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타/팔만대장경 이야기

여우와 싸운 효자

by Frais Study 2020. 6. 24.

  진나라 해서공 때 한 가난한 효자가 있었다. 그는  모친상을 당했으나 돈이 없어 다른 사람들을 불러 
장례식을 치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스스로 모친의 관을 메고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다. 그는 상복을 입
고 무덤을 판 다음 관을 묻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 한 부인네가 어린아이를 안고 지나가다가 하룻밤 묵고 가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자정이 지나도록 효자는 어머니 무덤곁에서 꼼짝하지 않고 졸지도  않은 채 지키고 앉아 있었다. 그 부
인네는 정말 피곤했던지 불옆에서 자고 있었다. 그 바람에 원래의 모습이 드러났는데, 그 부인은 다름아
닌 여우였고 안고 있는 아이는 까마귀였다. 효자는 즉시 그들을 때려죽인 후 고랑에 내다버렸다.
  다음날 웬 사내 하나가 효자에게 와서 한 모자가 이 길을 지나가는 것을 보지 못했느냐고 물었다. 어
제 저녁 분명히 이 길로 갔는데 아직도 돌아오지않아 찾아 나선 것이라고 했다. 이에 효자가 대답했다.
  "봤소. 그 모자는 사람이 아니었소. 바로 여우와 까마귀가 둔갑한 것이었단 말이오. 그래서 내가  때려
죽였소."
  "미친 소리! 네가 내 아내와 자식을 죽여놓고 도리어 허황된 말만 늘어놓는구나. 네 말대로 여우가 둔
갑한 것이라면 어디 그 시체를 한번 보러가자."
  효자는 그 사내를 데리고 어제  저녁 그 시체를 버린 고랑으로  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여우는 
사람의 모습을 한 채 죽어 있었다. 순간  효자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사내는 효자를 포박해서 
관아로 끌고가 처형해줄 것을 요구했다. 효자는 그 사내의 눈을 피해 현령에게 말했다.
  "이 사내는 여우가 둔갑한 것입니다. 사냥개를 풀어 물어뜯게 하면 본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며칠 후 그 사내는 현령을 다시 찾아와 빨리  처형하라고 졸랐다. 이에 현령은 슬그머니 그 사내에게 
사냥개에 대해 잘 아는 바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 사내가 대답했다.
  "저는 어려서부터 개를 무서워했기 때문에, 사냥개에 대해서는 잘 아는 바가 없습니다."
  이 말을 듣고 현령은 매우 좋아하면서 당장 사냥개를 풀었다. 그 사내는 개를 보자 즉시 늙은 여우로 
변해 사방으로 날뛰었다. 현령은 활을 꺼내 그 여우를 쏘아죽였다. 그리고 효자와  함께 그 고랑으로 가 
보았더니 죽인 부인 역시 여우로 변해 있었다.
  <법원주림>

'기타 > 팔만대장경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 가락지  (0) 2020.06.24
고깃덩어리로 태어난 아이들  (0) 2020.06.24
무언은 복이다  (0) 2020.06.24
오백명의 궁녀  (0) 2020.06.24
뻔한 거짓말  (0) 2020.06.2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