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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팔만대장경 이야기

비구와 주모

by FraisGout 2020. 6. 23.

  옛날 마투라국에 사는 한 남자가 세속을 싫어하여  불제자 우파급다를 스승으로 모시고 출가했다. 이
렇게 해서 비구가 된 그 남자는 우파급다에게 부정관을 전수받아 번뇌를 끊고자 했다. 부정관이란 인간
의 육체가 추하고 더러운 것임을 관찰하여 탐욕의 번뇌를 없애는 관법이다. 그런데 그 비구는 부정관을 
완전히 다 익히기도 전에 이미 번뇌를 모두 멸했다고 자신하였다. 그래서 스승 우파급다를 찾아가 말했
다.
  "저는 이미 부정관을 통해 모든 번뇌를 멸했습니다."
  우파급다는 이 비구가 비록 바탕이 총명하기는 하나 모든 일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단점을 가지고 있
다는 것을 알기에 이렇게 말했다.
  "어찌 한두 번 부정관을 수행했다고 해서 번뇌가 끊어지랴? 게으름  피우지 말고 더욱 열심히 노력하
거라."
  "스승님, 저는 정말 아라한의 경지에 이른 것 같습니다."
  "너는 건타라국에 사는 주모 이야기를 듣지 못했느냐? 그녀는 재가 신자인데, 마치 너처럼 충분한 수
행을 다 하지도 않은 채 아라한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는 여자다. 수많은 번뇌의 고통 없이 해탈
을 얻을 수는 없는 법이다. 어쨌든 정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건타라국에 가서 그 주모를 만나보고 오너
라."
  비구는 스승의 말에 따라 행장을 챙겨 건타라국으로  떠났다. 이윽고 건타라국에 도착한 비구는 토석
사라는 절에 묵게 되었다. 다음날 아침 탁발을 나간 비구는 사람들에게 그 주모가 살고 있는 곳을 물어
보았다. 그 주모는 대단히 유명했던지 사람들은 즉시 그 거처를 알려주었다.
  비구가 그 집으로 찾아갔더니 한 여자가 마당에서 바삐  움직이며 일을 하고 있었다. 주모는 한 비구
가 문 앞에 와 있는 것을 보고는 보시할 음식을  준비해 가지고 나왔다. 그 순간 비구의 눈은 휘둥그레
졌다. 주모는 날씬한 몸매에 아주 아름다운 얼굴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구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에 욕정이 솟아오름을 느꼈다.
  또 이미 아라한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스스로 말하는 주모 역시 비교적 잘생긴 편에 속한 비구를 보자 
마음이 흔들려 그만 욕정을 느끼고 말았다. 주모는 백옥처럼 흰 치아를 드러내며 미소짓고는 비구의 발
우를 받아들려고 했다. 그러다가 두 사람의 손이 서로 부딪혔다.
  이때 비구는 갑자기 스승 우파급다가 생각났다. 그리고  자기 마음속에 음욕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
음을 깨달았다. 아직 번뇌를 다 끊지도 못했는데 아라한의 경지를 얻었다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
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주모  역시 아라한의 경지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음을 비구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비구는 부정관을 사용하여 주모의 아름다운 육체 역시 본질적으로는 더럽고 추한 것에 불과
하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하고서야 음욕을 제어할 수 있었다. 그때서야 비구는 스승 우파급다 앞에서 자
만했던 자신이 무척 부끄럽게 생각되었다.
  나중에 그는 마투라국으로 돌아와 다시 열심히 수행해서 마침내 아라한의 지위를 얻었다.
  <아육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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