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옛날 바라나국에 한 부유한 장자가 아들을 낳았는데, 그 인물이 무척 수려했다. 그때 장자의 친척
중에 외국에 가서 장사를 하던 이가 장자에게 새알을 선물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그 알이 갈라지
더니 조그마한 새가 나왔는데, 그 깃털이 휘황찬란했다. 아들을 무척 사랑한 장자는 매우 기뻐하며 아들
에게 그것을 가지고 놀라고 주었다.
작은 새와 아들은 갈수록 친해졌고 둘 다 어느새 어른이 되었다. 이제 그 작은 새는 사람보다 훨씬
커다란 새가 되었다. 장자의 아들은 그 큰 새의 등에 올라타고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놀다가 집으로 돌
아오곤 했다. 그 둘은 단짝이 되어 날마다 그렇게 재미있게 지냈다.
그러던 중 장자의 아들은 어느 나라에서 연극을 공연한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래서 그는 큰 새를 타
고 그 나라로 날아가 연극을 구경했다. 큰 새는 그동안 나무에 앉아 쉬고 있었다.
그때 장자의 아들은 우연히 그 나라 공주를 보고는 한눈에 반해버렸다. 그는 몰래 공주에게 편지를
보내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공주 역시 장자의 아들에게 마음이 있어 그들은 밤에 몰래 만나 사랑을 나
누었다. 그러나 그들의 비밀스러운 만남은 오래 가지 않았다. 곧 그 사실을 안 국왕은 병사들을 시켜 장
자의 아들을 잡아오도록 했다. 그리고 그를 없애라는 명령을 내렸다. 붙잡힌 장자의 아들이 병사들에게
말했다.
"나를 죽이려고 여러 가지 준비를 할 게 뭐 있습니까? 어차피 죽을 목숨인데, 제가 저 나무위로 올라
가 스스로 떨어져 죽겠습니다."
병사들은 어차피 죽을 녀석이라고 생각해서 그의 청을 들어주었다. 나무 위로 올라간 그는 큰 새를
타고 유유히 그 나라를 빠져나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현우경>
'기타 > 팔만대장경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 척 반과 오 촌의 차이 (0) | 2020.06.25 |
---|---|
경거망동 (0) | 2020.06.25 |
연자매를 돌리다 (0) | 2020.06.25 |
나를 환영하는 것이 아니오 (0) | 2020.06.25 |
새들이 왕을 뽑다 (0) | 2020.06.2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