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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팔만대장경 이야기

여우가 비웃다

by FraisGout 2020. 6. 24.

  옛날에 돈을 아주 많이 가진 여자가 있었다. 어느 날  그녀는 한 사내를 알게 되어 가지고 있던 금은
보화를 모조리 챙켜 그 사내를 따라나섰다. 한참 길을  가다가 급류를 만나자 사내가 그 여자에게 말했
다.
  "몸에 지니고 있는 금은보화를 모두 내게 주면 그것들을 저 건너편에 내려놓고 다시 헤엄쳐와서 당신
을 건네주겠소."
  사내의 말을 믿은 그녀는 가지고 있던 금은보화를 몽땅 넘겨주었다. 사내는 그 물건들을 가지고 저쪽 
강가에 도착하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줄행랑을 쳐버렸다.
  그녀는 넋을 잃은 채 멍하니 강가에 홀로 앉아 있었다.  그때 여우 한 마리가 매를 노리고 있는 모습
이 보였다. 막 매를 잡으려던 여우는 강 속에서 헤엄치고 있는 물고기에  주의를 돌렸다. 그러고는 매를 
쫓다 말고 물고기를 잡으러 갔다. 그 사이 매는 날아가버리고, 물고기도 숨어버렸다. 그 모습을 본 그녀
는 박장대소하며 여우에게 말했다.
  "넌 참 어리석구나. 한꺼번에 두 먹이를 쫓다가 둘 다 놓쳐버렸으니 말짱 헛일이다."
  그러자 여우가 그녀를 비웃으며 대답했다.
  "남 이야기 하지 마시오. 자기 재물을 몽땅 남에게 줘버린 당신보다 멍청한 사람이 또 있을까?"
  <구잡비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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