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글에서 우리는 기업과 예술의 만남을 좀더 효율화하기 위해 외국의 대표적인 사례들을 예시해 보고자 한다. 우선 1966년부터 제정 실시되어 온 미국의 기업예술상(Business in the Arts Awards)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이 상은 미국에서 예술과 뛰어난 협조관계를 발전시킨 기업들의 공적을 널리 인식시키고자 제정된 최초이자 유일한 국가적 포상제도로서, 이 방면에서 세계적으로 선구적인 조직인 BCA(Business Committee for the Arts)가 매년 시상한다. BCA는 1967년 데이비드 록펠러와 그 밖의 저명한 기업가들에 의해 창설되었던 바, 기업들로 하여금 예술을 지원하도록 격려하고 효과적인 연대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자료들을 공급해주는 전국적인 비영리 조직이다. BCA 회원들은 사회에 이익이 되는 예술과의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오랫동안 관여해 온 회사들이다.
1994년도의 경우, 이 상은 세 가지 범주로 일곱 회사에 수여되었다. 그 세 가지 범주란 참여(commitment), 혁신(innovation), 그리고 새로운 주도(new initiative)이다. 이에 덧붙여, 한 명의 기업임원이 BCA 지도자상을 받고, 두 회사가 기업-예술제휴 증진을 위해 특별한 공헌을 인정받아 BCA 창설자상(Founder? Award)을 받은 바 있다.
BCA가 1967년에 창설된 이래, 예술을 지원하는 기업은 꾸준하게 증가하여 미국의 문화적 풍요를 위해 중요한 요소로 기능한다. 오늘날 미국 전역에 걸쳐서 각종 규모의 기업이 예술에 투자하는 금액은 매해 50억 달러를 넘어선다. 이는 28년 전의 2천2백만 달러에 비하면 과히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지원 형식도 아주 다양하다. 창조성을 육성하고 많은 사람들이 예술을 좀더 가깝게 접할 수 있게 하고 국가의 문화 유산을 풍부하게 한 일종의 모델 프로그램으로서 1994년에 수상한 기업들의 면모를 간추려 보도록 한다.
BCA 창설자상 수상 기업(I): 체이스 맨해탄 은행
체이스 맨해탄 은행은 35년 이상 예술에 투자해 왔다. 1993년 한 해만 해도 예술을 위해 2백만 달러를 지원했다. 우선 무용 부문에서 마사 그래햄 무용단의 백주년 기념공연과 아시아 순회공연, 파리 오페라하우스 공연, 캘리포니아 순회공연, 그리고 뉴욕공연 등을 지원했다. 그 밖에도 많은 무용가들과 무용단체들의 일본, 카라카스, 브뤼셀, 그리고 샌디애고 공연을 지원했다.
또한 링컨센터 실내악회, 아시아학회, 빅애플서커스를 포함한 많은 조직들을 후원하고 마케팅을 지원했다. 또한 뉴욕 본점 야외에서 점심시간에 무료로 공연하는 음악과 무용행사인 <예술을 경애하는 체이스>(Chase Salutes the Arts) 프로그램을 1980년 이래 지원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기업 미술작품 수집은 1만3천 점을 넘어선다. 일본 요꼬하마 미술관의 개관을 위해 그랬던 것처럼, 이 은행은 종종 작품들을 빌려주기도 한다. 또한 <포토플레이>란 이름으로 은행의 수집작품 중 100명의 사진작가 순회전시를 기획하기도 했다.
나아가, 국제사진센터가 조직한 <만 레이>전,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에서 조직한 <헬렌 레비트>전,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개최된 <수집 50년>전 등을 포함한 주요 순회전시를 지원했다.
아울러서, 체이스는 뉴욕의 175군데를 비롯해서 근 300개에 이르는 예술조직들을 지원하는데, 이를 위해 두 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small grants program for the arts, neighborhood grants program).
또한 미국 전역의 예술조직들에서 임원으로서 봉사하는 은행간부들이 적지 않다.
BCA 창설자상 수상 기업(II): 모빌 코퍼레이션
모빌은 1960년대 초부터 예술을 지원해 왔다. 회사는 예술에 대한 지원이 사회를 풍부하게 하고 모두를 위해 좀더 유익한 환경을 창조해낸다고 믿고 있다. 1993년 모빌은 예술에 대한 박애적 지원, 광고 및 마케팅 지원으로 1천3백만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모빌은 미국 내에서 공공 텔레비전을 위해 주요한 지원사업을 실행한 최초의 기업이다. 1971년 이래 PBS의 <명작극장>(Masterpiece Theatre)에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이에 더하여, 모빌은 <기적!>, <인간의 조상>,
<지구 상의 생명> 등의 공공텔레비전 시리즈를 지원했는데, 모빌이 지원했던 공공텔레비전 프로그램들 중 30개 이상이 에미상을 받았다. 시청자는 전세계적으로 수백만에 이른다.
모빌은 수년간에 걸쳐 워싱턴 DC의 코드코란 미술관이 조직한 <히로지 쿠보타 사진전 : 미국의 초상>, 그리고 국립미술관이 조직한 <인도네시아 조각전>을 비롯한 많은 주요한 전시들을 지원했다. 또한 모빌은 매주 하루 저녁 일반에게 무료공개할 수 있도록 미술관들에게 특별보상을 제공한 최초의 기업이기도 하다. 이는 미술관에 참여하는 방문객들의 숫자를 세 배로 늘려 놓았다.
14년 동안 모빌은 흔히 영어로 번역 출판되지 않는 나라들의 문학작품들을 대상으로 페가서스상을 시상해 왔다. 모빌은 예술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격려하기 위해 디자인된 특별 메시지 등을 위해 광고공간을 제공한다. 매회 천만 명 이상을 헤아리는 사람들이 이 광고를 본다. 나아가, 회사는 매해 250이 넘는 예술 및 문화조직들에 대해 일반적인 운영지원을 제공한다. 모빌 간부들은 또한 회사가 운영되는 지역들에서 문화기구들의 임원으로서 봉사한다.
참여·혁신의 유형들 ─ 새로운 주도
이와 같은 수상 기업들은 일단 거대기업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메세나는 거대기업의 몫으로 오해될 수 있다. 그러나 BCA의 ‘참여상’은 바로 이와 같은 편견을 벗어나게 하려는 듯이 시상 기업을 규모에 따라, 소, 중, 대기업(회사)으로 구분하고 있다. 최소 10년간 다양한 박애 활동과 기업 주도를 통해 예술들에 대해 뛰어난 지원을 계속해 온 회사들이 그 대상이 된다.
소기업으로 분류된 프레드릭 J. 어바스카 투자회사(Fredrick J. Urbaska Investments)는 1971년 이래 예술을 지원해 왔다. 특히 1979년 이래 몬태너주 빌링스에 있는 옐로우스톤 예술센터를 지원해 왔다. 1993년에는 이 센터 교육프로그램의 동반자가 되었던 바, <예술교육 발전을 위한 어바스카 기금>을 창설했다. 이 동반관계를 통해 회사는 교육담당 큐레이터의 봉급을 보장하고 센터의 <슈트케이스예술> 프로그램을 확장했는데, 여기에는 1993년 한 해에 7천2백 명의 초등학교 학생들이 참여했다.
또한 1980년 이래 빌링스 스타디오 극장과도 동반관계를 맺고 있다. 1992년에는 극장의 뛰어난 자원봉사자를 포상하는 <빌링스 스타디오 극장의 정신>이라는 상을 제정하는 데 앞장섰다. 수상자는 특별히 제작된 조각작품과 함께 2주간의 뉴욕여행을 무료로 제공받게 되었는데, 이 비용들은 물론 모두 이 투자회사가 부담했다. 1986년에는 극장에서 이루어지는 공연들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에게 무료입장권을 제공하기 위한 어바스카기금을 창설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또한 빌링스 교향악단을 폭넓게 지원한다. 1987년 회사는 지휘자 봉급의 일정 부분을 담당하기 시작했고, 매년 1명의 타악기 주자, 2명의 바이올린 주자를 책임진다. 또한 1994년 11월에 발매된 두번째 컴팩트 디스크의 녹음을 위한 기금에도 협력했다.
음악과 관계된 활동으로는 지난 10년간 시카고 교향악단의 공공 라디오방송(KEMC빌링스 / KEMC보우즈맨) 주간 정기출연 지원도 있다. 이 방송은 3만2천 명 이상이 청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혁신상’도 소, 중, 대규모 회사들에 고루 돌아갔다. 모델 동반관계를 개척해온 회사들을 포상하는 이 상을 받은 소규모 회사 킹 언리미티드 애드버타이징은 1990년 콜로라도주 러브랜드의 새 공항 개장기간에 18명의 지방조각가들 작품을 공항에 전시하도록 도운 이래 전미지역 40명의 예술가의 작품을 포함할 정도로 확대되었다. 다른 공항들과 호텔, 그리고 유람선에까지 전시범위를 확대한 결과, 4개의 공항, 2개의 호화 호텔, 66개의 알래스카 및 동양행 여객선 등을 이용한 6백5십만의 관람객들이 이 작품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이 회사는 또한 프로젝트 계획과 발전의 모든 국면에 관여해 오기도 했다. 브로쉬어, 포스터, 선전지, 광고와 세일즈 카탈로그 등 프로젝트를 위한 부수적인 자료들을 발전시켰는가 하면, 예술문화단체를 위한 매체전략, VIP리셉션 등에도 협력했다.
‘새로운 주도상’에는 소규모회사 하나만이 선정되었는데, 실버트리 호텔이 그것이다.
실버트리 호텔은 1991년 여름 시즌을 위해 일찍 도착한 25명의 학생들을 투숙시킴으로써 아스펜의 음악동맹과 인연을 맺었는데, 이것이 예술지원의 단초가 된다. 콜로라도 심포니 합창단을 포함한 방문언론인 및 음악가들의 숙박을 돕기도 하고, 1993년에는 아스펜의 뮤직 머니 프로그램에 스노우매쓰 지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여름 자선 만찬과 리셉션, 그리고 2회에 걸친 점심식사 초대를 실행하기도 했다.
1990년의 실버트리 호텔 크리스마스 축제도 흥미롭다. 아스펜 발레와 연대하여 스토리텔링과 <호두까기인형> 특별공연을 포함한 축하행사를 가능케 한 것이다. 이 호텔은 아스펜 어린이합창단, 아스펜 고등학교 음악 및 무용단, 그리고 아스펜 메시아합창단의 축제 공연들을 지원하기도 했다. 또한 지방신문에 광고를 내줌으로써 아스펜에 근거를 둔 댄스 커넥션을 지원하기도 했다.
실버트리는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아스펜/스노우매쓰 지역의 문화조직들에 시간과 정성을 바치도록 격려한다.
예술활동을 지원한 이래 회사는 수입 면에서 23%의 증가를 보였는데, 이러한 수입증대의 많은 부분을 예술참여에 기부하고 미래의 자발적인 예술지원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2.
일본의 경우도 우리에게 참고가 될 수 있다. 일본 기업메세나협의회는 1990년에 사단법인으로 출범한 후, 주요사업의 하나로 그 이듬해부터 ‘메세나 대상’ 제도를 실시해왔다. 예술문화진흥에 뛰어난 공헌을 한 활동에 주어지는 이 상은 대상과 특별상으로 구분되는데, 기업메세나를 한층 더 충실하게 만들고 이 문제에 대한 여론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중 1993년도를 살펴보도록 한다.
1993년도 메세나 대상은 4월 초순부터 7월 7일의 응모기간중 전국 각지의 110기업 기업재단으로부터 기탁된 145건의 예술문화지원의 안건을 대상으로 하여 9명의 심사위원들이 신중하게 선발작업에 임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였다. 심각한 불황이 진행되는 상황에 직면하여 응모단체 수, 안건 수는 전년도(139,201)에 비해 줄었지만, 내용은 그 다양성, 충실성에서 볼 때, 전년도에 비해 손색이 없었다는 것이 주최측의 견해이다. 9건의 메세나상 입상을 결정한 후 대상 하나, 특별상 셋을 확정했는데, 메세나의 창조성과 계속성을 중시하는 심사의 기본자세가 유지되는 중에 국제적인 메세나 활동에 대해 좀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재일 외국기업의 일본 미술보존 작업 협력과 아시아를 대상으로 한 문화교류 등이 높은 평가를 받게 된 것이 그 증거로서, 메세나 국제시대의 도래를 예고한다는 의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예년과 같이 계속성의 평가에서도 논의가 뜨거웠는데, 최종선발에서는 비영리를 철저히 지켜가면서 내외의 전위미술을 다년간 소개해온 미술관 활동과 클래식음악의 보급과 전위작곡가의 옹호에 공헌한 홀 활동이 끝까지 경합을 벌였다고 한다. 불황에도 불구하고 발전하는 일본 메세나 활동의 상징으로 내세워지는 1993년의 수상단체들을 좀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한다.
오사카 가스 그룹
이 기업은 <오기마찌 뮤지엄 스퀘어>(OMS)의 운영으로 상을 받았는데, 이는 1985년 오사카 가스(주) 북(北)지사 이전 후 유휴건물을 개축함으로써 탄생되었다. 가스기구 창고를 개조한 소극장 <포럼>을 위시해서, 서양영화와 국산영화를 가리지 않고 뽑아서 명화를 상영하는 미니영화관, 라이브도 연주하는 까페 레스토랑 등을 갖춘 OMS는 간사이의 청년문화 발신기지로서 크나큰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포럼>은 오사카 소극장의 창시자적 존재로서 1992년도의 공연수가 60을 넘을 정도로 간사이 소극장계의 메카라고 불린다. OMS는 단순히 공간을 빌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자체기획에도 손을 대고 있다. 간사이의 젊은이를 대표하는 <극단신감선>, <남하내방세일좌> 두 극단에게는 설립 당초부터 건물 내의 방 하나를 연습장으로 싸게 제공하고 있는데, 두 극단은 이제 메이저로 인정받고 있다. 1992년도부터는 극단지원을 위한 새로운 기획 <오기마찌 액트 트라이얼>을 개시하였다. 극단 제작담당자의 경영능력의 강화를 도모하기 위해 제작강좌를 개최하는 외에 제작실무의 직접지도 등을 행하고 있다.
이 건물이 위치한 오기마찌 지구는 오사카역과 우메다역이 있는 한 번화가로부터 떨어져 있는데, 간사이권의 연극 영화계의 취약한 상황을 고려한 이 시설은 강력한 청년층 흡인력을 통해 이 지구의 활성화에도 크게 공헌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세존(saison) 그룹
세존 그룹은 세존 미술관의 운영으로 상을 받았다. 세존 미술관은 1975년, 세이브 백화점 이께부쿠로점의 12층에 <세이부 미술관>으로서 개설되었다. 소장품은 갖지 않은 채, 종래의 신문사 주도형의 전람회와도 선을 긋고 독자적인 기획전을 개최해왔다. 현대미술계에서 동 미술관이 거두어온 공적은 대단하다. 즉, 현대미술의 전람회가 미술관에서 개최되는 기회가 적었던 70~80년대에 동 미술관에서는 J. 존즈와 J. 시갈 등의 현대미술작품을 다른 미술관에 앞서 소개하는 등, 국제적으로 열려진 현대미술관으로서 걸출한 존재라고 평가되고 있다. 1989년에는 1, 2층으로 옮겨 <세존 미술관>이라고 개칭한 채 활동을 계속했는데, 그 기본 컨셉트는 ① 인류의 유산, ② 현대의 미술, ③ 생활 중의 디자인이다. 1992년은 <현대미술의 새로운 폭>, <인간교류의 모습>을 주제로 삼아 풍요롭고 질이 높은 생활 시·공간의 창조를 추구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장차 보편적인 평가를 받을 만한 예술작품이 현재 우리 주변에 있는 유연한 정신과 창조력을 가진 예술가에 의해 창작되고 있으므로, 이들의 활동을 뒷받침하는 것은 동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의 의무라는 인식을 가지고, 세존 그룹은 특히 현대예술의 지원에 주력해온 바, 그 지원영역은 미술에 국한하지 않는다. 연극 및 무용에서는 긴자 세존극장과 파르크극장, 음악에서는 고원음악당 등 폭넓게 현대예술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창조 활동의 일단을 담당한다.
토시바 국제교류재단
이 재단은 국내 및 해외의 미술관, 박물관을 지원한 공로로 선발되었다. 일본의 국제적 지위 향상에 부응하여 세계에 대한 공헌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토시바(주)의 창립 50주년이었던 1989년에 창설된 이래, 국제교류, 대일 이해의 촉진, 국제사회에서의 공헌을 목표로 각종 지원사업을 행하고 있다. 예술문화 관련의 지원이 활동 전체의 반수를 헤아린다. 그중에서도 국제문화 이해를 위해 귀중하다고 생각되는 것으로는 도쿄 국립박물관을 비롯한 국내외 미술관 박물관에 대한 외국어 팜플렛 등의 기증이 있다. 루블 미술관의 일본어판 전시품 해설판넬의 기증,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보스턴 미술관의 활동안내자료 발행 등이 그중 눈에 띈다.
토요타 재단
<이웃을 잘 압시다>라는 프로그램의 실시로 상을 받았는데, 이 프로그램은 문학작품 등의 번역소개를 통해 일본과 아시아 여러 나라의 상호이해를 촉진할 것을 목적으로 1978년부터 시작되었다.
종래 드물게 소개된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 여러 나라의 현지어로 쓰인 문학작품 등을 번역자 및 출판사에 지원금을 제공함으로써 일본에 소개하는 활동으로 이제까지 134책이 번역 출판되고 있다. 또한 아시아 여러 나라의 번역자, 출판사가 일본의 문학작품 등을 현지에서 번역 출판한 사업을 지원하기도 한다. 아시아 나라들의 상호이해를 위한 번역도 이에 포함되는데, 1993년 현재 219책의 일본 문학작품 등이 소개되고 있다.
항상 현지의 의견을 들어가면서 번역과 출판을 돕는 이 프로그램은 차츰 대상국가와 작품을 확대해가고 있다. 번역서에 관한 해설목록과 뉴스레터를 일본 전국의 도서관 등에 보내는 홍보활동도 행하는 한편, 그 영문판도 준비하여 이 활동을 현지를 비롯해 해외에 널리 알리는 노력도 하고 있다.
일본 생명보험 상호회사
닛세이(日生) 명작극장의 협찬 및 닛세이 극장의 운영을 이유로 상을 받은 이 회사는 무대예술의 보급을 30년 이상 계속 해오고 있다. 일본생명이 히비야 빌딩 가운데 닛세이 극장을 개장한 것은 1963년이다. 그 이듬해부터 시작된 어린이 뮤지컬 플레이 <닛세이 명작극장>(주최 : 닛세이 문화진흥재단, 협찬 : 일본생명, 제작 출연 : 극단 사계)은 1993년에 30년을 맞이했다. 이 공연은 초등학교 6학년생을 과외수업의 일환으로 학교단위로 무료초대하는 것으로서, 도쿄(닛세이 극장)를 비롯하여 전국 10개 도시에서 개최된다. 1993년 현재 2,620회의 공연을 거듭하여 약 408만 명의 어린이를 초대한 닛세이 명작극장은 무대예술의 보급에 크게 공헌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극단 사계(시끼)는 이제 성인이 된 그 관객들로부터 운영에 크게 도움을 받고 있다. 1981년부터 매년 여름방학에 전국 약 60개 도시에서 개최되고 있는 <닛세이 명작극장>(훼밀리공연)도 1,052회 공연에 163만 명의 부모와 자녀를 초대하고 있다. 닛세이 극장에서는 그 외에도 중고생을 상대로 한 <닛세이 극장 오페라교실>, <닛세이 오페라시리즈> 등 오페라 진흥에도 힘을 기울이는 한편, 개장 30주년을 기해 <닛세이 극장 국제 아동페스티벌>을 개최하는 등, 무대예술 문화의 발전에 계속 공헌하고 있다.
필립 모리스(주)
이 회사는 일본미술 보존계획에의 지원으로 상을 받았다. 메이지 이래 구미에 유출된 일본미술품(풍속화, 병풍, 조각 등) 중에는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더렵혀지거나 퇴색한 것이 적지 않다. 그러나 복원 보존(일본에서는 ‘修復’이라는 단어를 쓴다)을 위해서는 일본의 전통에 기본을 둔 독자적인 기술이 필요한데, 현지에서의 작업은 쉽지 않다. 예술연구 진흥재단이 중심이 되어 진행중에 있는 ‘일본미술 복원계획’은 그것들을 일본에 일단 ‘귀향’시켜 복원한 후 되돌려 보내는 작업이다. 1991년부터 본격적으로 개시된 이 계획으로 1993년까지 이미 미국의 스미소니언 프리어 미술관 소장의 일본회화 13점의 복원작업이 완료된 바 있다. 필립 모리스(주)는 이 계획의 취지에 찬동하여 대규모의 자금원조를 행한 외에 이 계획에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국제문화교류 심포지엄>을 두 번에 걸쳐 개최하였다. 나아가 1992년에는 <칼렌더 기금활동>을 실시하였다. 1구좌에 2,000엔씩의 기부금을 모으면서 기부자에게는 복원을 끝낸 일본회화의 기념칼렌더를 증정한 결과, 1천5백60십억 엔 이상에 달하는 기부금을 예술연구진흥재단에 더 기증할 수 있게 되었다. 필립 모리스 본사는 이미 1990년 미국 BCA로부터 특별성취상(distinguished achievement award)을 받은 바 있다.
마쯔시다 전기산업(주)
이 회사는 1990년 11월부터 셰익스피어 전문극장 그로브좌의 “좋은 연극을 현지와 같은 가격으로 제공한다”는 정책에 공명하여 지원을 개시했다. 책임자를 두고 안정적이고도 계속적으로 자금을 원조하는 것에 더하여 동시통역시스템 기기의 무상제공, 음악공연에서의 음장(音場) 제어시스템의 기술협력, 종업원과 그 가족의 관극촉진, 사원 자원봉사에 의한 오사카공연의 운영 등, 단순히 자금적인 지원에 머물지 않는, 세심하고도 폭넓은 지원을 실천하고 있다.
이 회사의 지원으로 좀더 많은 사람들이 해외의 질높은 극단의 공연을 저렴한 금액으로, 전작품·전공연을 동시통역을 통해 감상할 수 있게 되어 연극팬으로부터 환영받고 있다. 그로브좌에서는 일본의 전통예능에 의한 셰익스피어라는 주제로 가부끼·교겡·분라꾸(인형극)에 의한 오리지날 공연을 행하고 있는데, 이들 작품은 이 회사의 지원에 의해 영국의 재팬 페스티벌에도 참가하였다. 이처럼 연극문화의 향상과 보급에 공헌하는 것 이외에도 연극을 통한 국제문화교류에서 담당하는 역할도 크다.
미나미니혼(남일본) 방송(주)
미나미니혼 유스오케스트라(MBC)의 운영으로 상을 받은 이 회사는 1964년에 개국 10주년 기념으로 근거지인 가고시마의 문화에 공헌할 것을 목적으로 민간기업의 지원 아래 청소년오케스트라를 조직했다. 청소년오케스트라로서는 일본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으면서 연주수준도 높다. 항상 80명 정도의 단원(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이 재적중인데, 약 10명의 지도자와 함께 주 1회 연습을 계속하여 연 1회 정기연주회, 겡(縣) 내의 지방공연, 크리스마스콘서트 등을 기둥으로 한 발표회를 갖는다.
1976년에는 미국 건국 2백년 기념으로 1개월에 걸쳐 미국 각지에 연주여행을 갖는가 하면, 1991년에는 한국 전주시에서도 연주회를 갖기도 했다.
이제까지 1천2백 명을 넘는 청소년이 이 곳을 거치면서 세계적으로 활약하는 전문음악가도 배출되었다. 나아가 지역의 아마츄어오케스트라 <가고시마 교향악단>의 멤버 중 많은 사람들이 이 오케스트라 출신이기도 하다.
이 회사는 운영·경비·연습장의 제공 등 전체적인 책임을 맡고 있다. 이 교향악단이 가고시마 지역에서 30년간 활발한 활동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이 회사의 열성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외국의 피아니스트와 중앙으로부터 지휘자를 초청한 연주회, 그리고 지역 합창단과의 합동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이 회사는 지역주민들에게 실연 연주회를 계속 제공함으로써 지역의 음악문화 향상에 크게 공헌하고 있다.
롬뮤직 파운데이션(재)
이 재단은 1991년 교토에 본사를 둔 전자부품회사인 롬(Rohm) 주식회사가 중심이 되어 설립되었는데, 음악활동에 대한 지원을 도모하는 동시에,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에 대한 장학원조 등을 통해 일본의 문화향상·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목적을 지니고 있다. 1992년에 개시된 약 2주간의 여름 스위스 음악세미나는 선발된 음대생들에게 레슨에 최적한 환경을 제공하고 세계적으로 저명한 음악가가 직접 연주기술의 지도 등을 행하는 등 인재육성에 기여한 바 크다.
3.
이상을 바탕으로 사회발전에 기여한다는 의미에서의 기업시민의 기능과 효용을 일반화한다면, 그것이 지닌 자원(인재, 조직력, 기획력, 경영능력등)이 합리적으로 조직되고 기능하는 종합력과 자유로운 발상, 창조성에 의해 기업시민은 개인 및 정부기관으로는 미치지 못하는 효용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카다란 특색과 기대를 지니게 된다. 좀더 세분해서 말한다면, 5대 기능과 효용을 지적할 수 있다.
ㄱ. 기부행위 : 가장 전형적인 활동기능으로서, 다음과 같이 다양한 형태가 포함된다.
① 현금
② 현물(자사제품의 증정, 시설·설비의 기증 등)
③ 서비스(노하우의 제공, 운용·관리업무 제공, 교육지도)
미국에서의 기부는 ‘또 하나의 재정’이라고 할만큼, 매년 총액 1천억 달러를 웃돈다. 전화번호부 만한 두께의 기부자 명부가 매년 재무부 등의 정부기관 및 기부의 창구 역할을 하는 공익단체에 의해 발행되는데, 소득세의 기부공제자 공개명부도 그중 하나이다. 1990년도판에 따르자면 1989년도의 예술지원을 포함한 기부 총액은 1,147억 달러로서, 동년도의 GNP의 2.2%, 연방정부 세입액의 12%에 상당하는 거액이다. 기부자의 84.1%는 개인이고, 기업은 4.4%로서, 금액으로는 50억 달러에 달한다.
ㄴ. 자원봉사 : 기부와 나란히 중요한 활동으로서, 다음과 같은 패턴을 볼 수 있다.
① 간접지원(종업원의 사외활동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하는 자원봉사 휴가제도를 설정한다. 나아가 자원봉사 활동에 필요한 기재와 시설을 대여해준다. 종업원의 가족, 정년퇴직한 종업원의 자원봉사활동을 경제적으로 지원한다.)
② 직접지원(기업이 스스로 기획하고, 인재 및 제품, 서비스를 제공한다.)
③ 물적 지원(일반시민 등의 자원봉사활동에 필요한 인재, 실천운영의 노하우, 기재, 시설 등의 대여)
미국에서의 기부는 돈만이 아니라, 땀과 시간을 곁들인다. 자원봉사 통계(1990년도판)에 의하면, 기부를 행한 개인과 기업의 92%까지가 무엇인가 자원봉사활동도 하고 있는데, 14세 이상의 미국 인구의 약 반수, 즉 8천6백만 명이 참가하고 있다. 한 사람당 주 평균 3,5시간씩 총 184만 년분의 봉사로서, 이를 최저임금으로 환산한다면 1천1백억 달러에 상당한다.
일본의 경우, 기부 총액은 4,223억 엔으로서 산업의 총규모 비율에서 본다면 미국에 뒤지지 않지만, 그런데 그 중 60%가 정치헌금으로서, 이른바 사회공헌 목적의 기부는 겨우 1,500억 엔에 지나지 못한다.
ㄷ. 리더쉽: 기업이 지닌 지명도, 신용도를 활용하여 자타가 시도한 공헌활동의 추진을 쉽게 한다.
ㄹ. 인적 자원의 개발: 사회의 질적 향상과 함께, 기업 내의 복리후생, 인재육성에도 기여한다.
ㅁ. 지역경제에의 공헌: 본래의 투자행동의 목적이기도 하지만, 고용의 창출·물품조달, 투자, 자원개발, 국제교류의 촉진, 지역의 관련사업의 진흥은 많은 파급효과가 있다.
요컨대 기업이 지닌 힘을 지역사회의 필요에 적절하게 투입하고, 일상업무의 수행에서도 지역사회의 필요사항을 반영시킨다는 기본적인 자세만 확립되어 있다면, 구체적인 행동은 다양하게 전개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경우에라도, 그것이 계획적이고 지속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새삼스럽게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또한 기부와 자원봉사를 합한 이른바 필란스로피 활동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에 참여한 미국시민의 52%가 타인을 돕는 기쁨 때문이라고 답한 것도 기억해 둘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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