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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팔만대장경 이야기

죽었다가 살아난 사람

by FraisGout 2020. 6. 23.

  멀고 먼 옛날 어떤 사내가 불교를 믿지 않고  외도의 사설을 믿고 있었다. 그러다가 나중에서야 외도
를 버리고 불교에 귀의했다. 그때부터는 철저히 오계를 지키며 날마다 불경을 읽고 항상 스님들에게 보
시하며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 공덕을 많이 쌓았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는 갑자기 큰 병에 걸려 여러 가지 약을 다 써보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날
로 쇠약해져가는 아들의 모습에 부모는 눈물지으며 병수발을 들었다.  어느 날 그 사내는 곧 죽음이 임
박함을 느끼고 곁에 있던 부모에게 말했다.
  "제가 죽더라도 칠일내에는 매장하지 마십시오."
  말을 마친 사내는 이내 숨을 거두었다. 부모는 대성통곡하며 밤낮으로 아들의 시신 곁에서 울며 자리
를 지켰다. 그리고 눈 깜짝 할 새 칠일이 지났다. 팔일째 되던 날 아침이 되자 친척들은 그 모습을 보다 
못 해 이제는 빨리 장례를 치르고 몸을 추스리라고  죽은 사내의 부모에게 말했다. 그러나 부모는 아들
이 마지막 남긴 말을 기억하고 이렇게 말했다.
  "아직 시신이 전혀 부패하지도 않았고, 얼굴도 마치 살아 있는 사람같으니 며칠만이라도 더 기다려보
도록 하세."
  그때 관 속에 누워 있던 사내가 갑자기 눈을 떴다. 그러나 몸을 움직이거나 말을 하지는 못했다. 부모
는 아들이 다시 살아났다고 생각해서 기뻐 날뛰며 밤낮으로  그 곁을 떠나지 않았다. 십일째가 되자 사
내는 일어나 앉아 말을 할 수  있었다. 부모는 십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그에게 미음을 끓여주어 
원기를 회복하도록 한 다음 도대체 그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물어보았다. 이에 아들은 자기가 겪
은 일을 천천히 부모에게 들려주었다.
  "내 혼이 몸 을막 떠나려고 할 무렵 귀졸들이 나를 잡더니 으시시하게 보이는 어떤 성으로 데리고 갔
습니다. 성문 앞에는 두 명의 귀졸이 파수를 서고 있었고, 성안에는 커다란 감옥이 있었습니다. 그 감옥
의 사면은 모두 철판으로 만들어졌으며 사방에서 불이 맹렬하게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감옥 안으로 들어서자 어떤 사람이 불 속에서 비명을  지르는 모습이 보였고, 또 귀졸들이 나무에 묶
인 어떤 사람의 살을 도려내는 것도 보았습니다. 실로 그 모습은 공포스럽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때 귀졸
들은 저를 어느 대전으로 데리고 들어갔습니다.  그곳에는 염라대왕이 무시무시한 귀신들에게 둘러싸인 
채 일을 보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염라대왕이 제게 물었습니다."
  "너는 누구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곳에 온 게냐? 이곳은 특히 세상에서 불충불효했던 자들을 다스
리는 곳이다."
  저는 매우 공손하게 대답했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 나쁜 사람들의 꾐에 빠져 그만 외도를 믿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술을 마시고  짐승을 
죽여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도 했으며 시장에서 보는 눈이 없으면 물건을 훔치기도 했습니다. 그때 저지
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는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불문에 귀의한 뒤로는 지금까지 오
계를 지키며 부처님 가르침대로 성실하게 살아왔습니다. 대왕께서는 부디 저를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하는 말을 듣고 염라대왕은 저를 자세히 들여다보고는 말했습니다.
  "불교를 믿는 사람이라면 죽을 때 혼이 천상으로 가는 법이다. 그리고 다시 인간으로 태어난다고 해도 
부귀한 집안의 자식이 되는 법인데..."
  그리고 염라대왕은 저를 잡아온 귀졸들을 불러 물었습니다.
  "저 자가 불제자라고 하는데 너희들은 왜 저자를 이곳으로 데려왔느냐?"
  "대왕께서는 모르시고 하는 소리입니다. 세상에는 저 자 같은 사람이 무척 많은데 모두 왕법을 두려워
하지 않고 또 행동거지도 일정하지 않습니다. 저 자의 스승되는 스님은 삭발한 머리에 너덜너덜한 가사
를 걸치고 있는데 지저분하기 그지없으며 매우 독선적인데도 불구하고 사방팔방에서  널리 제자들을 불
러모으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벌을 받아 마땅합니다."
  "불문에 귀의한 사람은 세상 사람들을 대할 때  부귀빈천을 따지지 않고 동일하게 대한다. 또 스님이 
왕법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출가자이기 때문이다. 무릇 불법을 믿는 자는 부귀가 무한하게 되고, 믿지 
않는 자는 지옥에 떨어져 고통을 받게 마련이다. 너희들은  빨리 가서 장부를 자세히 살펴보고 이 사람
의 수명이 정말로 끝났는지 확인해보도록 하라."
  귀졸들은 황급히 장부를 들춰보고 나서 염라대왕에게 말했습니다.
  "저 자는 아직 이십여 년의 수명이 남아있습니다. 저희들이 착오를 일으킨 것은 저 자가 어렸을 때 저
지른 죄 때문입니다."
  "부처님은 대자대비로 모든 중생들을 제도하시고 일체의 생명있는 것들을 가엾게 여기신다. 그래서 천
지의 모든 신들과 귀신들마저 부처님께 경배를 드린다. 부처님의 법력은 무한하고, 그 은덕은 사해의 바
닷물보다 더 많아 결코 없어지지 않는 법이다. 나도  부처님을 믿지 않았던 탓에 이곳에 떨어져 염라대
왕이 되었다. 이 사람은 이미 불문에 귀의했고, 또 어렸을 때 죄를  참회했으니 남아있는 수명을 누리게 
하라."
  "분부대로 하겠나이다."
  그리고 귀졸들은 저를 성밖으로 데리고 나와 어느  절벽에 이르더니 나를 밀어버렸습니다. 저는 비명
을 지르며 떨어지다가 눈을 떠보니 다시 살아난 것이었습니다."
  부모는 아들의 이야기를 듣고 매우 기뻐하며 부처님의 보살핌에 끝없는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제자사부생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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