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한 국왕이 국정을 돌보고 있는데 어디선가 우아한 거문고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감동한
국왕은 좌우의 대신에게 물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이길래 이렇게 아름다운가?"
"대왕이시여, 거문고 소리입니다."
"네가 가서 그 소리를 찾아와라."
국왕이 한 대신에게 명령했다. 얼마 후 그 대신은 거문고 하나를 들고 와서 말했다.
"대왕이시여, 이것이 거문고입니다. 방금 전의 소리는 바로 이 악기에서 나온 것입니다."
국왕은 거문고를 받아들고 그것을 향해 조용히 말했다.
"방금 전의 그 소리는 정말 아름다웠다. 다시 한 번 나에게 그 소리를 들려다오."
그러나 거문고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러자 국왕은 불같이 화를 냈다.
"나는 너에게 거문고를 가져오라고 하지 않았다. 내가 가져오라고 한 것은 방금 전의 그 아름다운 소
리란 말이다."
거문고를 가져온 대신이 황급히 꿇어앉으면서 말했다.
"대왕이시여, 거문고는 여러 가지 부분이 합쳐져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것은 손잡이이고, 저것은 몸통
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줄입니다. 이러한 것들이 모두 어우러져 사람이 이것을 연주할 때 비로소 아름다
운 소리가 나오는 법입니다. 거문고를 타지 않고서는 소리가 날 수 없습니다. 방금 전에 국왕이 들은 아
름다운 소리는 이미 사라져버렸는데, 신이 어찌 그것을 가져올 수 있겠습니까?"
"그 소리의 허무함이 이와 같은데도 세상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모르고 이것에 정신을 팔게 되는구나.
이건 사용해서는 안 될 거짓된 물건이로구나."
말을 마치자 국왕은 거문고를 던져 산산조각 내버렸다.
<잡아함경>
'기타 > 팔만대장경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들이 왕을 뽑다 (0) | 2020.06.25 |
---|---|
못된 장난 (0) | 2020.06.25 |
침이 땅에 떨어지기 전 (0) | 2020.06.25 |
스스로 짓고 스스로 받는 법 (0) | 2020.06.25 |
사막에서 물과 풀을 버리면 (0) | 2020.06.2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