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한 솜씨 좋은 목수가 살았다. 그는 솜씨를 부려 만든 물건을 사람들에게 구경시켜 벌은 돈으
로 생계를 유지했다. 여러나라를 돌아다니던 중 한 나라에 잠시 머물렀는데 그 나라의 왕은 신기한 물
건을 매우 좋아했다. 그래서 목수는 나무로 꼭두각시 하나를 만들어 그 내부에 여러 가지 장치를 달았
다. 꼭두각시의 얼굴은 매우 잘생긴 데다가 정밀하여 진짜 사람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사람과 똑
같이 행동하고 노래하며 춤추는 모습을 보면 도저히 꼭두각시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목수는 사람들에
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이 아이는 내 아들이오."
그 나라 백성들은 꼭두각시를 무척 좋아해서 여러 가지 재물을 서슴없이 내놓았다. 그 이야기를 전해
들은 국왕은 그들을 초청해서 노래와 춤을 추도록 했다. 국왕과 왕비가 누각에 올라 구경을 하는데, 목
수의 '아들'이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은 신기하기 그지없어 진짜 사람도 따르지 못할 정도였다. 국왕과
왕비는 구경을 하며 너무나 좋아했다.
그때 목수의 '아들'이 춤을 추며 곁눈질로 왕비를 훔쳐보았다. 그 모습을 본 국왕은 대단히 화가 났다.
"너는 왜 곁눈질로 내 부인을 훔쳐보는 게냐? 이 호색한 같은 놈아!"
이렇게 말한 국왕은 주위에 있던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당장 저 놈의 목을 쳐라!"
깜짝 놀란 목수는 눈물을 흘리며 국왕 앞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
"저는 자식이라고는 이 아이밖에 없어서 무척 아끼는 바입니다. 이 아이를 보고 있노라면 모든 걱정이
사라집니다. 이 아이가 그런 실수를 하리라곤 조금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대왕께서 굳이 이 아이를 죽이
시겠다면, 저도 함께 죽을 작정입니다. 대왕이시오, 부디 이 아이의 죄를 용서해주십시오."
그러나 국왕은 목수의 간절한 부탁을 전혀 들어줄 태세가 아니었다. 목수가 다시 국왕에게 말했다.
"정녕 죽이시겠다면 제가 직접 죽이겠습니다. 다른 사람을 시키지 말아 주십시오."
그 말에는 국왕도 동의했다. 목수가 '아들'의 어깨에서 조그만 막대 하나를 뽑아내자 '아들'의 몸은 금
방 분해되었다. 땅바닥에 나뭇조각들이 여기저기 흩어진 모습을 본 국왕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아니, 내가 나무토막을 보고 화를 냈단 말이냐? 이 목수의 솜씨는 그야말로 천하 제일이다. 그가 만
든 꼭두각시는 수백 개의 나무토막으로 만든 것임에도 사람보다 행동이 더 자연스럽구나."
감탄한 국왕은 그 목수에게 억만 냥의 황금을 주었고, 목수는 그 돈을 받아 고향으로 돌아가 부모형
제들과 일생 동안 편안하게 살았다.
<생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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