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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팔만대장경 이야기

한 척 반과 오 촌의 차이

by FraisGout 2020. 6. 25.

  옛날에 가난하게 홀로 사는 한 노인이 있었다.  그는 어느 날 우연히 시장에서 도끼  한 자루를 샀다. 
이 도끼는 보배 중의 보배였는데, 그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노인은 그 도끼로 나무를 해서 땔감을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 그렇게 계속 쓰자 도끼는 날이 무뎌지고 말았다.
  그때 살박이라는 대상인이 그나라에 왔다. 그러던 차 우연히 노인이 들고 있는 도끼를 보았다. 살박은 
한눈에 그 도끼가 값어치가 대단한 보물이라는 사실을 눈치챘다. 그래서 그 노인에게 물었다.
  "그 도끼는 파는 것입니까?"
  노인이 탄식하듯 대답했다.
  "나는 이 도끼로 땔나무를 해다가 입에 풀칠하고 있는데, 어떻게 판단 말이오?"
  "비단 백 필을 주면 팔겠습니까?"
  노인은 화려한 옷을 입고 있는 살박을 훑어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 도끼가 무슨 비단 백 필만한 가치가 있단 말인가? 돈 있는 자들은 그저 돈만 믿고 남을 놀리려드
니 정말 못 봐주겠군.'
  노인은 살박의 물음에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자 살박이 계속해서 물었다.
  "노인장, 왜 대답하지 않는 것입니까? 다시 잘 흥정해봅시다. 비단 이백 필이면 어떻겠습니까?"
  그 말을 듣고 노인은 얼굴이 더 험악해졌다. 그러자 살박이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돈이 적으면 더 쓰겠습니다. 그런데 왜 기뻐하시지 않는 것입니까? 그렇다면 삼백을 더해 비단 오백 
필에 그 도끼를 사겠습니다."
  노인은 갑자기 대성통곡을 하며 말했다.
  "값이 적어서가 아니라 내가 대단히 멍청했던 사실이 후회스러워서 그러오. 이 도끼는 원래 길이가 한 
척 반이었는데, 계속해서 땔나무를 하느라 닳아서 오 촌밖에 남지 않았다오. 오  촌 길이의 도끼가 비단
오백필이라니 원래대로였으면 그 값이 얼마냔 말이오? 정말 후회되는구려!"
  살박은 노인의 말에 기쁘게 웃으면서 말했다.
  "노인장, 언짢아하지 마십시오. 내 비단 천 필을 드리리다."
  이렇게 해서 두 사람은 거래를 끝냈다. 살박은 도끼를 사가지고 갔고, 노인은 비단 천 필을 얻게 되었
다.
  원래 이 도끼는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배였다. 그 어떤 물건이라도 도끼 위에 올려놓고 땔나무로 태우
면 보물로 변하게 하는 보배였던 것이다.
  <천존설아육왕비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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