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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팔만대장경 이야기

생사의 비유

by FraisGout 2020. 6. 24.

  부처님이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그때 부처님은 설법을 듣는 무리들 가운데에 있던 승광왕에게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잘 들으시오. 이제 대왕을 위해 생사가 도대체 무엇인지 비유를 들어 간략하게 설명해드리
리다.
  아주 오랜 옛날 한 사람이 들에 놀러 나갔다가 그만 사나운 코끼리에게 쫓기게 되었소. 겁에 질린 그 
사람이 정신없이 뛰다가 보니 우물 하나가 있고 그  옆에 나무 뿌리가 드리워져 있는게 눈에 들어왔소. 
그 사람은 다급한 나머지 나무 뿌리를 잡고 우물 속으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오. 그런데 검은 쥐 한 마
리와 흰 쥐 한 마리가 나타나 나무 뿌리를 갉아먹는 것이 아니겠소? 게다가 우물 속 사방에는 독사들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채 그 사내를  물려고 들었소. 또 아래를 내려다  보니 독룡이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오. 혀를 낼름거리는 뱀도 무서웠지만 나무 뿌리가 끊어지면 독룡의 밥이 되리라 생각한 그 사내
는 두려워서 넋이 빠질 정도였소. 그런데 그때 나무 위에 있던 벌집에서 흘러나온 벌꿀 다섯 방울이 뿌
리를 타고 그 사람 입으로 흘러드는 것이었소. 또 그  사람이 나무 뿌리를 잡고 매달려 있는 바람에 나
무가 흔들리자 벌들이 날아와 사정없이 그 사람을 쏘았소.  설상가상으로 들에 불이 나 그 나무마저 태
우고 있었다오."
  부처님이 말한 생사의 비유를 들은 승광왕이 입을 열었다.
  "부처님, 그 사람은 그렇게 위급한 상황에서도 꿀 맛을 탐할 수 있었을까요?"
  "대왕이여, 그 이야기 속의 들이란 길고도 긴 무명의 밤을 뜻하고 우물에 빠진 사람은 바로 중생을 가
리킨다오. 또 코끼리는 무상이고, 우물은 생사를 비유한 것이오. 나무 뿌리는 사람의 목숨을, 검고 흰 두 
마리의 쥐는 시간을 가리키는 것이오. 그 쥐들이 나무 뿌리를 갉아먹는다는 것은 바로 순간순간 사람의 
수명이 줄어드는 모습을 비유한 것이며, 네 마리 독사는 지, 수, 화, 풍의 사대를 뜻하는 것이오. 그리고 
다섯 방울의 벌꿀은 다섯 가지 쾌락의 비유요, 사정없이 쏘아대는  벌은 사견을 가리킨다오. 마지막으로 
독룡은 바로 죽음을 비유한 것이오. 그러므로 대왕은  생로병사가 얼마나 두려워해야 할 것인가를 마땅
히 알아야 하오. 항상 그것을 명심하고 오욕에 빠지지 말아야 할 것이오."
  승광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생사에 대해 깊이 깨닫는 바가 있었다. 그는 부처님께 합장하며 말했
다.
  "부처님이시여, 부처님께서 저를 위해 미묘한 설법을 해주셨으니 저는 정성을 다해 그 가르침을 지키
겠습니다."
  <불설비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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