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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팔만대장경 이야기

어리석은 고집

by FraisGout 2020. 6. 25.

  옛날에 두 친구가 있었다. 한 사람은 똑똑했고 다른 한 사람은 매우 우둔했다. 어느 날 똑똑한 친구가 
우둔한 친구에게 말했다.
  "우리 둘 다 집이 가난하니 뭔가 할 일을 찾아보세. 우리는 친한 친구니까 함께 힘을 모아 일을 해보
세. 먼저 산으로 가 들짐승이라도 잡아서 팔아보는 게 어떤가?"
  의견이 일치한 두 사람은 성을 나와 돌아다니다가 한  마을에 도착하였다. 그 마을은 이미 폐허가 된 
지 오래였기 때문에 쓸 만한 물건은 거의 없었고 길가에 약간의 황마만 널려 있었다. 똑똑한 이가 말했
다.
  "저 황마라도 서로 반씩 나누어 가지고 가세."
  황마를 짊어진 두 사람은 계속해서 길을 가다가 또  다른 마을을 지나게 되었다. 그곳에는 마사가 땅
바닥에 널려 있었다. 똑똑한 이가 말했다.
  "마사는 가볍고 가늘어서 휴대하기 편한 데다가 값어치도 황마보다 높네. 나는 황마를 버리고 마사를 
가지고 갈 참이네."
  그러자 우둔한 이가 말했다.
  "나는 이미 황마를 봇짐에 단단히 틀어맸으니 버릴 생각이없네."
  똑똑한 이는 황마를 버리고 마사를 매었다.  그리고 길을 계속 가다가 이번에는  마포를 보게 되었다. 
다시 똑똑한 이가 말했다.
  "마포는 바로 마사로 짠 것이네. 한  필의 마포를 만들자면 수많은 마사가 있어야  하네. 나는 마사를 
버리고 마포를 갖고 갈 생각이네."
  우둔한 이는 이번에도 똑같은 말을 했다.
  "나는 이미 황마를 봇짐에 단단히 틀어맸으니 그것을 버리고 마포를 챙길 생각이 없네."
  똑똑한 이는 마사를 버리고 마포를 봇짐에 틀어매고는 계속해서 길을 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면화를 보게 되었다. 그때 똑똑한 이가 말했다.
  "면화는 마포보다 값이 더 나가고 휴대하기도 편하니 면화를 챙겨야겠네."
  그러나 우둔한 이는 계속 고집을 부렸다.
  "나는 이미 황마를 봇짐에 단단히 틀어맨 상태네. 게다가 그것을 들고 이렇게 먼 길을 왔는데  어떻게 
버릴 수 있단 말인가?"
  똑똑한 이가 우둔한 이가 말을 듣지 않자, 자기만 마포를 버리고 면화를  챙겼다. 그후에 그들은 면화
사를 보게 되었고, 그 다음에는 흰색 면포 그리고 계속해서 백동, 백은, 마지막으로 황금을 보게 되었다. 
똑똑한 이는 무언가 보일 때마다 계속 바꾸어 짊어졌고, 우둔한 이는 시종일관 황마만을 고집하였다.
  똑똑한이가 우둔한 이에게 말했다.
  "황금이 없었더라면 나는 백은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네. 만약 백은이 없었더라면 백동을 가지고 있었
을 테지. 그리고 백동, 면호, 면화사, 면화, 마포가 없었더라면 마사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네. 또 마사마
저 없었더라면 황마를 가지고 있었을  테고. 그러나 지금 여기에 황금이  있지 않은가? 지금까지 본 것 
중에서 황금의 가치가 가장 높지 않은가? 자네가 황마를 버리고 나도 백은을 버린다면 우리 둘 다 황금
을 가지고 돌아갈 수 있을 것이네."
  그래도 우둔한 이는 끝까지 고집을 부렸다.
  "나는 이미 황마를 봇짐이 단단히 틀어맸고 또 그것을 가지고 먼 길을 왔으니 버리긴 싫다네.  자네는 
자네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나는 상관하지 않고 이 황마를 가지고 가겠네."
  똑똑한 이는 백은을 버리고 황금을 갖고 돌아갔다. 집안  사람들은 그가 멀리서 오는 모습을 보고 모
두 기뻐하며 뛰어나와 환영했다. 똑똑한 이는  기분이 무척 좋았다. 그러나 우둔한  이는 황마를 가지고 
집에 돌아갔다. 집안 사람들은 그를 보고서도 기뻐하지  않고 환영하지도 않았으며 도리어 비웃기만 했
다. 우둔한 이는 그제서야 후회막급한 심정이 되었다.
  <장아함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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