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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팔만대장경 이야기

나를 환영하는 것이 아니오

by FraisGout 2020. 6. 25.

  축차시라국의 박라우라 마을에 칭가발타라는  가난한 사람이 살았다. 칭가바타의  집은 원래 아주 큰 
부자였지만 서서히 가세가 기울어 나중엔 거지꼴이 되고말았다. 친척들은 거지꼴이 된 칭가발타를 보지
않으려 했고 혹 만나는 일이 있으면 교만을 떨며  사람 취급을 하지 않았다. 칭가발타는 너무나 괴로워 
고향을 등지고 대상들을 따라 먼 나라로 떠났다. 그곳에서 그는 열심히 일해 돈을 많이 벌게 되었다.
  이윽고 고향이 그리워진 칭가발타는 대상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고자 했다. 그때 고향에 있던 친척
들은 칭가발타가 부자가 되어 금의환향한다는 소식을 듣고 산해진미와 여러  기녀들을 데리고 마중나갔
다.
  칭가발타는 수수한 옷을 입고 대상의 선두 부분에 있었다. 칭가발타는 고향을 떠날 때 어린 나이였으
므로, 십여 년이 지난 지금 그를 금방 알아보는 친척은 없었다. 도리어  친척들은 앞쪽에 서있는 칭가발
타에게 이렇게 물었다.
  "칭가발타는 어디에 있습니까?"
  이에 칭가발타가 대답했다.
  "저쪽 뒷부분에 있습니다."
  친척들은 대열의 뒷부분에 가서 물었다.
  "칭가발타는 어디에 있습니까?"
  대상 중의 한 사람이 대답했다.
  "저 앞쪽에 가고있는 사람이 바로 칭가발타요."
  친척들은 다시 앞쪽으로 달려와 칭가발타에게 물었다.
  "자네가 바로 칭가발타이면서 왜 뒤쪽에 가서 찾으라고 한 것인가?"
  칭가발타는 씁쓸해하면서 얘기했다.
  "내가 가난했을 때 친척 여러분들은 날 보려 하지도 않고 말조차 걸지도 않았소. 그런데 내가  부자가 
되어 돌아온다니까 이제 이렇게 마중을 나온 것이군요."
  "아니, 자네 무슨 말을 그리 섭섭하게 하는가?"
  "옛날에는 상대도 하지않다가 내가 부자가 된 걸 알고 이렇게 산해진미와 기녀들을 데리고 와서 환영
하다니... 결국당신들이 환영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바로 저 재물이지 뭐겠소?"
  이렇게 얘기하자 친척들은 낯을 들지 못했다.
  <대장엄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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