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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팔만대장경 이야기

불씨

by FraisGout 2020. 6. 25.

  옛날에 한 바라문이 산속에서 수도에 전념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시동에게 말했다.
  "볼일이 있어 며칠 동안 마을에 다녀오려고 한다. 너는 집 안에 있는 불을 잘 단속해서 꺼지지않게 해
라. 만일 불이 꺼지면 나무를 문질러 다시 불을 피워놓도록 해라."
  바라문은 이렇게 지시한 후일을 보러 산을 내려갔다. 그런데 이 시동은 천성이 놀기를 좋아하는 아이
였다. 바라문이 있을 때에는 야단맞을까봐 두려워서 억지로 참고 있었던 것이다.
  바라문이 하산하자 그 아이는 좋아 죽을 지경이었다.  아이는 산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놀다가 그만 
불을 지키라는 바라문의 지시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놀다가 지쳐서 집에 돌아와보니 불은 이미 
꺼져 있었다. 아이는 얼른 땅에 엎드려  타다 남은 재를 힘껏 불어보았지만  한 점의 불씨도 남아 있지 
않았기에 불이 다시 일어날 리 없었다.
  아이는 도끼로 장작을 패면 불을 피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성공할 리가 없었다. 그래서 다시 
장작을 잘게 썰어 절구통에 넣고 절굿공이로 찧기도 해보았지만 여전히 불씨는 일어나지 않았다.
  얼마 후 바라문이 일을 마치고 돌아와서 시동에게 물었다.
  "집을 나설 때 불을 잘 단속하라고 일렀는데 불씨는 꺼뜨리지 않았겠지?"
  "주인님이 나가신 후 제가 밖에 나가서 노는 바람에 그만 불을 꺼뜨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면 불을 다시 피울 생각은 하지 않았느냐?"
  "했습니다. 저는 불이 나무 끝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예전에 보았기에 도끼로 나무 끝을 패보았지만 불
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무를 잘게 썰어 절구통에 넣고 찧어도 보았지만 역시 불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시동의 이야기를 들은 바라문은 송곳을 꺼내  나무 끝 부분에 구멍을 뚫은 후  작은 나뭇가지를 넣고 
힘차게 비빈 다음 연기가 일어나자 그 위에 건초를 쌓아 불을 피웠다. 그리고 시동에게 말했다.
  "불을 피우려면 마땅히 이렇게 해야 하는 법이지, 그저 장작을 두들겨 패고 찧는다고 해서 불씨가  생
기지는 않느니라."
  <장아함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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