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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팔만대장경 이야기

구두쇠 이리사

by Frais Study 2020. 6. 24.

  옛날에 이리사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대단히 큰 부자였다.  그러나 그는 지독한 구두쇠라서 남에게 조
그만한 물건도 보시하는 법이 없었다. 뿐만 아니라 자기가 먹는 것도 거의 맨밥에 가까웠고 옷도 다 낡
은 옷만 입었다.
  반면 이리사의 이웃집 사람은 그렇게 부자가 아닌데도 매일 밥먹을 때마다 고기와 생선이 끊이질않았
다. 그 모습을 본 이리사는 생각했다.
  '나는 저 사람보다 훨씬 부자인데 도리어 더 불쌍하게 사는구나.'
  이리사는 마음을 독하게 먹고 닭 한 마리를 잡은 다음 백미 한 됫박을 챙겨 마차를 타고 아무도 없는 
벌판으로 나갔다. 그곳에서 그는 닭을 굽고 밥을 해서 혼자서만 배불리 먹으려 했다.
  이리사가 구두쇠인 것을 알고 있던 제석천은 그 우매함을 깨우쳐 주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한 마리 
개로 변신해서 이리사의 주위를 얼쩡거렸다. 그는 닭 뼈다귀까지 꿀꺽 삼켜 개가 먹을 것이라곤 조금도 
주지 않았다. 그러나 그 개는 계속해서 꼬리를 흔들며 입에는 침을 잔뜩 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이리사가 말했다.
  "네가 네 발을 하늘로 향한 채 공중에 뜰 수 있다면 한 점 주마."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개는 이리사의 말대로 공중에 떴다. 그는 깜짝 놀라긴 했지만, 닭고기를 주는 
게 아까워 닭껍질을 조금 떼어주었다. 그러나 그 개는 닭껍질을 먹지 않았다. 그러자 이리사가 말했다.
  "그렇다면 좋다. 네가 네 눈을 뽑아 준다면 닭고기를 조금 주지."
  곧이어 탁탁 소리가 들리더니 어느새 개 눈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이리사는 매우 기뻐하며 속으로 쾌
재를 불렀다.
  '잘됐다. 이제 저 놈의 개가 눈도 없으니 따라오지 못하겠지? 이제 이 어른께서는 조용히 음식맛을 즐
기겠다.'
  이리사는 재빨리 음식을 챙긴 다음 자리를 옮겨 천천히 음미하기 시작했다.
  이리사가 멀리 가기를 기다린 제석천은 이리사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마차를 타고 이리사의 집으로 갔
다. 집으로 들어서자마자 그는 문지기에게 명령했다.
  "누가 집에 들어오려고 하거든 누구를 막론하고 매를 때려 쫓아내도록 하라."
  그리고 이리사로 변신한 제석천은 집안에 있던 모든 재물을 가난한 이들에게 보시해버렸다.
  한편 자리를 옮겨 음식을 다  먹은 이리사는 마차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마차는 온데간데 
없었다. 그래서 씩씩거리며 집에 도착해서 문을 들어서려 하는데 문지기가 무조건 몽둥이를 휘둘러대는 
게 아닌가? 화가 머리끝가지 난 이리사가 소리쳤다.
  "아니, 감히 나를 때리려 한단 말이냐?"
  문지기는 조금도 봐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우리 주인 마님께서 누구를 막론하고 집에 못 들이게 하셨소."
  "내가 바로 너희 주인인데 어느 주인 마님이 그랬다는 게냐?"
  "뭐라고? 정말 참지 못하겠군. 내 너를 때려 죽이리라."
  문지기로부터 뭇매를 맞은 이리사는 넋을 잃고 주저앉았다.  그런데 먼 발치에서 집 안을 들여다보니 
온갖 재물은 간 곳이 없고 집 안이 텅텅 비어  있었다. 마음이 다급해진 이리사는 큰 소리로 울기 시작
했다.
  그때 제석천이 수행승의 모습으로 변신해서 이리사 앞에 나타나 합장을 한 다음 물었다.
  "시주께선 무슨 일로 그리 슬피 울고 있는 것입니까?"
  "어떤 놈의 농간으로 가산을 탕진하게 되었다오."
  "시주, 잘 들으시오. 재물이 많으면 번뇌와 화가 따르는 법이오. 당신처럼 돈을 목숨처럼 여겨  제대로 
먹지도 않고, 가난한 이들에게 보시도 하지 않으면 죽어서 아귀의 몸을 받게  될 것이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설사 아귀의 몸을 벗어나 인간으로 태어난다고 해도  항상 천한 사람이 될 것이니, 잘 생각해보시
오."
  수행승의 말을 들은 이리사는 갑자기 깨닫는 바가  있었다. 그는 개과천선하여 보시행을 즐기는 사람
이 되었다.
  <구잡비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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