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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 2/가족 법론

제15장 법학

by Frais Study 2020. 5. 10.

    @[(81) 제1절 법학의 개념@]
법학(jurisprudence, Rechtswissenshaft)이란 법을 연구의 대상으로 하는 학문, 즉 법을 이론적, 체계적으로 고찰하는 학문이다. 법의 개념이 어떻게 정립이 되든 법은 국가가 제정한 규범인 한, 법학은 실정법학이 그 중심이며 사회과학과 규범과학으로서의 성질을 갖는다. 그러나 법현상 가운데서 보편성있는 법의 원리를 찾아 법을 객관화하고 이론적으로 해석한다는데 법학의 학문적 위치가 있는 것이다. 즉, 법학은 법에 관한 사회현상에 착안하여 법을 이론적, 체계적으로 이해하려는 사회과학이다. 따라서 법학은 오랜 역사와 전통 속에서 발전해 왔으며, 그렇기 때문에 그 방법론도 매우 다양하다.
법학이란 법과 관련되는 사항들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학문을 총칭하는 것으로 법해석학, 법정책학, 법사회학, 법철학 등을 포함한다. 이들 가운데 법해석학은 로마시대부터 법학의 중심이었다. 물론 오늘날에도 우리의 법생활이 실정법을 실제생활에 적용하는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한, 법해석학이 실천법학으로서 실정법의 자의성, 가변성을 들어 ((51)의 I (3) 참조) 해석법학의 과학으로서의 무가치성을 주장하였다. 그리하여 종래의 법해석학에 대한 반성이 일어났고, 아울러 이론법학으로서 법철학 연구의 필요성을 크게 자극하게 되었다. @p299
법해석학이 실천법학으로서 법의 실천적인 면에서 구명하고자 하는 법학이라면, 법철학은 이론법학으로서 법을 순수한 이론적인 면에서 구명하고자 하는 법학이다. 그렇지만 법해석학도 ‘학’ 으로 인정하는 한 그 이론성을 전혀 도외시할 수 없으며, 또한 법철학도 법실천을 전혀 도외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법해석학과 법철학은 법학의 이대지주로서 상대보완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법학의 분류에 관하여는 많은 견해가 있으나, 일반적인 분류에 의하면 법철학과 법과학으로 크게 구분하고, 법과학 안에 법해석학, 법사학, 법정책학, 법사회학, 비교법학 등을 포함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법학의 분류를 도표로 보면 다음과 같다.
법학: 법과학, 법철학(법리학)
법과학: 법해석학, 법사학, 법정책학(입법정책), 비고법학, 법사회학
법해석학: 공법학, 사법학, 사회법학
공법학: 헌법학, 행정법학, 형법학 등
사법학: 민법학, 상법학 등
사회법학: 노동법학, 경제법학 등
법학은 법술(art of law, Rechtskunst) 과 구별되지 않으면 안된다. 법학은 법현상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이고, 법술은 법학상의 지식을 실제에 응용하는 기술이다. 법을 장 응용하여 법관이 재판을 하는 실제적 기술 등은 법학이 아니라 법술인 것이다. @p300

    @[(82) 제2절@]
   I. 법해석학
  (1) 의의
법해석학 (jurisprudence, Rechtsdogmatik)은 실정법질서의 규범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려는 법규범학이다. 법학은 원래 법해석학으로서 발달해 왔으며 오늘날에 있어서도 법학이라 할 때에는 대체로 법해석학을 의미한다. (주 1) 법해석학은 법의 적용((52)이하 참조)에 있어서는 필수적인 전단계로서의 지위에 있는 것으로 실천적인 학문이라 할 수 있다. 법해석은 실정법질서를 대상으로 하여 그 의미와 내용을 해석하는 학문으로서 주석법학 또는 해석법학이라고도 한다.  또 법해석학은 재판에 의한 법의 구체적 실현을 위하여 통일적, 조직적인 해석을 제시하는 실제적인 법학이기도 하기 때문에 실용법학이라고도 한다.
  (2) 법해석학의 발전
법해석학은 로마법학에서 발단하여 12세기 주석학파((86) III참조)에 의한 로마법연구의 부활을 매개로 진전하였고, 특히 14세기 후기주석학파에 이르러서는 체계적 주석 (Commentarium)을 꾀하였다. 근세에는 유럽의 독일, 프랑스를 비롯하여 여러 나라에서 대법전이 편찬되면서, 이들 법규를 해석하여 재판의 적용에 이바지하는, 실용적 임무를 담당하는 해석법학이 성립하였다. (주 2) 그런데  이것은 성문법의 ‘논리적 자족성’을 믿고 법규의 형식론리적 해석에만 몰두하였기 때문에, Jhering은 법해석학을 개념법학((51) I 참조)이라고 비판하였다.
* 주 1: 김증한, 법학통론, 박영사, 1988, 47면
* 주 2: 19세기까지는 법해석의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법학연구의 주된 목적이었으며, 따라서 법학은 해석법학으로 발전하여 왔다. @p301
  (3) 법해석의 지도이념
실정법, 특히 성문법은 일반적, 추상적으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이를 개별적, 구체적인 사실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그의 해석을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법의 해석은 법의 실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법의 해석이 추상적 실정법을 목적론적으로 고찰하고, 구체적인 규범의미를 발견하는 이론적, 기술적 작용이라는 점에서 해석법학의 성격도 일면으로 실용적 기술이고, 다른 면으로는 이론적 인식이라는 이중성을 특색으로 한다. 그러므로 법적 안정성을 위한 논리적 요청과 구체적 당위성을 실천적 사명을 합리적으로 조화시키는 데 법해석의 지도이념이 있다고 하겠다.
   II. 법사학
  (1) 의의
법사학 (legal history, Rechtsgeschichte)의 법제사 또는 법제사학이라고도 하며, 법적 사실을 역사적으로 고찰하여 인간의 법생활의 역사를 구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학문이다. 법사학은 단순히 과거에 있어서의 법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그 발전과정을 추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에 있어서의 법과 사회생활과의 관계를 명백히 함으로써 현재의 법의 구명을 하여야 한다. 즉, 현재의 법을 바르게 이해하고 그 미래를 전망하려면 현재의 법질서가 생멸, 발전, 개폐해 온 과정을 역사적으로 고찰하지 않으면 안된다. 법사학은 이러한 목적을 위하여 과거의 법적사실을 역사적 발전의 측면에서 동적으로 파악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법사학의 연구결과는 법정책학, 법사회학, 법해석학 등의 연구에 중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그 발전에 기여하게 된다. 법사학의 법학의 연구대상으로 확고한 지위를 얻은 것은 Savigny에 의한 역사법학파((87) IV참조) 성립 이후부터이다. @p302
법사학은 과거에 있어서 실재했던 법을 연구대상으로 하고, 그것을 역사학적 방법에 의하여 인식하려고 하는 것으로서, 법학의 일부이며 역사법학의 일분과이기도 하다. 즉 법사학은 법학과 역사학의 두 영역에 걸친 이중의 성격을 갖는다.
  (2) 종류
법사학은 법제사, 법사상사, 법학사, 법철학사 등을 포함한다.
 (가) 법제사: 법제사는 국민들이 각 시대마다 가졌던 법제도를 역사적으로 고찰하는 학문이며, 정확히 표현하면 법제도사(Gesetzesgeschichte)라 한다. 좁은 의미의 법사학은 법제사만을 가리킨다.
 (나) 법사상사: 법사상은 법질서의 형성, 진화 또는 소멸에 영향을 미치는 사상이다. 이러한 법질서의 형성, 법학설의 출현과 함께 진화되어 변천하는 사상에 관하여 역사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을 법사상사(history of legal thought)라 한다((84)참조).
 (다) 법학사: 법학사 (history of legal sciences, Geschichte der Rechtswissenshaft)란 법학의 역사, 즉 법학이라는 학문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생멸, 발전, 변화해 왔는가를 검토, 정리하는 것이다. 법학사는 법사상사, 법철학사와 유사하지만 구별되는 독립된 연구분야이다. (주 3)
  (라) 법철학사: 법철학((83)참조)을 역사적으로 고찰하는 학문을 법철학사라고 한다.
  (3) 법사학과 다른 법학부문
법사학은 법학의 다른 분야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반면에 법사학의 연구자료 및 성과는 법학의 다른 부문에 기여를 한다. 법사학과 다른 법학부문과의 차이를 몇 가지 들면 다음과 같다.
* 주 3: 법사상사는 법사상적 테마나 인물을 중심으로 현실(역사) 밀착적으로 연구하는 데 반하여, 법학사는 법학이론이나 그 성립과정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해 나간다(물론 테마나 인물에 따라서 법학사와 법사상사는 서로 융합할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원리적 구분은 전제될 수 있다. ) 법철학사 역시 법철학으로서 완결된 것들을 역사적으로 고찰한다는 점에서 법철학만이 아니라 실정법학 내지 법사회학, 법사학 분야들의 이론적 전관과정을 포괄하는 법학사와는 구별된다고 하겠다. 법학사의 관점에서 본다면 법철학사 역시 법학사의 한 분야라고 말할 수 있다(최종고, 법학사, 박영사, 1986, 14--15면). @p303
 (가) 법철학 및 법해석과의 차이
법사학은 법사실을 대상으로 하는 데 반하여, 법철학은 법의 본질을 구명하고 법의 이상을 탐구하는 점에서 양자는 서로 다르다. 또 법해석학은 실정법규의 규범적 의미, 내용을 체계적으로 인식하려는 것이므로 법사실을 대상으로 하는 법사학과는 구별된다.
 (나) 법사회학과의 차이
법사회학은 법현상을 사회학적 방법에 의하여 역사적인 사회현상의 하나로 파악하여 그것의 성립과 변화의 법칙을 탐구하려는 학문이므로((51) IV참조), 법적 사실을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는 법사학과 같은 면이 있으나, 법사학은 법적 사실을 역사적으로 고찰하는 데 반하여, 법사회학은 법현상 속에서 성립, 변화의 법칙을 찾아내려고 한다는데 차이가 있다. 만약 법사학이 사회에서 현실로 살아있는 규범인 법을 도외시한다면 해골적인 제도사 또는 도그마적인 무내용의 역사는 될 수 있을지 모르나 충분한 의미에서의 법사(Rechtsgeschichte)는 되지 못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완전한 법사학은 법규범학으로서 성립함과 동시에 법사회학으로서도 성립해야 한다고 할 것이다. (주4)
  (4) 구분
법사학은 특정한 국가 내지 민족의 고유한 법의 역사를 중심으로 한국법제사, 영국법제사, 로마법제사, 게르만법제사 등으로 개별화할 수 있고, 또한 그리이스, 로마 등 고대사회의 법의 역사적 연구를 하는 것도 있다. 그리고 원시법, 봉건법 등과 같이 시대적 구분을 한다든가 혹은 시민법과 같이 특수한 대상에 대하여 개별적 영역을 대상으로 연구하는 것도 있다. 또한 동일한 법계통에 속하는 제국의 법의 역사에 대한 비교적 고찰이나 단순히 법의 계통 상호간의 비교적 고찰을 하는 비교법사학도 있다.
* 주 4: Jhering의 ‘로마법의 정신’은 법규범학적인 법사학으로서만이 아니라 법사회학적인 법사학으로서도 유명하다. 그 권두에서 그는 ‘로마법을 통하여 로마법 위에로’라는 목표를 내걸고 로마의 각 시대의 법의 역사적 발전을 상세히 추적하였다. 그것은 단지 외면적인 역사적 사실의 서술을 넘어서 로마법의 발전의 현상 중에 관류하는 역사의 내면적 동인과 정신문화적인 연관을 탐구한 획기적인 문헌이다. @p304
   III. 법정책학
  (1) 의의
법정책학 (legislative policy, Rechtspolitik)은 입법정책을 연구대상으로 하는 학문이다. 즉, 현재의 실정법을 기초로 하여 이것을 비판하면서 장래 개정 또는 신입법의 형식으로 정립될 이상적 법규범을 사회적 제여건하에서 연구하는 학문이며 입법정책학(또는 입법론)이라고도 한다. 법정책학은 일정한 법의 이념 또는 가치를 실정법으로 구현시키려는 실천적 학문으로서 여기에는 형사정책학 (주5), 비교입법학 등이 포함된다. 과거에는 법학의 분야 가운데서 주로 법해석학이 중요시되고 법정책학이 경시되었으나, 20세기에 이르러 사회가 복잡, 다양화함에 따라서 경제법, 사회법 등을 제정할 필요성이 증대되어 신입법이나 기존법의 개정에 관한 과학적 연구가 중요시됨으로써 법정책학은 새로운 인식을 받게 되었다 (주6).
  (2) 법정책학의 조건
법정책학은 법의 본질, 이념, 목적을 탐구하여 실정법이 지행해야 할 원리를 지시하는 법철학의 기반 위에 현행법의 내용에 관한 정확한 지식과 법사실학이 부여하는 전반적인 법의 과학적 인식을 획득하는 때에 성립한다. 즉, 법철학에 의해 설정된 일정한 법의 이상적 기준을 전제로 하며, 현행법에 관한 입법정신적, 비교법적, 법제사적인 체계있는 지식을 필요로 하고, 또 현실의 사회, 경제, 문화적인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는 것을 조건으로 전개되는 것이다.
  (3) 법정책학의 방법론
법정책학의 방법으로 극히 중요한 것에는 비교입법학이 있다.
* 주 5: 형사정책학은 범죄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탐구하여 이에 대한 합리적인 대책을 세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형사법학의 새로운 영역으로 개척되어 있다.
* 주 6: 특히 멩거(Menger)가 법학의 여러 분과 가운데에서 법정책학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며,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주장한 Bentham의 공리주의적 법사상, Pound의 실용주의적 법사상 이래 법정책학은 더욱 중요시되었다. @p305
그리고 법정책학은 법철학적 기반과 법사실학적 지식을 전제로 종합적인 가치판단을 내려야 한다. 따라서 법정책학의 방법론은 과학적이라 할 수 있다.
   IV. 법사회학
법사회학은 ‘살아있는 법’ 및 그 기초로서의 ‘법적 사실’ 등이 충분히 탐구되어야 하고, 여기에 법의 사실적 연구와 사회학적 연구가 강조됨으로써 새롭게 등장되어 한 분과를 이루게 된 것이다((51) IV, (88) III 참조). 법사회학은 법해석학과 다르며, 또 사회현상으로서의 법의 보편적 성격을 구명하려고 하는 점에서 법철학과도 구별된다.
   V. 비교법학
  (1) 학설
비교법학에 관하여 법과학의 독립된 한 분과로 보는 견해와 법해석학, 법사회학, 법정책학, 법사학의 각 특성을 포함하는 공통적인 방법론이라는 이유로 독립된 분과로서는 타당치 않는다고 보는 견해의 대립이 있다. 그러나 비교법의 연구가 법학분야에서 일반적으로 그 존재를 인정받게 된 19세기 후반 이래로, 특히 20세기에 이르러 프랑스의 비교법학자 살레이유(Saleilles)를 주축으로 하는 비교법학의 진전 등으로 비교법이 법학에 있어서 독립된 부문이며, 독자성을 지닌 과학이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학자는 별로 많지 않다. (주 7) 또한 비교법학의 독자적 과학성을 부정하는 학자들도 비교법학에 있어 연구방법의 독자성은 인정하고 있다.
* 주 7: 현승종, 비교법입문, 박영사, 1972, 13면(정해운, 석희태, 법학개론, 동화출판사, 1982, 166면은 독립된 분과로 보는 것은 적당치 않다고 한다). @p306
  (2) 의의
비교법학 (comparativejurisprudence,vergleichendeRechtswissenschaft)은 국가 또는 민족에 있어서 고유의 법제도에 대한 비교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학문이며, 법이 지리적, 민족적, 문화적 산물인 사실에 비추어 법의 역사적 연구의 발달과 함께 성립한 학문이다. 비교법학은 각 국가 또는 각 민족의 법의 역사가 아니고 개개의 법제도에 있어 일반적, 공통적인 진화과정의 원칙을 그의 연구대상으로 한다.
  (3) 목적
비교법학이 하나의 독립된 과학으로 성립하기 위해서는 그 자체의 독자적인 목적을 지녀야 한다. 비교법학의 목적은 비교법학의 가치를 어느 것으로부터 찾을 것인가의 영역이다. 여기에는 일원적인 해답이 있기가 어렵다. 이에 관해 종래 비교법학자가 지적한 대표적인 것을 몇 가지 들어보기로 한다.
 (가) 법의 해석에의 기여
법의 해석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지만 ((50)참조) 비교법적 해석은 비교적 새로우면서도 대단히 중요한 법해석상의 한 방법이다.
 (나) 입법에의 기여
비교법학의 목적은 자국법의 보다 진전된 해석 못지 않게 새로운 법을 제정하거나 법을 개정하는 게 도움이 된다. 어떠한 국가이든 입법을 하는 경우 보다 앞 선 다른 국가의 경험을 이용하는 것은 입법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다) 법의 단수에의 기여
법의 단수((40) 참조)는 반드시 비교법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비교법학이 법의 단수에서 가장 중요한 원인의 하나임은 분명하다.
 (라) 법의 국제적 통일에의 기여
비교법학의 가장 중요하며 궁극적 목적은 법, 특히 그 가운데서 사법을 국제적으로 통일하는 데 있다. 이것은 비교법학자의 이상이며 최종목표이기도 하다.
 (마) 법의 일반이론의 수립에의 기여
비교법학은 법의 일반이론 (주 8)의 발견을 목적으로 한다.
* 주 8: 여기에서 법의 일반이론이란 모든 법제도, 법사상, 법문화 등에 공통한 보편적인 법개념 내지 일반적인 법원칙을 말하고, 이것을 탐구하는 비교법학은 법철학의 일부 또는 법철학 그 자체이기도 하며, 이것을 비교법철학이라고 한다. @p307
법의 일반원칙은 선험적 연구를 통하여 얻을 수 있음은 물론이지만, 비교법적 연구를 통하여 경험적으로도 탐구할 수 있는 것이다.
 (바) 법학교육에의 기여
비교법학은 법학 가운데서 비교적 새로운 학문이기 때문에 법학교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퍽 가볍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후, 그의 필요성이 요청되어 이 분야의 연구가 활발함은 물론 선진제국의 법과대학에서는 교과과정에 넣어 교육하고 있다. (주 9)

    @[(83) 제3절 법철학@]
   I. 법철학의 의의
법철학 (philosophy of law, Rechtsphilosophie)은 법 전반에 걸쳐서 그 본질을 구명하며, 그 근본목적, 근본이념을 탐구하고, 법학의 방법론을 확립하는 것을 임무로 하는 법학의 기초적인 분야이다. 즉, 법철학은 법의 본질과 근본목적(이념)을 탐구하는 학문이며, 그 성과를 가지고 실정법을 평가하고 도시에 이론과학으로서의 법학의 근저에 대한 철학적 반성을 하는 것이다. 법철학은 법의 이론인 동시에 법적 실천생활의 이념을 추구하는 법의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법철학은 법의 이론철학과 실천철학이 결합된 것이라 하겠다.
   III. 법철학의 과제
법철학이 하는 일, 즉 법철학의 과제는 다음의 셋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p308
  (1) 법의 본질의 구명
법의 보편적 본질을 구명하는 것이 이론적 법철학의 과제이다. Kant가 “법철학자들은 지금도 여전히 그들의 개념을 위하여 정의를 구하고 있다”고 한 것이나 “법학은 오직 일정한 체계의 법이 무엇을 명령하느냐의 문제에 답할 뿐이며, 법철학은 무엇을 일반적으로 법이라고 이해하지 않으면 안되는가의 문제에 답하는 것”이라고 한 것은 법의 본질을 구명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 말이며, 또한 법의 본질을 추구하는 것이 법철학 제1의 과제임을 지적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주10) 법철학이 법의 본질과 이념을 구명하기 위하여는 인접분야인 도덕, 경제, 정치 등과의 관계 속에서 고찰하여야 한다.
  (2) 법의 근본목적의 탐구
법의 근본목적, 근본이념을 탐구하는 것이 실천철학으로서의 법철학의 과제이다. Jhering이 “목적은 모든 창조자이다” 라고 하였고, Radbruch는 “법은 법가치, 법이념에 봉사하려는 의미를 가진 현실” 이라고 한 것과 같이 법은 그 목적, 이념으로 인하여 의의를 지니는 것이다. 따라서 법의 본질을 구명하기 위하여 그리고 법의 해석을 위하여 법의 근본목적, 근본이념은 반드시 탐구되어야 한다. (주11)
  (3) 법학의 방법에 관한 반성
법학의 방법에 관하여 이론적 반성을 꾀하는 것이 이론철학으로서의 법철학의 과제이다. 이것은 법학은 어떠한 학문인가? 법학은 어떠한 절차에 좇아 그 대상인 법을 연구하는가? 법학은 어떠한 분과로 분류되는가? 등의 문제를 포함한다.
법학의 연구방법 가운데 가장 역사가 오래되고 가장 체계적으로 정비되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법석해학이다. @p309 그러나 Kirchmann (주12) 을 계기로 법학을 과학으로서의 올바른 위치에 놓으려는 노력이 계속되었으며, 그 결과 순수법학, 목적법학, 자유법학, 법사회학, 공산주의법학 등은 그들 특유의 법학방법론을 제시하게 되었다. (주13) 법철학의 목표는 이러한 법학의 방법론적 반성을 통하여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여하간 법철학이 법학 최후의 가치기준으로서 의리를 갖고, 법학이 나아갈 정당한 방향을 제시하고, 방법론상의 새로운 모색을 통하여 법학의 발전에 큰 역할을 담당할 때, 법철학은 생명력을 갖게 될 것이다.
   III. 법철학의 경향
법철학의 경향은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여러 형태로 구분될 수 있으나, 대체로 중요한 것은 자연법론적 경향과 법실증주의적 경향이라고 할 수 있다.
  (1) 고대의 법철학
 (가) 그리이스의 법철학: 독창성이 풍부한 그리이스인은 철학, 예술분야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겼으며, 정치학, 국가철학의 면에서도 후세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Platon의 이상국가론 ((85) I (2) (나) 참조) 과 Aristoteles의 정의론 ((10) II (5), (85) I (2) (다)참조)은 중요하다. 그리고 제논(Zenon)을 중심으로 하는 스토아학파가 있다 ((85) I (3) 참조).
 (나) 로마의 법철학: 로마인은 법률제도에 있어서 불멸의 업적을 남겼다 ((85) II 참조).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과 같이 법학이라고 이름붙일 수 있는 것은 로마에서 비롯되었다. 로마는 무력과 그리스도교, 그리고 법으로 세계를 세 번 지배하였다는 비유도 있다.
* 주 12: Kirchmann은 법해석학은 “학문으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통박하였다 ((51) I (3) 참조).
* 주 13: 법규의 순수한 이론적 인식을 지향하는 순수법학, 법의 목적론적 고찰을 중시하는 목적법학, 이익법학, 법을 정치의 수단으로 이해하는 정치적 법학, 법을 지배계급의 억압수단으로 보려는 공산주의법학, 사회 제이익의 조종 및 통제기능을 중요시하는 실용주의 법학, 법원의 자유로운 탐구와 법관에게 자유재량권을 허용하려는 자유법학, 사회에 있어서 사실적인 법현상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려고 하는 법사회학 등의 허다한 방법론상의 반성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p310
  (2) 자연법론
 (가) 고대자연법론: 고대자연법론은 그리이스의 스토아학파에 의해 대표된다.
스토아학파 (Stoicism)는 세계의 절대적 통일성, 필연성, 합법성을 인정하는 물리적 세계관으로부터 출발하여 자연에 적합한 것을 최고선으로 생각하였다. 만물의 제일원인인 보편적 법칙이 국가의 법의 연원이며, 이것을 ‘자연의 정의’라고 하였다. 이러한 사상은 로마로 전해져서 Cicero등에 의해 계승되었다. Cicero는 정의의 기초는 자연법이라고 하였다 ((85) II (1) 참조).
 (다) 신학적 자연법론: 중세의 자연법론은 그 근거를 고대의 자연법론이 자연질서 또는 이성에 두는 것과는 달리 신의 섭리에 두었다. 이 이론의 대표자는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Squinas)이다 ((86) II (2) 참조).
 (다) 신토마스주의: 19세기는 자연법론에 대한 반발로서 법실증주의가 왕성했던 시대라고 하겠으나, 19세기 말에서 금세기 초에 걸쳐 스콜라학파의 계통을 잇는 ‘자연법론의 부활’이 일어났다. 이러한 움직임을 가리켜 신토마스주의(neo-thomisme) 혹은 신스콜라적 자연법학설(neo scholastie natural law theorise)이라고 한다.
예컨대 카트라인(Carthrein)은 신법의 계시에서 자연법을 끌어내고 자연법을 실정법의 기초라고 하여 반자연법적인 실정법은 무효라고 주장하였다. 주목할 것은 독일에서 나치스 폭정을 경험한 이래 악법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자연법의 재생’이 크게 자극된 사실이다. 특히 카우프만(Kaufmann)의 저항권에 관한 견해는 스승인 Radbruch의 상대주의를 넘어서 자연법적 사상에로 접근하였다. 물론 신토마스주의자들 사이에도 다벵(Dabin)은 도덕적, 정치적 자연법의 존재는 인정하면서 법률적 자연법을 인정하지 않았다. 나아가 리뻬르(Ripert)와 같이 카톨릭윤리를 강조하면서도 자연법론을 취하지 않는 자도 있다.
 (라) 합리주의적 자연법론: 중세가 신에 의하여 특징지워진다고 한다면, 근세는 인간의 이성에 의하여 특징되어질 수 있다. 자연법도 근세에 이르러서는 신으로부터 분리된 인간의 이성에 바탕을 두게 된다. 이러한 윤리를 최초로 펼친 학자는 그로티우스(Grotius)였다. 그는 이성에 의한 자연법을 기도하였다. 즉, Aristoteles의 사상을  도용하여 인간에게는 사교적 본성이 있는데, 이 사교적 본성이 인간의 이성과 일치한다는 전제에서 자연법을 올바른 이성의 명령이라고 하였다 ((87) III (1) (가) 참조). Grotius의 이러한 주장은 자연법의 새로운 합리주의적 기초를 마련하였던 것이다. @p311
Grotius와 대비되는 자는 Hobbes인데, Grotius가 성선설에 입각하여 논리를 전개하였음에 비추어 Hobbes는 성악설에 그의 논리의 바탕을 두고 있다. Hobbes는 ‘인간은 인간에 대하여 이리’ ,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는 자연상태를 상정하고, 여기에서 사람을 보호하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법이 있다고 한다 (주 14). Grotius에 있어서는 ‘계약은 지켜야 한다’ 라는 점에서 지배자에 대한 인민의 절대적 복종의무를 사회계약의 이론으로 설명하고 있는 데 비추어, Hobbes는 자연법의 역점을 객관적 질서의 면보다는 인간성에 의한 주관적 요구라는 측면에서 고찰되었다. 더우기 그는 국가는 어디까지나 수단적인 것으로서, 그의 사회계약에 있어서 주권자에 대한 국민의 복종의무는 주권자가 그들을 보호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지는 한도에서 인정되는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그의 주권개념은 공리주의이다 (주 15). Grotius의 자연법이론은 국제법의 기초에 공헌하였으나, Hobbes의 이론은 국내법에서 한층 큰 의의를 갖는다.
Locke는 지식론에 있어서 그의 ‘인간오성론’ (1690)에서 볼 수 있듯이 Platon, 데카르트(Descartes), 스콜라학파를 부정하고 지식의 기원을 감각적 경험에서 구함으로써 영국의 경험주의철학의 대표자로 손꼽히게 되었으나, 정치론으로서는 자연법론자였다. 그는 실정법에 의하여 움직여지지 않는 자연법을 인정하고, 그 한에서는 중세적인 자연법의 관념을 부활시켰다고 하지만, 그가 자연법이나 사회계약의 이론을 인정한 것은 Hobbes에게서 절대주의의 요소가 보이는 것과는 반대로 인권을 옹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Locke에 있어서 자연상태는 평화와 선의가 충만한 것으로 사회계약에는 결합의 계약과 복종의 계약의 이단계가 있는 것이고, 다수결원리가 인정된다.
* 주 14: Hobbes는 스스로 잉글랜드 내전의 쓰디쓴 체험이 이러한 사상으로 자신을 인도하였다고 한다. 그는 강력한 국가의 필요성을 주장하였고, 이 점에서는 절대주의의 입장에 선다.
* 주 15: Hobbes의 사상에는 상호 모순되는 절대주의, 개인주의, 공리주의의 요소가 혼재하고 있다고 하겠다. @p312
이것은 곧 의회민주주의를 의미하며, 이러한 Locke의 이론은 후에 프랑스혁명, 비합중국의 독립에 큰 영향을 주었다 ((87) II (2) (가) 참조). (주 16)
이상과 같은 합리주의적 자연법론은 계몽사상을 통하여 근대헌법의 골격을 이루고, 특히 자연권적 인권의 토대로서 현대적 의의를 지닌다고 하겠다.
 (마) 역사적 자연법론
프랑스의 자연법적 견해의 대표적인 학자는 살레이유 (Saleilles)이다. 그의 ‘진화적 자연법’은 슈타믈러 (Stammler)의 ‘가변적 내용의 자연법’을 논평하면서 발전시킨 것이다. 즉, 사회의 역사적 진화 가운데서 자연법의 객관적 실현을 찾고자 했던 것이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후에 이르러 자연법을 역사성과 관련시켜 고찰하고자 하는 법철학이 대두되었으며, 대표적인 학자로서 미타이스 (Mitteis)와 코잉(Coing)을 들 수 있다. 이들의 자연법론은 나치스의 폭정을 경험한 Kaufmann의 저항권사상과 일맥상통하면서 권력의 자의적 지배에 대한 저항의 정신으로 가득차 있다. 이들 현대자연법론의 핵심은 인권에 있다. Mitteis는 법사학자로서 자연법을 문화법 (Kulturrecht)으로 보고 법사학 (비교법사학을 포함하여)의 견해에서 자연법이 실정법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내려고 하였다. 그에 의하면 자연법과 실정법과의 끊임없는 대결 속에서 법이 발전되어 왔으며,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구명하는 것이 법사학의 가장 중요한 과제의 하나라고 한다. 이와 같이 그들은 자연법의 역사성을 인정함으로써 자연법의 시간, 공간을 초월한 보편타당성을 부정하는 방향에 있다.
  (3) 관념주의법철학
Kant에 의하면 확립된 독일의 관념주의철학은 피히테(Fichte), 헤겔(Hegel)의 철학으로 발전하였다 ((87) III 참조). Kant가 주장하는 법과 도덕의 구별, 명인의 자의(Willkur)의 배정과 그 한계, 인격의 절대성, 죄형의 균형과 같은 여러 원리는 모두 오늘날 시민법원리와 부합되는 것이다. 시민사회의 출현을 기반으로 하는 계몽사상은 Kant를 통해서 최고의 철학적 표현을 얻을 수 있으며, Kant철학이 이룩한 이론체계는 사회적 요청과 일치함으로써 많은 공명을 받았다.
* 주 16: 프랑스혁명이나 미국혁명에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은 Locke의 사후, Rousseau였다. Rousseau의 ‘사회계약론’은 자유민권운동에 직접적인 공헌을 하였다. ((87) II (2) (라) 참조) @p313
  (4) 공리주의법철학
공리주의는 법을 행복 또는 이익을 위한 의식적, 목적적 활동의 소산이라고 보았다. 영국의 공리주의의 창설자 Bentham는 효용(Utility)의 분배에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원리를 내세웠다. Bentham의 사상은 독일의 Jhering에 영향을 미쳤다 ((87) V 참조).
  (5) 역사법학파
법을 역사적 관점에서 역사적 발전의 산물로 보려는 학파가 역사법학파 (historische Rechtsschule)이다. 저술한 역사적 자연법론도 여기에 포함시킬 수 있으며, 사회의 발전을 과학으로 조명하고자 하는 진화론, 법을 계급투쟁의 산물로 보는 유물사관 ((88) XII 참조), Hegel의 역사철학에 있어서의 변증법적 발전의 파악방법을 계승한 신헤겔학파나 Kohler의 비교민족학적인 고찰 ((88) V (1) 참조)도 넓은 의미에서 역사법학파의 한 조류라고 할 수 있다. 역사법학파의 창시자는 Savugny이며, 독일의 역사법학파에는 로마니스텐 (Romanisten)과 게르마니스텐 (Germanisten)의 대립이 있었다 ((87) IV 참조). 로마니스텐은 로마법을 지나치게 존중하였다는 비난을 받지만 그 섬세한 논리적 분석은 후일의 시민법적 사상을 사회과학적 방법론을 통하여 사회법적 견지로 올려 놓는 데 그 골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6) 법실증주의
법실증주의 (Rechtspositivismus)는 법학의 대상을 전적으로 실정법에 국한하고 법을 형식논리적으로 이해하려는 법이론이다((33) II, (87) VI 참조). 법실증주의는 일면에 있어서는 자연법을 부인하고 타면에 있어서 법의 사회학적 고찰을 배제한다. 법실증주의는 법철학상 경험주의에 속하며, 독일의 보통법학과 프랑스의 주석법학, 그리고 분석법학과 순수법학 등으로 나타난다. @p314
 (가) 보통법학: 독일에서는 로마법을 계수하여 이를 이론적으로체계화함으로써 보통법학(Gemeine Rechtswissenschaft)을 수립하였고, 특히 19세기 후반에 들어서서는 이른바 판덱텐법학 (Pandektenrechtswissenschaft)으로 이론체계의 정교함을 자랑하게 되었다. 대표자로는 빈트샤이트 (Windscheid)를 들 수 있다((87) VI (1) 참조). 그는 Grotius의 자연법론을 버린 Savigny, Savigny의 민족정신을 버린 Puchta 등의 방법론으로 일관하여 즉, 자연법, 민족정신 등의 요소는 모두 법 이외의 요소로서 법철학에서 배척하였다. 그는 이러한 방법론으로 일관하여 입법시 고려되는 윤리적, 정치적, 경제적 요소를 배제하였다. 그리하여 독일 보통법학은 역사학파 이후에 분명하게 법실증주의로 된 것이다.
 (나) 주석법학: 독일의 보통법학 내지 판덱텐법학에 대응하는 것이 프랑스의 주석법학 (Ecole du I'Exegese)이다. 이것은 프랑스민법전 (나폴레옹법전)이 공포된 1804년부터 19세기 말까지 계속된 것으로, 특히 그 중간 50년동안은 최성기였다. 주석학파는 중요한 법전의 주석을 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성문법 특히 법률을 절대시하고, 조문의 엄격한 해석을 내용으로 하였다. 따라서 관습법을 법원으로 인정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87) VI (3) 참조). 이러한 흐름은 프랑스혁명 전의 관습이 혼란하여 이것을 법원으로 인정하기에는 법적 안정성을 해칠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다) 일반법학: 19세기 후반에 일어나 법실증주의의 일반경향으로 일반법학 (allgemeine Rechtslehre)이 있다. 이 프로그램을 만든 것은 자연법을 철저히 배격한 것으로 유명한 베르크봄 (Bergbohm)이며, Radbruch는 이 일파의 대표자로서 Merkel, Bierling, Binding 등을 들고 있다. 이들은 자연법, 가치철학, 형이상학적 철학을 배척하고, 실정법만을 대상으로 하여 일반법학의 수립을 주장하였다. 적극적으로 법실증주의를 표방한 것은 Binding 으로 그는 실정법의 논리적 분석에 의하여 규범이론 (Normentheorie)을 수립하였다. 그에 의하면 범죄는 형법규범에 대한 위반이 아니라 그 범죄가 전제로 하고 있는 규범에 대한 위반이다. 예컨대 살인죄는 형법 제 250조에 위배된 것이 아니라, 그 전제인 ‘사람을 살해해서는 안된다’는 규범에 반하기 때문에 위법한 것이라고 한다. @p315 이러한 입장은 무내용한 형식주의적 사고요, 법실증주의의 태도라고 하겠다. 그의 이러한 생각은 형벌을 오로지 ‘범죄자를 법강제 아래 둠으로써 법지배를 유지’ 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라) 분석법학과 순수법학: 엄밀한 방법론적 반성과 법실증주의의 견지에서 법학체계를 이룩한 분야로 분석법학 (analytical jurisprudence)과 순수법학 (reine Rechtslehre)을 들 수 있다. 이 두 분야는 전혀 계통을 달리하고, 창도된 시기나 사회적 배경도 다르지만 많은 면에서 서로 부합되는 점이 있으며, 또 현대적 의의 면에서도 공통점이 있다.
(a) 분석법학: 분석법학은 실정법의 구성과 내용을 분석하여 법의 근본원리 및 일반개념을 명확하게 하려고 하는 이론법학이다. 독일의 개념법학 ((51) I 참조)과 유사하고 또한 순리론적 개념분석을 임무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순수법학과 공통된다. 분석법학은 오스틴(Austin)이 창시한 것으로서 ((87) VI (4) 참조), 그는 자연법을 배척하는 법실증주의의 입장에서 법의 기초를 주권자의 명령에서 구하고(명령설), 본래의 법(law proper)은 명령(command)이며 명령이 아닌 것, 예컨대 국제법은 법이라 일컬어져도 본래의 법은 아니라고 했다. 본래의 법 가운데는 실정법 이외에 신의 법(the divine laws, the laws of God, 실질적으로는 자연법)이 포함된다. Austin은 본래의 법은 명령, 제재(sanction), 의무(duty)에 의하여 설명되지만, 이들 가운데서 ‘단순하고 엄밀하게 불리우는 법’ (law, simply and strictly so called)이 실정법이며, 이것이 법이학의 대상이 된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실정법의 윤리적 분석에 전력을 기울였다. 그의 학설은 뒤에 법학계의 주목을 끌어 현대의 법실증주의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b) 순수법학: 순수법학은 Kelsen을 중심으로 하는 빈(Wien) 법학파 (주17) 가 주장한 실정법의 순수인식에 관한 이론이다. 순수법학은 무엇보다도 실정법의 이론이 될 것을 목표로 하고, 한편으로는 법학에의 이데올로기나 정책의 혼입을 배척함과 동시에(정치적 순수성->몰가치적  이론, werfreie Theorie). 다른 한편으로는 존재와 당위를 준별하는 견지에서 사회학적 방법을 거부함으로써 (방법의 순수성 -> 규범적 방법, normative Methode) 실정법규범의 순수한 체계적 비옥을 꾀하였다.
* 주 17: Kelsen을 중심으로 하여 오스트리아의 Wien에 순수법학의 동조자들이 모였기 때문에 이를 빈학파 (Wiener Schule)라고 한다. @p316
따라서 Kelsen의 순수법학은 실정법의 이론이다. 실정법규범의 인식을 목적으로 하므로 도덕과 정치의 입장에서 자연법적인 가치를 도입하는 것을 피한다. 다시 말하면 순수법학은 실정법의 순수한 인식에 중점을 두고 있다. 즉, 주어진 법질서에 관하여, 이것을 평가없이 받아들여 될 수 있는 대로 충실하게 이것을 조작한다는 태도가 지배적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순수법학은 (i) 법의 윤리적 이해에 중점을 두는 법실증주의에 가깝다. (ii) 실정법인식의 순수성을 고집하여 정치에 의한 법의 영역에의 간섭을 물리침으로써 그의 독립성을 지키려고 하는 저항의 이론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소극적 저항의 이론이다.
둘째, 자연법과 실정법을 명확히 구별한다. 즉, 자연법은 일정한 도덕적, 정치적, 실천적 입장에서 역사를 초월하여 절대적인 타당성을 요구하는 것인데, 실정법은 역사적 제약 아래 서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적인 타당성을 요구하지 않고 상대적이다. 따라서 순수하게 법의 이론을 연구할 순수법학에 있어서는 그러한 도덕적, 정치적, 실천적 입장에 서는 자연법을 배격하고 실정법인 법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셋째, 법규범은 자연의 인과법칙과 다른 독자적인 당위의 법칙이므로 법규범의 순수인식은 자연과학적, 사회학적 방법을 피한다. 즉, 순수법학에 있어서는 일체의 사회적 사실인식의 입장을 배제하고 당위명제인 법규범의 세계로서 파악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한다. (주18) 때문에 순수법학은 법학방법론으로서 도덕적, 정치적 태도를 포함하지 않고, 또 사회적 사실연구를 배제하는 점에서 ‘순수’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법학의 대상으로서의 국가도 오직 규범논리적 의미현상에서 고찰하는 한, 그것은 법질서 자체가 아니면 안되는 것이고, 이러한 의미에서 법과 국가는 동일물로 보아야 한다. 이것이 Kelsen의 법국가동일설(Identitatstheorie)이다.
* 주 18: Kelsen의 순수법학은 실정법의 이론연구에 많은 기여를 하였다. 그러나 법을 너무나 당위(Sollen)로만 보고, 존재(Sein)의 측면을 무시하여 법철학적으로는 비판을 받게 되었다. @p317
네째, 법단계설(stufentheorie des Recht)을 전개하였다. 법질서를 법규의 체계적 통일체로 보고, 이것에 포함되어 있는 각 법규들 사이에는 효력상의 상하관계, 즉 ‘단계’를 인정한다. 이 단계의 수는 원리상 얼마든지 있어도 좋겠지만, 실제로 법기술상의 필요에서 헌법, 법률, 명령 및 판결 또는 행정처분 등으로 나누고 있다. 순수법학은 법을 이와 같은 단계에 따라 정서된 질서로서 파악한다. 이것이 곧 법단계설이다. 이 설에 의하면 법질서는 근본규범 (주19) 을 정점으로 하여 헌법, 법률, 명령 등의 단계를 거쳐 더욱 하부규범, 즉 판결, 행정처분 등에 이르는 피라밋을 형성한다. 이 피라밋의 정점에서 밑으로 내려옴에 따라 법규의 수는 점차 많아지고, 그 내용은 특수적, 구체적인 것으로 되어 간다. 이 단계질서를 정적으로 보면 법규의 타당성의 관계로 파악되고, 동적으로 보면 법의 창설의 과정으로 나타난다. (주20)
 (마) 총괄: 이상에서 법실증주의의 삼계통(보통법학과 주석법학, 일반법학, 분석법학과 순수법학)에 대하여 고찰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총괄적으로 다소의 comment를 할 필요가 있다.
첫째, 독일보통법학과 프랑스주석학파가 수행한 사회적 임무에 관한 것이다. 이들(특히 전자)은 Jhering에 의해 ‘개념법학’이라는 야유적인 이름을 붙이게 된 것인데, 그러한 경향이 당시의 학계를 풍미한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 주 19: 여기서의 근본규범이란 인식론의 입장에서는 ‘가설적인 것’ 이다. 그러나 법의 창조의 근거로서는 “법을 창설하는 최고의 권위자를 임명하는 규범” 이라고 한다. 예컨대 “사람은 특정한 군주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든가, 특정한 국민집회 또는 의회의 결의에 따라서 행동해야 한다” 라는 것 등이다. 또한 사실적인 힘과 법과의 관계에 관하여는 ‘힘을 법으로 전화시키는 것’이 근본규범의 기능이라고 보고 있다.
* 주 20: 정적인 면에서 보면 모든 법규는 그 타당성(Geltung)의 근거를 제각기 상위규범에 두고 있다. 명령은 법률에, 법률은 헌법에 그 타당성을 둔다. 그런데 헌법의 타당성은 근본규범으로부터 구하고 있는 데 근본규범 자체의 타당성은 ‘가설적인 것’ 이어서, 그 근거를 묻는 것은 법학의 영역밖에 속하는 문제로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동적인 면에서 보면 법의 창설(Erzeugung)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일반적, 추상적 상위규범이 점차 개별적, 구체적인 하위규범의 단계에 이르는 과정인 것이다. 헌법이나 법률과 같은 일반적 규범은 그것만으로는 현실에서 효과를 발휘할 수 없고, 구체적 판결(예: 갑을 징역 3년에 처한다는 등) 이나 행정처분에 (예: 갑에게 을 도로의 사용을 허가한다 등) 등에 의해 단계적으로 자기를 구체화함으로써 비로소 사회생활의 현실에 접촉하게 되고, 그러함으로써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순수법학은 이와 같이 정, 동의 입장에서 법의 단계질서를 분석하는데, Kelsen은 동적 분석을 중요시하였다. @p318
그것은 한 마디로 유럽대륙에서의 초기자본주의의 발달에 호응하여 법적 안정성, 타산가능성을 요청하는 시민법적 원리에 합치하였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의 경우는 관료국가의 힘에 의한 자유주의경제의 발전이라는 국가자유주의적인 입장에서 국가가 제정한 성문의 법률에 의하여 시민의 자유를 수호한다는 의미도 갖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시민법에서 사회법으로’라는 사회적 요청이 일어나자, 그러한 한도에서 개념법학의 임무는 끝났다. 그 이후는 개념법학은 자칫하면 반동적 의미까지도 갖게 되고, 한편으로는 국가의 법률에만 권위를 인정한다는 권위주의(민간의 관습, 법의 경시)와 사회의 실정을 무시한 ‘세상모르는 (weltrfremd) 해석론에 의해 노동자나 농민의 희생에 의한 부르조아지의 옹호라는 기능을 갖는다. 여기에 자유법운동에 일어나는 필연성이 있는 것이다.
둘째, 보통법학, 주석학파는 분석법학, 순수법학에 영향을 주었다.
셋째, 법실증주의와 자유법론과의 관계는 일면으로는 분명히 대립적이다. 법실증주의 가운데서 특히 개념법학의 대립자로 나타난 것이 자유법론이었다. 이에 의해 시민법으로서 사회법으로의 전환과 동시에 법실증주의에서 사회실증주의, 즉 사회학적 법학 내지 법사회학으로의 전환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넷째, 그러나 한편 법실증주의와 자유법론의 목표의 하나인 법사회학과의 관계는 오히려 협력적이다. 이것은 방법론을 의식한 순수법학에서 가장 현저하다. 순수법학에서의 정치적 및 방법적 순수성은 일면으로는 정치나 이데올로기에서 법학을 도피시키는 것이었으나, 다른 면에서는 자유법론이 지향하는 사회학적 방법을 법의 이름에서가 아니라 법이라는 형식적 용기 속에 법 이외의 이름에 있어서 망설임없이 받아들이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의미를 갖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다섯째, 법실증주의의 경향 전체에 대하여 자연법의 재생, 반실증주의적인 철학의 부활의 원인 내지 이유, 예컨대 현대법에서의 인간성의 문제라든가, 자연법의 현대적 의의(악법론의 등)등을 함께 생각하지 않으면 법실증주의에 대한 평가를 그르치게 된다.
요컨대 법실증주의에 대한 평가는 논자의 입장에 따라 다르다는 것은 당연하지만, 일정한 입장에 서서 생각한다고 하여도 결코 일의적인 것은 아니다. @p319
  (7) 자유법론
개념으로부터 해방이라는 자유법운동 ((51) III, (88) II 참조)의 주장은 그 자체로서는 소극적인 것으로 적극적인 기준은 제시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판결도 법관의 주관적, 감정적인 것으로 되어버리고, 감정법학 (Gefuhlsjurisprudenz) 혹은 인정주의 (humanitarisme)의 영향을 받은 무정부주의적인 인상주의 (impressionnisme)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였다. 따라서 프랑스의 과학학파는 추상적이지만 ‘과학’이라는 기준을 제시하였으며(Geny는 동시에 자연법적 색채도 띤다), 독일에서도 이익과학의 일파가 형성되어 법학이 나아가야할 보다 실질적인 방향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여기에서 다시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된다. 첫째, ‘자유로운 과학적 탐구’에서 ‘과학적’이란 무엇인가이다. 여기에 넓은 의미의 법사회학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이익법학에서의 이익교량의 기준은 무엇인가이다. 이것은 단순한 실증적 과학에 의해 주어질 수 없고, 궁극적으로 법철학에 의한 법이념이나 법가치의 탐구의 문제에 귀착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셋째, ‘과학’과 ‘이익’이 전부인가 하는 문제이다. 그것은 일의적으로 대답할 수 없다. 자연법의 재생문제를 포함하여 법철학의 새로운 과제는 여기에 빛을 비추는 데 있을 것이다. 법철학적인 법이념론, 법가치론은 이익법학에서의 이익의 기준문제를 훨씬 초월하여 중요성을 갖는 것이다.
  (8) 법사회학
법사회학은 법 및 법에 관한 제현상을 대상으로 하는 응용사회학으로, 그 임무는 해석법학에의 봉사에 한하지 않고 훨씬 광범위한 범위에 미친다 ((51) IV, (88) III 참조). @p320
  (9) 실용주의법철학과 현실주의법철학
미국의 법철학은 대체로 판례주의와 영국에서 이어받은 근대 초기의 자연법론 및 공리주의의 철학 위에 성립한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 미국의 독특한 철학을 기반으로 하는 실용주의법철학, 현실주의법철학이 발전하였다 ((88) VIII, XI 참조). 실용주의(pragmatism)를 맨 먼저 법학에 적용하여 체계화한 사람은 Pound이다. 그리고 실용주의법학은 르웰린(Llewellyn), 프랑크(Frank) 등으로 대표되는 법현실주의(legal realism) 자들에 의해 더욱 진전되었다.
  (10) 현대법철학
20세기 법철학은 무엇을 주로 다루고 있는가? 또 그것은 어떠한 철학적 방법론에 입각하여 법의 문제를 다루는가? 이것은 현상학적 법철학, 실질적 가치론의 법철학, 실존주의의 법철학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88) X 참조). @ff @p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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