 같은 제안이 어느 정도 현실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감하지만, 기업이 문화지원에 참여하고자 할 때 지녀야 할 기본이념이나 세계적인 추세로 볼 때, 결코 바람직한 제안은 되지 못한다고 본다.
앞에서 제시한 투자목적이 아니라 투자대상에 따라 실태를 파악해본다면, 기업의 사회후원활동은 전반적으로 볼 때 스포츠(31.0%), 학술 장학활동(28.3%), 문예활동(19.0%)의 순으로 나타났다. 순수 문예활동에 대한 투자비율은 1986년으로부터 3년간에 걸쳐 17.3%, 13.2%, 23.4% 등의 부침을 보이고 있으나, 전체적으로 보면 20% 미만에 불과하다.
우리 나라 20대 재벌그룹의 경우, 문화재단을 설립하여 문화사업을 전담케 하거나, 기업본부에서 문화담당팀을 두어 담당케 하는 유형으로 문화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문화투자 담당부서가 각기 다양하고 아직 체계화되어 있지 못하며, 전문인력도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문화투자가 언론사나 문화단체의 요청, 정부의 압력 등에 의해 그때그때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된다. 사업내용은 대체로 학술·장학사업에 중점을 두는 반면, 문화예술분야의 투자는 미미하고 그나마 반강제적인 자선적 후원사업을 통해서나 간헐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차츰 예술분야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는 조짐도 발견된다고 관찰된다.
이 조사는 이와 같은 기업의 문화활동 투자 실태에 관한 조사와 아울러 각 기업 홍보담당자들의 기업문화활동에 관한 의식구조연구도 실시한 바 있다. 그와 같은 조사도 불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 나라 기업의 대부분이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 있지 않고 따라서 기업가의 의도가 기업을 지배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 만큼, 실태 파악을 위해 크게 도움이 된다고 여겨지지 않는다. 그러나 실무진의 이해를 요약해 본다는 점에서 무익하다고 생각되지는 않기에, 조사결과를 개략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기업에서 문화산업에 투자하는 이유는 기업의 이미지 개선(42.7%), 사회봉사 차원(35.4%), 근로자들의 후생복지 증진(12.5%), 그리고 판촉 및 광고효과(6.3%)로 나타났다. 판촉 및 광고효과는 이미지 개선과 통합 가능하다고 보면 절반 정도가 기업의 문화투자가 홍보효과 내지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되는 까닭에 성립된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업의 문화투자를 어렵게 하는 장애요인으로는 기업내 여유자금이 부족하다(50%), 어느 분야를 지원해야 할지 선택이 어렵다(10.4%), 필요성을 못 느낀다(4.2%), 세금혜택이 미비하다(2.1%)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만일 기업주의 이해가 부족하다는 항목을 추가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자못 궁금하다. 왜냐하면 실무진들로서는 기업의 문화투자가 판촉 및 광고효과 면에서 효과가 높다고 보는 쪽(37.5%)이 낮다고 보는 쪽(31.3%)에 비해 많고 이미지 개선효과가 매우 높거나(10.4%) 높은 편(70.8%)이라고 보는 쪽이 더 많은 것으로 보아 단기적이고 즉각적인 효과는 없지만 장기적인 효과는 높다고 보는 쪽이 많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실무진으로서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볼 때 문화투자 내지 지원이 회사 경영전략상 필요하다고 보지만 실제로는 실적이 미비하다면, 여유자금 부족과 함께 기업주 내지 임직원의 이해 부족이 그 배경을 이룬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2.
기업이 넓은 의미의 문화산업에 참여하는 이와 같은 실태는 앞선 연구로부터 5, 6년이 경과한 오늘날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오늘의 시점에서 기업이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양태들을 유형별로 구분해보는 것이 비교를 위해서도 무익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아 약술키로 한다.
첫째로, 기업의 문화재단 운영을 들 수 있다. 1994년 말 현재 기업이 사회적 공익을 목적으로 설립한 재단은 총 88개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그 대다수는 의료 및 사회복지 분야와 학술 및 장학재단이 점유하고 있고, 문화예술을 지원하고 있는 순수 문화재단은 14개(16%)에 불과했다.
둘째로, 기업의 문화시설에 대한 투자를 들 수 있다. 현재 23개의 미술관이 기업의 지원에 의해 설립·운영되고 있다. 이들 미술관은 연간 5∼6회의 전시회를 개최하여 미술상을 시상하거나 소장품 수집 등으로 미술가들의 활동을 도와주고 있다.
기업의 박물관 설립과 운영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156개의 박물관 가운데 8%에 해당하는 13개가 기업이 운영하는 박물관이다. 정부에서는 기업이 그들의 업종과 관련 있는 전문분야의 박물관과 기념관의 설치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기업들이 새로 건축하는 대규모의 사옥에 복합 공연장을 신설하는 사례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들 공연장은 규모는 크지 않으나 대부분이 도심에 위치하고 있어 관객을 유치하는 데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기업이 지방의 소도시에 공공 도서관을 건립하여 공공단체에 기증하고 있다. 현재까지 46개 기업이 51개소에 공공도서관을 건립하여 기증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도서관 건립 지원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로, 음악, 무용, 연극 등 공연이나 미술전시회 및 예술행사와 문화 이벤트에 대한 재정 지원을 해 주는 것이다.
기업의 예술행사에 대한 재정적 지원은 대체로 음악분야가 가장 많다. 음악분야에 대한 지원이 많은 것은 연간 3,000여 회 이상의 크고 작은 많은 연주회와 공연이 개최되고 있거니와, 특히 26개의 민간 오페라 단체의 대형 오페라 공연에는 많은 경비가 소요되고 이 경비의 대부분이 기업들의 지원으로 충당되기 때문이다.
기업이 예술행사에 지원하는 방법은 직접 예술단체에 지원하는 경우와 지원해 주고자 하는 단체를 지정하여 문예진흥기금에 조건부로 기부를 해서 지원받게 하고 세금을 절감받기도 한다.
끝으로 기업이 직접 예술단을 운영하거나 순수 문예지의 발간 사업 등을 통해서 예술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대규모의 예술단 운영이 성공적으로 오래 지속되지 못한 지난날의 경험을 살려서 실내 악단이나 브라스밴드 또는 소규모 무용단과 합창단 등을 설립하여 이들 예술단이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기업이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데 대해 충분하지는 않지만 세제상의 혜택을 받을 수가 있다. 기업이 문화재단에 출연하거나 기부하는 재산에 대해서는 세율이 높은 상속세나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으며, 문화재단이 수익사업으로 얻는 소득을 문화산업에 지출하는 경우에는 사업 소득의 60%까지 손금으로 인정받아서 세금이 감면된다.
기업이 지원받을 단체를 지정하여 문화예술 진흥기금에 조건부로 기부하는 절차를 거치게 되면 기부금 전액을 손비로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감세 혜택이 주어진다.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과 같은 문화예술 분야의 특별법의 적용을 받게 되는 문화시설을 설립하는 경우에는 취득세, 등록세, 재산세 등 지방 자치단체가 부과하는 세금도 면제를 받을 수 있다.
3.
이상의 실태파악을 바탕으로 여기에서 발견되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하나의 결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안 제시를 위해서도 좀더 근본적인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 뜻에서 우리는 <기업문화>와 <문화기업>이라는 개념들을 생각해보고자 한다. 이것은 다시 이른바 <CI로서의 기업문화>와 <사회공헌으로서의 기업문화>라는 문제와도 연결되면서 결국 <문화적 존재로서의 기업>에 대한 논의로 귀결될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최근 들어 <CI전략>에 대한 관심이 차츰 일고 있지만, 그와 같은 추세를 좀더 분명하게 보인 것은 1980년대의 일본이다.
당시 일본 기업들 사이에서는 ‘경박단소’(輕薄短小)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었다. 이는 그 즈음 급속한 사회진출을 보인 여성을 목표로 한 디자인 지향의 상품개발과 연관된다. 아울러 화려한 소비의 무대로서 주로 중후장대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연안의 토지가 이른바 워터프론트라는 이름으로 정보가치를 한층 높인 것과도 연결된다. 그뿐 아니라 정보속도의 고속화에 따른 고속유통의 전자화폐의 시스템에 의해 주식과 토지를 중심으로 한 재(財)테크가 붐을 이루고, 증권회사와 부동산업을 좀더 건강하고 스마트한 지적 서비스로 이미지를 변화시키고 있었다. 이와 같은 상황 아래 기호(嗜好)소비가 외쳐지고, 디자인과 아트 등 이미지의 중요성이 전 산업에 널리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상품디자인, CI, 건축디자인 등 수많은 기업활동의 무대 위에, 표면적으로 볼 때 근소한 차이를 보이는 문화경쟁이 벌어지면서, 디자인 붐이 일어났던 것이다. 이 시기에 일본기업은 경제성장이 낮고 새로운 이미지의 건축물을 만드는 일에 신중했던 유럽 여러 나라들로부터 일류 건축가와 디자이너를 대규모로 불러들이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일본에서는 제2차 CI붐이 조성되었던 것이다. 그것은 1970년대의 붐과 차이를 드러낸다. 즉, CI 도입의 주된 목적이 기업의 위용을 자랑하고 산업화에 동반하는 이미지가 아니라, 앞에서 말한 <가벼움>을 표상하면서 고객에게 친숙해질 수 있고 국제화에 기여할 수 있는 특징을 추구한다. 물론 이와 같은 CI작업이 모두 성공적인 것은 아니지만, <경영전략을 위한 디자인 통합>이라는 협의의 CI작업을 통해 잠재하고 있는 정체성을 탐색하고 이를 디자인이라는 형태로 나타내고자 하는 노력이 증대되고 결국 건물, 상품,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기업에 관한 커뮤니케이션의 전체 대상에 관심을 갖게 만든 것이다. 다시 말해서 디자인 표현의 향상에 의해 높아진 기업이미지는 거기에 동반하는 기업실체를 구하게끔 되는데, 이와 같은 기업실체를 높이는 회사 전체의 노력에는 기업의 인격이라고 할 만한 사회적, 문화적 영역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해서 CI 붐이 끝난 1980년대 후반에 새로운 기업문화론으로서 기업메세나, 필란스로피 등 기업에 의한 기업 <외부>문화에의 지원활동에 급속하게 주목하게끔 되었다. 회사이름을 씌운 관(冠) 이벤트 등의 PR활동과 기업메세나 활동은 비록 미소한 차이로 인해 구별이 쉽지 않으나, 한마디로 해서 PR활동은 자사이름과 상품이름을 크게 표출하고자 이벤트에 기용된 예술가와 탤런트의 지명도를 그대로 판촉활동에 활용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음에 반해, <사회공헌으로서의 기업문화>는 CI와 같은 기업 내부 문화가 아니라 기업 외부의 문화지원이다. 그 중에서도 <전형적 문화>로서 이에 대한 평가가 정해진 과거문화의 소개가 아니라, 아직 평가가 확정되지 않은 현대문화의 지원이 중심을 이룬다.
이렇게 해서 <사원의 문화활동 지원>이라는 형식으로 이루어진 사내 집단활동 등 아마추어문화가 주체가 되었던 수준에서 <기업에 의한 외부 본격문화의 지원>이라는 수준으로의 이동이 가능해진 것이다.
1990년을 맞아 세계적으로 동시다발적인 변화와 함께 가치관 역시 크게 변화하고 있다. 그것은 종래의 생산시스템, 기업의 존재방식, 생활의 가치관을 근본적으로 변혁시키면서, 정보화, 다양화, 권력의 상대화, 무계급화 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개성화의 요구는 경제 전 영역에 침투, 서비스와 상품 전체가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여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개성적’ 개발상품들은 근린지역에서만 소비될 수 없기에, 결과적으로 시장의 크기는 지구 규모에서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도록 되고 만다. 이는 곧 ‘얼굴 있는 기업’에 대한 요구를 의미한다. 기업의 인간성이라는 것이 최고경영자로부터 현장스탭에 이르기까지 기업을 구성하는 개인 전체의 인간성의 총화라고 한다면, 기업과 문화의 관계성에서 사회의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직접 접하게 되는 본업 자체의 문화성, 다시 말해서 ‘문화적 존재로서의 기업’이라는 점이 좀더 의미있게 성찰되어야 할 것이다. 그와 같은 이해를 위해서는 적어도 문화를 경제의 도구 정도로 생각하는 수준을 하루 빨리 벗어나는 것이 지름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쫤 보유 쫤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활동조사 결과 요약
전체 모집단을 대상으로 본 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유효표본은 전체 모집단인 2,479개 기업 중 209개 기업체로부터 메세나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고 본 조사설문지에 응답하였다(응답률 8.4%). 전체 모집단(2,479개의 기업) 유효표본인 209개 기업 중 메세나협의회의 회원사인 경우에 응답률은 65.4%(161개 기업 중 106개 기업 응답)로 매우 높았으나 메세나협의회 회원사를 제외한 기업의 응답률은 4.4%로 극히 저조하였다(전체 2,318개 기업 중 103개 기업 응답).
유효표본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총 2,479개 업체 중 메세나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기업이 1,069개 기업(42.8%), 응답 자체를 거부한 기업이 188개 기업(7.5%), 담당자 접촉이 불가능한 경우가(메세나 활동을 수행한다고 인정은 하였으나, 담당자가 없거나 조사 자체에 대해서 실질적으로 응답을 거부한 경우라고 생각됨) 654개 기업(26.4%)이나 되었으며, 그리고 본 조사에 응답한 기업수가 209개 기업(8.4%)이었다.
209개 기업의 총 지원건수는 1,676건이고, 총 지원금액은 714억이다. 이 금액은 동년도 문체부 일반회계 예산 4,591억 원의 15.6%에 상당하며, 동년도 문예진흥기금 세출액 722억 원과 동일한 금액으로서 민간부문의 지원이 막강했음을 잘 알 수 있다. 참고로 한국 메세나협의회의 1996년 조사와 비교하면, 1996년의 우리 나라 기업의 기업메세나 활동 지원액은 1,178억 원으로 집계되어 약 451억 원의 차액이 발생되는데, 이는 기업 및 재단들의 인프라 구축에 소요된 비용으로 추계된 약 423억 원이 제외되었기 때문에 생긴 차액이라고 여겨진다(<한국 기업메세나협의회>, 1997.2. 참조).
한국문화정책개발원은 1995년도에도 이와 유사한 조사를 실시한 바 있어, 양 자료를 비교해 보는 것이 추세의 이해에 도움이 될 듯 싶다.
1995년도의 문화예술활동 지원과 비교하면, 지원건수와 금액을 늘린 기업은 약 46% 정도(지원건수를 늘린 기업은 44.5%, 지원금액을 증가시킨 기업은 46.9%)에 이른다. 반면에 지원건수와 금액을 줄인 기업은 15% 내외(건수를 줄인 기업은 15.3%, 금액을 감소시킨 기업은 17.7%)에 불과하며 경영여건이 악화되어도 문화예술에의 지원은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금액의 규모는 그리 많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1995년과 거의 비슷한 규모).
한편, 예술부문에서 기업에 대한 지원요청은 날로 늘어나는 추세이어서 전년도에 비해 지원요청을 더 많이 받은 기업은 57.9%이며, 적게 받은 기업은 4.8%로서 향후 기업에 대한 지원요청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원금액의 규모는 일부 대기업의 지원금액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지원참가율에서 보면 오히려 중소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즉, 종업원이 300명 미만인 중소기업이 전체 기업의 26.8%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이들의 지원참가율은 전체 기업의 56.2%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매출액이 1,000억 원 이하인 중소기업이 전체 기업의 30.1%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전체 기업에서 55%라는 과반수 이상의 지원비율을 보이고 있어 중소기업들에서 대기업들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지원율을 보이고 있다.
전체 지원건수(1,676건) 중 주로 지원한 장르로는 음악(19.6%), 문화축제(11.3%), 연극(10.7%), 미술(9.0%) 등의 순서로서 대중성이 있는 부문에 많이 지원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는 음악, 문화축제, 연극, 그리고 화랑을 중심으로 미술분야 등에는 대부분이 예술기획자(art management)들이 관계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분야보다 기업메세나 활동이 활발한 것이라고 판단된다.
지원방식은 대부분 기업이 협찬하는 방식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문화시설의 건립과 확충, 그리고 문학부문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협찬의 방식으로 지원(모두 45% 이상이 이러한 지원방식을 선택하고 있었음)하고 있었다. 문화시설 건립과 확충은 지원과 후원을 겸하는 방식으로 지원하는 경우(53.8%)가 많았고, 문학부문은 주최(50.0%)라는 방식으로 지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문화예술지원 대상 선정시 자사의 기업이미지와 연결되는 행사에는 우선지원하고 있으며, 지원순위 결정시 판단기준은 기업이미지와의 부합에 두고 있어서 아직도 기업의 잠재적 이익을 염두에 두고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기업에서 메세나 활동을 하는 주요한 목적은 회사의 이미지 측면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따르는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인 것으로 이해된다.
지원을 하는 이유는 “기업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라는 답이 가장 많았고(53.1%), “기업의 사회공헌을 위해”(29.7%), “광고선전의 한 방편으로”(8.6%)라는 순으로 이러한 활동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지원은 앞으로 여건이 호전되면 더 많이 지원할 것으로 보이는데, 기업의 문화예술활동 지원에 관심을 갖는 기업이 전체 기업 중 53.1%로 대부분이 지원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무관심한 기업은 12.0%에 불과하였다.
향후 지원하고 싶은 분야는 문화축제(20.1%), 음악(20.1%) 등 앞서 지적한 바와 마찬가지로 대중적인 장르였으며, 여기에 문화시설(7.2%), 연극(5.7%), 영상(9.1%) 등의 메세나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한편, 기업메세나 활동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로서, 기업내의 자금 부족(61.2%), 메세나 활동의 중요성 인식 부족(12.0%) 등을 지적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업의 경영여건이 호전될 경우에는 메세나 활동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준조세성 요청 과다’로 인한 문제(19.9%)를 지적하고 있었다. 참고로 ‘준조세성 요청의 과다’라는 항목은 대부분의 기업들에서 지원하고 싶은 욕구는 있으나 메세나 활동에 지원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그 예로 모 재벌기업의 경우 ‘준조세성의 요청항목’이 70여 항목에 달하며, 그 지원액이 약 7억 원에 이르고 있었다. 이러한 예에서 보듯이 ‘준조세성의 요청항목’이 얼마나 우리의 기업메세나 지원활동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는지를 알 수 있겠다.
결국 기업경영 여건이 좀더 개선되고, 메세나 활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동시에 정부의 지원 혜택이 주어지면 기업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을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원방식은 아직도 개선 여지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즉, 지원 의사결정은 사장, 회장 등 최고경영층에서 결정하고 있으나, 대기업의 경우는 별도의 담당자를 두고 추진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서 점차 전문적인 지원체계를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참고로 일본의 경우는 메세나 관련 부서를 그룹 기업문화실에서 총괄하며, 미국의 경우는 부사장(vice president)이 총괄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 기업의 경우는, 조직 및 예산상 전문성이 확보되지 않고 있다. 그 경우로는 전담부서 없이 담당직원만을 두는 경우가 30.0%, 전담 부서나 담당직원이 전혀 없는 경우도 29.2%에 이른다.
그리고 담당부서는 홍보부(39.2%) 및 총무/관리부(24.3%)가 대부분이며, 메세나를 전담하는 문화팀은 7.4%밖에 없어 아직 전담부서가 없는 실정이다. 전담직원 수는 1명인 경우가 52.7%이고, 2명인 경우는 25.7%로 평균 담당직원 수는 2.1명이다.
그리고 메세나 예산에 대하여, 일정한 예산을 미리 책정하지 않고 있다(목표액을 책정하지 않는 경우 40.2%)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사업에 맞추어 매년 예산목표를 정한다가 33.5%였고, 목표액을 정하지 않고 집행 후 사후정산하는 방식이 17.7%의 순이었다.
'Study 3 > 문화경제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화산업의 기본이해 (0) | 2020.07.11 |
---|---|
지방자치와 메세나 활동 (0) | 2020.07.11 |
국제메세나회의 (0) | 2020.07.11 |
중국의 기업과 문화 (0) | 2020.07.11 |
기업시민의 사명과 역할 (0) | 2020.07.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