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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 2/논리학

제6장 연역 추리 : 조건적 논증

by FraisGout 2020. 5. 11.

I. 연역 논증의 속성 : 타당성과 논리 형식의 중요성
II. 조건문 
1. 조건문의 구조
2. 조건문의 진리
III. 조건적 논증
1. 전건긍정
2. 후건부정법
3. 조건적 논증에서 진술되지 않은 전제들
IV. 조건적 논증에 얽힌 오류들
1. 오류 논증 형식들
2. 오류 논증들
V. 복습


I. 연역 논증의 속성 : 타당성과 논리 형식의 중요성

올바른 연역 논증의 특징은 진리를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연역 논증은 전제들이 모두 참이면 결론 또한 참이어야 한다. 어떤 논증이 진리 보존적일 때 우리는 그것을 타당한 연역 논증이라고 부른다. 엄밀히 말해, 우리가 연역 논증을 진리 보존적인 논증이라 정의하면 모든 연역 논증은 타당한 논증이 될 것이다. 그러나 어떤 논리학자들은 연역 논증을 두 가지로, 즉 진리 보존적 또는 타당한 논증과 진리를 보존하지 못하나 타당하다고 주장되는 논증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이처럼 타당하다고 주장되지만 실제로는 진리 보존적이 아닌 논증을 부당한 연역 논증이라 부른다.
일상 언어에서 "타당하다"는 용어는 다양하게 사용된다. 우리는 종종 사람들이 타당한 믿음, 타당한 근거, 타당한 주장 등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듣게 된다. 그러나 논리학을 공부할 때 "타당하다"와 "타당성"은 연역 논증의 진리 보존적 성격을 가리키는 데 사용된다. 연역논리학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는 타당성의 본성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래서 논리학자들은 타당성이 논증의 여타 속성들과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밝히려고 노력하며, 다양한 형태의 논증이 타당한지 아닌지를 검사하는 방법을 발전시키고자 노력한다.
비록 "타당성"이 연역 논증의 진리 보존적 성격을 가리키지만 논증의 전제들이나 결론이 참이 아니라 하더라도 타당한 논증일 수 있다. 다시 말해 논증은 그것이 보존되어야 할 진리를 전혀 포함하고 있지 않더라도, 즉 그것의 전제들과 결론이 모두 거짓이라 하더라도 여전히 진리 보존적일 수 있다. 왜냐하면 한 논증이 타당하다고 말하는 것은 그것의 전제들이 실제로 참인지 아닌지 하고는 상관없이 만약 전제들이 모두 참이면 그것의 결론 역시 참이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타당성의 정의에 따르면 전제들이 모두 참이면서 결론이 거짓인 타당한 논증을 구성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나 타당한 논증은 거짓인 전제(들)나 결론을 포함할 수는 있다. 이를테면 다음 논증이 그러하다:

(1)           모든 포유류는 날 수 없다.   (거짓 전제 ; 박쥐)
              모든 개는 포유류이다.       (참인 전제)
                -----------------------
              모든 개는 날 수 없다.       (참인 결론)

또한 전제들과 결론이 모두 거짓인 타당한 논증도 있다:

(2)           모든 포유류는 날 수 없다.    
              모든 새는 포유류이다.        
                -------------------------
              모든 새는 날 수 없다.         

위에서 논증 (1)과 (2)를 제시하면서 그것들이 타당하다는 것은 증명되지 않았다. 여기서 우리는 그 논증들의 전제들이 참이면 그 결론 또한 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직관적인 능력에 의존하고 있다. 나중에 우리는 그 논증들이 타당하다는 것까지 증명할 것이다. 
만약 우리가 어떤 이에게 우리의 결론이 참이라는 것을 설득하려고 연역 논증을 제시한다면 우리는 그 논증이 타당할 뿐만 아니라 참인 전제들을 갖기를 원할 것이다. 이처럼 전제가 모두 참인 타당한 논증을 "건전한 논증"이라 부른다. 건전성은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논증의 중요한 속성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역 논리학의 관심은 전제들의 참보다는 오히려 타당성이라는 속성에 집중되어 있다.
일상생활에서조차 우리는 전제들의 참과는 별도로 논증의 타당성에 관심을 갖곤 한다. 때때로 우리는 모두 참은 아닌 여러 전제들의 귀결(연역적으로 따라나오는 결론)들을 찾아내고 자 한다. 우리는 만약 A와 B가 참이라면 무엇이 따라나올지, 아니면 A는 참인데 B가 참이 아니면 무엇이 따라나올지 자문해 보기도 한다. 또한 문장들의 귀결을 확인하고자 하지만 그 논증이 구성된 당시에는 그 문장들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결정할 방도가 없는 경우도 종종 있다. 만약 우리가 어떤 전제들이 참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그것들로부터 어떤 거짓인 결론이 연역적으로 따라나온다는 것을 안다면 타당성의 정의에 의해 우리는 그 전제들 가운데 적어도 하나는 거짓임에 틀림없다고 말할 수 있다.
연역 논증의 타당성은 그것의 논리적 형식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그래서 논리학자들은 연역적으로 타당한 논증은 모두 어떤 타당한 논증 형식의 사례인 까닭에 그러한 속성을 갖는다는 입장을 취한다. 
앞에서 우리는 귀납 논증의 다양한 형태들을 검토했었다: 유비 추리, 귀납적 일반화, 그리고 통계적 삼단논법 등. 어떤 논증의 형식 또는 구조란 그것의 특정한 주제나 내용과는 상관없이 그 논증이 갖는 논리적 특징을 일컫는다. 이를테면 통계적 삼단논법은 두 개의 전제들로 이루어진다: 준거집합(reference class)과 귀속집합(attribute class)을 연관짓는 통계적 일반화 문장과 주어진 개체가 준거집합의 원소라고 말하는 단칭 문장. 통계적 삼단논법의 결론은 전제에서 언급된 개체를 귀속집합에 포함시키는 또 하나의 단칭 문장이다. (이를 기호로 표현하면, "F의 X 퍼센트(%)는 G이다. a는 F이다. 그러므로 a는 G이다.") 앞에 나온 연역 논증 (1)과 (2)는 집합 항(class term)을 나타내는 기호들을 써서 다음과 같은 일반적인 형태로 표현될 수 있다:

                             모든 F는 G가 아니다.
                             모든 H는 F이다.
                             --------------------
                             모든 H는 G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논증의 타당성은 그것의 형식에 엄격히 의존하기 때문에 귀납 논증을 평가하는 것보다는 연역 논증을 평가하는 게 보다 수월하다. 우리가 귀납 논증을 평가하고자 할 때는 그것의 논증 형식은 물론이고 그 논증의 강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온갖 배경 정보들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를테면 우리는 표본의 크기가 적절한가, 편견의 개입은 없는가, 유비는 적절한가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을 살펴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다음에 전제들이 결론을 지지하는지, 그리고 지지한다면 얼마나 강하게 지지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연역 논증을 평가할 때는 암묵적인 전제들을 진술하는 데 필요한 정보 이상의 어떠한 배경정보도 고려할 필요가 없다. 어떤 논증이 타당한 논증 형식의 사례이면 그 논증은 타당하다. 또한 올바른 귀납 논증에서 강도가 문제되는 것과는 달리 타당성은 강도가 문제되지 않는다. 즉 모든 논증은 타당하던가 아니면 타당하지 않던가 둘 중에 하나이다. 타당성의 정도란 없다.
다음 절에서는 조건문이 무엇인지, 타당한 조건적 논증의 공통된 형식이 무엇인지, 어떤 논증이 타당한 논증 형식의 사례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연역적 논증 형식과 관련된 오류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을 살펴볼 것이다.

II. 조건문 

조건적 논증이란 전제나 결론(또는 둘 다)에 조건문을 포함하는 논증을 말한다. 이러한 논증들을 살펴보기 전에 조건문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조건문은 어떤 주장의 진리가 다른 주장의 진리에 의존한다(조건적이다)고 말하고자 할 때 사용된다:

1. 만약 내가 공부하면, 나는 그 시험에 합격할 것이다. 
2. 세리는 슬럼프에서 벗어날 것이다, 그녀가 열심히 연습하는 경우에.
3. 누군가 찬호에게 주문하지 않았다면, 그는 커브를 던지지 않았을 것이다.
4. 조심하지 않으면, 난간에서 추락한다.

1. 조건문의 구조

위와 같은 조건문은 그 부분에 또 다른 문장을 포함하고 있는 복합 문장들이다. 복합 문장이 아닌 문장은 단순 문장이라고 한다. 조건문은 적어도 두 개의 문장으로 이루어진다: 조건을 진술하는 문장과 다른 하나는 그 조건에 의존하는 문장. 논리학자들은 조건을 진술하는 문장을 전건이라 부르고 그것에 의존하는 문장을 후건이라 부른다. 전건과 후건은 그것들 자체로 복합 문장인 경우도 있지만 우선 그것들이 단순 문장인 경우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예문 (1)에서 전건은 "내가 공부한다"이고 후건은 "나는 그 시험에 합격할 것이다"이다. (2)에서 전건은 "그녀가 열심히 연습한다"이고 후건은 "세리는 슬럼프에서 벗어날 것이다"이다. (3)에서 전건은 "누군가 찬호에게 주문하지 않았다"이고 후건은 "그는 커브를 던지지 않았을 것이다"이다. (4)에서 전건은 "(네가) 조심하지 않는다"이고 후건은 "(너는) 난간에서 추락한다"이다.
위의 예문들만 봐도 조건문이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우선 과거, 현재, 미래의 여러 시제로 표현되고 직설법과 가정법도 사용되었다. 주어진 문장이 조건문임을 지시해 주는 용어도 다양하다: "만약 ... 이면,"  "... 인 경우에"  "... 하지 않으면" 등. 또 예문 (2)에서처럼 후건이 전건 앞에 오는 경우도 있다. 주로 일상 언어에서 접하게 되는 가정법은 만에 하나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다른 일이 일어났을 것이라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다. 이러한 가정법적 조건문을 반사실적 조건문이라 부른다.
논증의 타당성은 그것의 형식에 달려있고 다시 논증의 형식은 다소간 그 전제들과 결론을 이루는 문장들의 형식 내지 구조에 달려있으므로 논리학자들은 어떤 표준적인 방식으로 조건문의 형식을 표현하는 데 관심을 기울인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 논리학자들은 일상 언어로 조건문을 표현하는 다양한 방식과 관련된 미묘한 수사학적 특징들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논증을 연구하는 데 명료성과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논리학자들은 표준적인 방식을 정교하게 만드는 데 힘쓴다. 
논리학자에게는 조건문의 어느 문장이 전건이고 어느 문장이 후건인지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보편적 일반화(3장)에서 집합들간의 관계가 중요한 관계이듯이 조건문에서는 전건과 후건의 관계가 핵심적인 논리적 관계가 된다. 논증에 등장하는 조건문들이 "만약 (전건)이면, (후건)"과 같은 표준적인 방식으로 표현될 때 그것들의 형식은 아주 분명해진다. 이러한 표현 방식 덕분에 우리는 조건적 논증의 구조를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예문 (2)를 다음과 같이 표준적인 방식으로 다시 표현할 수 있다(나머지 예문들은 이미 표준적인 방식으로 표현되어 있다): 

2. 만약 세리가 열심히 연습한다면, 그녀는 슬럼프에서 벗어날 것이다.

위의 예문들에 쓰인 것들을 제외하고도 조건문임을 지시하기 위해 사용되는 다양한 표현들이 있다:

1. 캥거루를 볼 때마다 나는 뛴다. (만약 내가 캥거루를 보면 나는 뛴다.)
2. 캥거루를 볼 때만 나는 뛴다. (만약 내가 캥거루를 보지 않으면 나는 뛰지 않는다){{) 이것은 [1]과 다르며 오히려 "만약 내가 뛰면 나는 캥거루를 본 것이다."와 같은 것임에 주의하라.
}}
3. 내가 뛰기 위한 충분조건은 내가 캥거루를 보는 것이다. (역시 [1]과 같다)
4. 내가 뛰기 위한 필요조건은 내가 캥거루를 보는 것이다. ([2]와 같다)
5. 캥거루를 보지 않으면 나는 뛰지 않는다. (역시 [2]와 같다)

2. 조건문의 진리

일상 언어에서 조건문은 전건과 후건 사이의 다양한 관계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다. 이를테면 "만약 세리가 열심히 연습한다면, 그녀는 슬럼프에서 벗어날 것이다."라는 조건문은 세리가 열심히 연습하는 것과 그녀가 슬럼프에서 벗어나는 것 사이의 인과관계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다. 이외에도 조건문은 "2에 2를 더하면 4가 된다"라든지 "돌고래가 수중생물이면 돌고래는 물에서 산다"에서처럼 논리적 또는 정의적(definitional) 관계를 표현하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인과적 조건문이 참이기 위해서는 전건에서 기술된 상황과 후건에서 기술된 상황 사이에 실제로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만약 어떤 조건문이 논리적 또는 정의상의 관계를 표현하려고 사용되었다면 전건과 후건 사이에 그러한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 한 참인 것으로 간주되지 않을 것이다.
일상 언어에서 가끔씩 사용되는 또 다른 종류의 조건문으로 실질적 조건문이라는 것이 있다. 실질적 조건문의 예에는 "내 말이 거짓말이면, 내가 네 아들이다.", "만약 목성에 인간이 산다면 우리 증조할머니는 우주비행사이셨다." 등이 있다. 여기에는 전건과 후건 간에 분명 어떠한 인과적, 논리적 연관성도 없다. 그 문장의 요지는 전건이 거짓이라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그것은 단호하게 또는 유머 있게 "내 말이 거짓말이 아니다" 또는 "목성에 인간이 살지 않는다"고 말하는 한 가지 방식인 것이다. 
가끔 우리는 전건이 참이든 거짓이든 후건이 참이기 때문에 후건의 진리가 전건의 진리에 실제로 전혀 의존하지 않는 조건문들도 접하게 된다:

          만약 조훈현이 계속 담배를 피운다면 그는 언젠가는 죽을 것이다.

조훈현은 담배를 계속 피우면 조금 일찍 죽을 수도 있지만 계속 담배를 피우건 피우지 않건 언젠가는 죽을 것이다.
이러한 실질적 조건문은 비록 일상 언어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지만 우리는 실질적 조건문이 어느 경우에 참 또는 거짓이 되는가를 검토함으로써 타당한 논증에서 조건문이 수행하는 역할에 관해 논리적으로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실질적 조건문에서 요소 문장들을 연결하는 "만약 ... 이면"은 진리함수적 연결사라 불린다. 이 말은 전체 문장의 진리값이 요소 문장들의 진리값에 의해 완전히 결정된다는 것을 뜻한다. 실질적 조건문이 거짓이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오직 그것의 전건은 참인데 후건이 거짓인 경우뿐이다. 이러한 까닭으로 "만약 목성에 인간이 산다면 우리 증조할머니는 우주비행사이셨다."라는 조건문이 "목성에 인간이 살지 않는다"가 거짓이라고 이야기하기 위해 사용될 수 있는 것이다. 그 조건문의 후건("우리 증조할머니는 우주비행사이셨다")은 명백히 거짓이다. 그런데 전체 조건문은 참인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만약 전건이 참이라면 그 조건문은 거짓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전건이 참이고 후건은 거짓이기 때문이다.
문장의 형식을 살펴볼 때 우리는 그것의 내용 즉 의미는 고려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우리는 단지 그 문장의 주어와 술어 사이 또는 복합 문장을 이루는 여러 요소 문장들 사이의 논리적 관계에만 관심을 갖는다. 가령 "모든 F는 G이다"와 같은 일반화의 형식을 표현할 때 우리는 "F"와 "G"가 가리키는 용어들의 의미는 고려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만약 (전건)이면 (후건)"이라는 조건문의 형식을 표현할 때도 그것의 요소 문장들의 의미는 고려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그러한 내용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어떤 조건문이 인과적 조건문인지, 논리적 조건문인지, 아니면 실질적 조건문인지 알 수 있는 방도가 없다. 이것은 어떤 점에서 문제가 되지만 논리학자들의 관점에서는 모든 조건적 논증들의 타당성을 유사한 방식으로 다룰 수 있다는 장점도 된다. 
인과적 조건문과 정의적 조건문은 전건이 참이고 후건이 거짓이면 거짓이 된다는 점에서 실질적 조건문과 비슷하다. (예를 들어, "만약 성냥이 그어지면 불이 붙을 것이다"라는 인과적 조건문은 성냥이 그어졌는데 불이 붙지 않으면 거짓이 된다.) 그러나 실질적 조건문과는 달리 인과적 조건문은 전건과 후건이 모두 참이라고 해도 참이라 단정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인과적 조건문이 참이 되기 위해서는 전건과 후건 사이에 적절한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러한 관계가 실제로 성립한다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요소 문장들의 의미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세계에 대한 지식도 요구된다. 마찬가지로 정의적 조건문이 참이 되기 위해서는 전건의 의미와 후건의 의미 사이에 적절한 관계가 성립되어야 한다. 반사실적 조건문에서는 그것의 전건은 항상 거짓이며 만약 전건이 참이라면 반사실적 조건문이 아니게 된다는 좀 특별한 문제가 제기된다. 이러한 문제를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우리는 반사실적 조건문을 조건적 논증에 관한 논의에서 제외시킬 것이다.
조건적 논증의 타당성을 결정하기 위해 논리학자들은 요소 문장들의 의미와 같은 "논리외적(論理外的)" 문제들은 고려하지 않으며 오직 요소 문장들에 참 또는 거짓을 할당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들과 관련해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만을 검토한다. 
실질적 조건문의 전건과 후건 간의 진리함수적 관계는 이러한 요구에 매우 적합하며 조건적 논증의 연구를 단순화시켜 준다. 우리는 모든 조건문을 실질적 조건문으로 다루는 단순화된 체계에서 타당성과 논증의 구조에 관한 중요한 사항들을 배울 수 있다. 
이 말은 모든 조건문이 정말로 실질적 조건문이라는 것이 아니며 논리학자들에게 다른 종류의 조건문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뜻도 아니다. 그러나 실질적 조건문과 같은 진리함수적 연결사들의 논리에 의해 우리는 연역추리에 보다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다. 따라서 인과적 조건문과 관련된 논증들과 인과적 조건문의 복잡한 특징들을 다루는 논리체계는 입문서인 이 책의 범위를 넘는다. 
요컨대, 우리의 주된 목적이 논증의 타당성을 공부하는 것임을 상기한다면, 우리는 어떤 조건문에 대해 그것의 요소 부분들의 참, 거짓을 고려함으로써, 전체 조건문이 참 또는 거짓인 것으로 간주될 수 있는 일반적인 상황을 진술할 수 있다. 다음 진리표에서 볼 수 있듯이 오직 네 가지 가능성만이 있다.

                       전건        후건         조건문
   
                       참          참            참
                       참          거짓          거짓
                       거짓        참            참
                       거짓        거짓          참


< 연 습 문 제 > 

1. 다음 문장들을 표준적인 조건문의 형태("만약 (전건)이면, (후건)")로 다시 진술하라.
  가. 네가 숙제를 빠짐없이 할 때만 논리학 수업을 잘 따라 갈 수 있을 것이다.
  나. 네가 토큰을 내지 않는 한 너는 버스에 못 탈 것이다.
  다. 너는 나를 볼 때마다 얼굴이 빨개진다.
  라. 네가 면접시험을 본다는 조건 하에 너는 일자리를 얻을 것이다.
  마. 복잡함 없이는 인생은 따분할 것이다.
  바. 계속 직구를 던질 경우, 찬호는 컨디션이 좋지 않기 때문에 홈런을 맞을 것이다. 
  사. 네가 정말 시험에 통과하기를 원한다면 너는 시험에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아. 네가 평균 70점 이상 맞는 것은 졸업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자. 논리학 시험에 합격하는 것은 교사가 되기 위한 충분조건이다. 
  차. 네가 목숨에 연연하지 않을 경우에만 푸른 바다 속으로 뛰어든다. 
 
2. 다음 각 항목에서 "p"와 "q"는 조건문의 요소 문장을 나타낸다. "p"는 참인 문장, "q"는 거짓인 문장이라고 하자. 각 조건문을 표준적인 형태로 진술하고 그것이 참인지 거짓인지 결정하라. (앞의 진리표를 참고해도 좋다.)
 
  가. q이면 p이다.
  나. p이면 q이다.
  다. q이면 q이다.
  라. q, 만약 p이면.
  마. q라는 조건 하에 p.
  바. p일 때마다 q.
  사. p는 q이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아. q는 p이기 위한 충분조건이다.
  자. q가 아니면 p.
  차. q인 경우에만 p.      



III. 조건적 논증

이번 장에서는 가장 흔한 형태의 조건적 논증 두 가지를 살펴보기로 하자. 그 두 가지 논증은 모두 전제가 두 개인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조건문이다. 또한 그것의 결론은 조건문이 아니라는 것도 미리 알아두자.  


1. 전건긍정

만약 우리가 동해안까지 쉬지 않고 차를 몰고 간다면, 우리는 일출을 볼 수 있다.
우리는 동해안까지 쉬지 않고 차를 몰고 간다.
  ----------------------------------------------------------------------------------
우리는 일출을 볼 수 있다.

위 논증은 전건긍정법의 한 예이다. 다른 논증 형식과 마찬가지로 위 논증도 modus ponens라는 라틴어 명칭을 갖는데 이것은 "긍정하는 방식"이란 뜻이다. 이미 말했듯이 위 논증의 전제들 가운데 하나는 조건문이다. 그 조건문의 요소 문장들을 "p"와 "q"로 나타내고 그 요소 문장들이 위 논증의 다른 곳에서 나타날 때도 똑같은 기호를 써서 나타내면, 우리는 그 논증의 형식을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만약 p이면, q.
                              p.
                               -------------
                              q.

일상 언어에서조차 위와 같은 형식의 논증은 그것의 타당성이 직관적으로 명백하다. 우리는 그 논증의 전제들이 참이라면 그 결론도 참임에 틀림없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실질적 조건문을 이해하고 있으므로 위와 같은 구조의 논증이면 무엇이라도 타당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 즉 우리는 "만약 p이면, q"와 "p"로 표현되는 문장들이 모두 참이면서 "q"로 표현되는 문장이 거짓인 상황이 없다는 것만 보이면 된다.
만약 두 번째 전제("p")가 참이면 조건문인 첫 번째 전제의 전건("p") 역시 참이다. 그런데 전건이 참인 조건문 자체가 참이기 위해서는 그 후건("q")도 참이어야 한다. 그러나 "q"는 그 조건문의 후건일 뿐만 아니라 전체 논증의 결론이기도 하다. 따라서 전제 "만약 p이면, q"와 "p"가 모두 참이면, 결론 "q" 역시 참이어야 한다.
앞에서 위 논증 형식이 타당하다는 것을 보일 때 우리는 기호 "p"와 "q"가 표현하는 문장들의 의미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위 논증 형식의 타당성은 그 논증의 내용에 의존하지 않는다. 위 논증 형식이 타당하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서는 단지 실질적 조건문이 어느 경우에 참 또는 거짓인지를 이해하는 것으로 족하다.
위 논증 형식이 타당하다는 것을 보임으로써 우리는 또한 그 형식에 "들어맞는" 일상 언어의 어떠한 논증, 즉 그 형식의 어떠한 사례도 타당하다는 것을 보인 셈이다. 이 말은 그러한 두 전제(하나는 조건문, 다른 하나는 그 조건문의 전건을 긍정하는 문장)와 그 조건문의 후건인 결론을 가진 어떠한 논증도 타당하다는 뜻이다. 이러한 구조의 논증은 전제가 모두 참이면서 결론이 거짓이 되기란 불가능하다.
다음은 전건긍정법 형식의 사례들인 일상 언어 논증의 예들이다. 다음 논증들은 일상 언어에서 의미하고자 하는 바를 심하게 손상시키지 않고도 그 형식에 들어맞도록 재진술될 수 있다.

1. 찬호가 춤추러 가면 세리도 춤추러 갈 것이다. 그런데 찬호는 틀림없이 춤추러 갈 것이      니까, 세리도 춤추러 갈 것이다. 
2. 저기 제리가 온다. 제리가 나타날 때마다 톰은 그 뒤를 바짝 쫓는다. 그러므로 톰이 곧      뒤따라 나타날 것이다.
3. 인내심을 가지면 너는 당선될 것이다. 너의 강점은 인내심이니까 너는 당선될 것이다.
4. 사람은 돈을 갖거나 쓰거나 요구하거나 원하지 않는 한 강도질 당할 수 없다. 죽은          사람은 돈을 갖거나 쓰거나 요구하거나 원할 수 없다. 따라서 죽은 사람은 강도질 당할       수 없다. (이것은 Our Mutual Friend에 나오는 가퍼(Gaffer)의 논증을 재구성한 것         이다.)


2. 후건부정법

조건적 논증의 두 번째 유형은 후건부정법으로서 전건긍정법과 마찬가지로 흔히 사용되며 전건긍정법보다 약간 복잡할 따름이다. 이 형식의 라틴어 명칭은 modus tollens("부정하는 방식")이다. 그 예는 다음과 같다:

만약 저 나무에 송충이가 산다면 나뭇잎마다 구멍이 났을 것이다. 
저 나무에 나뭇잎마다 구멍이 나지 않았다.
-----------------------------------------------------------
저 나무에는 송충이가 살지 않는다.

전건긍정법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 논증에도 조건문인 전제 하나가 포함되어 있다. 다른 하나의 전제는 그 조건문의 후건을 부정한다(또는 조건문 전제의 후건이 거짓이라고 주장한다). 위 논증의 결론은 조건문의 전건 또한 거짓이라고 주장한다.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p"와 "q"를 사용하면 우리는 이 논증을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만약 p이면, q.
                             q가 아니다.
                               -------------
                             p가 아니다.
 
여기서도 우리는 이 논증이 타당하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어떤 상황에서 실질적 조건문이 참 또는 거짓이 되는가 하는 바에 의존한다. 여기에 덧붙여 우리는 "아니다"의 의미를 고려해야 한다. "아니다"의 논리적 힘은 참인 문장을 거짓인 문장으로 거짓인 문장을 참인 문장으로 바꾸는 것이다. 일상 언어에서 부정이라는 논리적 함수는 다양한 방식으로 수행될 수 있다. 여기에 부정이 수행되는 다양한 방식들의 예가 있다.

1. 뚜비는 행복하다. 뚜비는 불행하다.
2. 그녀는 그것을 할 것이다. 그녀는 그것을 하지 않을 것이다.
3. 타잔은 제인을 사랑한다. 타잔이 제인을 사랑한다는 것은 거짓이다.
4. 구멍난 잎사귀들이 있다. 구멍난 잎사귀들이 없다.

조건문을 다룰 때와 마찬가지로 부정의 경우에도 논리학자들은 일상 언어 사용과 관련된 미묘한 사항들은 고려하지 않고 오직 부정의 논리적으로 중요한 특징에만 집중한다. 부정은 참인 문장을 거짓인 것으로 거짓인 문장을 참으로 만드는 연산이다. 이것은 논증의 타당성을 다루는데 중요한 특징이다. 따라서 우리는 논증 형식에서 문장의 부정을 표현하기 위한 표준적인 방식을 채택한다: 부정되는 문장을 나타내는 문자 뒤에 "가 아니다"를 붙인다("p가 아니다.").
  이제 우리는 후건부정법 형식의 타당성을 고려할 준비가 되었다. 그 논증의 한 전제는 조건문 전제의 후건이 거짓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만약 조건문 전제가 참이라면 그것은 거짓인 전제를 가져야 한다. 그러나 논증의 결론은 단지 조건문 전제의 전건이 거짓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만약 전제가 둘 다 참이면 결론 또한 참이어야 한다.
  전건긍정법 형식에 들어맞는 어떠한 것도 타당한 논증이듯 후건부정법 형식에 맞는(한 사례인) 어떠한 일상 언어 논증도 타당하다. 후건부정법 형식의 사례인 일상 언어 논증의 예들은 다음과 같다.

1. 신경 쓸거리가 없다면 인생은 따분할 것이다. 그런데 인생은 흥미롭다. 따라서 신경 쓸거리가 있다. 이 논증은 다음과 같이 재구성될 수 있다.

 만약 신경 쓸거리가 없다면 인생은 따분할 것이다.
 인생이 따분한 건 아니다.
 ------------------------------------------------
 신경 쓸거리가 없는 건 아니다.

2. 만약 네가 정말 자가용차를 갖고 싶어한다면 너는 자가용차 값을 마련하기 위해 일자리를 구할 것이다. 그러나 너는 일자리를 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너는 자가용차를 정말 원하지 않음에 틀림없다.

3. 미개인들은 신의 도움 없이는 복잡한 언어를 만들어 낼 수 없다. 그런데 미개인 언어는 복잡하다. 따라서 신이 미개인 언어가 만들어지는 데 도움을 주었다.

이것은 1장의 끝에 있는 연습문제 11에 있는 도브리즈호퍼(Dobrizhoffer)의 논증을 재구성한 것이다. 위에 있는 (1)처럼 그것은 조건문이 표준적인 형식으로 쓰일 때 이중부정을 포함한다.

만약 신이 미개인들의 언어가 만들어지는 데 도움을 주지 않았다면 미개인들의 언어는      복잡할 수 없다.
미개인 언어가 복잡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
신이 미개인 언어가 만들어지는 데 도움을 주지 않은 것은 아니다.


3. 조건적 논증에서 진술되지 않은 전제들

일상적인 말과 글에서 우리는 종종 불완전하게 진술된 전건긍정법 및 후건부정법 형식의 조건적 논증을 만나게 된다. 거기서는 조건문이 아닌 전제 아니면 결론이 생략되어 있기 일쑤이다. 어떤 경우에는 전제 중 하나와 결론이 함께 빠져있기도 하다. 이럴 때는 단순히 진술되어 있는 것 자체에 매달리기보다는 논증이 의도하고 있는 바가 무엇인지를 맥락을 고려하여 파악해야 한다. 이것은 많은 상황에서 받아들일 만한데 왜냐하면 그래야 조건적 논증이 제대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성경에서 사도 바울이 "만약 예수께서 부활하지 않으면 우리의 설교도 헛된 것이 되고 당신의 신앙 역시 헛된 것이 되리라(I. Cor. 15)."라고 말할 때 그는 분명 예수의 부활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바울은 그 논증이 후건부정법 형식으로 해석되기를 의도하고 있다. 여러분은 빠져있는 전제를 보충해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전제가 실제로 진술되지 않았을 때는 후건부정법으로 의도된 것이 전건긍정법으로 해석될 위험이 항상 있다. 예컨대 감리교의 창시자인 존 웨슬리(John Wesley)는 청중의 신앙을 굳게 믿고서는 "여러분이 마귀할멈에 대한 믿음을 포기한다면, 여러분은 성경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웨슬리의 논증을 각각 전건긍정법과 후건부정법 형식으로 완성해보자. 웨슬리가 의도했던 것이 어떤 형식이라고 생각하는가? 웨슬리의 조건문에 대해 버트란트 럿셀은 "나도 대찬성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럿셀은 웨슬리의 논증을 어떻게 해석했을까? (힌트는 럿셀이 감리교도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IV. 조건적 논증에 얽힌 오류들

논증들은 때때로 연역적인 것으로서 제시되지만 연역적으로 타당하기 위한 진리보존성의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일 수 있다. 이러한 부당한 논증들이 타당한 논증들과 얼핏보기에 비슷할 때 연역적 오류(deductive fallacy)라 한다. 어떤 논증이 연역적인 것으로서 제시되었는지 아닌지는 때때로 결정하기 힘들면서도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비록 귀납적 논증들은 진리보존적이 아니지만 그것들 모두를 오류로 간주한다는 것은 부적절한 처사이다. 귀납 논증은 연역적인 것으로 의도된 것이 아니며, 귀납 논증의 강도(strength)를 평가하는 기준은 연역 논증을 평가하는 기준과 엄연히 다르다.

1. 오류 논증 형식들

일상 언어로 된 오류 논증들을 살펴보기에 앞서 어떤 논증 형식이 "부당하다(invalid)"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논증 형식은 만약 전제가 모두 참이면서 결론이 거짓인 그 논증 형식의 사례를 발견할 수 있으면 부당하다(타당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타당한 논증 형식과 비슷해 보이는 부당한 논증 형식을 오류 논증 형식이라 부른다. 다음 논증 형식은 전건긍정법처럼 보이지만 부당한 논증 형식이다:

                            만약 p이면, q.
                             q.
                               -------------
                             p.
 
이 형식이 부당하다는 것을 보이려면 우리는 결론이 거짓이고 두 전제가 참인 경우가 가능하다는 것만 보이면 된다. 실제로 "q"가 참이고 "p"가 거짓인 경우가 바로 그러한 경우이다. 이는 전건이 거짓인 실질적 조건문은 후건이 참이건 거짓이건 상관없이 참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오류 형식은 (당연히) 후건긍정의 오류 형식이라 불린다. 
두 전제가 참이면서 결론이 거짓인 후건긍정의 오류 형식의 사례로서 일상 언어로 된 논증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만약 부산이 한국의 수도라면 부산은 한국에 있다.
부산은 한국에 있다.
  ------------------------------------------------------
부산은 한국의 수도이다.

우리가 살펴볼 두 번째 오류 논증 형식은 후건부정법으로 착각하기 쉬운 것으로 전건부정의 오류 형식이라 불린다. 
                            만약 p이면, q.
                             p가 아니다.
                               -------------
                             q가 아니다.
 
이 논증 형식이 부당하다는 것은 우리가 두 번째 전제가 (이 전제가 거짓이라고 말하는) 조건문 전제의 전건을 부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명하게 드러난다. 왜냐하면 조건문은 전건이 거짓이면 후건이 참이건 거짓이건 상관없이 참이기 때문이다. 전제들이 참이라는 것이 결론의 참을 보장할 수 없으므로 위 논증 형식은 타당하지 않다. 여기서도 두 전제가 참이면서 결론이 거짓인 위 형식의 사례로서 일상 언어로 된 논증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만약 박쥐가 새라면 박쥐는 날개가 있다.
박쥐는 새가 아니다.
  ------------------------------------------------------
박쥐는 날개가 없다.

한 논증 형식이 부당하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서는 그 논증 형식에 들어맞으면서(한 사례이면서) 전제가 모두 참이고 결론이 거짓인 논증이 논리적으로 가능하다는 것만 보이면 된다. 우리는 이러한 작업을 어떤 형식의 문장들이 참인 경우와 거짓인 경우를 차례로 고려함으로써 추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아니면 우리는 그 형식에 들어맞으면서 전제가 모두 참이면서 결론은 거짓인 일상 언어 논증을 실제로 보여줄 수도 있다. 나중의 방법을 우리는 "반례 제시법"이라 부른다. 

2. 오류 논증들

올바른 논증과 다소 비슷하지만 그릇된 논증을 "오류(fallacy)"라고 말한다. 그리고 겉보기에는 연역적으로 올바른 논증인 것 같지만 부당한 논증은 "연역적 오류(deductive fallacy)"라고 한다. 어떤 논증이 그 전제들이 명백히 참이면서 명백히 거짓인 결론을 가지지 않았다면, 그것의 논증 형식이 부당하다는 것을 보이는 것보다 그 논증이 부당하다는 것을 보이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 연역적인 것으로 제시되었지만 부당한 논증은 그것이 어떠한 타당한 논증 형식의 사례도 아닐 경우에만 부당하다. (물론, 아무리 강력하다 할지라도 귀납 논증은 결코 타당한 형식의 사례일 수 없다. 여기서 오류를 논의할 때 우리는 타당한 연역 논증과 다소 비슷해 보이는 논증들만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타당한 논증 형식의 수는 무한하다. 지금까지 우리는 두 가지 타당한 논증 형식(전건긍정법과 후건부정법)만을 살펴보았다. 어떤 논증이 그 두 형식에 들어맞지 않는다는 것을 보임으로써 그 논증이 오류라는 것을 증명할 수 없다는 것은 두 말할 나위 없다. 가령 다음의 타당한 논증은 그 두 논증 형식 중 어떠한 것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은 죽는다.
서태지는 사람이다.
   ---------------------
서태지는 죽는다.

우리가 직면하게 되는 한 가지 문제는 하나의 일상 언어 논증이 여러 가지 다른 형식에 들어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논증 형식들은 논증의 구성요소들의 특정한 구조를 반영한다. 때때로 우리는 조건적 논증을 분석할 때와 같이 논증에 포함된 여러 요소 문장들 사이의 구조적(형식적) 관계에 관심을 기울인다. 조건적 논증이 아닌 어떤 다른 논증들에서 타당성은 논증을 이루는 요소 문장들 내에서의 구조적 관계(예를 들면, 문장에서의 주어와 술어 사이의 관계)에 의존하기도 한다. 바로 위와 같은 삼단논법이 그 예이다. 만약 위 논증의 타당성이 문장 내적인 구조에 의존한다면, 문장들 사이의 구조에 의해 그것의 형식을 표현한다고 할지라도 타당성을 입증하지는 못할 것이다.
만약 일상 언어 논증이 명백히 참인 전제들과 명백히 거짓인 결론을 가진다면, 그것은 어떠한 타당한 논증 형식의 사례도 될 수 없을 것이므로, 우리는 그것이 부당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러한 까닭으로 앞에서의 일상 언어 논증들을 후건긍정의 오류 형식과 전건부정의 오류 형식의 사례라고 부르는 데 문제가 없게 되는 것이다.
    
V. 복습

6장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들은 위에서 소개된 새로운 용어들에 의해 기술될 수 있으므로 그러한 새로운 용어와 그 의미를 정리하면서 6장을 복습하도록 하자.  

복합 문장 : 다른 문장을 그것의 일부로 포함하고 있는 문장.

조건적 논증 : 전제에 적어도 하나의 조건문을 포함하고 있는 논증. (이 장에서 다루지 않은) 어떤 조건적 논증은 결론에 조건문이 포함되기도 한다. 이 장에서 우리는 두 가지 타당한 조건적 논증 형식을 공부했다: 전건긍정법(modus ponens)과 후건부정법(modus tollens):

전건긍정법              후건부정법
만약 p이면 q.          만약 p이면 q.
p.                     q가 아니다.  
  -------------         -------------
q.                     p가 아니다. 

우리는 두 가지 부당한 조건적 논증 형식도 공부했다: 

후건긍정의 오류        전건부정의 오류
만약 p이면 q.          만약 p이면 q.
q                      p가 아니다.  
  -------------         -------------
p                      q가 아니다. 

조건문 : 전건(조건을 진술하는 문장)과 후건(진술된 조건에 의존하는 문장)으로 이루어진 복합 문장. 조건문의 표준적인 형태는 "만약 (전건)이면, (후건)."이다.

연역적 오류 : 타당한 논증과 다소 비슷하지만 부당한 연역 논증.
부당한 논증(부당한 연역 논증) : 논증은 그것이 진리보존적인 것으로 의도되었으나 연역적 타당성의 기준을 만족하지 못할 때 부당하다. 부당한 논증은 어떠한 타당한 논증 형식의 사례도 될 수 없다.

부당한 논증 형식 : 논증 형식은 그러한 논증 형식을 지닌 논증이 전제가 모두 참이면서 결론이 거짓일 수 있을 때 부당하다. 올바른 형식인 듯하지만 부당한 논증 형식은 오류 형식(fallacious form)이라 부른다.

실질적 조건문 : 전건과 후건 사이의 관계가 어떤 "진정으로" 인과적, 정의적, 또는 논리적인 것이 아니라 진리함수적인 조건문. 실질적 조건문은 전건이 참이고 후건이 거짓일 때만 거짓이다.

진리함수적 연결사 : 진리함수적 연결사로 연결된 복합 문장에서 그 복합 문장의 참 또는 거짓은 전적으로 그 요소 문장들의 참 또는 거짓에 의존한다. 실질적 조건문의 의미로 해석될 때 "만약... 그러면"은 진리함수적 연결사이다. "아니다" 또한 진리함수적 연결사이다. 만약 문장 "p"가 참이면 "p가 아니다"는 거짓이다. 그리고 만약 문장 "p"가 거짓이면 "p가 아니다"는 참이다. 반면에 가정법적인 반사실적 조건문(예를 들어 "만약 닉슨이 사임하지 않았다면 그는 탄핵되었을 것이다")에서의 "만약... 그러면"은 진리함수적 연결사가 아니다. 반사실적 조건문의 진리는 그 요소 명제들의 진리 함수가 아니다.  

타당한 논증 : 논증은 그것의 전제들이 모두 참이면서 결론이 거짓일 수 없을 때 타당하다. "타당하다"라는 용어는 올바른 연역 논증에 적용되며, 올바른 연역 논증은 단지 진리를 보존한다고 주장될 뿐만 아니라 실제로 진리를 보존하는 논증이다. 타당한 논증 형식의 어떠한 사례도 타당한 논증이다.

타당한 논증 형식 : 논증 형식은 그러한 형식을 지닌 논증이 그것의 전제들이 모두 참이면서 결론이 거짓일 수 없을 때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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