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두 사람의 상인이 각자 오백 명씩의 무리를 거느리고 있었다. 어느 날 그들은 다른 나라에 가
서 장사를 하기로 했다. 그곳에 가려면 광활한 사막을 지나야 했으므로 함께 모여 떠나기로 했다.
그 동안의 경험에 따라 그들은 꽤 많은 양의 물과 풀을 준비하여 사막을 지나고 있었다. 그때 한 야
차귀가 대상의 무리를 발견하고 미모의 소녀로 둔갑했다. 그녀는 화려한 옷을 걸치고 머리에 현란한 장
신구를 단 채 거문고를 타고 있었다. 대상의 무리가 다가오자 그녀는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
"먼 길을 가시느라 피곤하시죠? 그런데 그 많은 물과 풀을 지니고 있다니요? 이 근처에 물과 풀이 아
주 많은 곳이 있으니, 이젠 필요없을 거예요. 그러니 그것들을 버리고 저를 따라 물과 풀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 게 어때요."
그 말을 듣고 한 우두머리 상인이 수하들에게 물과 풀을 모두 버리게 했다. 그러나 또 다른 우두머리
상인은 뭔가 이상하다는 듯이 생각에 잠겼다.
'사막에서 물과 풀을 버리는 것은 목숨을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저 한 사람의 말을 순순히 따를
수는 없다. 게다가 저 미모의 소녀는 어디에서 왔는지도 모르잖는가?'
물과 풀을 버린 우두머리 상인과 그를 따르는 무리들은 소녀를 따라 반나절쯤 갔지만, 물과 풀을 볼
수 없었다. 그래서 그 소녀에게 막 물어보려고 하는데, 이미 그 소녀는 사라지고 없었다. 결국 그들 모
두는 사막에서 죽고 말았다. 그러나 물과 풀을 버리지 않은 우두머리 상인과 그 수하들은 무사히 목적
지까지 가서 장사를 잘할 수 있었다.
<잡보장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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