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tudy 2/법학 통론

제 11장 권리의무와 법률관계

by FraisGout 2020. 5. 13.

1. 서론

법학에서 권리와 의무의 표현만큼 자주 쓰이는 말은 없을 것이다. 어쩌면 법학은

권리의무의 개념 위에 세워진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권리란 말은 영어의 r

ight

번역한 말인데, 중국에서 선교사 마아틴(William A. P. Martin)이 휘이턴(Henry Wheat

on)

저서 Elements of International Law(1836)'만국공법'(1864)으로 번역출판할 때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자세히는 최종고, '한국의 서양법수용사'(박영사, 1982),

309-311.)

일본에서도 처음에는 '통의'라 번역하였다가 '권리'라고 번역하였는데,

당시에는 그 어감이 너무 강하다고 하여 법률가들 외에는 이 말을 사용하기를 꺼렸다

한다.

그러나 현대인은 자칫하면 자기 권리에 대해서는 110% 요구하고, 의무는 10%도 안 지

키려고

하는 얌체성을 보이는 면도 있을 정도로 권리란 말이 유행되고 있다. 어쨌든 건전한

법률생활을 위해서는 권리와 의무를 바르게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2. 권리의 학설

권리의 본질이 무엇이냐에 대하여는 여러 가지 학설이 있는데, 이를 권리학설이라

부른다.

1) 의사설(Willenstheorie): 이 설은 권리의 본질을 의사의 자유 또는 의사의 지배

라고

보는

학설인데 사비니, 푸흐타, 빈트샤이트 등이 주장하였다. 그런데 권리실현에 의사는

필요하다고 하겠지만, 가령 의사무능력자의 권리향유의 경우와 같이 의사가 권리실현

반드시 수반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의사의 존재를 권리의 본질이라고 볼 수는

없다.

2) 이익설(Interessentheorie): 권리의 본질을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 또는 법률에

의하여

개인에 귀속되는 생활재화라고 하는 이 설은 예링이 주장하였다. 이 설은 권리의 주체

항상 수익주체와 동일주체일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법률에 의한 이익보호는 반드

권리라는 형태를 통하는 것만이 아니고 법률에 대한 준수가 어느 특정인에게 권리가

되지는

않지만 그 사람에게 이익이 되는 수가 있으니(교통규칙에 대한 일반인의 준수는 어느

사람에게도 이익이 되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이익의 향유자에게 주어진 권리는

아니다), 권리를 이익과 혼동할 수는 없다. 권리의 목적과 권리의 본질을 이 설은 혼

동하고

있다. 이익은 권리의 목적이며 권리는 분명히 이익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지만 이익

은 권리

자체는 아니고 법률에 의하여 이익을 실현케 하여주는 힘이 권리이다.

3) 법력설(rechtliche Machttheorie): 이 설은 권리의 본질을 인간이익의 충족을 위

해서

법률에 의해서 주어진 힘이라고 하는 설이다. 의사설과 이익설을 절충결합한 이론이라

고 볼

수 있는데, 이익을 향유할 수 있는 의사의 지배가 곧 권리라고 보는 것이다. 독일의

민법학자

에넥케루스(Ludwig Enneccerus, 1843-1928)에 의하여 주장되었다. .적어도 권리라는

것이

자연법적인 것이 아니라 실정법적인 것을 가리킬 때에는 이 법력설이 타당하다고 볼

있겠다.

권리의 본질은 오늘날 특히 영미법학에서 논의되는 핵심문제의 하나이다.

파운드(R. Pound)는 이익(interest), 요구(claim), 능력(capacity), 자유(liberty)

, 정의

(justice)의 다섯 개념으로 구별하여 설명하였다.(R. Pound, Jurisprudence, 1959.)

 

3. 권리와 구별되는 개념들

1) 권능(Befugnis): 권리 속에 포함된 개개의 작용을 말한다. 즉 한개의 권리가 있

으면,

그로부터 여러 가지 권능이 나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몇 개의 권능이 합

쳐져 한

개의 권리를 이루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소유권이라는 권리로부터 사용의 권능, 수익

권능, 처분의 권능 등이 나오는 것이다. 이러한 권능도 흔히 -권이라 불린다(사용권,

수익권,

처분권 등).

2) 권한(Zustandigkeit, Kompetenz): 공법상 또는 사법상의 법인 또는 단체의 기관

법령과

정관 등에 의하여 행할 수 있는 일의 범위 내지 자격을 말한다. 예컨대 공무원의 권

,

단체간부의 권한, 회사 이사의 권한 등이 이 것이다.

3) 반사이익(objektives Reflexrecht): 법의 규정의 결과로 각 사람이 저절로 받게

되는

이익을

말한다. 적극적으로 어떤 힘이 부여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타인이 그 향유를

방해하더라고 권리를 주장하여 보호를 청구하지 못한다.

예컨대 생활보호법의 결과로 보호 대상자들이 받는 이익은 반사이익이다. 만약에

관계관청이 그 규정을 충실하게 이행치 않아서 보호대상자들이 받을 이익이 감소되더

라도 그

권리를 주장하지 못한다. 이상이 종래의 일반적 설명이지만, 오늘날 실질적 법치주의

내지

인권보장을 강조하게 됨에 따라 반사이익의 공권화 또는 보호이익화 경향이 대두하고

있다.

 

4. 권리의 종류

권리는 공권과 사권의 둘로 크게 나눌 수 있다. 공권은 공법상 부여된 권리이고,

권은

사법상 인정된 권리이다.

1. 공권의 종류

공권은 국가 기타 공공단체가 가지는 공권과, 국민이 가지는 공권으로 나눌 수 있

.

국가가

가지는 공권은 바로 통치권이며, 국가 이외의 공공단체가 가지는 공권은 국가의

통치권으로부터 나뉘어 나온다. 따라서 이 두 가지의 공권을 포괄하여 국가공권이라고

부르고, 이에 인민공권을 대립시키는 학자도 있다. 인민공권은 국민이 국가와 기타

공공단체에 대하여 가지는 공권이다. 인민공권은 보통 이를 자유권과

수익권(국가행위요구권), 그리고 참정권의 셋으로 나눈다. 그 각각에 관하여는 헌법학

에서

배운다.

 

2. 사권의 종류

(1) 권리의 내용에 의한 분류

1) 인격권: 권리자 자신을 객체로 하는 권리를 말한다. 따라서 인격권은 그 인격과

분리될

수 없다. 생명권, 신체권, 성명권, 정조권 등이 그것이다.

2) 신분권: 친족권과 상속권을 통틀어 신분권이라 한다. 친족권은 호주권, 친권,

견권,

부양청구권 등과 같이, 일정한 신분을 기초로 하는 권리이다. 상속권은 타인의 인격

또는

타인의 재산을 상속할 권리이다. 신분권은 일신전속권임을 원칙으로 한다.

3) 재산권: 경제적 이익을 내용으로 하는 권리이다. 물권과 채권 및 무체재산권이

이에

속한다. 물권은 물건을 직접 지배하여 이익을 받는 권리고, 채권은 특정인에 대하여

특정한

행위를 할 것을 요구할 권리이다. 이에 대하여 무체재산권은 발명저작 등 지능적 제작

물에

대한 권리이다.

(2)권리의 작용에 의한 분류

1) 지배권(Herrschaftsrecht): 권리의 객체를 직접 지배하는 권리이다. 물권,

무체재산권(특허권, 저작권, 상표권 등) 및 친족권의 대부분은 이에 속한다. 지배권은

타인의

침해를 배척할 수 있는 효력, 즉 배타성을 가지는 것이 원칙이다.

2) 청구권(Anspruch): 타인의 작위, 부작위(하지 않는 것) 또는 인용(참고 받는 것)

요구할 권리이다. 채권은 모두 청구권이다. 그 밖에도 물권, 무체재산권, 친족권,

속권

등으로부터도 청구권이 발생할 수 있다. 청구권에도 물권적 청구권과 채권적 청구권이

있는데, 전자는 누구에게나 주장할 수 있는 것이고, 후자는 특정인에게만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3) 형성권(Gestaltungsrecht): 권리자의 일방적 의사표시로 어떤 권리의 발생,

,

소멸

기타의 법률상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권리이다. 취소권(민법 제 140, 141)과 추인권

(민법

43, 130, 133, 139)및 해제권(민법 제 544) 등이 이것이다.

4) 항변권(Einrede): 타인의 청구권의 행사를 거절할 수 있는 권리이다. 항변권은

상대방에게 청구권이 있음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그것을 전제하고 다만 그

행사를

배척하는 것이다. 동시이행의 항변권(민법 제 536)이 그 예이다.

예컨대 매매계약을 한 경우에, 매수인은 매도인이 채무를 이행할 때까지는 대금채무

이행하지 않아도 되고, 매도인은 매수인이 대금채무를 이행할 때까지는 목적물 이전의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 만약 매수인이 대금은 내지 않고 목적물을 이전해 달라

청구하는 경우에는, 매도인은 매수인이 채무를 이행할 때까지 자기의 채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 이것이 동시이행의 항변권이다.

(3)기타의 분류

1) 절대권(대세권)과 상대권(대인권): 절대권은 누구에게나 주장할 수 있는 권리이

,

상대권은 특정인에게 대해서만 주장할 수 있는 권리이다. 절대권은 배타성이 있고,

상대권에는 배타성이 없다. 물권은 절대권의 예이고, 채권은 상대권의 예이다. 다만

채권보호

수단이 절대권에 가깝게 확장되고 있기 때문에 오늘날 이러한 구별은 절대적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2) 일신전속권과 비전속권: 일신전속권은 성질상 권리자에게만 전속하여 양도나 상

속으로

타인에게 이전할 수 없는 권리이고, 비전속권은 이전할 수 있는 권리이다. 인격권및

신분권은

대체로 일신전속권이고, 재산권은 대체로 비전속권이다.

 

5. 의무의 개념

의무는 일정한 행위를 해야 할, 또는 해서는 안 될, 법률상의 구속이다. 해야 할

의무(duty,

Pflicht)를 작위의무, 해서는 안 될 의무를 부작위의무라고 부른다. 부작위의무 중에

서 특히

타인의 일정한 행위를 참고 받아야 할 의무를 인용의무라고 한다. 의무도 또한 공법상

의무와 사법상 의무로 구별된다.

권리와 의무는 마치 하나의 물건의 양면처럼 서로 대응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 대응

채권과 채무의 대응에서 가장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언제나 반드시 그러한 것은 아니

.

권리가 대응하지 않는 의무도 있고, 의무가 대응하지 않는 권리도 있다. 법인의 등기

무능력자의 영업의 등기를 해야 할 의무(민법 제 49, 51; 상법 제 6)와 공고의무

(민법

88, 93)및 감독의무(민법 제 755) 등은 전자의 예이고, 민법상의 취소권, 동의

,

해제권

등의 형성권은 후자의 예이다. 또 친권자가 미성년자인 자를 보호교양할 권리를 가지

동시에 의무를 지는 예와 같이(민법 제 913) 동일한 사람의 권리이며 동시에 의무인

경우도 종종있다.

 

6. 권리의무의 주체객체

권리는 특정인에게 부여되는 것인데, 권리를 가지는 그 특정인을 권리의 주체라고

부른다.

또 의무를 부담하는 자를 의무의 주체라고 부른다.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자만이

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고, 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자만이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있다.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것은 자연인과 법인에 한하는데, 자연인은 누구나 당연히 권리의무

주체가 되지만, 법인은 관청의 허가를 얻고 등기를 해야 비로소 권리의무의 주체가 된

.

권리는 특정한 생활이익을 그 내용으로 한다는 것은 앞에서 말했다. 권리의 내용인

특정한 생활이익을 권리의 목적이라고 하고, 이 내용, 즉 목적이 성립하기 위하여 필

요한

일정한 대상을 권리의 객체라고 부른다. 예컨대 물권에서는 일정한 물건을 직접 배타

적으로

지배하는 것이 물권의 목적이며, 그 일정한 물건이 바로 물권의 객체이다. 채권에서는

특정인으로부터 특정한 행위를 요구하는 것이 채권의 목적이므로 채무를 지는 그 특정

인의

행위가 채권의 객체이다.

권리의 객체는 권리의 종류에 따라서 다르다. 물권에서는 물건이고, 채권에서는 사

람의

행위이며, 또 친족권에서는 일정한 친족관계에 서는 사람의 지위가 권리의 객체이다.

생명, 신체, 자유, 명예 등 그 주체와 분리될 수 없는 이익을 내용으로 하는 인격권에

서는

권리의 주체 자신이 동시에 권리의 객체이다.

 

7. 법률관계

인간의 사회생활관계를 법적으로 관찰해 보면, 그것은 복잡다양한 권리와 의무의 관

계로

엉켜져 있다. 이 권리와 의무의 관계를 법률관계(Rechtsverhaltnis)라고 부른다.(아래

의 서술은

이영준, '민법총칙'(박영사, 1987), 31면 이하.)

어떤 법학교수가 학생들을 데리고 높은 빌딩에 올라가 "저 아래에 무엇이 보이느냐

?"

물었다. 학생들이 다소 의아해하며 머뭇거리자 교수는 "권리의 주체와 객체가 보이지

않느냐!"고 하였다는 얘기가 있다.

1. 의의와 내용

법률관계의 내용은 구체적인 권리와 의무이다. 예컨대 매매관계에 의하여 매도인은

소유권이전의무를 지고 매수인은 이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며, 반면에 매도인

매매대금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매수인은 이를 지급할 의무를 진다. 이것이

매매관계로부터 발생하는 본체적 권리의무이다. 이처럼 법률관계는 권리의무를 내용으

하는 것이고 양자는 표리관계에 있는 것이나 근대 민법은 권리본위로 구성되어 있으므

법률관계는 흔히 권리에 의하여 표현되는 수가 많다.

 

2. 인간관계

법률관계와 존재의 평면을 달리하는 것에 인간관계와 호의관계가 있다. 이들은 원칙

적으로

법의 규율을 받지 않고 관습과 도덕및 종교의 규율을 받는 생활관계이다.

인간관계(menschliche Beziehung)란 가족, 애정, 우의, 예의관계와 같은 생활관계이

.

예컨대 부가 자에게 생일선물을 하기로 약정하는 것, 친구간에 서로 여행을 함께 떠나

기로

약정하는 것, 특정한 날 스승을 찾아뵙기로 약정하는 것, 결혼식을 특정한 종교방식에

따라서

하기로 약정하는 것, 멀리 떨어져 있는 부인에게 다달이 법률이 규정하는 부양료 외에

상당한 금액을 보내주기로 약정하는 것 등은 모두 인간관계에 기한 약속으로서 이로부

법률관계는 발생치 않는다. 그러므로 이러한 약속을 어겨도 그 이행을 청구한다든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다. 이러한 청구권을 인정하면 바로 위와 같은 약속을 한

의미가

파괴되기 때문에 이를 법률관계로 하지 않는 것이다.

순수한 인간관계와 법률관계의 한계를 짓는 것이 쉽지 않은 수도 있다. 예컨대 여

사람이

여행할 때 일정한 금액을 거두어 숙박비용 등 여행비에 충당하기로 약정하고도 한 사

람이

여행에 참여하지 않아 다른 사람이 손해를 입은 경우 그 사람이 이 손해를 배상하는

것이

타당한가? 이 문제는 후술하는 호의관계와도 관련된다. 또한 혼인할 것을 전제로 하여

혼수를 수수했는데, 혼인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에는 이를 반환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

한가.

생각건대 원상회복케 하는 것이 형평에 맞으므로 이 경우에는 부당이득반환에 기한

법률관계가 발생한다고 할 것이다. 요컨대 인간관계인가 법률관계인가의 구별은 법의

보호를

줄 이익이 있는가를 고려하여 이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3. 호의관계

호의관계(Gefalligkeitsverhaltnisse)란 호의로 어떤 이익을 주고 받는 생활관계를

말한다.

호의관계는 법률관계 밖에서 시작하여 이에서 끝나는 수가 많고, 이러한 경우에는 아

무런

법률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호의관계에 수반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 그 손해를 누구로 하여금 부담케

하는

것이 타당한가의 문제가 일어난다. 예컨대 주유소에서 단골에게 휘발유를 거저 주었으

나 그

휘발유의 질이 조악하여 케브레타에 고장이 생긴 경우, 이웃집 부인들이 외출할 때에

상대방의 아이를 보아 주기로 약속하여 이를 실천하던 중 부주의로 아이가 다친 경우,

지나가던 행인이 자동차의 후진을 도와 신호를 보냈으나 잘못 신호하여 사고가 발생한

경우,

특히 근래에 이르러 빈발하게 된 호의동승, 즉 호의로 자동차를 무료로 태워주고 가다

과실로 사고가 발생하여 탄 사람에게 상해나 사망이 발생한 경우 이러한 생활관계를

호의관계라 하여 이에 대한 법적 규율을 거부하는 것이 타당한가가 문제로 되는 것이

.

특히 근래에 이르러 사고보험이 많으므로 흔히 이러한 손해는 일응 보험회사에 의하

전보된 후에 '가해자'에게 구상하므로 결국은 법률문제화되게 되는 것이다.

 

4. 기타 법률관계

외양으로는 인간관계나 호의관계와 대단히 유사하나 언제나 법률관계인 것이 있다.

(1) 신사약정

그 전형적인 것이 이른바 신사협정(gentlemen's agreement)이다. 이것은 당사자가

어떤

약정을 하면서도 그 약정에 대한 법적 구속을 배제하기로 특약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

특히 카르텔법 분야에서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특약이 있는 경우에는

상대방이 그 약정에 기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급부를 청구하거나 그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그러나 일단 당사자 쌍방이 그 의무를 이행한 경우에는 그 약정이 법적 구속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이유로 하여 이행한 것의 반환을 청구할 수는 없다. 따라서 법적 구속

을 받지

않는 약정이라 하더라도 이행된 급부를 정당하게 보유할 수 있게 한다고 하는 점에서

이러한

약정관계는 법률관계이고 단순한 인간관계나 호의관계가 아니라 할 것이다.

(2) 무효사유를 알고 한 계약체결

이에 대하여 당사자가 무효사유가 있음을 알면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상술한 법적

구속을

배제하는 약정과 성질을 달리한다. 예컨대 당사자가 약정의 내용이 강행법규 또는 선

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러한 약정을 하는 것은 그 약

정의

법적 구속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무효가 되는 것을 피할 수 있다고 의욕하고

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약정의 효과는 대체로 신사약정에서와 같이 취급하여야 할 것이다.

당사자가 무효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있다고 착오하고 있는 경우에도 동일

하게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3) 호의지급의 상여금

법적 청구권을 배제하면서 지급하는 특별상여금도 문제로 된다. 예컨대 고용주가

근로자에게 특별상여금 또는 휴가비 등을 지급하면서 "이것은 호의로서 지급하는 것으

로서

고용주에 대하여 여하한 법적 청구권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명백히 의사표시를 한 경

우 그

의사표시는 어떠한 법적 의미를 갖는가? 생각건대 이러한 상여금 또는 휴가비는

실질적으로는 근로의 대가이고 특히 그 지급이 반복되면 근로자는 이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되므로 이러한 임금지급에 대한 기대는 보호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근로자는 이 경

특별상여금 또는 휴가비 등에 관한 법적 청구권을 갖는 것이므로 이에 의하여 정상적

법률관계가 발생한다고 할 것이다.

 

5. 법률관계의 변동

위에 말한 바와 같이 법률에 의하여 규율되는 생활관계를 법률관계라고 하는데,

법체계는 권리본위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법률관계는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에 대하여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다. 그런데 생활관계가 발전함에 따라 법률관계도

변동한다. 즉 권리는 발생변경소멸한다. 권리의 발생, 변경, 소멸을 법률효과라고 한

.

그리고 법률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원인을 법률요건이라 하고, 법률요건을 구성하는 사

실을

법률사실이라고 한다.

법률관계, 권리관계, 법률효과, 법률요건, 법률사실의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갑이

을에게

자동차를 100만원에 사라고 청약하고, 을이 이를 승낙하면 매매계약이 성립한다. 이에

의하여

매도인 갑은 매수인 을에 대하여 자동차대금 100만원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되고

을은 갑에 대하여 자동차이전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여기서 갑을간의

매매관계는 민법 제 563조 이하의 규율을 받게 되는 전형적인 법률관계이다. 여기서

매매라고 하는 것은 법률요건이고, 매매를 구성하는 갑의 청약의 의사표시와 을의 승

낙의

의사표시는 각 법률사실이다. 그리고 매매에 기하여 갑의 매매대금지급청구권과 을의

소유권이전청구권이 각각 발생하게 되는데 이것이 법률효과이다.

권리의 발생, 변경, 소멸은 이를 권리의 주체를 중심으로 보면 권리의 득실변경으로

나타난다. 권리의 득실에는 절대적(원시적 또는 객관적)인 것과 상대적(승계적 또는

주관적)인 것이 있다. 상대적인 경우에는 취득과 상실이 상호 각 원인이 되고 결과로

된다.

예컨대 갑이 을에게 소유권을 이전하면 갑은 소유권을 상실하고 을은 이에 기하여 소

유권을

취득한다. 그러나 절대적득실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톨스토이(L. Tolstoi)"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사랑없이 권리의무관계로 규정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이 법률가의 죄악이다" 라고 하였고, 라드브루흐는 "법률가는 미묘한 빛깔의

영롱한

세계상을 오직 무지개의 일곱 색으로만 바라본 것을 후회할 날이 올 것이다" 라고 하

였다.

그렇지만 법을 통한 분쟁해결이 불가피한 이상 이렇게 인간관계를 법률관계로 파악하

면서

탐구해나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참고문헌

예링/심재우 역, '권리를 위한 투쟁'(Der Kampf ums Recht), 박영문고, 1980;

김증한, '민법총칙', 박영사, 1983;

이영준 '민법총칙', 박영사, 1987;

장경학, '법률춘향전' 을유문고, 1975;

유네스코 편/이극찬 역, '인간의 권리', 청구출판사, 1958;

러셀 갤로웨이/안경환 역, '법은 누구 편인가', 교육과학사, 1992;

G. 옐리네크/E. 부뜨미 저, 김효전 역, '인권선언논쟁', 법문사, 1991.

R.Dworkin, Taking Rights Seriously, Harvard Univ. Press, 1977; Chongko Choi, T

he

Asian Conception of Right and Duty, '동서의 법철학과 사회철학', 법문사, 1990.

 

연습문제

1. 법과 권리의무의 관계를 논하라.

2. 권리의 종류와 의무의 종류를 논하라.

3. 법에서 권리가 중요한가 의무가 더 중요한가?

4. 법률관계의 성질을 논하라.

@ff

'Study 2 > 법학 통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 13장 국가와 법치주의  (0) 2020.05.13
제 12장 법의 변동  (0) 2020.05.13
제 10장 법계와 법문화  (0) 2020.05.13
제 9장 법의 적용과 해석  (0) 2020.05.13
제 8장 법의 효력  (0) 2020.05.1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