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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 2/논리학

제3장 귀납논변

by Frais Study 2020. 5. 11.

    I. 귀납논변의 성격
   II. 귀납논변의 평가
  III. 귀납적 일반화
      1) 귀납적 일반화의 형식
      2) 강한 귀납을 위한 표준
      3) 연관된 오류
  IV. 통계적 삼단논법
      1) 통계적 삼단논법의 형식
      2) 통계적 삼단논법의 평가
      3) 연관된 오류
   V. 유비논법
      1) 유비논법의 형식
      2) 유비논법의 강도


I. 귀납논변의 성격
 
 연역적으로 타당한 논변의 경우 만약 전제들이 참이라면 결론도 참일 수밖에 없다. '연역적 타당성'이라는 말은 논변평가를 위한 평가어이다. 그것은 하나의 논변을 평가하기 위한 기준의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 기준은 매우 엄격하다. 즉 어떤 논변이 연역적으로 타당하다면 전제들은 모두 참인데 결론은 거짓일 수가 없다.
 그러나 실제상황에서 부딪치는 많은 논변들 중에는 그러한 기준으로 평가할 수 없는, 또는 그러한 기준으로 평가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들도 많다. 다시 말하여 참인 전제들로부터 나온 결론이 필연적으로 참일 수밖에 없는 것인지, 주어진 전제들이 결론을 결정적으로(conclusively) 지지해 준다고 볼 수 있는지 없는지의 기준으로는 평가하기가 어려운 논변들도 많다. 이는 타당하다고도 할 수 없지만 잘못된 것이라고도 볼 수 없는 논변들도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어떤 논변을 타당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보는 이유는 그 논변의 전제들이 결론을 결정적으로 지지해 주지는 못하지만 합당한 정도로는 지지해 준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전제들이 결론을 지지해 주던가 아니면 지지해 주지 않든 가의 이분법적 평가가 아니라 그 지지가 어느 정도의 것인가에 따라 평가할 수밖에 없는 논변을 '귀납논변'(inductive argument)이라 일컫는다.
 따라서 귀납논변에서는 전제들이 모두 참이고 또 그것들이 결론을 지지해 주는데도 불구하고 결론은 거짓일 수가 있다. 타당한 연역논변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인 '진리치 보존'이 귀납논변에서는 보장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대신 연역논변에는 없는 특징, 즉 사실적 지식을 확장해 준다는 특징이 귀납논변에는 있다. 귀납논변의 결론은 전제들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새로운 정보를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학을 제외한 거의 모든 학문영역에서 사용되는 논변은 주로 귀납의 성격을 띤 논변들이다. 뿐만 아니라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상사와 관련하여 하게되는 추리도 대개는 귀납적인 성격의 것들이다.
 귀납논변에는 여러 가지 종류,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 과거에 발생하곤 했던 것에 근거하여 미래에 어떤 것이 일어날지를 예측하는 일상적인 유형의 논변이 있는가하면, 고고학이나 인류학 등에서 자주 사용되는 방법으로서 현재 주어진 증거에 근거하여 과거에 대한 어떤 결론을 이끌어내는 유형의 논변도 있다. 그런가 하면 각종 여론조사에서 널리 사용되는 방법으로서 표본적인 관찰이나 실험에 근거하여 일반적인 결론을 이끌어내는 유형, 그리고 거꾸로 일반적으로 자주 일어나는 것에 근거하여 개별적인 경우에 관한 어떤 결론을 이끌어내는 유형도 있다. 또 사물이나 사태의 유사성에 근거하여 유비적으로(analogically) 어떤 결론을 끌어내는 논변도 귀납논변에 속하고 인과관계에 근거하여 어떤 원인이나 결과를 추론해내는 논변도 귀납논변의 일종이다. 이 장에서는 여러 유형의 논변들 중에서도 특히 귀납논변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몇 가지만 골라 다루도록 하겠다. 그리고 마지막 인과논변의 경우는 귀납과는 또 다른 큰 문제, 즉 인과관계라는 문제와 연관되어 있으므로 장을 달리하여 따로 다루도록 하겠다.

II. 귀납논변의 평가
 
 귀납논변을 유형별로 알아보기 이전에 우선 일반적인 사항으로 귀납논변의 확인과 평가 문제에 관한 이야기부터 해야 하겠다.
 어떤 논변이 귀납논변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전제들의 결론에 대한 지지가 결정적인 성격의 것인가 아니면 정도를 이야기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인가?"를 물어 볼 필요가 있다. 전제들과 결론을 이어주는 연결의 성격이 귀납적인 것인지 아닌지를 쉽게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되는 용어들이 있다. '아마도'(probably), '보통'(usually), '그럴법한'(likely), '매우 그럴법한'(highly likely), '거의 항상'(almost always) 등이 그러한 용어들이다. 귀납논변에서 이러한 용어들, 또는 이와 유사한 용어들이 사용되는 것이 보통이나, 이러한 용어들이 사용되지 않았다고 해서 반드시 귀납논변이 아닌 것은 아니다. 논변의 내용이나 문맥만 보고서도 귀납논변임을 알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에 중요한 것은 귀납논변에서는 연역논변의 경우와는 다르게 전제들과 결론의 관계가 필연적이고 결정적인 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상기하는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타당한 연역논변의 경우 전제들이 참이면 결론도 반드시 참이라고 할 때 이 '반드시 참'이라는 성격이 귀납논변에서는 찾아 볼 수 없다. '반드시 참'이 아니라 '참일 확률이 높다' 또는 '낮다'라든지 '참임에 틀림없다' 아니면 '참일 수도 있다' 등의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것이 귀납논변이다.
 귀납논변의 성격이 그렇다면 귀납논변에서 전제들이 결론을 지지해 준다고 할 때 그 지지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가 당연히 문제시되지 않을 수 없다. 지지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하는 물음은 귀납논변을 평가하기 위해선 묻지 않을 수 없는 매우 중요한 물음이다.
 결론에 대한 전제의 지지의 정도를 수치화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모호하게나마 '강한'(strong) 지지와 '약한'(weak) 지지로 대별할 수 있다. 지지의 정도가 강할 때 '매우 그럴법한'(highly likely), '매우 있을법한'(highly probable), '거의 항상'(almost always) 같은 용어들이 사용되고, 지지의 정도가 약할 때는 '아마도'(may, might, possibly) 또는 이에 준하는 용어들이 사용되는 것이 보통이다. 중요한 점은 귀납논변에서의 지지가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연역논변에서의 소위 '논리적', '결정적', '필연적', '진리 보존적'(truth-preserving) 등의 말로 표현되는 성격의 것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귀납적 지지의 강도(strength)는 확률(probability)의 문제이다.
 귀납적 지지의 정도가 확률의 문제라는 사실로부터 당연히 귀결되는 또 하나의 사실은 귀납논변에 추가적인 정보를 보탬으로써 논변이 더 강해질 수도 더 약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연역논변의 타당성이나 부당성에는 정도가 허용되지 않는다. 더 타당하다거나 덜 타당하다 또는 더 부당하다거나 덜 부당하다는 일은 있을 수 없다. 타당하거나 부당하거나 두 가지 경우뿐이다. 따라서 새로운 정보의 추가로 더 타당해진다거나 덜 타당해지는, 또는 더 부당해진다거나 덜 부당해지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이에 반하여 귀납논변에서는 새로운 정보의 보탬이 원래의 논변의 평가에 경우에 따라서는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귀납논변에서 전제들이 결론을 지지해 주는 정도가 얼마나 되는지가 중요한 평가기준이 되기 때문에 전제에 새로운 정보를 추가함으로써 그 지지의 정도가 더 강해질 수도 있고 더 약해질 수도 있을 것임은 물론이다.

III. 귀납적 일반화
 
 1. 귀납적 일반화의 형식
 귀납논변의 가장 일반적인 형식이 개별적인 것들에 관한 관찰을 토대로 하여 일반적인 결론을 내리는 형식이다. 집합 A = <a, b, c, ............>라고 할 때 귀납적 일반화의 형식을 단순화시켜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a가 F라는 성질을 갖고 있음이 관찰되었다.
      b도 F를 갖고 있음이 관찰되었다.
      c도 F를 갖고 있음이 관찰되었다.
      .
      .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따라서 (모든 또는 대개의) A는 F를 가지고 있다. .
 
 물론 이 형식이 귀납논변의 유일한 형식인 것은 아니다. 다른 형식의 귀납논변도 있기 때문이다. 뒤에서 다루겠지만 개별적인 것으로부터 일반적인 것을 추론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일반적인 전제로부터 개별적인 결론으로 나아가는 귀납논변도 있다.
 개별적인 것들에 관한 관찰을 토대로 하여 일반적인 결론을 끄집어내는 형식의 귀납논변을 '귀납적 일반화'(inductive generalization)라 부른다. '단순귀납'(simple induction), '열거적 귀납'(enumerative induction), '통계적 일반화'(statistical generalization), '표본에 근거한 논변'(arguments based on samples) 등으로 불리는 귀납논변들도 모두 귀납적 일반화의 형식을 취하는 논변들이다.
 귀납적 일반화에 해당되는 예로 다음과 같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내가 도서관의 참고실에 있는 여러 서가에 꽂혀있는 책들 중에서 내가 본 책마다 모두 A로 시작되는 분류번호를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해보자. 이로부터 나는 귀납적 일반화에 의하여 참고실에 분류되어 있는 모든 책들의 분류번호가 A로 시작된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내 논변의 전제는 몇 권의 책들에 관한 나의 관찰에 근거한 것이고 결론은 참고실에 있는 책 전체에 관한 것이다. 이러한 종류의 논변이 귀납적 일반화의 전형적인 예에 속한다.
 결론에서 통계적인 주장을 하는 경우도 귀납적 일반화이다. 이 경우의 일반화는 '통계적 일반화'라 불리기도 한다. 귀납적 일반화의 결론은 보편적인(universal) 것일 수도 있고 통계적인(statistical) 것일 수도 있다. 어떤 집합 전체(100%)가 어떠 어떠하다는 결론은 전자에 해당되고, 그 집합의 일부(100%보다는 적고 0%보다는 많은)가 그렇다는 결론은 후자에 속한다. 물론 통계적인 경우라고 해서 반드시 일정한 수치를 나타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거의 대부분', '많은', '적은' 등과 같은 용어가 사용될 수도 있다. 귀납적 일반화의 결론이 보편적인 것인가 아니면 통계적인 것인가는 전제들이 어떤 정보를 담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어떤 일반적인 주장을 편다면 이것이 바로 통계적 일반화의 전형적인 예가 된다. 선거에서 표본이 된다고 판단되는 일부의 유권자들의 의견을 조사해 본 다음 이를 근거로 유권자 전체의 투표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를 예측하는 경우가 바로 그러한 경우이다. 또 어떤 기업의 제품생산에서 어느 정도의 결손품이 나오는지를 알고 싶어하는 경우에도 통계적 일반화가 사용된다. 이 외에도 일반적으로 과학적 탐구에서도 귀납적 일반화가 널리 사용된다. 
 
2. 강한 귀납적 일반화를 위한 표준
 귀납적 일반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표본(sample)이라는 개념이다. 

   조사해 본 2000명의 유권자들 중에서 1200명 정도가 현직 시장을 택할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모든 유권자들의 약 60% 정도가 현직 시장을 뽑을 것이다.

 위의 예에서 조사대상으로 삼은 2000명의 유권자들이 표본이 된 셈인데 이 표본집단이 어떻게 표본으로 뽑히게 되었는지, 표본으로 뽑힌 집단이 어떤 성격의 집단인지가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그것에 따라 위 논변의 신빙도가 결정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위의 논변이 신빙성을 가지려면 전제에서 언급된 2000명의 유권자가 유권자 전체를 대변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귀납적 일반화가 얼마나 강한지는 선택한 표본이 어느 정도 전체를 대표하느냐에 달려있다. 표본에만 근거하여 내린 결론이라도 우리가 그것을 믿을 수 있는 이유는 그 표본이 전체를 대표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표본이 대표성을 갖는다고 말함은 전체에 관한 어떤 특징을 표본이 잘 드러내고 있다고 말함과 같다. 따라서 문제는 표본이 대표성을 갖느냐 아니냐에 있다. 
 표본이 대표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다음의 두 조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1) 표본은 충분한 정도의 크기를 가져야 한다.
   2) 표본은 충분한 정도의 다양성을 가져야 한다.
 
표본의 크기가 충분한지 아닌지는 '충분하다'는 말이 모호한 만큼 일률적으로, 일반적으로 정해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문제되는 논변의 주제가 무엇이며 그 주제에 관하여 어떤 점이 어떻게 주장되는지 등의 맥락적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다르게 판별될 수밖에 없는 문제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표본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매우 작아도 거기서 나온 일반화가 강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더 일반적으로는 표본의 크기가 어느 정도는 되어야 믿을 수 있는 논변이 된다. 예컨대 인구 몇 십만 되는 어떤 선거구에서 수십 명밖에 안 되는 유권자들을 표본으로 해서 일반화시킨 여론조사의 결과는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할 것이다. 그런 반면 동일한 크기의 표본이 집합의 수가 그 보다 훨씬 적은 경우, 이를테면 학생 수 몇 백밖에 안 되는 어느 조그만 대학의 학생회장 선거의 경우에는 충분한 것일 수 있다.
 물론 집합 전체의 수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을 때라도 작은 규모의 표본이 표본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물의 비등점(沸騰點)을 알아보기 위하여 높은 산꼭대기에서 물을 끓여 본다고 할 경우 한 두 번의 시험만으로도 족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는 예외적인 경우라 할 수 있다. 이 경우의 집합은 동질적인 집합이기 때문이다. 비등점과 관련하여 물은 동질적이다.
 위의 예들에서 대충 짐작되는 일이지만 사실 중요한 것은 표본의 크기보다는 표본의 다양성이다. 문제되는 집합이 동질적인 것이 아닌 경우 표본의 크기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다양한 성질의 집합 구성원들을 대표할 수 있는 표본을 취하느냐이다. 표본의 크기와 다양성은 서로 다른 문제이다. 아무리 큰 표본이라도 다양성을 대변해 주지 못할 수가 있다. 위의 예에서 선거구 유권자 10,000명을 표본으로 삼는다면 필요 이상으로 상당히 큰 표본이 되겠지만 그 10,000명이 모두 부유층에 속한다든지 아니면 저소득층에 속하는 사람들이라면 대표성이 있는 표본이라 할 수 없다. 따라서 표본의 단순한 크기는 표본이 얼마나 다양한 것들을 대표하느냐하는 문제보다는 덜 중요하다. 표본의 크기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표본이 다양성을 대변해 주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크기는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너무 작은 표본은 당연히 다양성을 대변해 주기가 어려울 것이다. 여하튼 중요한 점은 충분한 크기와 다양성을 무시한 채 선택된 표본은 강한 귀납적 일반화를 위한 기초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논변의 타당성 여부와 논변의 강약 여부가 다른 문제이듯이 결론이 참이냐 아니냐하는 문제와 논변이 얼마나 강하냐하는 문제도 서로 다르다. 약한 논변도 참인 결론을 가질 수 있고, 반대로 논변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그 결론은 거짓일 수 있다. 귀납논변에서 말해지는 강한 논변을 위한 조건들은 전제들이 참일 경우 결론도 참이 될 개연성을 높이자고 고안된 것이다. 이 조건들에 의하면 참인 전제들에 근거하여 내려지는 결론은 항상은 아니지만 보통은 참이다. 표본이 대표성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도 그래야만 논변의 결론이 참이 될 개연성이 높아지고 따라서 논변도 강해질 것이기에 생긴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표본이 대표성을 가질 수 있는가? 대표성 있는 표본을 고르기 위한 적절한 방법은 없을까? 소위 '무작위 표본 고르기(random sampling)라는 것이  바로 그러한 방법 중의 하나이다. 무작위 표본 고르기의 방법에 의하여 어떤 표본이 대표성을 가질 것인지가 확정될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다만 그러한 방법을 사용함으로써 표본이 대표성을 가질 개연성이 높아질 수 있을 따름이다. 이 방법은 주로 조사대상의 집합이 다양한 구성요소를 가지고 있음은 알려져 있으나 어떤 식으로 다양한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도 주어져 있지 않을 경우 사용된다. 이 방법에 의하면 집합의 모든 구성원들이 표본으로 선택될 수 있는 동등한 기회를 가진다.
 왜 표본이 커야하는지는 무작위 표본 고르기와 관련해서 생각해 보면 그 이유가 더 분명해진다. 이 점을 Salmon의 책에 나오는 예를 가지고 설명해보자. 전체의 반은 붉은 색, 나머지 반은 검은 색인 일정한 수의 카드들을 가지고 전체의 반이 붉은 색의 카드라는 사실을 우리가 모른 채 얼마만큼이 붉은 색인지를 알아보기 위한 놀이를 한다고 가정해 보자.  카드들을 모두 거꾸로 덮은 채 각각의 카드가 표본으로 선택될 동등한 기회를 갖도록 충분히 섞는다. 그 다음 하나의 카드를 차례로 두 번 뽑아 이 결과를 토대로 붉은 색의 카드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맞히려 한다고 하자. 이것이 바로 단순한 경우이지만 무작위 표본 고르기의 대표적 경우이다. 한 장의 카드를 차례로 두 번 뽑았을 때 나올 수 있는 가능한 경우는 모두 네 가지이다. 즉 붉은 카드와 검은 카드, 검은 카드와 붉은 카드, 두 장 모두 붉은 카드, 그리고 두 장 모두 검은 카드. 이 각 경우를 각각 RB, BR, RR, BB라고 하자. 이 네 가지 경우 중 두 경우, 즉 RB와 BR만 전체를 대표하는 표본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엔 카드를 한 장씩 네 번 뽑는다고 해보자. 16개의 가능한 결과(RRRR, RRRB, RRBR, RBRR, RBBR, RBBB, BRRR, BRRB, BRBR, BRBB, BBRR, BBRB, BBBR, BBBB)가 나올 것이다. 이 중에서 반이 붉은 카드일 경우는 여섯 개다. 그러나 두 경우를 제외한 모든 경우에서 붉은 카드가 1/4에서 3/4까지 섞여 있다. 따라서 붉은 카드가 섞여 있는 경우의 확률은 7/8이고, 네 차례 모두 같은 색깔일 경우의 확률은 1/8에 불과하다. 말하자면 카드 전체가 단색으로 되어 있다고 잘못 판단할 확률이 두 장의 카드를 표본으로 삼았을 경우 1/2이었던 것이 네 장을 표본으로 삼았을 경우에는 1/8로 줄어든 셈이다. 반대로 카드 전체의 반 정도가 붉은 색으로 되어 있다고 판단할 확률은 그만큼, 즉 1/2에서 7/8로 높아진 셈이다. 일반적으로 표본이 커질수록 무작위로 고른 표본이 전체를 대표한다는 확신도 커진다.

3. 귀납적 일반화와 연관된 오류들
 귀납적 일반화와 관련된 몇 가지 오류들을 고찰해 볼 차례이다. 그 중의 하나는 표본이 충분한 크기를 가져야 한다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는데도 일반화시키는 오류이다. '불충분한 통계의 오류'(fallacy of insufficient statistics), '성급한 일반화'(hasty generalization), '결론으로의 비약'(leaping to the conclusion)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이 오류는 특히 한 두 번의 경험이나 관찰에 근거하여 쉽게 일반화시켜버리는 우리의 심리적 경향과도 유관하다.
 사실 '불충분한 통계'로 '성급하게 일반화'하여 '결론으로 비약'한 것인지 아닌지를 따지기 이전에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그것은 많은 경우 표본의 크기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은 채로 그 표본에 근거하여 어떤 주장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특정의 칫솔사용과 충치발생 간의 상관관계를 통계적으로 조사한 결과 A제품의 칫솔을 사용하는 일군의 어린이들이 B제품의 칫솔을 사용하는 어린이들 보다 60%정도 더 적게 충치가 생겼다는 보고가 있다고 해보자. 우리는 이 보고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 주장이 참일 수도 있다고는 생각이 되지만 무언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조사대상인 어린이들의 수, 즉 표본의 크기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없기 때문이다. 만약 조사대상의 어린이 수를 각각 5명씩 잡았다면 이에 근거한 어떤 일반화도 의미를 가지기 힘들다. A제품을 사용하는 5명의 어린이가 우연하게도 모두 튼튼한 치아를 가진 반면 B제품의 칫솔을 사용하는 어린이들은 평소 초콜릿이나 사탕을 즐겨 먹는 어린이들일 수도 있다. 5명이라는 극히 작은 표본만 가지고서는 그러한 우연성을 배제할 아무런 방법도 없다.
따라서 이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우선 표본의 크기에 관하여 어떤 정보가 주어져 있는지 없는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표본의 크기가 충분한지 아닌지 따져 보는 일은 그 다음의 일이다.
 이와 유사한 오류로서 '편향된 통계의 오류'(fallacy of biased statistics)라는 것도 있다. 이 오류는 표본이 너무 작아서가 아니라 일반화되는 전체의 한 부분에만 해당되는 것이어서 전체에 분포된 다양한 것들을 적절히 드러내 주지 못해서 대표성을 상실할 경우 발생되는 오류이다. 이 오류의 좋은 예로서 다음과 같은 잘 알려진 역사적 사실이 자주 인용된다.

1936년 Literary Digest사는 그 해의 대통령 선거에서 프랭클린 루즈벨트가 이길지 아니면 알프렛 랜든이 이길지를 예측해 보기 위하여 천만명의 유권자들에게 우편으로 여론 조사서를 발송하였다. 그 중 2백3십만 장이 회수되었는데 이에 의하면 랜든이 압도적으로 승리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여론조사의 대상이 되었던 천만 명 유권자들의 이름은 모두 전화번호부, 자사 잡지의 구독자 목록, 그리고 자가용 소유자의 목록에서 채택되었다.

 이 선거에서 예측과는 달리 루즈벨트가 압도적인 승리를 하였다. 위의 여론조사에서 무엇이 잘못되었기에 예측이 빗나갔는가? 문제는 바로 조사대상으로 삼았던 표본집단이 모두 고소득층에 속했다는 점에 있었다. 미국의 경우 소득별 계층과 어느 당을 선호하는지는 서로 밀접히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일정한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만을 표본으로 삼는다면 이 표본으로부터는 의미 있는 일반화가 성립될 수 없다. 표본의 크기가 아무리 크더라도 그것이 편중되어 있다면 제대로 된 일반화가 어렵다는 사실을 위의 예가 잘 보여주고 있다.
 위의 두 경우와는 좀 다른 케이스로 강하게 확립된 일반화를 거부하는 것도 일종의 오류라고 할 수 있다. 통계적으로 내린 일반화와 배치되는 새로운 정보가 나타났을 때 이러한 일이 종종 발생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새 차를 구입할 목적으로 차종에 따른 관련된 모든 통계자료를 수집하였다고 하자. 그 통계자료에는 자동차의 기능, 안정성, 디자인, 아프터써비스 등 자동차에 관련된 모든 면이 서로 비교될 수 있는 정보들이 있다. 이 자료에 근거하여 그는 어떤 특정의 차가 제일 낫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그러나 그 종의 차를 구입하기 이전에 어느 자리에서 만난 친구로부터 바로 그 차종을 자신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데 여러 면에서 문제가 많아 크게 후회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애초의 결정을 번복하고 말았다면 이는 바로 통계적 일반화를 합리적인 이유가 아닌 이유로 거부하는 오류를 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왜 이것이 오류인가? 새로운 정보를 무시하라는 이야기가 아님은 물론이다. 새로 추가되는 정보는 귀납논변을 더 강하게 만들 수도 있고 더 약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위의 예에서 말해지는 새로운 정보란 좀 특수한 경우의 정보다. 그것은 어떤 보편성이나 일반성도 없는 단일한 경우이다. 일반성이 결여된 정보는 정보로서의 가치를 가지기 힘들다. 아무리 새로운 정보라도 하나의 단일한 경우만 가지고서는 많은 경우들을 주의 깊게 관찰해본 후 내려진 통계결과를 송두리째 뒤엎기에는 역부족이다. 그 차종에 속하는 것들 중에는 하자가 있는 것도 있다는 정보가 이미 통계에 포함되어 있다. 말하자면 그 친구의 경험은 엄밀히 말해서 새로운 정보가 아니다. 그 자료를 '통계적'이라 부르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한 두 개의 불량품이 있다는 사실은 그 통계적 일반화를 거부해야 할 아무런 합리적인 이유도 못된다.
 일찍이 18세기 영국의 철학자 흄(D. Hume)도 이러한 종류의 오류에 주목한 바 있는데 이러한 오류가 왜 발생하는지를 그는 인간의 심리적 경향이나 습관에 기대어 설명하려고 하였다. 현대 심리학자들도 대체로 동의하는 이 설명에 의하면 인간의 심리가 더 생생한(vivid) 정보에 더 쏠리게 되어 있다. 즉 친구로부터 얻은 정보는 직접 대면한 개인으로부터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전해들은 것인 반면 통계적 정보는 개인을 떠난 객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전자보다는 덜 생생하게 다가온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한 통계보다는 친구의 말에 더 솔깃해지기 쉽다. 이러한 심리적 배경으로 생기는 오류를 '오도(誤導)된 생생함의 오류'(fallacy of misleading vividness)라고 부르기도 한다.

연습문제

다음 논증들의 각각이 받아들일 수 있는 귀납적 일반화인지 혹은 오류인지를 결정해라. 각각의 논증들의 전제들과 결론을 확인해라. 오류의 경우, 잘못된 부분을 설명해라. 필요하다면, 어떤 종류의 배경 지식이 요구되는지 논의해라. 

1. 화학을 배우는 어떤 학생에게 구리의 비등점을 결정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그 학생은 두 개의 매우 순수한 구리를 테스트하여, 각각의 샘플이 섭씨 2,567도의 비등점을 가진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 학생은 이것이 구리의 비등점이라고 결론 내린다. 

답 :   전제 : 매우 순수한 구리의 두 샘플이 섭씨 2,567도의 비등점을 가진다. 
       결론 : 섭씨 2,567도는 구리의 비등점이다. 
 
    이 논증은 좋은 논증이다. 샘플은 작지만, 순수한 구리들의 모집단은 비등점이라는 점에서 동질적이다. 

2. 무작위로 추출된 수 천명의 자기 집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전국적인 여론 조사는 그들의 70퍼센트가 복지세의 인상에 반대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러므로 대략 전체 성인 인구의 70퍼센트가 그러한 인상에 반대한다. 

답 : 전제 : 수 천명의 무작위로 추출된 자기 집을 가진 사람들의 70퍼센트는 복지세의 인             상에 반대한다. 
     결론 : 대략 전체 성인 인구의 70퍼센트가 복지세의 인상에 반대한다. 

   이 논증은 편향된 표본의 오류이다. 자기 집을 가진 사람들은 복지세의 문제에 대해 유사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을 것 같다. 

3. 어떤 조사자가 수 천명의 헤로인 중독자들을 조사하여, 그들의 70퍼센트가 헤로인을 상용하기 전에, 마리화나를 사용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마리화나 사용자의 약 70퍼센트가 헤로인을 상용하게 될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답:    전제 : 수 천명의 헤로인 중독자들로 이루어진 샘플의 70퍼센트가 전에 마리화나                를 사용했다. 
       결론 : 모든 마리화나 사용자의 약 70퍼센트가 앞으로 헤로인을 피게 될 것이다. 

  오류 논증.  샘플이 편향되어 있다. 

4. 우리 학교에서 있었던 지난 두 번의 홈 축구 경기 중 비가 내렸다. 그러므로, 금년의 모든 홈 경기에서 아마 비가 내릴 것이다. 

       전제 :
       결론 :
    오류 논증.   불충분한 샘플

5. 1977년에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정신병 의학자들은 관상동맥 혈전증 환자의 건강에 영향를 미치는 사회적 요소를 결정하는 연구를 실시했다. 93명의 환자들이 연구되었다; 그들의 약 50퍼센트가 어떤 애완용 동물들(개, 고양이, 물고기, 등)을 기르고 있었다. 그해 말에, 애완용 동물을 기르지 않은 환자의 3분의 1이 죽었지만, 애완용 동물을 기르는 환자들 중 단지 3명만이 죽었다. 그 정신병 의학자들은 애완용 동물을 기르는 것이 인간의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6. 사람들에게 애완용 동물의 중요성은 과대 평가될 수 없는 것 같다. (연습문제 5에서 언급된 연구의 리더인) 정신병 의학자 Katcher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애완 동물이 동물이라고 생각하는지 혹은 가족의 구성원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들 중 48퍼센트의 사람들이 애완 동물은 인간 가족의 구성원이라고 대답했다. 
                                   - "Human-Animal Relationship under Scrutiny," 
                                                  Science  214(1981): 418

7. 조나단은 멀리 떨어져 있는 도시를 여행해야 한다. 그는 안전한 운송 수단을 택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그는 버스, 기차, 자동차, 비행기를 포함한 지난 10년간의 사고에 관한 통계(그가 살고 있는 도시와 여행하고자 하는 도시 사이에서 발생한 사고의 통계)들을 비교했다. 그는 버스의 안전성이 다른 형태의 운송 수단들보다 더 좋다고 결정 내린다. 그러나 그가 그의 버스표를 막 사려고 할 때, 6명이 죽은 버스 사고에 관한 기사를 읽는다. 조나단은 버스표를 사지 않고, 대신에 자신의 차로 여행하기로 결정했다. 

답 : 오도하는 생생함의 오류 (충분한 통계 샘플에 의해 강하게 지지된 결론을 거부하는 오류)


IV. 통계적 삼단논법
 1. 통계적 삼단논법의 형식
앞에서 개별적인 사례들을 관찰한 뒤 이를 전제로 삼아 일반적인 결론을 이끌어내는 추론의 형식만이 유일한 귀납논변의 형식인 것은 아니라고 말한 바 있다. 거꾸로 일반적인 전제로부터 개별적인 것에 관한 진술을 결론으로 삼는 형식의 귀납논변도 있다. 통계적 삼단논법(statistical syllogism)이 바로 그러한 형식의 귀납논변이다. 통계적 삼단논법은 앞에서 말한 통계적 일반화와 반대 방향의 귀납논변이다. 즉 통계적 일반화의 형식을 가진 귀납논변이 통계적인 일반명제를 결론으로 삼는 데 반하여 통계적 삼단논법은 통계적인 일반명제를 결론이 아니라 전제로 삼는다. 따라서 이 논법은 일반적으로 또는 통계적으로 참(또는 거짓)인 것이 개별적인 경우에도 그렇다고 논할 때 사용되는 형식의 논법이다. 통계적 삼단논변의 형식을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모든 F의 x%는 G이다.
              a는 F이다.
              따라서 a는 G이다.

 위의 형식에서 F와 G는 개체들의 집합 또는 그 집합에 속하는 개체들의 속성을 나타내고, 소문자 a는 개체(사람, 장소, 사물 등)를 나타낸다. F는 준거집합(reference class), 즉 두 번째 전제에서 언급된 개체가 속하는 집합을 가리키고, G는 속성집합(attribute class)을 가리킨다. 이 속성집합에 속하는 것들은 결론에서 그 개체가 가지고 있다고 주장되는 성질을 가진다.

2. 통계적 삼단논법의 평가
 통계적 삼단논법도 귀납논변의 일종인 만큼 귀납논변의 일반적인 평가방식, 즉 강한 논변과 약한 논변으로 나누어 평가하는 방식이 적용된다.
 그렇다면 통계적 삼단논법의 강도를 측정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가장 분명한 기준 중의 하나는 통계적 삼단논법의 전제에 언급되는 통계적 수치가 100%에 가까울수록 더 강하고 0%에 가까울수록 더 약해진다는 점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대학생의 90%는 고등학교 때 과외수업을 받았다.
         이군은 대학생이다.
         따라서 이군은 고교 때 과외수업을 받았다.

 위의 예에서 대학생의 90%가 아니라 99%가 과외수업을 받았다면 이 전제가 결론을 지지해 주는 정도가 더 강해질 것이고, 85%가 과외수업을 받았다면 그 정도가 더 약해질 것임은 당연하다. 대학생들이 고등학교 때 과외수업을 받았을 확률이 높으면 높을수록 이군도 과외수업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 반대라면 낮아질 것이다. 전제의 통계수치가 90에서 85로 낮아졌다고 해서 잘못된 논변으로 볼 수 없던 것이 갑자기 잘못된 논변으로 둔갑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달라진 것은 전제의 결론에 대한 지지의 정도가 조금 낮아졌다는 것뿐이지 그 논변에 대한 평가가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제의 통계수치가 지나치게 낮아진다면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51%의 대학생이 그렇다면 이군도 그렇다는 결론의 주장도 그만큼 약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이 경우의 평가는 원래의 논변에 대한 평가와는 사뭇 다르게 내려질 수밖에 없다.
 통계적 삼단논법을 평가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기준은 준거집합을 선택할 때 얼마나 많은 관련 증거들을 사용하였느냐 하는 것이다. 이 기준은 그렇게 분명한 기준은 못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중요하다. 문제는 하나의 개체가 속한다고 할 수 있는 집합의 수는 무한하다는 데에 있다. 이 기준이 분명하지 않은 이유도 이 문제와 연관된다. 앞의 예에서 이군이 속해 있다고 할 수 있는 집합의 수가 한 두 개로 한정되어 있지 않을 것임은 물론이다. 그가 고등학교 때 과외수업을 받았다는 결론을 내리기 위해선 그가 속해 있는 집합 중에서도 그 결론과 관계되는 집합, 즉 그가 과외수업을 받았을 확률에 영향을 줄 집합은 모두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그가 강남의 11평 짜리 도시 영세민 아파트에 산다고 해보자. 다른 정보들은 무시하고 이 점만 고려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원래의 논변과는 정반대의 결론이 도출될 수 있다.

          도시 영세민 아파트에 사는 학생 중 2%는 과외수업을 받았다.
          이 군은 도시 영세민 아파트에 산다.
          따라서 이 군은 과외수업을 받지 않았다.

 원래의 논변과 이 논변은 모두 참인 전제들을 가졌고 나타난 통계적 수치도 각각 100%와 0%에 가깝기 때문에 전제에서 언급되는 통계적 수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따지는 기준만 고려한다면 두 논변은 모두 강한 귀납논변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런 대도 두 논변의 결론은 서로 정반대이다. 이러한 결과를 막으려면 준거집합을 선택할 때 사용 가능한(available) 관련 증거들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기준을 적용시켜야 한다. 위의 예에서 이 군이 과외수업을 받았는지 받지 않았는지를 결정해 줄 모든 정보가 전제에 드러나야 한다.
 통계적 삼단논법의 전제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상식을 일반화시킨 것이라면 그러한 전제는 생략되는 수도 많다. 논변을 평가하려면 그러한 드러나 있지 않고 생략된 전제들도 고려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숨겨진 전제가 알고 보니 사실은 그렇게 쉽게 일반화시키는 어려운 경우도 있을 수 있고, 또 사용 가능한 관련 증거들을 모두 담고 있는 것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연습 문제
 
1. 표준적 형태로 진술되지 않은 다음의 통계적 삼단논법에서, 준거 집합과 귀속 집합을 구별하고, 위에서 살펴본 기준을 사용하여 그 논증의 강도를 평가해라. 

    a. 서울에는 거의 매년 겨울에 최소한 한번의 폭설이 내린다. 그래서 이번 겨울에도 서울에서 최소한 한번의 폭설이 내릴 것이다.  

 답 : 준거 집합 : 서울에서의 겨울들의 집합 
      귀속 집합 : 최소한 한 번의 폭설을 가지는 것들의 집합 

    b. 거의 어떤 학생도 초콜릿을 싫어하지 않는다. 그래서 철수는 당신이 주문한 초콜릿 디저트를 좋아할 것이다. 

    c. 주식은 경기 침체 후 회복되는 첫 번째 해에서 채권보다 수익성이 높다. 올해가 그러한 해이기 때문에, 주식은 채권보다 수익성이 높아야한다. 

2. 다음 구절의 각각은 통계적 삼단논법에 기초한 충고를 주고 있다. 각각의 경우에 대해, 통계적 전제, 특정한 개체에 관해 진술하는 전제, 그리고 결론을 명확히 진술하여 논증을 재구성해라. 

    a. 오늘 비가 올 확률이 70퍼센트이기 때문에, 당신이 외출할 때 우산을 가져가라. 

    b. Molnar 박사님: 나는 56살이고, 수술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그것을 하지 마라고 충고하시겠습니까? 나는 약 12살 이후로 청각을 잃었습니다. 최근의 검사에서, 나의 의사는 두 개의 뼈가 중 귀에서 자라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매우 좋은 상태"로 청각이 개선될 확률이 85퍼센트이고, 그대로일 확률이 10퍼센트, 더 나빠질 확률이 5퍼센트라고 말합니다.
       답 : 왜 내가 그 수술에 반대하겠습니까? 20번 중 단지 한번만이 나빠집니다; 20번 중 17번이 더 좋아집니다; 100퍼센트의 성공이 보장될 수 있는 수술은 거의 없습니다. 내가 그러한 경우에 있는 환자라면, 나는 17대 1의 성공에 걸겠습니다.   

3. 통계적 삼단논법과 관련된 오류들
 
 1) 불완전한 증거의 오류
  통계적 삼단논법에서 준거집합을 고를 때 사용 가능한 관련 증거들을 모두 사용하지 않았다면 오류가 된다. 그러나 사실 어떤 논변에서 관련되는 증거들을 모두 고려하였는지 아닌지를 판단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관련된'이라는 말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련된 증거들이 모두 사용되었는지 아닌지를 판별하기 위해선 우선 어떤 증거들이 관련되고 또 어떤 증거들이 관련이 없는 지부터 결정되어야 할 것인데, 이 결정부터가 '관련된'이라는 말의 모호성 때문에 간단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이러한 문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점은 앞의 예에서 보았다시피 매우 중요하다. 어떤 증거를 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증거의 관련여부를 결정해 줄 엄밀한 방법은 없지만 적절한 배경지식이 있다면 대체적으로는 결정될 수 있을 것이다.
 '사용 가능한'이라는 말 또한 모호하다. 어떤 증거가 '사용가능'할지라도 시간이 없어서 또는 경비가 없어서 등등의 현실적인 이유로 현재로서는 사용할 수 없는 경우, 또는 단지 논리적으로만 가능할 뿐이지 현실적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경우들도 있을 수 있다. '사용 가능한' 증거들을 모두 사용해야 한다는 기준에 이러한 비현실적인 경우들까지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이 기준이 요구하는 바는 다만 적합한 준거집합을 찾기 위해선 합당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 현실적으로 충분히 사용 가능한 증거인데도 부주의나 게으름 또는 편견으로 인하여 사용하지 않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는 것, 더 나아가 확실히 그 관련성이 밝혀진 증거를 어떤 특정의 이유나 목적 때문에 의도적으로 놓쳐버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일 뿐이다.
 가능한 모든 증거들을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은 통계적 삼단논법뿐만 아니라 모든 다른 형태의 귀납논변에도 공히 적용된다. 준거집합을 언급할 필요가 없는 귀납논변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결론의 진위여부에 영향을 줄 증거는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조건은 여전히 유효하다. 논변자가 자신이 내리고자 하는 결론을 미리 정해 놓고 그 결론에 불리한 증가들은 무시해버리고 우리한 증거들만 가지고 논변을 한다면 이는 논리적이고 비판적인 논변형태라 할 수 없다,. 위의 기준은 바로 이를 막기 위한 일반적인 제약이라 할 수 있다.
 
 2)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
 통계적 삼단논법이 권위에 호소하는 논변(Arguments from Authority)의 성격을 띨 수도 있다. 논변을 할 때 자신의 주장을 지지해 줄 직접적인 증거를 제시하는 대신에 관련된 분야의 권위자가 한 말에 호소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권위에 호소하는 통계적 삼단논법은 다음과 같은 형식을 띨 것이다.

     문제 P에 관해서 전문가 e가 하는 말의 대부분은 옳다.
     e가 P에 관해서 s를 말한다.
     따라서 s는 옳다.

 이러한 형식의 논변이 강한 귀납이 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관련 분야의 전문가나 권위자가 한 말은 대개의 경우 옳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항상 옳지만은 않다는 데에 있다. 전문가나 권위자의 말에 호소하는 일이 오류에 빠질 위험성은 항상 있다. 권위에 호소하는 논변이 정당한 것인지 아니면 오류에 빠졌는지를 가려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인용되고 있는 권위가 문제의 분야에서 정말 권위인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다고 판단되면 오류에 해당된다. 진부하긴 하지만 대표적인 역사적 예로서 중세 천문학에 관한 문제를 교회의 권위에 의거하여 해결하려 한 것이라든지, 구 소련에서 다윈의 진화론을 공산당의 권위로 배격한 것 등은 모두 이러한 오류에 해당된다. 
 두 번째로 논변의 주제가 꼭 전문가의 의견이나 지식에 호소해야만 하는 성질의 것인지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흔히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꼭 전문가나 권위자에 호소해야 되는 것처럼 여기는 수가 많다. 이 경우를 반드시 오류라고 볼 수는 없으나 무조건 권위에 호소해서 주장을 펴려는 태도에도 문제는 있다.
 세 번째로 고려해 보아야 할 점은 논변의 주제가 전문가나 권위자의 의견에 호소해서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인 가이다. 전문가들도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한 류의 문제는 아닌지, 그런데도 불구하고 일부 전문가의 의견만 참인 양 여기는 것은 아닌지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네 번째로 전문가나 권위자의 의견이 올바르게 인용되고 사용되었는지도 따져 볼 일이다. 믿을 수 있는 전문가의 견해일지라도 논변자가 자신의 입장을 더 그럴듯하게 보이게 하기 위하여 전문가의 견해를 각색하거나 수정하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고려할 사항이 더 있겠으나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도대체 왜 권위에 호소해야 하는 지이다. 논변을 할 때 자신의 주장을 더 강하게 보이기 위하여 전문가의 권위에 기대려는 심리는 충분히 있을 수 있고 또 이해할 수 있는 일이나, 여기서 경계해야 할 점은 권위에 호소하는 일이 많을수록 논변의 힘은 대체적으로 더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앞에서도 지적한 바처럼 그렇다고 권위에 호소하는 논변이 모두 잘못된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모두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면 이것 역시 또 하나의 오류이다. 권위에 호소하여 어떤 주장을 펴려는 이유가 그 주장에 합리적 근거가 없기 때문만은 아니다. 말하자면 문제의 주장에 합리적 근거가 있어도 그것을 굳이 말할 필요가 없거나 아니면 그 주장에 무게를 더 주기 위해서(사실은 심리적인 효과 밖이 없는데) 등등의 여러 실천적인 목적으로 권위에 호소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3) 인신공격형 오류
 인신공격형 논변(앞  참조)이란 어떤 주장이 특정의 인물이 주장한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거짓이라고 논하는 논변이다. 인신공격형 논변은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논변형태인데 특히 법정에서 변호인이 반대편 증인의 신뢰성을 공격할 때 자주 사용된다. 이러한 유형의 논변이 대체적으로 오류임은 이미 앞에서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통계적 삼단논법의 형식을 취한다면 일단 문제는 없어 보인다.

     어떤 개인 a가 어떤 문제 S에 관하여 한 말은 대부분 거짓이다.
     a는 S에 관하여 p를 말한다.
     따라서 p는 거짓이다.

이 형식의 논변에 형식상으로는 하자가 없어 보이지만 문제는 현실적으로 어떤 문제에 관하여 거의 항상 거짓말만 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선 '거의 항상 거짓말을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질 때도 있다. 앞에서 언급한 법정에서도 그러한 말이 설득력을 가질 수가 있고, 이윤만 챙기려는 기업의 광고나 홍보, 정치적 이득만을 고려한다던가 재벌의 이권만을 대변하는 정상배들의 발언, 사이비 과학자들의 주장 등도 이에 속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들은 특수한 경우들이고 일반적으로는 '거의 항상 거짓말만 한다'는 경우가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위 형식의 논변이 오류에 빠지기 쉽다. 앞에서 언급한대로 어떤 문제에 관해서 항상 거짓말만 한다는 대전제가 설득력을 가질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대전제의 주장이 의문시된다면 위 형식의 논변은 오류가 된다. 사실 그러한 주장이 의문시되는 경우가 더 일반적이다. 즉 위와 같은 논변이 인신공격형 오류가 되는 경우가 더 일반적이다. 
 이 오류의 가장 흔한 형태는 어떤 주장을 그 주장을 하는 사람이 싫다는 이유만으로 공격하는 경우이다. 사람이 싫은 이유도 여러 가지일 것이다. 그 사람의 평소 습관이나 성격 때문에, 그 사람의 평소 생각 때문에,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종교 때문에, 그 사람이 속해 있는 어떤 단체 때문에, 또는 그 사람이 특정의 인종이므로, 심지어는 그 사람의 모습이나 입은 옷 때문에 등등. 이러한 사항들이 어떤 주장의 옳고 그름과는 아무런 논리적 연관성도 가지지 않을 것임은 물론이다.
 인신공격형 논변이 오류가 되는 또 다른 경우는 우리가 결론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믿고 싶어할 때 일어난다. 어떤 사람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아무런 근거도 발견되지 않는데도 그 주장을 부인하고자 할 때 우리는 종종 그 주장 자체를 문제삼기  보다는 그 주장을 한 사람의 성격이나 자질을 문제삼는 수가 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어떤 주장이 믿을 만 한 것인지, 그 주장을 받쳐주는 논변이 얼마나 공고한지 보다는 그 주장을 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존경할만한 사람인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 인신공격형 논변이 쉽게 오류에 빠지는 이유도 이와 연관된다.
 인신공격형 논변이 한 사람의 성격을 공격할 때 이를 '학대증 인신공격'(abusive as hominem)이라 부르고, 공격이 사람 자체로 향하지 않고 그 사람이 처해 있는 정황(그 사람이 속한 종교, 인종, 단체 등)으로 향할 때 이를 '정황적 인신공격'(circumstantial ad hominem)이라 부른다.
 '너 또한!'(tu quoque)이라 부르는 형태의 인신공격도 있다. 이는 논변자가 비판받고 있는 사람과 유사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그 논변자의 주장을 공격하는 경우이다. 이러한 형태의 논변은 거의 항상 오류이다.
 
 4) 의견일치논변의 오류
 모든 또는 대개의 사람들이 그렇게 믿는다 (또는 믿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어떤 주장이 옳다고 (또는 그르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의견일치논변'(Arguments from Consensus)이란 이러한 생각을 대변하는 논변이다. 이 논변이 '모든' 사람이 아니라 '대개의' 사람들이 그렇게 믿는다는 점을 전제로 삼을 경우 다음과 같은 통계적 삼단논법의 형식이 된다.

    대개의 사람들이 문제 S에 관한 어떤 주장에 동의할 때 그 주장은 참이다.
    p는 S에 관하여 대개의 사람들이 동의하는 주장이다.
    따라서 p는 참이다. 

 이러한 형식의 논변이 문제가 없는 경우도 물론 있겠지만 잘못될 경우는 더 많다. 이 형식의 논변이 분명히 잘못되었다고 판단되는 경우는 두 번째의 전제가 의심스러울 때이다. 어떤 주장이 대개의 사람들이 동의하는 주장인지 아닌지 판가름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상식에 호소하여 판가름하는 것이 보통일 터인데 문제는 상식이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데에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도 대개의 사람들이 동의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주장이라 판단되는데도 논변자가 그렇게 가정한다면 이는 분명히 잘못된 논변이 된다. 상품광고 같은 데서 그러한 잘못의 전형적인 예를 찾아 볼 수 있다. 사실확인은 접어둔 채 대개의 사람들이 특정의 상품을 좋아한다는 전제 하에 그 상품을 사기를 권고한다면 이는 바로 잘못된 의견일치논변의 경우에 해당된다.
 첫째 전제에도 문제는 있다. 대개의 사람들이 동의하는 주장이 참이라는 전제가 참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려면 고려해 보아야 할 사항이 몇 가지 있다. 우선 도대체 어떤 주장의 참 여부가 대개의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수 있는 성격의 것인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반드시 사람들의 생각이 어떤지 물어 볼 필요가 있는지, 또 대개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하더라도 바로 그 사실 하나만으로 문제의 주장이 참이라고 할 수 있는지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어떤 주장에 대한 '대개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근거가 옳다하더라도 많은 경우 그 보다는 더 나은 근거가 있게 마련이다.
 그렇게 때문에 의견일치논변은 잘못된 논변, 즉 오류일 수가 많다. 오류가 아니라 할지라도 논변의 힘은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이 형식의 논변이 이외로 많이 사용되는데 이는 아마도 어렵지 않게 논변을 구성할 수 있다는 편의상의 이유 때문일 것이다. 문제가 되는 주장이 상당한 중요성을 가진 주장이라면 대개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근거는 엄밀한 의미에서는 근거가 될 수 없고 다만 그 주장에 힘을 좀 더 실어주는 보조적인 역할만을 할 뿐이다. 그 주장이 옳다면 더 나은, 논리적으로 더 공고하고 엄밀한 근거가 따로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별다른 합리적인 근거가 없어서 오직 사람들의 일치된 견해에만 메 달릴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판례에만 근거하여 어떤 사건을 재판하는 경우라든지 공중도덕의 위반여부를 가리는 경우 등이 그러한 예에 해당된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들이 의견일치논변에 정확히 해당되는지는 구체적인 상황과 함께 따져 보아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연습문제 1 

다음의 논증들을 재구성해라. 각각의 논증 형태를 확인하고, 그것이 오류인지 판단해라. 논증을 평가하기 위해 부가적인 배경 지식이 요구되는지 논의해라. 

1. 전 백악관 참모이고, 위증죄로 기소된 찰스 콜슨은 CIA가 워터게이트 도청을 미리 알고 있었다고 비난했다. 콜슨의 비난을 언급하면서, 전 CIA국장 윌리엄 콜비는 "그의 신뢰성의 상실은 그의 주장에 어떤 중요성도 부여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찰스 콜슨은 워터게이트 도청과 관련하여 위증죄를 선고받았다]

답: 
   콜슨은 CIA가 워터게이트 도청을 미리 알고 있었다고 말한다. 
   콜슨이 워터게이트 도청에 관련하여 말한 대부분의 것은 거짓이다. 
   그러므로 CIA가 워터게이트 도청을 미리 알고 알고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 논증은 사람에 반대하는 논증(abusive ad hominem)이다. 그 사건에서 콜슨이 위증했다는 배경 지식이 주어졌을 때, 이 논증은 합당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2. 많은 죄수들은 교도소의 환경이 비위생적이라고 불평한다. 그러나 죄수들은 범법자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의 주장의 참을 정당하게 거부할 수 있다. 

답:
    많은 죄수들은 교도소의 환경이 비위생적이라고 불평한다. 
    죄수들이 교도소의 환경에 관하여 말한 것의 대부분은 거짓이다. 
    그러므로, 교도소의 환경은 비위생적이지 않다. 

이것은 사람에 반대하는 논증(circumstantial ad hominem)이다. 그러나 죄수들이 교도소의 생활 환경에 대해 정직하지 않다고 믿을 이유가 없으므로, 이 논증은 오류이다. 재구성된 논증에서 두 번째 전제는 지지될 수 없다. 

5.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리화나를 피는 것은 건강에 해롭다고 믿는다. 그러므로 마리화나늘 피는 것은 건강에 해롭다. 

답: 이 이 논증은 합의로부터의 오류 논증이다. 마리화나를 피는 결과에 관한 "대부분의 사람들"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V. 유비논법
 
 1. 유비논법의 형식
 세상에는 유사한 것들이 많다. 말도 유사한 것들이 있고, 사물에도 유사한 것들이 있다. '유비'(analogy)란 유사한 것들 간의 직접적인 비교를 말한다. 유비의 용도는 여러 가지이다. 예컨대 어떤 특정의 유사성에 주목하도록 함으로써 일상의 세계를 일상적인 시각이 아닌 다른 시각으로도 볼 수 있음을 말하기 위해서도 유비가 사용된다. 문학, 특히 시 같은 데서 흔히 사용되는 유비가 그러한 경우에 속할 것이다. 또 과학일반에서 많이 이용되는 소위 '모델이론'(Model Theory)이라는 것도 원형(原型)과 유사한 모형(模型)을 개발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유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유비가 논변에도 사용될 수 있다. 유비를 사용한 논변을 '유비논법'(Arguments from Analogy)이라 부른다. 유비논법은 특히 주어진 논변이 연역적으로 타당하지 않음을 보이기 위한 한 효과적인 방법으로 자주 사용된다. 즉 주어진 논변과 동일한 형식을 가지면서도 전제들은 모두 참인데 그 결론은 분명히 거짓인 부당한 제 2의 논변을 구성해 보임으로써 동일한 형식의 원래 논변도 부당함을 증명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유비논법은 주로 주어진 논변을 비판하는 데 사용되는 논법이고, 남의 논변을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고 어떤 유사성에 근거하여 자신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펴고자 할 때 사용되는 논법도 '유비논법'이라 불린다. 이를테면 동물실험에 근거하여 그것과 유사하다고 판단되는 인간에게도 그 실험의 결과가 적용될 수 있다는 의학적 주장들은 바로 이러한 유비논법에 의한 것들이라 할 수 있다. 또 판례에 의존하여 내리는 법적 판단, 행위의 유사성에 근거하여 내리는 도덕적 판단 등도 유비논법에 해당된다. 또한 한 개인의 성격이나 능력 등을 가늠하는 데에도 유비논법이 종종 사용된다. 예컨대 어떤 정치인이 그가 예전에 지금과 비슷한 상황에서 별 책임감 없이 행동했다는 전력을 근거로 하여 특정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희망, 욕망, 두려움과 같은 감정과 관련하여서도 유비논법이 사용될 수 있다. 그가 지금 처한 상황이 이전에 내가 처했던 상황과 유사하기 때문에 그 상황에서 내가 느꼈던 두려움 또는 기쁨을 그도 느낄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로서의 유비논법에는 다양한 형식이 있으나 그 기본적인 형식은 다음과 같다.

    X 와 같은 형태의 대상들은 F, G, H 등의 성질들을 가지고 있다.
    Y와 같은 형태의 대상들은 F, G, H 외에도 Z라는 성질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X와 같은 형태의 대상들도 Z를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은 형식의 논변이 연역논변이 아님은 분명하다. 결론이 전제들로부터 필연적으로 도출된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Y가 Z라는 성질을 가지고 있음은 관찰되었지만 X가 Z를 가지고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단지 유비적으로 추론되었을 따름이다. 따라서 전제가 모두 참이라고 하더라도 결론은 거짓일 수가 있다.
 
 2. 유비논법의 강도
 유비논법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는 있지만 사실은 다른 귀납논변 보다는 약한 편이다. 유비논법의 결론의 근거가 되는 유사성이라는 개념은 대표적으로 불분명한 개념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미국 대통령이었던 레이건은 니카라구아의 콘트라 반군을 지원할 의회 지원금 요청 연설에서 콘트라 반군들을 미국의 독립전쟁에서 싸웠던 애국자들에 비유하였다. 그런 반면 콘트라 반군을 지원하는 데 반대하는 어느 상원의원은 니카라구아의 사태를 베트남 전쟁에 비유하였다. 여기서 이 두 비유는 모두 논변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즉 레이건 대통령은 니카라구아 사태가 미국 독립전쟁과 유사하다는 근거로 의회가 지원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고, 반대로 상원의원은 그 사태가 베트남 전쟁과 유사하니 지원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두 주장은 다음과 같은 논변에 의거하고 있다.

   레이건: 상황 S에서 할 수 있는 옳은 일은 A를 수행하는 것이었다.
           상황 T는 상황 S와 유사하다.
           따라서 T에서 할 수 있는 옳은 일은 A를 수행하는 것이다.

   상원의원: 상황 S'에서 옳지 않은 일은 A를 수행하는 것이었다.
             상황 T는 상황 S'과 유사하다.
             따라서 T에서 옳지 않은 일은 A를 수행하는 것이다.

 이 두 논변은 모두 강해 보인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게 강한 논변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두 논변 모두 상황간의 유사성에 근거하여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동일한 상황에서 한 쪽은 A를 수행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고 다른 쪽은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서로 정반대의 결론이 나오게 된 것은 결정적으로 상황간의 유사성을 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 쪽은 문제의 상황 T가 S와 유사하다고 보고, 다른 쪽은 S가 아니라 S'과 유사하다고 본다. 따라서 어느 쪽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는지는 T가 S와 유사하다는 말이 맞는지 아니면 T가 S'과 유사하다는 말이 맞는지에 달려 있다. 그러나 실은 그 두 말 중에 어느 쪽이 맞는지를 판단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두 쪽이 다 맞을 수도 있고 다 틀릴 수도 있다. '유사하다'는 말만큼 불분명한 개념도 드물기 때문이다. 너무나 불분명하여 모든 것은 모든 것과 어떤 면에서건 유사하다고도 할 수 있을 정도이다. 따라서 위의 두 주장이 모두 언뜻 보아서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은 그 근거들이 그렇게 단단한 편은 못된다.
 유비논법의 이러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비유가 가지는 심리적 설득력 때문에 매우 자주 그리고 널리 사용된다. 물론 그 중에는 강한 귀납으로 여길 수 있는 것들도 있다. 특히 자연종(natural kinds)의 유사성에 근거한 유비논변들은 심리적으로는 물론 논리적으로도 설득력이 있다. 예컨대 옻나무에서 옻이 옮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자신이 경험하였던 그 옻나무와 유사한 나무를 보고 "이 나무를 만지면 옻이 옮을 것이다"라고 추리한다던가, 불에 데인 경험이 있는 아이가 또 불을 보면 가까이 가지 않으려 한다던가 하는 경우는 모두 강한 귀납이라 볼 수 있다.
 위의 예에서 이미 암시되었다시피 사실 강한 유비논변에는 암암리에 귀납적 일반화가 숨어 있다. 어떤 나무를 보고 옻이 오를 것이라는 추리에는 이러 저러한 나무는 모두 옻을 옮긴다는 귀납적으로 일반화된 믿음을 전제되고 있고, 불을 보면서 가까이 가면 안되겠다는 생각에도 불 같이 생긴 모든 것은 가까이 가면 통증이 생긴다는 일반화된 믿음이 깔려 있다. 이 숨겨진 귀납적 일반화까지 들추어내어 유비논법의 형식을 말한다면 다음과 같다.

      어떤 부류의 대상들은 거의가 다 F라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 대상 a는 위의 부류에 속하는 대상이다.
      따라서 a도 F를 가지고 있다.

 유비논변이 얼마나 강한지는 전제에서 언급되는 유사성이 얼마나 강한지, 그리고 그것이 결론에서 언급되는 유사성과 얼마나 연관이 되는지에 달려 있다. 어떤 약물이 쥐에게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는 실험 결과를 토대로 그 약물이 인간에게도 유사한 해로움을 끼칠 것이라고 결론짓는다면 이것도 일종의 유비논변이다. 인간과 쥐 사이에 생리적 유사성이 있다는 전제가 이 논변에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제에서 말해지는 유사성은 결론에서 언급되는 유사성과 상당한 연관성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유사한 생리적 특징들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동일한 약물이 두 경우 유사한 생리적 결과를 산출할지 아닐지 하는 문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전제에서 말해지는 유사성이 얼마나 강한 것이냐에 있다. 즉 인간과 쥐가 많은 점에서 유사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유사성이 약물반응과 같은 구체적인 문제와 관련하여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지는 따져 보아야 할 일이다. 인간과 쥐 사이에는 유사점 못지 않게 차이점도 많다. 우선 종적으로도 다르다. 이 차이점들 중에는 문제의 약물투여의 결과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는 것들도 있을지 모른다. 전제에서 언급되는 유사점이 많을수록 논변은 강해지겠지만 반대로 언급 안 되는 차이점이 많다면 논변은 그만큼 약해질 수밖에   없다.
 유비논변의 강도를 가늠할 수 있는 또 다른 척도는 전제에서 사례들이 얼마나 많이, 그리고 얼마나 다양하게 언급되고 있느냐이다. 다시 말하여 유비를 허용하는 사례들의 크기와 다양성이 어느 정도인지도 그 유비에 근거한 논변이 얼마나 강한지를 판가름해줄 수 있게 한다. 사례들의 범위가 크고 그 종류가 다양할수록 어떤 유사성이 관련되는지가 더 쉽게 파악될 수 있다. 전제에서의 유사성과 결론에서의 유사성이 이 경우와는 다른 다양한 상황에서도 함께 성립한다면 양자의 관계가 단순히 우연적인 관계만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예컨대 앞에서 말한 쥐에 대한 약물실험이 쥐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동물에게도 이루어져 유사한 결과를 얻는다면 그 약물이 인간에게도 비슷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결론은 더 강해질 수 있다. 즉 그 약물과 그로 인한 생체 내의 변화간에는 단순한 우연적인 관계가 아니라 그것보다는 더 강한, 이를테면 인과관계 같은 것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도 가능해진다. 인과관계란 어떤 것인지, 그리고 이에 근거한 논변, 즉 인과논변은 어떤 구조를 띤 것인가에 관해서는 다음 장에서 서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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