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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팔만대장경 이야기

돌아온 아들

by FraisGout 2020. 6. 25.

  옛날에 어떤 사내가 어릴 때 가출하여 여러 지방을  떠돌면서 살았다. 그 사내는 어느덧 어른이 되었
지만 궁핍한 날품팔이 생활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한편 아들을 잃은 아버지는 사방으로 그리운 아들을 
찾아다녔으나 찾지 못했다. 그래서 어느 도시에 자리를 잡고 장사를  시작했다. 아버지는 열심히 일한덕
에 얼마 지나지않아 그 도시에서 제일 큰 부자가 되었다.
  부자가 된 아버지는 하루도 아들 생각을 하지 않는 날이 없었다.
  '내 나이 이제 늙어 죽을  날이 멀지 않았다. 남들은 내가  큰 부자라고 부러워하지만, 자손이 없으니 
이 재보가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죽은 후에는 모두  남의 손에 들어가 흩어져버릴 게 뻔하다. 수십 
년 전에 잃어버린 아들을 찾을 수만 있다면 좋으련만.'
  어느 날 아들은 이 도시 저 도시를 전전하다가 마침내 아버지가 살고 있는 도시에 오게 되었다. 그는 
날품을 팔러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가 여러 하인들을 거느리고  있는 아버지를 보았다. 그러나 워낙 어
릴 때 아버지와 헤어졌기 때문에 아들은 아버지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다. 다만 화려한 옷을 입고 휘
황찬란한 가마를 탄 아버지의 모습에 그만 기가 질릴 뿐이었다.
  '이크, 저 이는 아마 왕족이나 귀족임이 틀림없다. 괜히 날품을 판답시고 얼씬거리다가는 나를 강제로 
잡아다가 일을 시킬 줄도 모른다. 빨리 이곳을 벗어나서 다른 곳으로 가 일을 해주고 옷과 양식을 구해
야겠다.'
  그리고 그는 자리를 뜨려고 했다. 그때 가마 속에 있던 아버지는 우연히 그를 보고 한눈에 그가 아들
임을 알아차렸다. 이제 재산을 물려줄 아들을 찾았다고 생각한 아버지는 너무 기쁜 나머지 하인들을 시
켜 그를 데려오라고 명했다. 하인들이 달려가 그를 붙들자 아들은 기겁하며 소리쳤다.
  "나는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는데, 왜 나를 붙잡는 것이오?"
  그러나 하인들은 주인이 시킨 일이라 이유도 얘기 않고 억지로 데려가려고만 했다. 아들은 강제로 붙
들려 가면 큰 일을 당하리라는 생각에 힘껏 버티다가  그만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그 모습을 멀리서 본 
아버지는 하인들에게 말했다.
  "저 사람을 강제로 데려올 필요는 없으니, 물을 뿌려 정신을 차리게 하고는 그냥 놔주어라."
  부자는 아들이 아버지인 자기를 알아보지 못하고  또 자신의 막대한 부에 기가 질려  그러는 줄 알고 
다른 방법을 강구하기로 했다.
  아들은 정신을 차린 후 그 도시 이곳저곳에서 날품을  팔며 겨우 연명하고있었다. 어느 날 부자는 하
인들에게 아들을 찾아가 이렇게 말하게 했다.
  "우리가 일하고 있는 집에 가서 같이 일하면 삯을  두 배로 주겠소. 그렇게 어렵지 않은 그저 거름을 
치는 일이오."
  아들은 하인들의 말을 듣고 부잣집에 와서 일을 하게  되었다. 부자가 창문 틈으로 아들의 모습을 바
라보니 남루한 옷에 초췌한 꼴을 하고 있자 마음이 무척 아팠다. 부자는 곧 허름한 옷을 골라 일꾼처럼 
변장하고는 아들에게 다가갔다.
  "젊은 사람이 참 안됐구만. 무슨 고생을 그렇게 많이 했길래 행색이 그러한가? 여기는 부잣집이니 일
만 열심히 하면 호의호식할 수 있을 걸세. 그러니 다른 곳으로 갈 생각은  하지 말게. 나는 나이로 봐도 
자네 아버지뻘이니 앞으로 무슨 문제가 있으면 나를  아버지처럼 여기고 언제든지 의논하게. 나도 자네
를 친아들처럼 돌봐주겠네."
  그렇게 해서 부자는 아들과 함께 일하며 차츰 친해졌다.  그렇게 여러 해가 흐르자 아들은 부자를 진
짜 친아버지처럼 대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부자는  국왕과 대신 그리고 친척들을 초청한 다음 아
들을 불러 옆에 세우더니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사실 이 사람은 내 아들이오. 나는 수십년 전에 아들을 잃고 사방으로 찾아다녔지만 찾을 수
가 없었소. 그러다가 몇 해 전에 우연히 아들을 바로 이 도시에서 찾게 되었소. 이제 이 아들에게 전 재
산을 물려주어 가업을 잇게 할 참이오."
  아들은 아버지의 뜻밖의 선언을 듣고 깜짝 놀랐다.
  '아, 원래 저 부자가 나의 친아버지였구나. 나는 원래 부자의  재산에는 아무런 욕심도 내지 않았는데, 
이제 이 엄청난 재보가 다 내것이 되었구나.'
  <묘법연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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