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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 2/논리학

여섯. 연역추리의 비형식적 오류

by FraisGout 2020. 8. 1.

  앞에서 우리들은 연역추리에 있어서의 형식적 오류들이 무엇이고 그 예로 어떤 
것들은 들 수 있는지 대강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나 추리의 일정한 형식이나 규칙을 위반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을 
정확하지 않게 사용했을 때 그리고 전제와 결론 사이에 하등의 논리적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심리적인 연관을 핑계삼아 추리할 때 비형식적 오류를 범합니다.
  우선 언어에 의한 오류를 살펴보고 다음으로 자료에 의한 오류를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가. 언어에 의한 오류:

  말이나 글은 쓰는 사람과 사용하는 방법에 따라서 애매할 수도 있고, 또, 다양한 
뜻이 있을 경우 정확히 구분되지 않아서 오류가 생기기도 합니다. 여기에서는 
언어에 의해서 생기는 오류의 종류를 크게 여섯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겠습니다.

    1. 여러 가지 듯을 가진 말의 오류

  대부분의 단어들은 한가지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어떤 단어가 상황에 따라 
가지는 뜻을 명백히 가려서 파악하지 못하고 부정확하게 또는 혼란스럽게 의미를 
이해할 때 범하는 오류가 있습니다.

  60 년대 일입니다. 도시 변두리 작은 교회에 가면 젊은 목사가 목회를 하면서 
젖먹은 힘까지 다하여 커다란 목소리로 그러나 어딘가 어정쩡한 자세로 설교합니다. 
어쩌면 순진하게도 보입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목사의 능수 능란한 설교 태도와는 
판이하게 다릅니다.
  젊은 목사는 한사람의 신자에게라도 확실한 신앙을 불어넣기 위해서 외쳐댑니다.
  "모든 죄인은 하나님을 믿어야 합니다. 우리들 모든 인간은 죄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인간은 반드시 하나님을 믿어야 합니다."
  작은 교회당 안에 드문드문 남녀노소가 앉아 있습니다. 어떤 이는 경탄스런 
눈빛으로, 어떤 이는 반신반의하는 얼굴로, 또 어떤 이는 무표정한 모습으로 넓은 
목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목사의 주장을 추리형식으로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모든 죄인은 하나님을 믿어야 한다.
  모든 인간은 죄인다.
  그러므로 모든 인간은 하나님은 믿어야 한다.

  이 추리에서 문제가 되는 단어는 '죄인'입니다. 우리들은 죄인이라는 단어를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합니다. 남의 물건을 훔쳐서 체포된 사람은 범죄를 저지른 
죄인입니다. 그런가 하면 양심을 속이고 남에게 거짓말을 한 사람도 도덕적인 
측면에서 죄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베드로는 예수가 로마병정에게 붙잡혀 갈 때 세 번이나 예수를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네델란드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의 아버지는, 키에르케고르가 어렸을 
때, 자신이 곤경에 처하자 하나님을 저주했습니다. 이 경우 베드로나 키에르케고르의 
아버지는 종교적인 의미의 죄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죄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추리할 때 '죄인'의 뜻을 애매하게 
사용하지 않고 정확한 의미로 사용하여야만 오류를 범하지 않게 됩니다.

  그런가 하면 한 단어의 범위를 혼동할 경우 오류를 범합니다. 예컨대 대전제에서 
사용되는 단어의 범위와 소전제에서 사용되는 단어의 범위가 서로 다른데도 
불구하고 두 범위를 혼동하면 오류가 생깁니다.

  전나무는 훌륭한 건축재료이다.
  이 이쑤시개는 전나무이다.
  그러므로 이 이쑤시개는 훌륭한 건축재료이다.

  우리들이 흔히 "여자는 많은데 여자가 없어" 또는 "남자는 많은데 남자가 
없어"라고 말할 때도 같은 단어의 범위 또는 의미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한 단어의 
범위나 의미를 혼동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오류를 범하기 쉽습니다.
  부모님이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자식들에게 야단칠 때 흔히 이렇게 야단칩니다. 
"너는 공부는 열심히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공부가 시원치 않다." "오늘 네가 
받아온 이 성적도 성적이라고 달랑 들고 들어왔니?" 공부나 성적 등의 단어는 여러 
가지 뜻을 가지고 있는데도 두리뭉실하게 섞어서 쓰면 듣는 사람은 대강 뜻을 
이해할 수 있어도 명백한 의미를 파악하기 힘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때와 장소를 맞는 단어나 개념을 정확히 사용하는 습관을 길러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우리는 높낮이, 강함과 약함 그리고 멀고 가까움 등에 연관된 개념을 
사용하면서 정확한 기준을 무시할 때 추리의 오류를 범하게 됩니다.

  저 대학생은 영어실력이 모자란다.
  이 중학생은 영어실력이 뛰어나다.
  그러므로 이 중학생은 저 대학생보다 영어실력이 뛰어나다.

  위의 예에서는 '실력이 모자란다'와 '뛰어나다'를 비교할 정확한 기준이 
무시되었기 때문에 엉터리 추리가 되버렸습니다. 두 가지 또는 세 가지 서로 다른 
것을 비교할 경우에는 그것들을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이 분명하여야만 추리의 잘못을 
피할 수 있습니다.
  높낮이에 관한 예를 살펴봅시다.

  저 구름은 낮다.
  우리 집은 높다.
  그러니까 우리 집은 저 구름보다 높다.

  그러면 이제 강하고 약함에 관한 기준이 애매하기 때문에 생기는 오류를 하나 더 
살펴보기로 합시다.

  저 청년은 힘이 약하다.
  이 젖먹이는 힘이 강하다.
  그러므로 이 젖먹이는 저 청년보다 힘이 강하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과 같은 종류의 오류를 일컬어 다의어의 오류(fallacy of 
equivocation)라고 합니다.

    2. 애매한 구절의 오류

  문장의 구절이 여러 가지 뜻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문장의 구절이 애매할수록 그 구절을 대하는 사람은 혼란에 
빠집니다.

  어떤 부인이 자식의 대학입시를 앞두고 소문난 점쟁이를 찾아갔습니다. 한두 시간 
기다리다 겨우 차례가 되어 염소 수염을 한 점쟁이 앞에 앉았습니다. 점쟁이는 째진 
눈을 날카롭게 뜨고 벌써 부인이 왜 왔는지 다 안다는 추로 퉁명스럽게 한마디 
내뱉었습니다.
  "잘못하다간 큰 낭패를 보겠군."
  부인은 이 한마디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점쟁이를 쳐다보면서 부인은 황급히 
물었습니다.
  "과연 도사님은 듣던 그대로 쪽집게시네요. 지금 제 아들놈이 일류대를 
지원하느냐 아니면 이류대를 지원하느냐 기로에 서있습니다.
  일류대를 가자니 아슬아슬하고 이류대를 가자니 실력이 아깝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부인의 관상과 골상을 보아하니 아들의 일류대 합격은 어렵겠어."
  이 말에 부인은 안절부절 제 정신이 아니었습니다. 마음은 오직 하나였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쪽집게 도사에게 매달려야겠다는 일념뿐이었습니다.
  "도사님, 제 외아들이예요. 어떻게 얻은 자식이라구요..., 제발 일류대에 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방법이 있긴 있지만 부인의 뜻에 달렸지. 내 잘 아는 무당이 있는데 삼일굿은 
족히 치러야 하지. 하든 말든 그것은 부인의 마음에 달렸고..."

  위의 예에서 점쟁이가 한 말 "잘못하다간 큰 낭패를 보겠군"에서 "잘못하다간"과 
"큰 낭패를 보겠군"은 모두 애매한 구절입니다. 잘못하는 것은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또 큰 낭패를 보는 일도 수 없이 많습니다.
  사랑을 잘못할 수 있고, 장사를 잘못할 수 있고, 공부를 잘못할 수 있고, 어른 
대접을 잘못할 수 있고...이처럼 무수히 잘못할 수 있는 것들 가운데서 무엇을 
어떻게 잘못할 지에 관한 언급이 없어 애매하게 "잘못하다간"이라는 구절을 
사용한다면, 그러한 추리는 오류를 범합니다. 게다가 "큰 낭패를 보겠군" 역시 
애매하기 짝이 없습니다.
  무엇에서 어떻게 실패한다는 정확한 지적 없이 "큰 낭패를 보겠군"이라는 구절을 
사용할 경우 역시, 그러한 추리는 오류를 범합니다.

  고대 희랍의 아테네에는 델피 신전이 있었습니다. 정치가나 철학자는 문제가 
생기면 델피 신전을 찾아가서 신의 말을 들으려고 했습니다. 델피 신전에는 늙은 
무당이 있어서 찾아 온 사람에게 신의 말(신탁)을 전했습니다.

  어느날 소아시아에 있는 리디아왕국의 크로에수스왕이 델피 신전에 찾아와서 무당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신이시여, 우리 나라와 페르시아가 장차 전쟁을 하면 어떤 결말이 생기겠습니까? 
제발 저에게 미래를 보는 안목을 가지게 해주십시오."
  "그대 크로에수스가 페르시아 왕국과 전쟁을 한다면 결국 강한 왕국이 멸망할 
것이니라."
  크로에수스는 이 신탁을 확신하고 페르시아와 전쟁을 벌였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당시 페르시아 왕국만큼 강한 왕국이 없다고 믿었고 따라서 리디아와 페르시아가 
싸우면 신탁에 따라서 강한 왕국인 페르시아가 멸망하리라고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전쟁의 결과 크로에수스의 리디아 왕국이 패망하고 말았습니다. 

  이 신탁에서"강한 왕국"이란 리디아를 말하는지 아니면 페르시아를 말하는지 
분명치 않습니다. 애매한 구절을 사용할 경우 그러한 추리의 결과 우리는 그릇되게 
판단하고 따라서 혼란된 행동을 마치 참다운 것으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이처럼 
애매한 구절 때문에 생기는 오류를 애매구의 오류(fallacy of amphibody)라고 
합니다.

    3. 결합의 오류

  우리 속담에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우선 
부분에만 집착한다는 것을 뜻하고, 다음으로는 부분을 전체로 착각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비록 부분들은 참다울지라도 부분들이 합해서 된 전체는 참다웁지 못할 경우가 
흔히 있습니다. 부분들이 참이라고 해서 부분들의 결합을 반드시 참이라고 주장할 
때 생기는 오류가 있습니다.

  1) 3과 9 는 홀수이다.
  12 는 3과 9로 되어 있다.
  그러므로 12 는 홀수이다.
  2) 5와 8은 홀수와 짝수이다.
  13은 5와 8로 되어 있다.
  그러므로 13은 홀수이면서 짝수이다.

  고대 희랍의 궤변철학자들(소피스트들)도 부분의 성질을 전체의 성질이라고 
주장하는 연쇄식을 제시했습니다. 그들은 한 오라기의 머리카락을 뽑는 것이나 두 
오라기의 머리카락을 뽑는 것이나 머리카락 전부를 뽑는 것이나 똑같지 않다고 
증명할 방도가 없으므로, 즉 한 오라기의 머리카락을 뽑는 것이나 머리카락 전부를 
뽑는 것이나 똑같으므로 한 오라기의 머리카락을 뽑으면 대머리가 된다고 
논증하였습니다.
  소피스트들의 추리가 범하는 오류를 '대머리의 오류'라고도 부릅니다. 그들의 
추리를 형식화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 오라기의 머리카락을 뽑으면 대머리가 되는가?
  두 오라기의 머리카락을 뽑으면 대머리가 되는가?
  그러면 세 오라기의 머리카락을 뽑으면 대머리가 되는가?

  우리는 무의식중에 부분만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어떤 가정의 
한 아이가 말썽꾸러기일 때 "네가 개망나니이니 네 형제들도 보나마나 뻔하고 너의 
집 자체가 문제가 있다"라고 판단하기 쉽습니다. 또는 어떤 직장의 성실한 사원 한 
두 사람을 보고 그 직장의 사원 모두를 성실하다고 결론내리기 쉽습니다.
  이렇게 부분을 보고 부분들이 결합된 전체도 부분의 성질과 똑같다고 추리할 때 
범하는 오류는 결합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입니다.

    4. 분할의 오류

  일단 결합의 오류가 어떤 것인지 이해한 사람은 분할의 오류를 쉽사리 이해할 수 
있습니다. 분할의 오류는 결합의 오류를 뒤집어 놓은 것입니다.
  불란서의 파리에 가 본 사람은 다 아는 것처럼 말 그대로 아름답습니다. 쎄느강을 
따라서 양옆으로 웅장하고도 우아하게 늘어선 건물과 아무리 걸어도 지루하지 않은 
거리. 그러나 더 아름다운 것은 파리의 여인들입니다. 파리에는 화장품 가게가 
우리나라의 카페보다 더 많습니다.
  옷차림은 물론이요 얼굴 화장도 각자 개성에 맞게 할 줄 아는 것이 파리의 
여인들인 것 같습니다. 언뜻 보기에 파리 여인들의 화장은 진하지도 연하지도 않고 
은은합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파리의 여인들이 아름답다고 해서 한 사람 한 사람 개개인의 
여인이 각기 아름답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매부리코가 비정상적으로 불쑥 튀어나온 
여인, 짜리 몽땅하고 뚱뚱한 여인 등 그저 그렇게 생긴 여인도 많습니다.
  마찬가지로 어떤 일류대학의 학생들의 성적이 전반적으로 뛰어나다고 해서 특정한 
학생들 개개인의 성적도 탁월하다고 판단하기는 힘듭니다.

  분할의 오류에 관한 구체적 예를 한 두 가지 살펴봅시다.

  1) 9 는 홀수이다.
  9 는 3과 6으로 되어 있다.
  그러므로 3과 6은 술수이다.
  2) 현대 중공업은 회사이다.
  현대중공업은 사용자와 노동자로 되어있다.
  그러므로 사용자와 노동자 각각은 회사이다.

  이처럼 전체에 관하여 참인 것을 부분에 관해서도 참이라고 추리할 때 범하는 
오류는 분할의 오류(fallacy of division)입니다.

    5. 강조로 인하여 생기는 오류

  사람들이 오늘날처럼 상조오류의 홍수 속에 살았던 시절은 일찍이 없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신문이나 라디오 또는 텔레비젼에 쏟아져 나오는 상업광고는 
대부분 강조의 오류가 가져다주는 선전효과를 노리고 있습니다.

  "이 냉장고야말로 최첨단 공법에 의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바로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
  "올 여름을 시원하게 해 줄 아이스크림중의 아이스크림을 맛보세요."
  "라면 하면 바로 이 라면을 따라갈 라면이 또 있을까요?"
  "자동차라면 이쯤은 되어야지요. 이 자동차는 가격도 저렴합니다."

  이들 중 하나의 예만을 골라 분석해 보겠습니다. "이 냉장고야말로 최첨단 공법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바로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에서 '이 냉장고'를 강조하면 
다른 냉장고는 배제되고 또 '바로 당신을'을 강조하면 다른 모든 사람들은 제외되고 
오로지 당신만을 위한 것이라는 뜻이 됩니다. 강조에 또 강조를 함으로써 광고는 
소비자를 매료시킵니다.

  만일 어떤 사람이 "나는 이번 여름에는 등산가지 않겠어"라고 할 경우를 
살펴봅시다. '이번 여름'이 강조될 때 내년이나 내후년 여름에는 등산갈 뜻이 있다는 
것인지 아닌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등산'이 강조된다면 등산 말고 
수영이나 기타 휴가는 간다는 것인지 어떤지 분명히 알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이 
막연함에도 불구하고 문장 가운데 하나의 말이나 또는 구절을 강조함으로 인하여 그 
말이나 구절이 다른 것보다 훨씬 쓸모 있고 중요한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 곧 
강조의 오류가 노리는 점입니다.

  공직자 재산공개에 관한 기사가 실린 신문기사가 있다고 합시다. 특정한 몇 
사람의 국회의원의 이름을 넣고 아무개 국회의원 실제 재산은 2백억원대라고 
헤드라인을 달았다면 이 역시 강조의 오류에 속합니다. 신문이나 잡지는 특정한 
문장이나 구절을 강조하려고 해당부분을 점이나 선으로 요란스레 장식하면서 
강조합니다. 대부분의 독자는 요란스런 활자의 치장에 현혹되어 내용을 자세히 보지 
않고 머리글자만 보고 지나치기 쉽습니다.
  우리들이 냉정하고도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하고 무심결에 강조의 오류를 받아들일 
경우 우리는 어떤 주장의 본래의 의미를 보지 못하고 오직 강조된 부분의 의미만을 
중요하게 여기는 잘못을 범합니다.
  정치적 발언과 아울러 상업광고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추리의 오류는 바로 강조의 
오류(fallacy of accent)입니다.

    6. 비유 때문에 생기는 오류

  비유는 잘못 사용하면 말의 의미가 애매하게 됩니다. 특히 말의 문법적 의미와 
수사적 의미 그리고 논리적 의미가 뒤범벅으로 되어 비유의 뜻이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에게 전혀 다르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들어봅시다.

  "너는 곰같은 남자야!"
  "뭐라고? 내가 그렇게 미련하게 생겼니? 날보고 곰같다고?"
  "왜 화를 내고 그래? 너는 꼭 반달곰같아. 오동통하고 귀여운 맛이 있으면서도 
힘이 세니까 곰같다고 한 것이야."
  "도대체 이해하다가도 못하겠구만. 사람을 놀리는 것인지 칭찬하는 것인지 통 
갈피를 못잡겠어."

  "전봇대같이 큰사람"이라고 할 때 관연 키가 굉장히 큰 사람인지 아니면 별 
특징이 없이 키만 큰 것 없는 사람인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이처럼 비유를 잘못 
사용함으로써 의미를 애매하게 만들기 때문에 생기는 오류를 비유의 오류(fallacy 
of figure of speech)라고 합니다.

    나. 자료에 의한 오류

  앞에서 우리는 연역추리의 비형식적 오류 중 언어로 인하여 생기는 여섯 가지의 
오류에 관하여 비교적 상세히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자료에 의한 오류를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자료에 의한 오류는 '유관성의 오류'라고도 부릅니다. 논리적으로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전제들로부터 결론을 이끌어 내면 당연히 오류를 범합니다. 이러한 추리는 
전제와 결론 사이에 전혀 논리적 유관성이 없습니다. 전제와 결론 사이에 단지 
'심리적' 유관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추리를 성립시킨다면 그러한 추리는 오류를 
범합니다.
  우리는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중앙집권적 정치 형태 안에서 
살아 왔으므로 수평적 사고보다 수직적 사고에 익숙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복종할 
것인지 아니면 지배할 것인지를 늘 염두에 둡니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인간의 
평등이라든가 사회의 정의 등과 같은 개념은 매우 희미하고 낯선 것들입니다. 이 
말은 다시 말해서 우리들이 합리적 사고에 익숙치 못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단 문제가 발생하면 합리적 사고와 실천에 의해서 해결하려고 하기보다 돈이나 
권력의 힘에 의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는 결국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습니다.
  자료에 의한 오류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정확히 알고 그것들을 제거함으로써 
논리적으로 정확히 사고하는 습관을 기르는 자세가 요구됩니다.

    1. 위력에 호소하는 논증

  연역추리의 비형식적 오류 중에서 언어에 의한 오류는 말의 핵심을 혼란시키고 
애매하게 함으로써 발생하는 것이었습니다. 예컨대 분할의 오류의 예로 "물은 
액체이다. 물은 산소와 수소로 되어 있다. 그러므로 산소와 수소 각각은 
액체이다!"라는 추리는 전체와 부분을 혼동함으로써 결국 추리 자체가 혼란하게 
되어 오류를 범합니다.
  그러나 위력에 호소하는 논증은 논점을 흐려놓는 것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이 
주장하는 논점을 억지로 받아들이도록 강요하는 추리입니다. 그와 같은 추리는 
합리적일 수 없고 따라서 오류를 범하기 마련입니다
  아이들이 싸움하는 장면을 보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위력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너 나한테 까불다간 혼난다. 너는 내가 유도 초단이라는 것을 모르지?"
  "쳇, 유도 초단이 뭐 그리 대단하다구. 나는 태권도를 5 년 동안 배우고 있어. 
나는 태권도 2 단이야. 초단은 2 단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해."

  "위력에 호소하는 논증은 힘을 정의라고 주장하면서 힘에 따르기를, 다시 말해서 
힘에 복종하기를 강요합니다. 이와 같은 논증을 일컬어 위력에의 논증(argumentum 
ad baculum)이라고 합니다.

    2. 사람을 끌어들이는 논증

  자신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밝히기 위해서 주장을 뒷받침 해줄만한 사람의 
직업이나 지위 또는 재산이나 경력 그리고 인품이나 사상 등을 끌어들이면 그와 
같은 논증 역시 오류를 범합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종류의 추론은 논리적인 
타당성이나 부당성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끌어들이는 논증은 위력에 호소하는 논증과 비슷하며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 자주 대할 수 있습니다.

  용필이는 고전음악을 좋아하고 태지는 최신 유행하는 랩음악에 빠져있습니다.
  "용필이 형, 사람은 현대감각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현대는 모든 것이 빨리 
빨리 움직여야 해. 그리고 과거는 이미 사라진 것이야. 과거에 집착해보았지 얻을 
것이란 아무 것도 없어요. 
  지금은 정보시대예요. 모든 것이 눈 깜짝하는 순간에 바뀌고 말아요.
  전통, 전통하지 말아요. 불란서 철학자들로부터 시작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이 
무엇인지나 아세요? 간단히 말해 해체주의예요. 과거에는 철학이나 문학이나 미술 
모두 영원한 본보기, 즉 불변하는 이상에 묶여 있었지요.
  불변하는 이상이 어디에 있어요? 나는 해체주의에 전적으로 동감이야. 지난날은 
자꾸만 깨뜨려 부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요 그것이 바로 발전이야.
  형은 랩음악은 음악도 아니라고 말하지만 내가 보기엔 형이 고전음악이라는 
감옥에 갇혀있는 것이 너무 안타까워."
  "태지야, 세월이 그냥 흐르고 사람의 나이가 아무런 뜻도 없는 줄 아니? 나는 네 
나이 또래의 아이들을 이해하지만 너는 우리 또래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니?
  너보다 나이 더 먹은 사람의 말은 귀 기울여 들어야하는 법이야. 너야말로 
시끄러운 소리에 맞추어 거의 본능적으로 발광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니?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도 들어보지 못했어?
  사람이란 어디까지나 이성적인 동물이야. 여유를 가지고 생각할 때 비로소 
고전음악도 가능한 것이야. 유행가야 제아무리 좋은 곡이라도 일 이년이면 생명이 
끝나지만 고전음악은 영원해.
  사상은 또 어떠니?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고 말했어. 예수는 '원수를 
사랑하라'고 말했지. 또 석가모니는 '인연의 사슬을 끊어버리고 참다운 깨달음을 
얻으라'고 설법했어. 그런가 하면 공자는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고 했어.
  우리 나라의 율곡이나 퇴계는 '혼자 있을 때일수록 더욱더 마음을 가다듬고 
신중히 처신하라'고 했다는 것을 너도 알고 있겠지?
  책도 고전을 읽으면 심오한 인생의 뜻이 담겨있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처럼 음악 
역시 고전음악이라야 인생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해준단 말이야."

  위의 예에서 특히 용필이는 위대한 사상가들을 들먹이면서 고전음악이 
최신유행가보다 월등하나는 것, 즉 인생에 보다 깊은 의미를 가져다준다는 것을 
주장합니다.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삶의 철학을 대변하는 사람입니다. 쇼펜하우어의 
아버지는 상당한 재산을 가진 무역상이었습니다. 쇼펜하우어는 청소년 시절 
아버지를 따라 인도 등 여러 곳을 여행할 수 있었습니다. 쇼펜하우어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많은 재산을 남겼습니다. 당연히 외아들인 쇼펜하우어가 재산을 몽땅 
물려받았습니다.
  쇼펜하우어에게는 어머니와 누이동생이 있었습니다. 쇼펜하우어는 물려받은 
재산을 어머니와 누이동생에게는 한푼도 나누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은 
홀로 살면서 철학공부에만 몰두했습니다. 쇼펜하우어는 어머니와 누이동생을 전혀 
만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 재산을 물려받은 후 죽을 때까지 쇼펜하우어는 
푸랑크푸르트의 어느 거리에서 어머니와 한번 마주친 적이 있긴 했지만 아는 척도 
하지 않고 지나쳤다고 합니다.
  이런 사실을 알고 나면 어떤 사람은 쇼펜하우어의 인간성이 되어먹지 못했으니 
그의 철학도 무가치한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와 같은 판단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논증으로서 정확한 논리적 추리가 아니므로 오류를 범합니다.

  "너는 비록 대학생이라고 하더라도 아직 사회에 대해서는 까막눈이나 마찬가지야. 
대학에서 강의나 책을 통해서 이론적인 것은 어느 정도 알겠지. 하지만 네가 한국의 
경제발전이니 사회개혁이니에 관해서 제아무리 떠들어도 그런 주장은 다분히 
이상적인 대학생의 주장에 지나지 않아."
  "당신은 사람들에게 양심에 따라서 살면 이 세상에 평화가 올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내가 알기에 당신은 무신론자가 아닙니까? 당신은 기독교도 
불교도 믿지 않고 오직 성실하게 살아갈 것만 고집합니다. 그렇지만 무신론자인 
당신이 제아무리 양심껏 살아야 한다고 사람들에게 호소해도 그와 같은 당신의 
주장은 무가치합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절대자 신을 부정하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은 늘 경계하여야 할 인물이야. 찢어질 정도로 가난하니까 마음이 
비뚤어져 있을 수밖에 없어. 게다가 별 세 개 출신이야. 한번은 폭행죄로 두 번은 
절도죄로 큰집에 세 번 씩이나 들락날락했다지 뭐야? 그러니까 그 사람은 인간성이 
잔인할 수밖에 없어. 너 앞으로는 절대로 그 사람과 가까이 하지 말아라."

  이상의 예들에서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사람이면 누구나 주관적 입장에서 
자신의 주장을 끝까지 밀어 부치려고 하며 또한 논리적으로 타당하든 부당하든 간에 
상대방을 납득시키려고 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자신의  주장이 타당하다는 것을 논리적 관계에서가 아니라 어떤 사람의 직업이나 
지위 또는 인간성 등을 끌어들여 밝히려는 논증을 사람에의 논증(argumentum ad 
hominem)이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논증은 논리적 타당성을 도외시하므로 오류를 
범합니다.

    3. 무지를 핑계로 삼는 논증

  삼국지에 나오는 수많은 군웅들 중에서 겉보기에 가장 성공한 사람은 조조입니다. 
조조가 이렇게 대성할 수 있었던 원인으로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난세를 
헤쳐나가는 그의 뛰어난 안목과 구름처럼 일어나 그를 도운 수많은 모사꾼들과 
장군들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조조가 형주땅을 피 흘리지 않고 손아귀에 넣기 위해 형주의 유포에게 보낼 말 
잘하는 사람으로 적임자를 찾고 있을 때 공융이 한 사람을 추천했습니다.
  "예형은 평원사람으로 학문이 깊고 신기한 말을 종횡으로 누비는 혀끝은 사람을 
찌르기도 하며 아무도 가까이 하려고 하지 않지만 고고한 성품으로 명성이 높은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을 보내면 겁내지 않고 대임을 수행할 것이며, 결코 승상의 
이름을 욕되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조조의 부름을 받고 예형이 왔습니다. 조조 휘하의 문무백관을 한번 휘 둘러 보고 
예형이 말했습니다.
  "아, 인물이 없구나, 인물이 없어."
  그 말을 듣고 불쾌해진 조조는 가시돋힌 말로 힐문했습니다.
  "어찌 인물이 없는가? 내 휘하에 이렇게 즐비한 재사들과 명장들이 보이지도 
않는단 말이지? 잘 들어두게나. 먼저 이쪽의 순욱과 순유, 곽가, 정욱은 모두 지모가 
깊어 옛날의 소하와 진평도 미치지 못할 인재들이다. 다음 저쪽의 종료, 허저, 이전, 
악진 등은 용기에 있어서 아무도 못따르며 모두 천군만마를 호령하는 장수들이다..."
  예형은 그 말을 듣고 배꼽을 잡고 웃었습니다.
  "이번엔 내가 이들의 인물평을 해보겠소. 듣기 거북하더라도 과히 허물치마오."
  이렇게 말하면서 예형은 인물평을 시작했습니다.
  "순욱은 병자를 문안케 하거나 상가를 문상케 함이 제격이요, 순유는 묘자리를 
돌보게 하고, 정욱은 문지기를 시키는 것이 좋겠소, 곽가는 글을 쓰게 하거나 시를 
짓게하는 것으로 족하며, 장료는 북이니 징을 두드리게 하고, 허저는 우마나 돼지를 
기르게 하면 잘하리라. 이전은 편지 돌리는 배달부로 쓰면 어울릴 테고, 만총에게는 
술독을 맡기면 십상이겠소. 서황은 개백정이 적임이고, 우금은 등에 지게를 지워서 
담이라도 쌓게 하면 잘 하리라. 하후돈은 에꾸눈이니까 안의원의 약가방을 들고 
따라다니면 어울릴 것이요."
  같은 사람들에 대한 조조와 예형의 인물평이 이렇게 다릅니다. 한나라의 신하됨을 
자랑으로 삼고 있는 예형은 조조의 반역하는 마음을 뚫어보고 조조와 조조를 섬기는 
무리들을 통렬하게 힐난한 것입니다.
  조조는 속으로 화가 났지만, 애당초 말 잘하기로 이름난 야인이란 것을 전제하고 
불렀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 사람을 죽이면 자신의 도량의 좁은 
것만 드러날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조조는 예형을 골탕먹이고 비웃어주려고 일부러 주연에서 북치는 자리를 하나 
마련해주었습니다.
  며칠 후, 성대한 주연이 벌여졌을 때 예형도 악대에 끼여 있었습니다. 그의 북치는 
솜씨는 가히 일품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입고 온 누더기 옷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조조가 그의 무례를 꾸짖자, 그는 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 알몸이 되었습니다. 그는 
알몸인 채로 큰 소리로 대꾸했습니다.
  "하늘을 버리고 천자를 속이는 무례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몸을 있는 그대로 
보이는 무례 중 어느 쪽이 더 지나친가 생각해 보시오. 천하의 병사를 제대로 
예우하지 않고 북을 치게 하여 욕보이는 것은 참으로 소인배의 행동이 아니오?"
  만좌해 있던 여러 장수들이 더 참지 못하고 칼을 뽑아 그를 줄이려 하자, 조조가 
말리면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대는 곧 형주로 가서 유포를 설득하여 내 휘하에 들어오도록 하라. 그러면 
그대를 궁중의 학부에다 모시고 중용하리라."
  조조는 마음속으로 유포가 예형을 죽여주기를 바랐습니다. 골치 아픈 놈도 
제거하고 유포를 칠 명분도 생기기 때문입니다.
  예형이 형중에 도착해서도 그의 종횡무진하는 말은 그치지 않았습니다. 형주의 
유포는 속으로 귀찮은 놈이 왔다고 생각하여 황조가 지키는 성으로 예형을 보내 
버렸습니다. 예형과 더불어 술을 마시던 황조가 물었습니다.
  "학인, 지금의 조조 진영에는 누가 참다운 인물이라 할 수 있소?"
  "음, 어른으로는 공융이고 청년으로는 양수지요."
  예형은 거침없이 대답했습니다. 공융은 에형을 조조에게 천거한 사람으로 학식과 
인망을 갖춘 사람이고, 양수는 어릴 때부터 천재로 소문난 청년으로 뛰어난 머리 
때문에 여러 번 조조를 깜짝 놀라게 했지만 후일 조조의 미움을 받아 처형되고 마는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소?"
  "그대는 말이지, 산신당의 귀신이겠지."
  "산신당 귀신? 그게 도대체 무슨 뜻인가?"
  황조가 다시 물었습니다.
  "아, 그건 말이야. 토민들의 제사를 받아먹고도 아무 영험도 없다는 뜻이지. 
말하자면 제물을 도적질하는 허수아비라고나 할까."
  "뭐라고. 이놈이!"
  황조는 발끈하여 칼을 뽑아 예형을 찔러 죽이고 말았습니다.
  조조는 예형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 '결국 혀의 칼로 자신을 찌르고 말았군'하며 
고소해 하였습니다.

  위의 예에서 예형은 절개의 인물로, 조조는 타협의 인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예형의 말 중에서 "아아, 인물이 없구나, 인물이 없어"라는 말은 무지를 핑계로 
삼는 논증의 일종입니다. 이 말은 "인물이 있다면 대어 보시오. 인물을 드러낼 수 
없다면 쓸만한 인물이 전혀 없다는 결론이 나오게 되오"라는 말로 바꿀 수 
있습니다. 어떤 주장을 제시하는 사람의 추리가 모순된다고 할지라도 모순되는 점을 
상대방이 지적하지 못하는 무지를 핑계삼아 그 주장이 타당하다고 역설하는 것은 
무지를 핑계로 삼는 논증이며 그것은 오류를 범합니다.
  예형이 조조의 부하들을 하나 하나 들먹이면서 하잘 것 없는 역할에 적합하다고 
비웃는 것 역시 무지를 핑계로 삼는 논증입니다. 조조의 부하는 하나같이 쓸모 
없으니 쓸만한 재목의 부하를 지적해 보라는 것입니다. 예형의 주장은 만일 조조가 
쓸만한 재주있는 부하를 지적하지 못한다면 조조의 부하는 모조리 별 볼 일 없는 
졸개들이라는 것입니다.
  다음과 같은 예들은 모두 무지를 핑계로 삼는 논증으로 우리들의 생각과 행동을 
혼란하게 하고 심한 경우에는 심리적으로 우리에게 고통까지 안겨줍니다.

  영수는 작은 회사의 계장으로 진급하자마자 중고차를 구입했습니다. 운전면허 
딴지 얼마 되지 않아 조심운전에 온 신경을 다 쏟았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교차로의 
푸른 신호등을 보고 교차로 안쪽으로 진입하는 순간 노란 신호등이 깜빡이는가 
하더니 빨간 신호등으로 바뀌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교차로를 건너자마자 
교통순경이 영낙없이 손짓을 하였습니다. 몇 마디 서로 다투다가 포기한 채 영수는 
삼만원 짜리 딱지를 떼었습니다.
  워낙 성격이 깔끔한지라 영수는 은행에 그 날로 달려가서 벌금을 납부했습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난 후 난데없이 경찰서에서 편지가 날아 왔습니다.
  "귀하는 언제 어디서 교통을 위반했는데 범칙금을 아직 납부하지 않았으니 
90일간 면허정지입니다. 당 경찰서로 와서 면허증을 반납하시오"라는 내용이 편지에 
적혀 있었습니다.
  영수는 여기 저기 전화해 보고 사무실과 집을 오락가락하며 범칙금 납부영수증을 
찾아보았지만 헛수고였습니다.
  영수는 일단 경찰서로 가서 담당 경찰관을 만났습니다.
  "저는 의도적으로 위반한 것도 아닙니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황색 신호등 일 때 
교차로의 반까지 차량이 진입했을 경우에는 신호위반이 아닙니다. 당시 제가 
교차로를 거의 다 건넜을 때 적색 신호등이 켜졌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때 교통법규 지식이 별로 없어서 제가 위반한 줄 알고 딱지 떼는 
것을 그대로 놓아두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날 곧바로 범칙금을 저희 회사 앞 
은행에 납부했습니다. 저는 분명히 기억합니다."
  담당 경찰관은 딱하다는 얼굴로 영수를 바라보았습니다.
  "당신이 범칙금을 납부했는지 안 했는지는 영수증만이 증명해줍니다. 한, 이 삼일 
더 시간을 줄 테니 꼭 영수증을 찾아 와요. 그렇지 않을 경우 이미 컴퓨터에 
입력되었으니 반드시 면허증을 반납해야 하오."
  영수는 허겁지겁 은행을 찾아가 대강 언제쯤 범칙금을 납부했는데 영수증을 
분실했으니 납부한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느냐고 물었지만 은행원은 냉담했습니다.
  "영수증은 보통 2 년 이상 보관하셔야해요. 범칙금 영수증은 한은 본점으로 다 
갔어요. 그곳에 가서 찾아보면 되겠지만 정확한 날짜도 모르는데다 안다고 해도 
하루에 수만장씩 모이니 거의 찾을 길이 없을 거예요."
  영수는 앞이 캄캄했다.

  "영수증이 없으면 범칙금을 지불했다는 증거가 없소. 증거가 없으면 면허증을 
반납해야 하오"라고 할 때 이 역시 무지를 핑계로 삼는 논증입니다.

  "당신은 그날 그 시간에 분명히 고속버스터미널에 있었습니다. 아니라는 증거를 
댈 수 없지요? 저 여자분이 바로 핸드백을 도둑맞은 당사자입니다. 저분은 재빨리 
달아나는 당신을 분명히 목격했다고 합니다. 당신이 저분의 핸드백을 날치기하지 
앉았다는 증거를 댈 수 있습니까? 말로만 결백을 주장하지 말고 증거를 대요. 댈 수 
없다면 당신이 바로 범인입니다."

  과거에는 분명히 범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법관의, 무지를 핑계로 삼는 논증에 
의해서 멀쩡한 사람이 유죄판결을 받는 예들이 간혹 있었습니다.
  이처럼 반론을 제기할 때 또는 긍정할 때 확실한 증거를 제시할 수 없을 경우에 
무지를 핑계로 삼아 행하는 논증을 무지에의 논증(argumentum ad 
ignorantiam)이라고 합니다. 무지에의 논증이 오류를 범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이러한 논증 역시 상대방을 억지로 굴복시키기 위해서 주로 사용됩니다.

    4. 연민의 정을 불러일으키는 논증

  삼국지에 등장하는 미녀 초선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미인계란 미녀를 이용하여 적을 혼란에 빠뜨리는 계략인데, 고대 중국의 병법서인 
'삼십육계'에 나오는 책략중의 하나입니다. 이것은 적장에게 절세의 미녀를 선사하여 
마음을 혼란케 하거나 관심을 딴 곳으로 돌리게 하여 상대방의 전략을 약화시키는 
책략입니다.
  삼국지에는 여자들이 거의 등장하지 않지만 꽃같은 한 몸을 바쳐서 보은과 충절을 
함께 한 한 아리따운 처녀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막강한 무력을 앞세워 낙양에 입성한 동탁이 무쌍의 맹장 여포까지 손아귀에 넣고 
마음대로 국정을 주무르고 있을 때입니다. 뜻있는 우국지사들은 동탁을 제거하기 
위해 갖가지 계책을 도모했지만 번번이 발각되어 희생자만 자꾸 늘어났습니다. 원소, 
조조, 손견 등 정국의 영웅호걸들이 연합군을 구성하여 대항해 보았으나 그 역시 
실패하여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습니다. 연합군을 피하여 장안으로 천도한 동탁은 
어마어마한 궁성을 지어 주지육림 속에서 호화판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일이 잘되면 천하를 차지할 것이고, 일이 안 되어도 이 미오성 안에서 안락한 
여생을 보낼 것이다."
  동탁이 호시탐탐 황제의 위치를 넘보며 대역적의 언사를 호언장담해도 누구 하나 
저지할 사람이 없었습니다. 조정의 백관들은 그저 엎드려서 목숨을 부지하기에 
바빴습니다.
  '동탁을 제거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고민 속에 원로 백관인 사도 왕윤은 번뇌로 
가득찬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열겹 스무겹의 경호에다 맹장 여포까지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고 있어서 동탁에겐 바늘구멍 만한 틈도 없었습니다.
  왕윤에게는 수양딸이 하나 있었는데, 수양딸 초선은 방년 열 여덟 살로 이제 막 
피어나는 꽃처럼 미모가 절정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일찍이 왕윤이 요람 바구니와 
함께 저자거리에서 데려다 옥을 닦듯 여러 가지 학문과 기예, 가무를 익혀 악녀로 
장성시켰습니다. 초선은 그러한 왕윤을 흠모했고, 그의 수심 어린 얼굴을 대할 
때마다 친부모도 미치지 못하는 사랑을 베풀어준 양부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요즘 어르신께서 나날이 수척해지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아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목숨을 바쳐서라도 돕고 싶어요."
  왕윤은 초선의 결의에 찬 모습을 보고 미인계를 쓸 결심을 했습니다. 동탁을 
없애기 위해서는 그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너도 내 근심을 알 것이다. 동탁과 여포는 둘 다 주색에 빠진 금수같은 
놈들이다. 너를 보면 틀림없이 욕심이 동할 것이다. 두 사람을 이간시켜서 여포로 
하여금 동탁을 죽이게 하는 계략이다. 할 수 있겠느냐?"
  초선의 구슬 같은 눈물방울이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이윽고 초선은 고개를 들며 
단호하게 대답했습니다.
  "하겠어요."
  수일 후, 왕윤은 여포를 초대한 자리에서 초선을 불러냈습니다. 초선이 사뿐사뿐 
방안으로 들어서자 모란꽃의 그윽한 향기가 온 방안에 퍼졌습니다. '어쩌면 저토록 
아리따울까'라고 생각하며 여포는 넋을 잃고 황홀하게 초선을 바라보았습니다. 
초선은 계속 술을 권하였고 여포는 초선의 미색에 온통 정신을 뺏기고 있었습니다. 
이때 왕윤이 나섰습니다.
  "장군, 원하신다면 초선을 장군께 드릴 수도 있습니다만..."
  "그게 정말입니까? 이 은혜를..."
  "그럼 며칠 뒤 길일을 택해서 초선을 장군의 거처로 보내겠습니다."
  다시 며칠 뒤 왕윤은 동탁을 초빙하여 극진히 환대한 다음 초선에게 가무를 
시켰습니다. 은은한 주악 속에 소맷자락을 펼치며 춤추는 초선.
  "선녀란 바로 초선을 두고 하는 말인가 보오. 미오성에도 무수한 미인이 있지만 
초선이 만한 미인은 없소."
  동탁이 군침을 흘리며 초선의 미모를 칭찬했습니다. 왕윤이 답했습니다.
  "그럼, 초선을 동태사께 헌상하겠습니다. 가실 때 수레에 태워 가십시오."
  "고맙소. 고맙소"
  초선은 동탁과 함께 집을 떠났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여포는 끙끙 앓으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이튿날 아침, 동탁의 침소엔 해가 중천에 떠오를 때까지 휘장이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이윽고 침실의 창문이 열렸습니다. 창문 너머 얇은 잠옷을 걸친 초선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여포는 애욕으로 몸이 달아올랐습니다. 
  그때 초선도 창문 너머로 여포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초선은 여포에게 그리움을 
호소하듯 원망하듯 소리 없이 흐느끼고 있었습니다. 여포는 끓어오르는 질투심으로 
자꾸만 가슴이 미어지고 있었습니다.
  그 후 여포는 몰래 초선과 밀회하다가 동탁에게 들켜 미움을 받게 되는데, 그 
와중에도 초선의 양다리 걸치기 작전은 계속되었습니다.
  드디어 여포의 질투심과 분노가 극에 이르자, 왕윤은 여포와 함께 거사계획을 
세웠습니다. 동탁에게 황제자리를 물려준다고 속이고 동탁이 입궐할 때 참살하기로 
한 것입니다. 다음 날, 동탁의 수레가 중문에 도착하자 군사들이 동탁을 수레에서 
끌어내렸고 성난 여포의 창은 동탁의 목을 여지없이 찔렀습니다.
  "동탁이 죽었다."
  누군가가 소리치자 삽시간에 장안의 백성들은 거리로 뛰어나와 만세를 부르고, 
비대한 동탁의 배꼽에 심지를 박아 불을 켜놓고 밤새도록 춤을 추었습니다.
  그의 뱃가죽 기름이 얼마나 두꺼웠는지 불은 밤새도록 타올라서 다음날 
아침까지도 꺼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제일 먼저 미오성으로 달려간 여포는 미친 듯 초선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초선은 
어느새 자결하여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녀의 옆에는 하얀 천에 
정갈하게 쓰여진 시 한 수가 있었습니다. 여포는 그 시를 몇 번이나 읽고서야 
미인계에 넘어간 자신을 깨닫고 혼자 가슴을 쥐어뜯었습니다.

  위의 예에서는 왕윤과 초선 그리고 동탁과 여포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습니다. 
양아버지 왕윤이 초선을 친딸처럼 키웠기 때문에 초선에게 동탁을 제거하는데 힘이 
되어달라고 하는 것은 연민의 정을 불러일으키는 논증입니다.
  전제들과 결론 사이에 하등의 논리적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감정에 
호소함으로써 연민의 정을 불러일으킬 때 그러한 논증은 때로 논리적으로 타당한 
추리보다 더 강한 호소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논리적 관점에서 볼 때 
연민의 정을 불러일으키는 논증은 항상 오류를 범합니다.

  변호사들의 변론이 가끔 연민의 정을 불러일으키는 논증일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때는 그와 같은 변론이 유명한 변론으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오래 전에 '검사와 
여선생'이라는 영화가 상영되어 관람객의 눈물을 흘리게 한 일이 있습니다. 
  피고는 담당검사의 국민학교 시절의 은사입니다. 피고인 여선생은 온갖 정성을 
다하여 학생들을 돌보며 일생을 교직에 바쳤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죄를 
범했습니다. 검사는 여선생의 과거 훌륭한 공적을 열거하며 관대한 처분이 
내려지기를 강변합니다.

  연민의 정을 불러일으키는 대표적인 논증은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유태 상인 샤일록은 피도 눈물도 
없는 잔인한 상인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법정에서 샤일록은 채무자가 빚을 갚지 
못한다면 빚에 해당하는 만큼 채무자의 살점이라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하여 채무자의 변호사는 유태 상인 샤일록이 차디찬 냉혈한이라는 것, 그가 
인정이라곤 눈꼽만치도 없다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배심원과 판사의 연민의 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연민의 정을 불러일으키는 논증은 연민에의 논증(argumentum ad 
misercordiam)이라고 하며 이러한 논증은 논리적으로 언제나 오류를 범합니다.

  *도움말:연민을 불러일으키는 논증은 분명히 논리적으로 부당하여 오류를 
범하지만 우리들에게 인간의 현실사회가 반드시 논리적, 합리적으로만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가르쳐 줍니다.

  이 말은 우리들이 논리적, 합리적으로 처리하여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영역의 
문제들은 다른 방법에 의해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컨대 도덕이나 예술 또는 종교의 많은 문제들은 논리를 뛰어넘는 다른 방법에 
의해서 해결 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일 철학자 칸트도 실천의 세계는 이론의 
세계보다 위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5. 여러 사람에게 의존하는 논증

  지금까지 우리들은 '위력에 호소하는 논증', '사람들을 핑계로 삼는 논증', 
'무지에의 논증',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논증' 등에 관하여 비교적 상세히 
살펴보았습니다. '여러 사람에게 의존하는 논증' 역시 앞의 논증 등과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비합리적인 추리에 의한 논증들은 일반적으로 합리적 근거를 결여 하지만 
사람들의 감정이나 기분에 호소함으로써 부당한 추리를 마치 타당한 것처럼 
꾸밉니다. 여러 사람에게 의존하는 논증은 뭇 사람들의 정서에 호소함으로써 논증이 
타당하다는 것을 억지로 주장하려고 합니다.

  다른 여러 사람들을 끌어다 대면서 자신의 주장을 타당성을 부여하고자 하는 논증 
역시 여러 사람에게 의존하는 논증입니다. 예를 들면 쿠웨이트 전쟁시 이라크의 
지도자들이 다수 군중 앞에서 미국의 만행을 규탄하면서 백성들의 적개심과 
분노심을 끓어오르게 한 것 또한 여러 사람에게 의존하는 논증입니다.

  만일 우리들이 논리적 타당성을 무시하고 오로지 여러 사람들의 편견이나 감정 
또는 여론에만 호소하여 논증한다면 그러한 논증은 오류를 범합니다. 여러 사람에게 
의존하는 논증은 비록 현실적 행동의 효과는 클지 몰라도 합리적 사고를 
벗어납니다.
  일반적으로 희랍인은 터키인에 대하여 악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어떤 사물이나 사태를 나쁜 것으로 희랍인들에게 전하려면 그것들이 터키인들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면 희랍인들은 쉽게 믿어버립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사회에서는 어떤 일을 나쁘게 선전하기 위해서 지방색을 
들먹이면서 군중의 감정에 호소했던 일이 허다했고 지금도 그러한 경향이 다분히 
남아 있습니다.

  현대는 정보시대입니다. 선거자료든가 물가 또는 정부의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여론조사를 하는 것은 거의 상식처럼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여론이 강력한 
대통령을 원한다고 해서 대통령이 독재를 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한다면 이 또한 
여러 사람에게 의존하는 논증으로서 논리적 오류를 범합니다. 여러 사람에게 
의존하는 논증은 여러 사람에의 논증(argumentum ad populum)입니다.

    6. 숭상이나 존경을 끌어들이는 오류

  우리들은 주변에서 매우 유식한 사람들을 많이 대할 수 있습니다. 특히 나이 
지긋하고 한문에 통달한 노인 중에 유식한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들은 중국의 
고전, 사서삼경에 나오는 구절이나 아니면 노자, 장자에 나오는 짤막한 구절을 
읊어댄 다음에 우리말로 다시 번역하면서 스스로 흡족해 합니다. 이들은 그렇게 
하여 우선 자신이 기쁨을 느끼고, 다음으로 자신이 그만큼 유식하니까 듣는 
사람들은 자신의 말을 따라야 한다는 것을 은연중에 강조합니다.

  1960 년대 초반의 일입니다. 서울의 어느 일류 여고 2 학년 여학생이 어떤 
국제적인 단체에 우리 나라 대표로 뽑혀서 미국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두 달 후 이 여학생이 김포공항에 도착했을 때 벌어졌습니다. 당시만 해도 
외국물 먹는 것은 특권층의 사람들에게나 가능했습니다. 그러므로 여고 2  학년 
여학생이 국제대회에 참가하고 돌아온다는 것 자체가 뉴스 감이었으므로 수많은 
기자들이 이 여학생과 인터뷰하려고 몰려들었던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김양은 자랑스런 한국여고생 대표로 뉴욕의 국제대회에 참석했습니다. 그 대회의 
성격과 김양의 활약상에 대해서 한 말씀 해주시겠습니까?"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아이 엠 쏘리. 저 지금 말이 잘 안 나옵니다."
  김양은 서양사람처럼 어깨를 흠칫거리면서 손짓과 발짓을 섞어 코맹맹이 소리를 
내었습니다.
  "저 미국서 영어만 쓰다가 갑자기 한국말 들으니까 한국말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여러분 용서해 주세요."

  인터뷰는 억지로 끝났지만 다음날 아침 신문에 이 여학생을 나무라는 기사가 실린 
것은 뻔한 일입니다.
  이 여학생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대화에서 병적으로 외국어 단어를 섞어서 쓰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상점이나 술집 간판들 가운데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외래어 가난들이 즐비합니다.
  사람들은 자칫하면 추리의 논리적 타당성을 벗어나거나 무시하는 경향이 많고 
따라서 오류를 범하기 쉽습니다.
  물론 서양인들 중에도 자신의 유식함을 과시하고 남들이 자신의 주장을 인정하게 
하기 위하여 라틴어나 희랍어 글귀를 줄줄 외어대는 소위 유식한 부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특히 한글을 더 갈고 닦아야 할 우리의 입장에서 무턱대고 유행 
따라 외국어를 숭상하다보면 판단의 잘못은 고사하고 민족의 고유한 정신마저 해칠 
우려가 많습니다.

  사람들의 대화하는 모습을 주의해서 살펴보면 많은 수의 사람들이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려 한다는 것,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 유명한 성현의 말씀이나 확실한 전통 
내지 권위 등에 상당히 많이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어느새 알게 됩니다.

  그러한 예들을 다음의 대화에서 살펴보기로 합시다.

  "배우고 때로 배운 것을 익히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고 공자님이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모든 일을 제쳐놓고 오로지 배움에만 
매진하여야 합니다."
  "오스트리아 정신분석학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인간의 성격은 유아기에 모두 
결정된다고 하였다. 청소년이나 어른이 되어서 비뚤어진 성격을 제아무리 고치려 
해도 그것을 쓸데 없는 짓이다. 그러니 여러분은 자식들을 어릴 때 자식들의 성격이 
조화롭게 되도록 온 힘을 다 기울여서 자식들을 보살펴야 한다."

  "우리 나라의 전통은 예의범절을 가장 중요하게 여깁니다. 옛날부터 임금에게 
충성하며 웃어른에게는 효도하여야 하는 것이 우리의 전통입니다.
  전통과 권위를 무시하는 것은 짐승만이 할 짓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가치있는 것은 바로 예의범절을 소중히 지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어디까지나 나라의 웃어른에게 충성심을 가지고 또 가정의 부모님에게 효심을 
가져야만 인간의 도리를 다하는 것입니다."

  물론 근거가 확실한 전통이나 권위 또는 전문가들이 내세우는 주장은 타당할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논리적인 타당성 여부에 대한 검토가 전혀 없이 권위나 
전통 또는 이름난 사람들의 주장을 무조건 끌어들여서 자기의 의견을 타당한 것처럼 
보이려고 한다면 그러한 추리는 숭상과 존경에 의존하는 논증이 됩니다. 그러한 
논증은 흔히 오류를 범합니다. 이와 같은 종류의 논증을 일컬어 숭경에의 
논증(argumentum ad verecundiam)이라고 합니다.

    7. 우연의 오류

  우리 속담에 "침묵은 금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일종의 일반적인 명제입니다. 그러나 "침묵은 금이다"라는 일반명제를 
하나 하나의 특수한 우연적 경우에 모두 적용하려고 한다면 오류를 범하게 됩니다.
  우리들은 물을 액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물이 과연 영하의 조건에서도 
액체인가라고 묻는다면 우리가 가졌던 생각은 당장 깨져버리고 맙니다. 일반적인 
경우라고 해서 언제나 특수한 경우에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옛날에 읽은 동화책 속의 주인공은 매우 개구쟁이였습니다. 이름은 두수라고 
했습니다. 어느날 두수의 친구가 몹시 아팠습니다. 지독한 감기 몸살이었습니다. 
두수는 꿀과 조미료를 적당히 타서 몇 개의 작은 약병에 담아 친구에게 거르지 말고 
정해진 시간에 마시라고 했습니다.
  "이 약은 내가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약방 아저씨에게 특별히 부탁해서 조제한 
것이야. 내가 가끔 아저씨를 도와 드리니까 이 약을 특별히 만들어 주셨어. 이 
약에는 인삼, 녹용, 감초, 후박... 등등 좋다는 약은 다 들어 있어. 그러니 네가 이 
약을 다 마시기만 하면 기운이 거뜬해지고 얼른 완쾌될 거야."
  두수의 말대로 친구는 3일 후 완쾌되어 두수에게 고맙다며 말을 걸었습니다.
  "두수야, 그 약 정말 신통하더라. 네 말대로 좋은 약은 다 들어 있나봐. 땀이 
비오듯하더니 이렇게 씻은 것처럼 가벼워졌어."
  "금방 죽을 것처럼 그러더니 언제 아팠더냐구? 그런데 말이야. 너에게 사과할 
일이 있어."
  "갑자기 사과는 웬 사과?"
  "그 약은 내가 만든 것이야. 물에다 생강 엑기스, 후추가루, 조미료 등을 적당히 
섞어서 만든 것이란 말이야."

  위의 경우 "거짓말을 하는 것은 죄악이고 두수가 거짓말을 했으니 두수는 죄를 
범한 것이다"라고 명확히 판단할 수 있는지 의문시됩니다.

  고대 희랍의 어떤 크레타 사람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시다. "크레타 사람들은 
모두 거짓말쟁이다. 거짓말하는 것은 죄악이다. 그러므로 크레타 사람들은 
죄인다."논증만 보면 형식에 있어서는 타당한 것처럼 여겨집니다. 그러나 실상 이 
예는 약간 복잡합니다. 어떤 크레타 사람이 모든 크레타인은 거짓말쟁이라고 
말했다면 그가 하는 말 또한 거짓말이므로 크레타인은 거짓말쟁이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또 거짓말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죄악으로 받아들여지지만 특수한 
경우에는 거짓말이 오히려 선한 행동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오직 일반명제만을 고집하여 모든 경우에 적용시키려고 하여 예외의 특수한 
경우를 무시한 논증은 우연의 오류(fallacy of accident)를 범합니다.

    8. 뒤집어진 우연의 오류

  이 오류는 우연의 오류와 정반대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특별한 경우에만 
옳은 것을 확대하여 일반적인 명제로 보편화할 때 이러한 오류가 발생합니다.

  "자수성가해서 떼돈을 번 사람들이 있지? 그 사람들이 얼마나 돈에 인색한지는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야. 김포 황놀부 있잖아? 황놀부는 현금도 많고 땅도 많아서 
알부자이면서도 남을 위해서는 한 푼도 쓸 줄 모르는 자린고비야.
  황놀부는 바늘로 찔러도 피한방울 흘리지 않을 냉혈한이야. 그러니까 황놀부처럼 
자수성가한 부자들은 하나같이 모두 자린고비야."

  위의 예는 황놀부의 특별한 경우를 자수성가하여 돈 번 모든 사람들에게까지 
확대하여 적용하는 논증으로서, 뒤집어진 우연의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일반명제를 특별한 개개의 경우에 적용할 때 우연의 오류가 생기는 반면에, 
특수한 경우를 일반명제에 확대하여 적용할 경우에는 뒤집어진 우연의 오류(fallacy 
of converse accident)를 범하게 됩니다.
  
  *도움말:우연의 오류는 분할의 오류와, 그리고 뒤집어진 우연의 오류를 결합의 
오류와,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9. 그릇된 원인의 오류

  우리는 매일을 살아가면서 원인과 결과의 끊을 수 없는 고리를 확고하게 믿고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일정한 원인으로부터 항상 일정한 결과가 
일어난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과관계로 인하여 자연과학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참다운 인과관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이 참다운 인과관계인 것처럼 
논증할 때 그릇된 원인의 오류를 범하게 됩니다.
  우리 속담에 "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다"는 말이 있습니다. 까마귀가 날아간 것과 
배가 떨어진 것은 아무 인과관계가 없는데도 까마귀가 날아가자마자 배가 
떨어졌다고 해서, 배 떨어진 원인을 까마귀라고 보는 것은 그릇된 견해입니다.

  또 미개인들의 생활이나 미신에서도 그릇된 원인의 오류를 자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오랜 가뭄 끝에 마법사가 주문을 하니까 비가 왔다던가, 아니면 
푸닥거리를 하거나 굿을 했더니 갑자기 병이 낫고 부자가 되었다던거, 하는 것들은 
원인과 결과가 전혀 상관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이 마치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처럼 논증하는 예들입니다.

  다음의 예들은 그릇된 원인의 오류를 잘 드러내 줍니다.

  일이 잘 되거나 또는 아주 나쁜 일을 경험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꿈 이야기를 
둘러댑니다. 
  "어제 돌아가신 할아버지 꿈을 꾸었네. 하얀 옷에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께서 
멀리서 나를 보며 은은히 미소짓고 계셨네. 그래서 오늘 자네를 만날 수 있었다고 
생각하네. 서로 헤어진지 20 년만에 친구를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큰 대도시, 
서울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기적이 아닌가? 참 할아버지 꿈이 용하기는 용해."

  우리들은 흔히 용꿈이니 돼지꿈이니 장례식꿈 등을 이야기하며 그런 꿈을 꾸고 
나면 그 다음 날 재수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런가 하면 이빨 짜진 꿈이니 귀신 
꿈을 꾸면 그 다음 날 재수가 없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정신분석학자 프로이드의 견해에 따르면 사정은 정반대입니다. 어떤 
욕망이 지나치거나 또는 모자라서 현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인간의 무의식은 
자신이 조화를 이루기 위하여 꿈속에서 욕구를 해소시킨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이 돼지꿈을 꾸었다고 합시다. 그러면 돼지꿈을 꾼 다음에 재수가 좋은 
것이 아니고, 반대로 꿈꾸기 이전에 어떤 욕망, 예컨대 돈에 대한 욕망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잠 자면서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돼지꿈을 무의식적으로 꿈꾸는 
것입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꿈 이야기는 날조된 것입니다. 어떤 청년이 친구네 집에서 자고 
나서 오줌 싼 것을 부끄러워하면서도 용기를 내어 이렇게 말합니다.

  "너희 집 곧 부자되겠다. 실은 말이야. 어젯밤 내가 넓은 들판에 나가서 시원하게 
쉬했어. 금방 들판이 강으로 변하더니 강물이 철철 흘러 넘치는 것이었어. 그런데 
깨어보니 이렇게 이불에 지도를 그렸지 뭐야!"

  프로이드의 '꿈의 분석'에 의하면 잠자면서 오줌을 먼저 싼 다음 의식은 잽싸게 
마치 꿈 꾼 것처럼 이야기를 조작해 낸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꿈꾸고 났더니 
어쨌다고 하는 것은 꿈과 그 다음 사실과의 관계가 전혀 연관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습관적으로 그렇게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논증이 범하는 오류는 
그릇된 원인의 오류(fallacy of false cause)입니다. 

    10. 선결문제 요구의 오류

  우선 다음의 예들을 살펴보고 선결문제요구의 오류가 어떤 것인지 알아보기로 
합시다.

  1) 모든 인간은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사랑은 모든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숭고한 감정이기 때문이다.
  2) 나는 절대로 남의 물건을 훔치지도 않았고 남을 속인 일도 없으므로 결백하다. 
왜냐하면 나는 결백하게 살도록 가정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며 또는 남들이 모두 나를 
결백하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위의 예들에서 "모든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사랑의 감정을 가지고있다"던가 "나는 
결백하게 살도록 가정교육을 받았다" 등과 같은 전제는 그 자체로 논란의 여지없이 
명백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부당하게 가정되어 있습니다. 즉 전제가 우선적으로 
명백한 것으로 나타난 다음에 어떤 결론이 나와야만 논증이 올바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선결문제요구의 오류(fallacy of begging the question; petito 
principii)는 부당한 가정의 오류(fallacy of undue assumption)라고도 부릅니다.

  또 다음의 예를 봅시다.

  1) 불경의 내용은 석가모니의 말씀이다. 왜냐하면 불경의 내용이 석가모니의 
말씀이라는 것이 불경 안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2) 이 약은 좋은 약이다. 왜냐하면 이 약은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이 약이 효과가 
크다는 것은 이 약이 좋다는 것으로부터 알 수 있다.

  위의 예들에서는 전제를 결론이 증명하여주고 또 결론을 전제가 증명하여주는 
형식이 보이지만 결국 참다운 증명은 없습니다. 이 역시 선결문제요구의 오류를 
범합니다. 특히 이와 같은 형태의 오류를 일컬어 순환논법의 오류(fallacy of 
arguing in circle; circulus in prodando)라고 합니다. 논증을 한답시고 해놓고 
결국 뱀이 제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아가는 것처럼 아무런 증명도 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순환논법입니다. 다음의 예들 역시 순환논법의 오류를 범합니다.

  "저 미인은 아름다워. 왜냐하면 아름다운 여자는 미인이니까."
  "대학입시 문제는 너무 어려워. 왜냐하면 문제 출제자들이 문제를 어렵게 내기 
때문이야."
  "인구밀도가 높아지면 사람들은 가난해 진다. 왜냐하면 경제적으로 빈곤해 지면 
인구밀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11. 질문을 복합적으로 할 때 생기는 오류

  우리는 주변에서 "세 치 혀를 잘못 놀리면 패가망신한다"는 말을 간혹 들을 수 
있습니다. 말하는 것은 결국 생각의 표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몇 마디 말하는 
것만 보면 그 사람의 사람 됨됨이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고들 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를 체험하고, 체험한 것을 생각하며, 생각한 것을 
말과 글로 표현하고, 표현한 것을 이해합니다. 체험과 표현 그리고 이해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우리들의 삶을 가치있고 보람있게 성숙시켜줍니다.
  그러나 표현을 그릇되게 할 경우 우리들은 논리적 타당성을 잃고 오류를 범하게 
됩니다. 질문을 복합적으로 할 때, 질문하는 사람은 답하는 사람의 허점을 노리게 
됩니다. 왜냐하면 질문이 복합적일 때 이미 정확한 하나의 답이 나올 수 없다는 
사실이 전제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살펴보면서 질문을 복합적으로 할 때 생기는 
오류가 어떤 것인지 알아보기로 합시다.

  예) 너 지금도 매일 아침 사과 한 개씩 먹니?

  이 물음에 대해서 "아니오"라고 답하면 이전에는 아침마다 사과 한 개씩 먹었다는 
이야기가 성립합니다. 그러나 만일 "예"라고 답하면 이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매일 아침 사과 한 개씩 먹는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 물음을 분석하여 보면 결국 "너 전에는 매일 아침마다 사과 한 개씩 
먹었니?"라는 질문과 "너는 요새 매일 아침마다 사과 한 개씩 먹니?"라는 질문 두 
가지로 결합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질문을 복합적으로 할 경우 그러한 질문에 대한 답은 자연히 정확할 수 없으며 
따라서 복합적 질문은 암암리에 그 자체 안에 오류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다음의 
물음을 살펴봅시다.

  예) 너 아직도 네 아내를 끔찍하게 사랑하니?

  이 물음에 대해서 "아니다"라고 답하면 전에는 아내를 끔찍하게 사랑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뜻으로 이해되기 쉽습니다. 그렇지만 만일 "그렇다"라고 
답하면 전이나 지금이나 아내를 몹시 사랑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상대방의 한가지 질문이 논리적으로 타당할 수 없게 만들고 상대방에게 반론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드는 질문은 복합질문의 오류(fallacy of complex question; 
questionis duplicis)를 범합니다.

    12. 논점 부적절의 오류

  논점부적절의 오류는 말 그대로 추론의 핵심을 적절하게 건드리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오류입니다. 비록 전제와 결론이 얼핏 보기에 비슷한 점이나 연관성은 있는 
것 같지만, 서로 논리적 관계가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추론을 이끌어 낸다면 
논점부적절의 오류를 범합니다.

  예를 하나 살펴보면서 논점부적절의 오류가 어떤 것인지 알아보기로 합시다.

  법정에서 살인혐의로 기소된 피고에게 검사가 차가운 목소리로 심문을 합니다. 
"피고는 김여인이 살해될 당시 김여인 집 근처를 도망가다가 경찰에게 
체포되었지요?"
  "도망가던 것이 아니라 급한 일이 있어서 약방에 약을 사러 달려가던 
길이었습니다."
  "달려가나 도망가나 어딘가 빨리 가던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피고는 김여인과 
같은 동네에 살면서 김여인에게 가끔 돈을 꾸었고 최근에 꾼 돈을 갚지 못하자 수일 
전에 김여인이 다그쳤고 서로 심한 언쟁을 했지요?"
  "언쟁한 것이 아니라 며칠만 돈 갚을 날을 연기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김여인은 
안 된다고 했고 저는 제발 애걸한다고 한 두 차례 통사정했을 뿐입니다."
  "피고는 살인이 얼마나 비인간적인지 그리고 살인이야말로 인간으로서는 할 짓이 
아님을 잘 알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도한 행위가 바로 살인입니다. 피고는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지요?"
  "아무렴요. 하지만 그 이야기와 제가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위의 예에서 우리는 검사의 추론이 논리적으로 타당치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전제들과 결론이 전혀 논리적 연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제들을 근거로 
결론을 이끌어 내려고 한다면 논점부적절의 오류(fallacy of irrelevant 
conclusion)를 범합니다.

  *도움말 1:우리는 일반적으로 논리적 훈련이 부족하므로 토론에 익숙하지 
못합니다. 몇이 모여서 토론하자고 해놓고는 각자가 자기 주장만 고집할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합리적 추리보다 감정이나 편견에 치우쳐서 추리할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경우 여럿이 모인 회의가 상부의 지시사항 전달로 끝나거나 아니면 아무런 
결말을 얻지 못하고 중구난방으로 헛되게 끝나는 것은 논리적 내지 합리적 사고의 
훈련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도움말 2:앞에서 우리는 열두 가지의, 자료로 인한 오류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논리적으로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전제들로부터 결론을 도출해 낼 때 추리는 오류를 
범하는데, 이것을 일컬어 자료로 인한 오류라고 합니다.

  자료로 인한 오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언어 이외의 오류에 속합니다. 그러나 
후일 제본스가 자료적 오류(material false)라는 명칭을 부여함으로써 이들 오류를 
한층 더 분명하게 구분하였습니다.
@ff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

  1. 연역추리에 있어서 형식적 오류와 비형식적 오류의 기본적인 차이를 말해 
봅시다.

  2. 언어에 의한 오류와 자료에 의한 오류의 차이는 무엇이며 각각의 오류의 
종류는 어떤 것들입니까?

  3. 다음의 예들은 언어에 의한 오류들입니다. 각각 어떤 오류에 속하는지 지적해 
보십시오.
  1) 저 청년은 힘이 약하다. 이 젖먹이는 힘이 강하다. 그러므로 이 젖먹이는 저 
청년보다 힘이 강하다.
  2) 그대 크로에수스가 페르시아 왕국과 정쟁을 한다면 결국 강한 왕국이 멸망할 
것이다.
  3) 한 오라기의 머리카락을 뽑으면 대머리가 되는가? 두 오라기의 머리카락을 
뽑으면 대머리가 되는가? 그러면 세 오라기의 머리카락을 뽑으면 대머리가 되는가?
  4) 9 는 홀수이다. 9 는 3과 6으로 되어 있다. 그러므로 3과 6은 홀수이다.
  5) 이 화장품은 바이오 공법에 의해 제조된 것으로, 바로 당신의 아름다움을 위한 
것입니다.
  6) 김양은 전봇대처럼 큰 여학생이다.

  4. 다음의 오류들은 자료에 의한 오류들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오류들인지 
지적해 봅시다.
  1) 지도자가 결정한 세금이니 모두 세금을 성실히 납부하여야 합니다.
  2)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했으니 우리 모두는 그의 말을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3) 스승님 말씀이 양심을 가장 소중히 하라고 하셨어. 스승님처럼 인품이 고매한 
분도 드물어. 그러니 우리는 스승님의 말씀을 믿어야 해.
  4) 너는 내가 천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 없다. 그러므로 내가 천재인 것은 
분명하다.
  5) 이 아이는 소녀가장입니다. 동생들의 허기짐을 덜어주려고 순간적으로 가게 
물건을 훔쳤습니다. 그러나 정상을 참작하여 훈방하여야 할 것입니다.
  6) 여러분, 이 사람이 범인이라는 확실한 물증은 없더라도 이 사람의 과거 행적을 
보면 며칠 전 강도사건의 진범임이 분명합니다. 
  7) 영어는 한글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 그러므로 특히 학문의 용어는 반드시 
영어를 사용하여야 한다.
  8) 가장 조화로운 것은 둥글다. 수박도 둥글다. 그러므로 수박은 가장 조화로운 
것이다.
  9) 자수성가해서 돈 번 사람들은 인색하다. 우리 삼촌은 자수성가하여 돈을 
벌었다. 그러니깐 우리 삼촌도 인색하다. 
  10) 나는 오늘 고스톱판에서 몽땅 잃었다. 왜냐하면 어제밤 내가 병든 개가 꿈을 
꾸었기 때문이다.
  11) 모든 사람은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태어날 때부터 사람은 
사랑의 감정을 지니기 때문이다.
  12) 저 미인은 아름답다. 왜냐하면 아름다운 여자를 일컬어 미인이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13) 우리 고등학교는 시설도 부족하고 선생님 수도 모자랍니다. 그러니까 
이천년대에는 모범적인 고등학교로 개선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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