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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팔만대장경 이야기

하늘이 내려준 아들

by FraisGout 2020. 6. 24.

  옛날에 선시라는 장자가 살고 있었다. 그는 평소 보시하기를 좋아하고 삼보를 받들어 뭇 사람들의 존
경을 받았다. 선시에게는 매우 예쁘고 영리한 딸이 하나 있었는데, 나이는 찼지만  아직 시집을 가지 않
고 있었다.
  어느 날 집에 불이 났는데 갑자기  따뜻한 기운이 장자의 딸아이 몸 안으로  들어가더니 그만 임신이 
되고 말았다.
  장자 부부는 딸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자 깜짝 놀라  언성을 높여 딸을 추궁했다. 그녀는 자기도 어
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겠다고 사실대로  말했다. 그러나 장자 부부는 딸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여겨 
매를 휘두르면서 이실직고하라고 했다. 그녀는 아파서 죽을 지경이었지만 끝까지 자기도 영문을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장자 부부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국왕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국왕은 장자의 딸에게 불미스러운일
이 있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울먹이며 집에 불이 난 후 자신도 모르게 임신하게 된 이야기를 했
다.
  그러나 어떻게 국왕이 그 말을 믿겠는가? 국왕 역시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 나머지 화
가 나서 사형을 언도했다. 그러자 그녀는 대성통곡하며 말했다.
  "결코 저는 불미스러운 일을 저지른 적이 없는데 죽이시겠다니, 이 억울함은 부처님만이 아실 것입니
다."
  그 말을 들은 국왕은 마음이  변해서 그녀에게 확실히 억울한 사정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또 연약한 
여자를 죽이고 싶은 마음도 없어서 국왕은 선시 장자에게 그녀를 아내로 삼겠다고 했다. 그녀가 아름다
웠을 뿐만 아니라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뱃속에 있는 아이는 분명 하늘이 내리신 아이라는 생각이 들
었기 때문이다. 이에 장자 부부는 매우 기뻐하면서 딸을 국왕에게 시집보냈다.
  이렇게 해서 국왕의 부인이 된 장자의 딸은 어느덧  달이 차자 아들을 낳았는데, 그 모습이 단정하고 
총명하기 그지없었다. 아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천진하고 순박한 마음씨를 그대로 유지했다. 나중에 그는 
출가해서 오래지 않아 아라한의 경지를 이루었다. 그후 그는 자신의  부모를 제도했는데, 어머니는 매우 
기뻐하며 불법을 믿게 되었다. 그리고 국왕과 여러 대신들도 전부 삼보를 공경하며 선행을 쌓았다.
  <분별공덕론>
    예순번째 이야기-귀신을 잡은 서생
  안양성 남쪽에 한 사원이 있었는데, 그곳에는 귀신들이 들끓어 감히 그 안으로 들어가려는 사람이 없
었다. 간혹 귀신 따위는 믿지 않는다는 간  큰 사람들이 그 사원 안에 들어갔다.  그러나 다음날 살아서 
걸어나온 자가 없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귀신이 실제로 있다고 굳게 믿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과거를 보러가던 한 서생이 그  사원에서 하룻밤 묵어가려고 했다. 이에 마을 사람들
은 그 서생에게 그간의 사정을 말하며 극구 말렸다. 그러나 서생은 코방귀를  뀌었다. 세상에 귀신이 어
디 있으며, 자기는 미신 따위는  믿지 않는다며 큰소리를 치고선  말리는 마을 사람들을 뒤로하고 사원 
안으로 들어갔다.
  저녁이 되자 서생은 촛불을 켜놓고 책을 읽다가 밤이  이슥해지자 불을 끄고 잠을 자려고 했다. 침대 
위에 누운 그는 갑자기 낮에 사람들이 말했던 귀신  이야기가 생각났다. 비록 귀신 따위는 믿지 않지만 
아무래도 꺼림칙한 면이 있어 몸을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자정이 지나 막 잠이 들려고 
하는데, 사람 그림자 같은 것이 창 밖에서 어른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깜짝 놀란 서생은 잠이 싹 달아나
고 말았다. 그래서 자세히 쳐다보니 검은 옷을 입은 자가 창 밖에서 왔다갔다 하다가 한 곳에 멈추더니 
조용히 말하는 것이었다.
  "주인님! 주인님!"
  그러자 어두컴컴한 곳에서 답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응!"
  "사원 안에 사람이 있습니까?"
  "낮에 서생 한 사람이 들어와 방금 전까지  책을 읽다가 막 자리에 누웠는데 겁에  질려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네."
  검은 옷을 입은 자는 후유 하고 한숨을 쉬더니  곧 가버렸다. 서생은 너무 두려운 나머지 숨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 잠시 후 붉은 옷을 입고 붉은 모자를 쓴 자가 창 밖에서 왔다갔다 하였다. 그러고는 앞의 
검은옷을 입은 자가 섰던 곳에 멈추더니 조용히 말했다.
  "주인님! 주인님!"
  또 그 어두컴컴한 곳에서 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응!"
  "사원 안에 사람이 있습니까?"
  "서생 한 사람이 막 잠자리에 들었는데, 아직 잠을 이루지 못한 것 같네."
  붉은 옷을 입은 자 역시 후유  하고 한숨을 쉬더니 가버렸다. 이제  서생은 거의 정신이 나갈 정도로 
겁이 났다. 그러나 한참이 지나도록 아무런 움직임이 없자 서생은 용기를 냈다. 몸을 일으켜 앞의 두 사
람이 서 있던 곳으로 가서 그들의 목소리를 흉내내며 조용히 말했다.
  "주인님! 주인님!"
  그러자 과연 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응!"
  "사원 안에 사람이 있습니까?"
  "서생 한 사람이 막 잠자리에 들었는데, 아직 잠을 못 이루고 있지."
  "그런데 아까 그 검은 옷을 입은 자는 누구입니까?"
  "북당에 사는 암퇘지라네."
  "붉은 옷을 입고 붉은 모자를 쓴 자는 누구입니까?"
  "그건 서당에 사는 수탉이라네."
  "그러면 주인님은 누구십니까?"
  "나는 땅속에 사는 전갈이지."
  서생은 앞 뒤 사정을 눈치채고선 조용히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와 다시 촛불을  켜고 날이 밝을 때까
지 책을 읽었다. 날이 밝자 마을 사람들은 서생이  분명히 죽었을 것이라고 떠들어대며 사원 안으로 들
어왔다. 그리고 그가 여전히 살아 있는 모습을 보고 기겁했다. 서생은 마을 사람들에게 말했다.
  "빨리 가서 호미와 올가미를 가지고 오시오. 나와 함께 귀신들을 잡으러 갑시다."
  곧이어 호미와 올가미를 가지고 온 마을 사람들은 서생 뒤를 졸졸  따라가서 어젯밤 소리가 들려왔던 
곳을 파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거대한 전갈이 떡 버티고 앉아 있는데, 몸통이 비파만 하고 독침이 수 척
에 이르는 정말 무섭게 생긴 놈이었다. 그러고 나서  서당에 가보니 역시 요물스럽게 생긴 수탉이 있었
다. 또 북당에 가보자 과연 요괴처럼 생긴  암퇘지가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힘을 합쳐  그 세 요물들을 
그 자리에서 죽였다. 이후로 그 사원에는 귀신이 나온다는 말이 없어졌다고 한다.
  <법원주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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