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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 2/논리학

넷. 사람은 누구나 오류를 범한다.

by FraisGout 2020. 8. 1.

    1. 오류란 무엇인가?

  우리들은 앞에서 부당한 추론과 타당한 추론의 예들을 살펴보았고, 왜 추론의 
타당성과 부당성이 발생하는 지도 알아보았습니다.
  부당한 추론은 오류를 범합니다. 오류란 간단히 말해서 잘못된 생각입니다. 
잘못된 생각은 옳지 못한 논리적 과정을 포함합니다. 만일 우리가 부당한 추론에서 
올바르지 못한 논리적 과정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미심쩍어 하면서도 그것을 
그대로 믿고 따르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사고의 혼란에 휩싸이게 되고 
행동의 기준을 상실하게 됩니다. 다음의 예를 살펴봅시다.

  봉이 김선달이 먼 여행길을 떠났습니다. 여행길에 지치면 낯선 주막에 들러 
술타령도 하고 바쁜 길이 아니니 하루밤 잠도 청하였습니다. 물론 주막집 
여인네에게 꾀보자기를 풀어놓아 주모를 한껏 즐겁게 해놓은 대가로 공술과 공밥을 
먹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몇 년간 만나지 못해 소식이 끊긴 친구가 살고있는 
마을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친구와 회포도 풀 겸해서 일부러 친구가 사는 
집을 찾아갔습니다. 몇 년 전에 왔을 때는 제법 산뜻하던 초가집이 어느덧 헐고 
초라한 몰골이었습니다. 친구를 만나 손을 덥썩 잡았지만 친구의 얼굴은 수척하였고, 
옷차림새도 꾀죄죄했습니다. 친구의 부인 모습도 매우 남루했습니다. 친구는 
김선달에게 방에 들어가자고 하면서 겸연쩍어 하는 얼굴이었습니다.
  김선달은 짧은 시간 동안에 친구가 중병을 앓았다는 것, 그래서 가산을 탕진하고 
이제 겨우 회복중이라는 사실을 모두 듣고 갑자기 꾀를 내었습니다.
  "여보게, 이 마을에서 마음씨 고약하고 제일 부자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글세, 알부자가 몇 사람 있긴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돈 많고 마음씨 
고약하기로는 항이리 장사 방서방일걸세."
  "방서방이라? 됐어."
  "자네 갑자기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인가? 마음씨 고약하고 돈 많은 사람을 
알아서 무엇에다 쓰려고 그러나?"
  "내게 다 생각이 있다네. 자, 이 개나리 봇짐은 여기에 놓고 잠깐 다녀오겠네. 
오늘밤은 자네와 함께 지내겠네. 저녁에 고기 안주에 찹쌀 막걸리로 회포나 
풀어보세. 아주머니보고 고기 삶을 물이나 끓이시라고 말해주게나."
  봉이 김선달은 이렇게 말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한두 차례 물어 항아리 장사 
방서방을 찾았습니다. 항아리 가게가 제법 컸습니다. 가게 한쪽 구석에는 값나가게 
생긴 자기그릇도 꽤 쌓여 있었습니다. 가게 뒷쪽으로는 넓은 터에 크고 작은 
항아리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습니다. 방서방은 비스듬히 앉아 곰방대를 빨면서 
가게로 들어서는 봉이 김선달에게 힐끗 눈길을 주는가 하더니 반쪽 조는 눈을 하고 
땅바닥을 바라보았습니다. 김선달은 속으로 뇌까렸습니다. "옳지. 이놈, 오늘 너 
임자 만났다. 네가 그렇게 마음 고약하고 돈 많은 놈이라면 내가 상대해주마."
  김선달은 기침을 두어번 하고 말문을 열었다. 
  "주인장, 최고급품으로 작은 항아리 한 개만 주시지요."
  이 말에 방서방은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을 하고 긴 여행으로 남루해진 김선달의 
몰골을 연신 바라보면서 입을 떼었습니다.
  "우리 가게는 최상품만 취급하는 것을 아직 모르고 있군. 작은놈이라도 제법 
비쌉니다."
  "꼭 필요해서 그러니 얼른 최상품으로 작은 놈 하나 주시지요."
  방서방은 가게 뒷켠으로 가서 불거진 배를 뒤룩거리면서 단지보다 조금 
큰항아리를 한 개 가지고 왔습니다.
  "이 항아리는 원래 세 냥짜리지만 낯선 객이니 두 냥만 내십시오."
  김선달은 속에서는 심술이 났지만 속으로 뇌까리면서 두 냥을 건네주었습니다.
  '돼지같은 놈. 네 속을 내가 다 안다. 한 냥도 안 되는 것을 가지고 욕심을 
채우려고 세 냥이니 두 냥이니 하는 것을 내가 모를 줄 아느냐?'
  봉이 김선달은 방서방이 욕심꾸러기이고 돈이 많지만 게슴츠레한 눈빛을 보아 
영리하지 못하다는 것을 금방 꿰뚫어 보았습니다. 김선달은 항아리를 들고 얼마쯤 
가다 느티나무 그날에 앉아 곰방대를 빨았습니다.
  "이 더운 날씨에 항아리야, 너도 힘들고 나도 힘들구나. 하지만 친구와 회포를 
풀려니 어쩔 수 없구나. 항아리야, 제발 네 구실을 톡톡히 좀 해주렴."
  얼마 후 김선달은 항아리를 들고 다시 방서방네 가게로 왔습니다.
  "방서방, 내 생각이 잘못되어 되 왔소이다. 내 말을 잘 들어보십시오. 아까 내가 
두 냥을 방서방에게 드렸소. 그렇지요?"
  "아무렴요."
  "이 항아리는 두 냥짜리입니다. 그렇지요?"
  "아무렴요."
  "그렇다면 아까 내가 드린 두 냥이 있고 이제 두 냥짜리 이 항아리를 돌려 드리면 
모두 합해서 넉 냥이요. 이 항아리도 함께 드릴 테니 넉 냥짜리 항아리를 주셨으면 
합니다."
  "손님 말이 맞기는 맞는데 뭔가 이상합니다."
  "이상할 것 하나도 없습니다. 자 얼른 넉 냥짜리 항아리를 빨리 주시지요."
  봉이 김선달은 이렇게 네 번을 반복하여 방서방으로부터 열여섯 냥짜리 항아리를 
산 다음에 좀 떨어져 있는 푸줏간에 가서 항아리를 같기고 고기와 술을 잔뜩 
샀습니다. 물론 친구와 밤새는 줄 모르고 회포를 푼 것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위의 예에서 김선달은 친구를 위한다는 마음을 가지긴 했지만, 옹기장사 
방서방에게는 그를 속이기 위해서 고의로 오류를 사용한 것입니다. 사실 이와 같은 
오류는 궤변입니다.
  고대 희랍의 소피스트들이 사용한 오류추론 역시 궤변(sophism)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런가 하면 사유의 혼란이나 부정확성으로 인하여 범하는 오류도 있습니다.

  1) 새는 난다.
  박쥐는 난다.
  그러므로 박쥐는 새이다.
  2) 새는 난다.
  타조는 날지 못한다.
  그러므로 타조는 새가 아니다.

  위의 오류추론들은 정확치 못한 생각으로 인하여 성립된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감정의 동요로 인하여 생기는 오류추론도 있습니다. 남녀 사이에 
또는 친구간에 아니면 형제간에 또는 서로 이익이 반대되는 사람들 사이에서 감정이 
복받치면 흔히 오류를 범하기 쉽습니다.

  1) 나는 여자를 싫어한다.
  너는 여자이다.
  그러므로 나는 너를 싫어한다.
  2) 이웃 마을은 우리 마음과 오랜 세월 원수지간이다.
  영순이는 이웃 마을이 처녀이다.
  그러므로 영순이는 우리 마을에 사는 나의 원수이다.

  이상의 오류추론들은 감정의 동요로 인하여 성립하는 것들이며 여기에 있어서는 
오류는 착오라고 일컬어집니다. 이와 같은 오류는 착오로 불리어지는 이외에 또는 
배리(paralogism)라고도 일컬어집니다.
  그러니깐 오류에는 크게 말해서 궤변과 배리의 두 종류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궤변은 추론하는 당사자가 상대방을 기만할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범하는 오류인 
반면에 배리는 추론하는 당사자가 생각의 혼란이나 감정의 동요로 인하여 스스로 
저지르는 오류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배리나 궤변 모두 부당한 추론을 
마치 타당한 추론인양 믿게 함으로써 우리들의 사고를 흐리게 하고 나아가서 삶의 
질서와 체계를 어지럽힙니다.
  오류를 제거하기 위해서 우선 우리는 정확한 추리방법을 철저히 익혀야 합니다. 
우선 우리는 정확한 추리방법을 철저히 익혀야 합니다. 다음으로 우리는 오류를 
제거하기 위하여 어떤 논리적 규칙을 소홀히 하였기에 오류를 범하는 부당한 추리를 
행하였는지 곰곰히 살피지 않으면 안됩니다. 

  *도움말:논리학에서 오류라고 할 때 이 말은 오류추리 또는 오류추론을 말합니다.

    2. 오류의 종류

  앞에서 우리는 추론을 연역추론과 귀납추론의 두 가지로 나누었습니다. 추론의 
절차 내지 과정인 추리로 역시 추론과 마찬가지로 연역추리와 귀납추리로 
구분됩니다.
  당연히 오류도 연역추리에 있어서의 오류와 귀납추리에 있어서의 오류로 
나뉘어집니다. 연역추리에 있어서의 오류는 다시 형식적 오류와 비형식적 오류의 두 
가지로 구분됩니다.
  형식적 오류는 논리적 오류라고도 하며 타당한 추리규칙이나 형식을 어길 경우 
생기게 됩니다. 다음과 같은 추리들은 형식적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1) 모든 여자는 인간이다.
  모든 남자는 인간이다.
  그러므로 모든 남자는 여자이다.
  2) 모든 소는 네 발을 가졌다.
  모든 소는 동물이다.
  그러므로 모든 동물은 네 발을 가졌다.

  연역추리의 형식적 오류를 자세히 알기 위해서는 삼단논법에 관한 기본지식이 
필수적입니다.
  연역추리에 있어서의 비형식적 오류는 논리규칙이나 형식과는 상관없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비형식적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 우리가 지켜야 할 규칙은 
형식추리에 있어서처럼 엄격한 형식과 다르기 때문에 그것은 소극적인 규칙들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연역추리의 형식적 오류를 분류한 최초의 철학자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여러 철학자들이 더 많은 형식적 오류들을 찾아내었습니다. 
그들은 동시에 여러 가지 비형식적 오류들을 발견하고 그러한 오류들을 방지하기 
위한 소극적 규칙들도 찾아내어 비형식적 오류들을 적절하게 분류하였습니다.

  연역추리의 비형식적 오류들의 예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죄를 범한 모든 사람은 감옥에 갇혀야 한다.
  모든 인간은 죄인이다.
  그러므로 모든 인간은 감옥에 갇혀야 한다.
  2) 전나무는 훌륭한 건축재료이다.
  이 성냥갑의 재료는 전나무이다.
  그러므로 이 성냥갑은 훌륭한 건축재료이다.
  3) 3과 6은 각각 홀수와 짝수이다.
  3과 9의 합은 9이다.
  그러므로 9 는 홀수이면서 동시에 짝수이다.

  이상의 오류들은 비형식적 오류의 예입니다. 비형식적 오류는 형식적 오류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엄격한 규칙이나 형식을 어긴 것은 아닐지라도 논리적 생각이 
철저하지 못하기 때문에 범하게 됩니다.
  비형식적 오류는 다시 언어로 인한 오류와 자료로 인한 오류 두 가지로 
구분됩니다.
  귀납추리의 오류에 관해서는 2권의 '귀납추리란 어떤 것인가'의 편에서 상세히 
다루었습니다. 귀납추리에 있어서의 오류는 영국의 경험의 경험론 철학자 베이컨이 
처음으로 다루었습니다. 베이컨 이후 영국의 경험론 철학자들인 로크나 밀 등이 
역시 귀납추리에 있어서의 오류를 다루었음을 배웠습니다.

  *도움말:일반적으로 비형식적 오류를 언어로 인한 오류와 자료로 인한 오류 두 
가지로 구분합니다. 그러나 자료로 인한 오류라는 표현이 알맞지 않다고 보아 그 
대신 부적합성으로 인한 오류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오류에 관한 이론을 체계적으로 표시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오류
  1. 연역추리의 오류
  (1) 형식적 오류
  (2) 비형식적 오류
  #1. 언어로 인한 오류
  #2. 자료로 인한 오류
  2. 귀납추리의 오류
@ff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

  1. 부당한 추론의 결과는 어떤 것들을 초래하는지 이야기하여 봅시다.

  2. 봉이 김선달과 항아리 장사 이야기에서 김선달의 추론 중 어떤 것이 오류인지 
가려내십시오.

  3. 궤변과 배리(또는 착오)의 차이를 말하여 봅시다.

  4. 오류의 종류를 크게 나누고 각각의 구체저긴 예를 들어봅시다.

  5. 언어로 인하여 생기는 오류는 어떤 것입니까?

  6. 자료로 인하여 생기는 오류는 어떤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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