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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팔만대장경 이야기

무언은 복이다

by FraisGout 2020. 6. 24.

  사위성 사자장군은 부인이 임신을 하자 뛸  듯이 기뻐하며 자식이 태어날 날만을  학수고대하고 있었
다.
  이윽고 달이 차서 아이가 막 태어나려고 할 때, 하늘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자장군, 마음을 조급히 먹지 마시오. 당신의  아들은 지금 사유법경을 읽고 있는데, 그것은  인간의 
일이 아니오. 이 아이는 항상 세상에 나는 법을 낭독하는 일을 맡아 입이 무겁고 신중하여 말하는 일이 
거의 없소. 당신은 보통 인간의 척도로 당신  아이를 재려고 하면 안 될 것이오.  그 아이는 어디까지나 
교의를 따를 뿐이오."
  그리고 그 목소리는 갑자기 멎었다. 장군은 급히  내실로 뛰어들어가 태어난 아이를 자세히 들여다보
았다. 그랬더니 이상스럽게도 아이의 입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고, 생김새도 갓난아이처럼 보이지 않았
다.
  칠일 후, 아이의 얼굴은 마치 사과처럼 불그스레해져서 보는 이마다  좋아했다. 사자장군은 천신의 말
을 들은 탓에 그 모습을 보고  아이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루는 궁궐로 가고 
있는데 친구들이 그에게 말했다.
  "사자장군, 당신의 아이는 상서롭지 못한 것 같소. 다른 곳으로 입양시키는 것이 어떻겠소?"
  "그 아이가 비록 말을 못 하기는 하지만 바탕은 더없이 훌륭하오. 그것은 복덕을 갖춘 모습이지  이상
스러운 것은 아니외다. 두고 보시오. 그 아이는 나중에 반드시 큰 인물이 될 터이니."
  사자장군은 자신있게 말했다. 그러자 친구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럴 수도 있는 법이오. 우리도 꼭 그렇게 되기를 바라오."
  궁에서 돌아온 후 사자장군은 부인과 함께 아이의 이름을 지어주려고 의논을 했다. 반나절쯤 지나 장
군은 아이의 이름을 '무언'이라고 지었다.
  이에 부인이 주저하며 말했다.
  "무언이라면 말을 못한다는 뜻이지 않습니까? 이 아이가 나중에도 정말  말을 못하게 되는 것이 두렵
지 않습니까?"
  "무언은 복이오. 여하간 나는 그렇게 부를 작정이오."
  그후 무언은 점점 자라나 어느덧 여덟 살이 되었다. 무언은 당당하게 보이는 외모에 마음까지 인자해
서 성안 사람치고 그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사자장군 부부는 모두 마음속으로 기뻐했다.
  당시 성안에는 설법을 하는 장소가 있었는데, 무언은  항시 기뻐하며 달려가 흥미진진하게 설법을 들
었다. 그러나 여전히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한번은 무언이 부모 및 친척들과 함께 부처님과 시방의  여러 보살들을 보고 크게 기뻐했다. 그때 사
리불이 부처님께 물었다.
  "부처님이시여, 사자장군의 아들은 신체와 마음이 모두 건강한데 말을 할  수 없으니, 도대체 무슨 연
고로 그렇게 된 것입니까?"
  "그 아이를 얕보지 말라. 왜냐하면 무언은 이미  무수한 부처님 앞에서 커다란 서원을 세우고 갖가지 
선근을 심어왔기 때문이니라. 그리고 그는 이미 불퇴전의 보리심을 얻었느니라. 이 아이가 출생할 때 각 
방향에서 수많은 보살들이 내게로 와서 계를 받고 공덕을  쌓았으며, 이 아이 역시 나를 따라 묵념함으
로써 이미 사선을 얻었다. 그는 지금 같은 몸으로 이미 수많은 중생들을 제도할 수 있었느니라."
  부처님의 말씀을 들은 사자장군 부부와 청중들은 그때서야  모든 의구심이 풀렸다. 이때 무언은 신통
력을 발휘하여 그 자리에 모여 있던 사람들 각각의 오른손바닥 위에 커다란 연꽃이 피게 했다. 그 모습
과 향내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황홀했다. 이에 뭇 사람들은 모두 놀라며 말했다.
  "원래 사자장군의 아이는 대보살이었구나. 이것은 정말 보기 드문 일이다."
  <대방등대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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