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타/팔만대장경 이야기

고깃덩어리로 태어난 아이들

by FraisGout 2020. 6. 24.

  옛날 바라나국의 국왕은 수많은 부인을 거느리고 있었다. 그 중 한 부인이 자기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고 매우 기뻐하며 당장 국왕에게  달려가 알렸다. 국왕도 몹시 기뻐하며  그 부인을 극진히 모시라고 
신하들에게 명령했다.
  이윽고 열 달이 지난 어느 날 부인은 산기를 느끼고 자리에 누웠다. 그러나 그녀가 낳은 것은 응애응
애 하고 울어대는 갓난아이가 아니라 한덩이의 고깃덩어리였다. 마치 빨간 꽃처럼 생긴 그것을 보고 부
인은 속으로 생각했다.
  '다른 부인들이 낳은 아이들은 모두 건강하고 잘생겼는데, 내가 낳은  것은 사지마저 없는 고깃덩어리
이니 국왕이 보면 실망하실 게 분명하다.'
  그녀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걱정이 되어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나무로  된 상자 하나를 가져다가 
그 고깃덩어리를 집어넣고는 겉에 '바라나 국왕 부인의 소생'이라고 쓴 다음 봉인했다. 그러고는 사람을 
시켜 그 상자를 강에 내다버리게 했다.
  상자는 강을 따라 하류로 흘러갔다. 여러 귀신들의 도움을  받은 탓인지 그 상자는 풍랑을 만나도 가
라앉지 않은 채 계속 흘러가 한 도사와 여러 목동들이 사는 마을 강변에 도착했다.
  그때 강변에 세수하러 왔던 도사가 그 상자를 발견하고는 집으로 가져갔다. 도사가 그 상자를 자세히 
살펴보니 상당히 고급스러운 것으로 조금도 부숴진 곳이 없었다. 게다가 그 위에는 '바라나 국왕 부인의 
소생'이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봉인이 그대로인 것을 보면 아무도 그 상자를 열어본 적이 없는 게 확실
했다. 도사는 이 상자가 왕가의 물건임이 확실하다고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열어보았다. 그랬더니 그 안
에는 신선한 고깃덩어리가 들어 있지 않은가? 이에 도사는 생각했다.
  '만약 죽은 고깃덩어리라면 강을 타고  흘러내려오는 동안 썩고 말았으리라. 그런데  이 고깃덩어리는 
아직도 신선하니 분명 무언가 비밀이 있을 것이다.'
  그로부터 보름이 지나자 고깃덩어리는 여전히 신선했지만 어느새  두덩이로 나뉘어 있었다. 또 한 달
이 지나자 두덩이의 고기는 각각 여자아이와 남자아이로  변했다. 남자아이는 피부가 황금빛을 띠고 있
었고 귀가 커다란 게 틀림없는 복상이었다. 여자아이도 백옥 같은 피부에 달덩이같이 예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도사는 그 아이들을 보고 몹시 기뻐하며 마치 친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웠다. 그는 남자아이에게 
이차자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도사는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 마을 저 마을 돌아다니며 탁발을  해서 어린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마련해주기를 쉬지 않고 계속했다. 도사가 아이들을 기르느라고  고생하는 모습을 본 이웃 목동이 어느 
날 그에게 말했다.
  "당신은 품행이 방정한 사람이오. 그런데 출가자가 당연히 해야 할  것은 수도인데, 두 아이를 기르자
면 방해가 되지 않겠소? 그 아이들을 내게 맡기면 잘 길러볼 참이오. 그러면 서로 좋은 것 아니오?"
  "그게 좋겠소"
  다음날 목동은 아이들을 데리러 왔다. 도사는 매우 서운해하며 목동에게 당부했다.
  "이 아이들은 복덕이 대단하오. 부디 좋은 우유와 신선한 과일  등을 먹이며 부족함 없이 길러주시오. 
그리고 두 아이가 크면 서로 부부가 되게 하시오. 그후  넓고 평탄한 곳을 찾아 집을 지어주어 같이 살
게 하시오. 그렇게 하면 남자아이는 대왕이 되고 여자아이는 왕비가 될 것이오."
  말을 마친 도사는 눈물을 글썽이며 목동이 아이들을 데려가는 모습을 언제까지나 바라보고 있었다.
  목동의 보호 아래 두 아이는 날로 커서 여자아이는 아름다운 처녀가 되었고, 남자아이는 영준한 청년
이 되었다. 그들이 십육 세가 되자 목동은 넓고 평탄한 곳을 골라 그 한가운데 집을 지어주었다. 그리고 
두 사람을 결혼시켜 그곳에 살게 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그들은 남녀 쌍둥이를 낳았다. 그  쌍둥이가 십육 세가 되자 역시 결혼을 시
켰다. 이러기를 몇 차례 하자 왕족의 수는 끊임없이 증가했다. 그래서 목동은 집을 확장해서 삼십이명은 
족히 살수 있게 했다. 나중에 그들이 자리잡고 살던 곳은 번화해져 비사리라는 이름을 얻었다.
  <선견률비바사>

'기타 > 팔만대장경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용시녀의 출가기  (0) 2020.06.24
금 가락지  (0) 2020.06.24
여우와 싸운 효자  (0) 2020.06.24
무언은 복이다  (0) 2020.06.24
오백명의 궁녀  (0) 2020.06.2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