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택가왕은 사위국의 국왕이 된 후 석가족을 치기 위해 군사를 일으켰다. 그때 한 불제자가 길을
가다가 비로택가왕의 군사를 만나 사정을 알게 되자 급히 부처님께 달려가 알렸다. 이에 부처님은 말라
죽은 나무아래 앉아서 왕의 군사들을 기다렸다.
이윽고 비로택가왕이 군사를 이끌고 지나가다가 부처님을 보자 코끼리에서 내려 말했다.
"부처님, 왜 나뭇잎이 풍성한 나무 아래 앉아 계시지 않고 하필이면 말라죽은 나무 아래 앉아 계시는
것입니까?"
"내 종족이 곧 이 나무와 같은 처지가 될 것을 생각하고 있었소."
비로택가왕은 부처님이 자신의 종족의 안위를 걱정하고 계심을 알아차리고 군사를 돌렸다. 그후 왕은
오백 명의 여자들을 골라 궁녀를 삼았다. 궁녀가 된 여자들은 왕을 몹시 원망하며 그를 '종의 자식'이라
고 욕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왕은 크게 화를 내며 그 궁녀들을 모두 죽이라고 명을 내렸다. 병사들은
궁녀들의 손발을 자른 후 고랑 속에 던져버렸다. 그때 궁녀들은 고랑 속에서 고통을 참으며 부처님을
생각했다.
이에 부처님은 제자를 보내 궁녀들을 위해 마지막 설법을 전했다. 궁녀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해
듣고 모두 죽은 후 천상에 태어났다. 제석천은 바라문으로 변신하여 궁녀들의 시신을 수습해서 화장했
다.
그 일이 있은 후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말했다.
"비로택가왕은 끔찍한 일을 저질렀기에 칠일 후 불에 타 죽을 것이다."
이 말을 전해들은 왕은 너무나 두려웠다. 마침내 칠일째가 되자 그는 불을 피하고자 궁녀들과 함께
호숫가에 가서 술을 마시면서 즐겼다. 그러다가 배를 탔는데 갑자기 돌풍이 불더니 그만 배에 불이 나
서 맹렬한 기세로 번지기 시작했다. 비로택가왕은 미처 호수로 뛰어들기 전에 배 위에서 불에 타 죽고
말았다.
<대당서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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