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타/팔만대장경 이야기

엉겁결에 세운 무공

by FraisGout 2020. 6. 25.

  옛날에 아주 풍요롭고 잘사는 나라가  있었다. 이웃 나라 왕은 그  나라를 호시탐탐 노리다가 급기야 
전쟁을 일으켰다. 그러자 부자 나라의 국왕은 전국에 방을 내걸어 십오 세부터 육십 세까지의 남자들을 
징집했다.
  그때 그 나라에 베 짜는 일을 하는 한 노인이  있었다. 그 노인의 아내는 무척 젊고 아름다웠는데 숨
겨둔 정부가 있었다. 남편을 귀찮게 여긴 그녀는 때때로 정부와 함게 남편을  죽일 모의를 짰다. 징집이 
좋은 기회라 여긴 그녀의 정부는 부인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금 나라에서 남자들을 징집하는데, 각 개인이 병기와 먹을 양식을  챙겨 전쟁터로 간다 하오. 그러
니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의 남편을 참전하게 만드시오."
  아내는 궁리 끝에 쌀이 담긴 항아리와 베 한 필을 남편에게 주면서 말했다.
  "이것들을 챙겨서 전쟁터로 가세요. 만일 항아리를  깨뜨리거나 베를 잊어버리면 다시는 당신과 살지 
않을 거예요."
  그렇게 해서 노인은 전쟁터로 나갔다. 전쟁터에서 노인은 적들을 물리칠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아내
를 잃을까봐 두 가지 물건을 지키는 데에만 급급했다.
  한번은 노인이 속한 부대가 적을  맞아 싸우다가 중과부적이라 급히 후퇴를  하게 되었다. 노인은 두 
가지 물건을 잃어버릴까봐 전전긍긍하다가 그만 홀로 뒤에  남게 되었다. 적군은 노인만 후퇴하지 않고 
홀로 남아 있는 모습을 보자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멀리서 보니 그 노인이 이상한 병기를 가지
고 있는 것 같았다. 적군은 분명 계략이라 생각하여 후퇴했다. 이때 먼저  후퇴했던 아군이 구원군과 함
께 다시 진격해서 결국 큰 승리를 거두었다.
  부자 나라의 국왕은 승리를 자축하며  매우 기분이 좋아 무공을 세운  사람들에게 상을 주려고 했다. 
그러자 뭇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저 베 짜는 노인이 가장 큰 공을 세웠습니다."
  이에 국왕은 그 노인을 불러 당시 상황을 물었다.
  "어떻게 혼자 적군을 맞으려고 생각했는가?"
  "대왕이시여, 사실은 그게 아닙니다. 아내가 전쟁터에 가기 전에 항아리와 베를 주면서 만약 그것들을 
잃어버리고 오면 다시는 같이 살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모두 급히 퇴각하는데 저
는 그 물건들을 지키느라 그만 때를 놓쳐 부득불  혼자 적군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적군은 홀로 있는 
저를 보고 계략이 아닌가 생각해서 물러서다가 아군에게 참패한 것입니다. 그러니 결코 저의 용기 때문
에 그렇게 된 것이 아닙니다."
  "하하하, 사실은 마누라가 무서워서 그랬단  말이오? 어쨌든 노인장 덕분에  승리를 거두게 되었으니, 
노인장이 가장 큰 공을 세운 것만은 틀림없소."
  국왕은 그노인에게 관직과 수많은 재보를 하사했다. 그리고  노인의 자손들은 대대로 그 지위를 이어 
명망 높은 가문이 되었다.
  <잡비유경>

'기타 > 팔만대장경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리석은 고집  (0) 2020.06.25
바보가 남을 바보라고 하다  (0) 2020.06.25
독나무의 뿌리  (0) 2020.06.25
세 마리 물고기  (0) 2020.06.24
부자와 악사  (0) 2020.06.2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