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병을 잘 치료하기로 소문난 의사가 있었다. 그에게는 아들이 여러 명 있었다. 한번은 그가 외
국에 볼일을 보고 집에 돌아오니 아들들이 집에 있는 독약을 먹고 발작하며 방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의사는 그 모습을 보고 대경실색했다. 중독된 아이들 중에서 그나마 제 정신이 남아 있던 아들이 아
버지에게 말했다.
"다녀오셨습니까? 아버지. 저희들이 미련하여 독약을 먹는 바람에 이렇게 되었습니다."
의사는 곧 여러 가지 약재를 꺼내와 해독제를 만들어 아들들에게 주면서 말했다.
"이 약만 복용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게다."
그러나 제 정신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던 아들들은 곧 그 해독제를 먹고 완쾌되었으나, 심하게 중독된
아들들은 아버지도 몰라보며 해독제를 도통 먹으려 하지 않았다. 이에 의사는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내
서 아들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제 늙어 죽을 때가 가까워졌다. 여기 해독제를 두고 다시 볼일을 보러 갈 것이니, 너희가 이
해독제를 먹으면 반드시 완쾌될 것이다."
그리고 의사는 외국에 나가 다른 사람을 보내 자신이 객사했다는 말을 전하게 했다. 그 소식을 전해
들은 아들들은 비통해하면서 탄식했다.
"아버지가 계시면 언제나 우리를 보살펴주실 텐데, 이제 돌아가셨으니 우리는 누구를 의지하고 살아야
한단 말인가?"
실성할 정도로 상태가 나빴던 아들들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리에 그만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리고 아버지가 남기고 간 해독제를 먹고 모두 완쾌되었다. 그제서야 의사는 집에 돌아와 아들들에게 자
신이 건재하게 살아 있음을 보여주었다.
<묘법연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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