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타/팔만대장경 이야기

사막에서 물과 풀을 버리면

by FraisGout 2020. 6. 25.

  옛날에 두 사람의 상인이 각자 오백 명씩의 무리를 거느리고 있었다. 어느 날 그들은 다른 나라에 가
서 장사를 하기로 했다. 그곳에 가려면 광활한 사막을 지나야 했으므로 함께 모여 떠나기로 했다.
  그 동안의 경험에 따라 그들은 꽤 많은 양의 물과  풀을 준비하여 사막을 지나고 있었다. 그때 한 야
차귀가 대상의 무리를 발견하고 미모의 소녀로 둔갑했다. 그녀는 화려한 옷을 걸치고 머리에 현란한 장
신구를 단 채 거문고를 타고 있었다. 대상의 무리가 다가오자 그녀는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
  "먼 길을 가시느라 피곤하시죠? 그런데 그 많은 물과 풀을 지니고 있다니요? 이 근처에 물과 풀이 아
주 많은 곳이 있으니, 이젠 필요없을 거예요. 그러니 그것들을 버리고 저를 따라 물과 풀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 게 어때요."
  그 말을 듣고 한 우두머리 상인이 수하들에게 물과 풀을 모두 버리게 했다. 그러나 또 다른 우두머리 
상인은 뭔가 이상하다는 듯이 생각에 잠겼다.
  '사막에서 물과 풀을 버리는 것은 목숨을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저 한  사람의 말을 순순히 따를 
수는 없다. 게다가 저 미모의 소녀는 어디에서 왔는지도 모르잖는가?'
  물과 풀을 버린 우두머리 상인과 그를 따르는 무리들은  소녀를 따라 반나절쯤 갔지만, 물과 풀을 볼 
수 없었다. 그래서 그 소녀에게 막 물어보려고 하는데,  이미 그 소녀는 사라지고 없었다. 결국 그들 모
두는 사막에서 죽고 말았다. 그러나 물과 풀을 버리지  않은 우두머리 상인과 그 수하들은 무사히 목적
지까지 가서 장사를 잘할 수 있었다.
  <잡보장경>

'기타 > 팔만대장경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침이 땅에 떨어지기 전  (0) 2020.06.25
스스로 짓고 스스로 받는 법  (0) 2020.06.25
어리석은 고집  (0) 2020.06.25
바보가 남을 바보라고 하다  (0) 2020.06.25
엉겁결에 세운 무공  (0) 2020.06.2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