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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팔만대장경 이야기

꼭두각시

by FraisGout 2020. 6. 24.

  옛날에 한 솜씨 좋은 목수가 살았다. 그는 솜씨를  부려 만든 물건을 사람들에게 구경시켜 벌은 돈으
로 생계를 유지했다. 여러나라를 돌아다니던 중 한 나라에  잠시 머물렀는데 그 나라의 왕은 신기한 물
건을 매우 좋아했다. 그래서 목수는 나무로 꼭두각시 하나를  만들어 그 내부에 여러 가지 장치를 달았
다. 꼭두각시의 얼굴은 매우 잘생긴 데다가 정밀하여 진짜 사람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사람과 똑
같이 행동하고 노래하며 춤추는 모습을 보면 도저히  꼭두각시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목수는 사람들에
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이 아이는 내 아들이오."
  그 나라 백성들은 꼭두각시를 무척 좋아해서 여러 가지 재물을 서슴없이 내놓았다. 그 이야기를 전해 
들은 국왕은 그들을 초청해서 노래와 춤을 추도록 했다. 국왕과 왕비가 누각에  올라 구경을 하는데, 목
수의 '아들'이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은  신기하기 그지없어 진짜 사람도  따르지 못할 정도였다. 국왕과 
왕비는 구경을 하며 너무나 좋아했다.
  그때 목수의 '아들'이 춤을 추며 곁눈질로 왕비를 훔쳐보았다. 그 모습을 본 국왕은 대단히 화가 났다.
  "너는 왜 곁눈질로 내 부인을 훔쳐보는 게냐? 이 호색한 같은 놈아!"
  이렇게 말한 국왕은 주위에 있던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당장 저 놈의 목을 쳐라!"
  깜짝 놀란 목수는 눈물을 흘리며 국왕 앞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
  "저는 자식이라고는 이 아이밖에 없어서 무척 아끼는 바입니다. 이 아이를 보고 있노라면 모든 걱정이 
사라집니다. 이 아이가 그런 실수를 하리라곤 조금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대왕께서 굳이 이 아이를 죽이
시겠다면, 저도 함께 죽을 작정입니다. 대왕이시오, 부디 이 아이의 죄를 용서해주십시오."
  그러나 국왕은 목수의 간절한 부탁을 전혀 들어줄 태세가 아니었다. 목수가 다시 국왕에게 말했다.
  "정녕 죽이시겠다면 제가 직접 죽이겠습니다. 다른 사람을 시키지 말아 주십시오."
  그 말에는 국왕도 동의했다. 목수가 '아들'의 어깨에서 조그만 막대 하나를 뽑아내자 '아들'의 몸은  금
방 분해되었다. 땅바닥에 나뭇조각들이 여기저기 흩어진 모습을 본 국왕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아니, 내가 나무토막을 보고 화를 냈단 말이냐? 이 목수의 솜씨는  그야말로 천하 제일이다. 그가 만
든 꼭두각시는 수백 개의 나무토막으로 만든 것임에도 사람보다 행동이 더 자연스럽구나."
  감탄한 국왕은 그 목수에게 억만 냥의 황금을 주었고,  목수는 그 돈을 받아 고향으로 돌아가 부모형
제들과 일생 동안 편안하게 살았다.
  <생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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