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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팔만대장경 이야기

못된 장난

by FraisGout 2020. 6. 25.

    한 바라문이 광야에 우물을 파고 토기로 된 두레박을 걸어두어 목동과 행인들이 사용하기 편리하게
끔 만들어놓았다.
  어느 날 저녁 한 무리의 여우가 우물 근처에 나타나 땅바닥에 괴어 있는 물을 마시고 있었다. 그러나 
여우왕만은 그 물을 마시지 않고 두레박 속에 있는 물을 마셨다. 물을 다 마신 여우왕이 두레박 속에서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자 두레박은 깨지고말았다. 나머지 여우들은  여우왕이 저지른 일에 화를 내며 따
졌다.
  "이 두레박은 행인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것인데 그렇게 부숴버리면 어떻게 합니까?"
  그러자 여우왕이 대답했다.
  "재미로 그랬다, 왜? 나만 기분 좋으면 되지, 다른 일은 내 알 바 아니다."
  다음날 한 행인이 두레박이 깨져 있는 것을 보고  바라문에게 알렸다. 바라문은 곧 새 두레박을 달아
놓았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또 여우왕이 그것을 깨버렸다. 그러기를 십여  차례 계속하는 동안 여우
들은 여우왕을 그때마다 말렸으나, 여우왕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두레박이 며칠 못 가서 자꾸 깨지자 바라문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도대체 왜 그런일이 생
기는지 지켜보기로 했다. 하루 동안  바라문이 숨어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지켜본 결과 여우가 못된 
장난을 치고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우물을파서 행인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했는데, 여우가  자꾸 못된 장난을 하다니... 이번에는 아
예 깨지지않는 단단한 나무로 두레박을 만들어놓자.'
  바라문이 만든 나무 두레박은 단단할 뿐만 아니라 여우가 고개를 집어넣을  수는 있지만 빼기는 어려
운 구조로 되어있었다. 바라문은 여우를 혼내주기위해 나무 두레박을 우물 옆에 두고 그 근처에서 방망
이를 든 채 숨어 있었다.
  행인들이 물을 마시고 난 후, 여우왕이 몰래와서 나무 두레박에 고개를 들이밀고 또 그것을 부수려고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두레박이 움직이지도 않고 고개도 빠지지않았다. 이때  숨어 있던 바라문이 뛰어
나와 방망이를 인정사정없이 휘두르자 여우왕은 그만 숨이 끊어지고 말았다.
  <법원주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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