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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제3의 물결

제5장 권력의 전문가

by FraisGout 2020. 7. 27.

 '누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가?' 이 의문은 제2의 물결사회에 특유한 것이다. 
산업혁명 이전에는 이런 의문이 존재하지 않았다. 지배자가 국왕이든 무당이든 장군이
든 태양신이나 성자이든 민중은 자기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 누군인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밭에서 일하는 가난한 농부가 고개를 들어 바라볼 때면 멀리 지평선 위로 화
려한 궁전이나 사원이 솟아 있었다. 정치학자나 언론인에게 특별히 권력의 정체에 관
하여 수수께끼를 풀어달라고 할 것까지도 없이 지배자가 누구인가는 만인의 눈에 명백
했던 것이다.
 그러나 제2의 물결이 밀어닥침에 따라 도처에 새로운 권력이 대두하였다. 그것은 막
연한 정체불명의 권력이었다. 지배자는 이제 이름없는 '그들'이 되어 버렸다. 
'그들'이란 대체 어떠한 사람들이었을까?
 
 통합자
 산업주의는 이미 보아왔듯이 사회를 공장, 교회, 학교, 노동조합, 형무소, 병원과 같
은 뭇하게 서로 맞물린 부품으로 분해시켰다. 교회와 국가가 개인 사이에 있었던 명령
계통을 단절시켰다. 포괄적인 지식은 여러 전문분야로 나뉘어졌다. 일은 세밀한 작업
과정으로 분해되었다. 내가족은 분열하여 핵가족이 되었다. 이렇게 하여 산업주의는 
공동체의 생활과 문화를 산산이 부숴버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누군가가 이들 부품을 모아 새로운 모양으로 만들 필요가 생겼다.
 이같은 필요성에 따라 새로운 종류의 전문가집단이 탄생했다. 그들의 주요임무는 '통
합하는 일'이었다. 경영자, 행정관, 대표, 조정자, 사장, 부사장, 관료, 중역 등이라
고 일컫는 새로운 집단이 모든 기업, 정부기관, 그리고 사회의 각계각층에 출현하여 
이윽고 그 존재는 사회에 필요불가결한 것이 되었다. 이들이 통합자(integrator) 들이
었다.
 통합자들은 사람들의 역할을 결정하고 업무를 배정했다. 누구에게 어느 정도의 보수
를 지불하는가를 결정했다. 또한 계획을 입안하고 판단기준을 정하며 사람들에게 자격
을 부여하거나 철회했다. 통합자들은 생산, 유통, 수송, 통신 등을 서로 연결시키고 
여러 조직들의 상호관계를 규정하는 규칙을 만들었다. 요컨대 산산히 흩어진 사회를 
다시 제조립한 것이 그들이었다. 그들이 없었더라면 제2의 물결체제는 도저히 운영될 
수 없었을 것이다.
 19세기 중엽에 마르크스는 기계와 기술, 즉 '생산수단'을 소유하는 자가 사회를 지배
한다고 생각했다. 그의 주장은 노동이란 상호의존적이기 때문에 노동자는 스크라이크
에 의해서 생산을 중단시킬 수 있고 고용주로부터 기계를 빼앗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
다. 그리고 일단 생산수단을 소유하면 노동자가 사회를 지배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역사는 마르크스의 예상을 뒤엎었다고 해도 과연이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그
가 적절히 지적한 노동의 상호의존성 때문에 현실에서는 체제를 조정하고 통합하는 새
로운 인간집단에 더욱 큰 권력이 집중되어 버린 것이다. 결국 지배자의 지위에 오른 
것은 자본가도 아니며 노동자도 아니었다. 자본주의 국가나 사회주의 국가를 불문하고
 정상의 자리에 앉은 것이 이들 통합자들이었다.
 권력의 원천은 '생산수단'의 소유가 아니고 '통합수단'의 장악이었다. 이 말의 의미
를 좀 더 깊이 고찰해 보자.
 기업계에서 초기의 통합자들은 공장소유자, 상점경영자, 제분소나 철공소주인과 같은
 사람들이었다. 이들 생산수단의 소유자는 몇몇 사람들의 조수들과 함께 다수의 미숙
련공의 노동을 조정하고 나아가서는 기업을 커다란 경제의 흐름 속에 통합시킬 수 있
었다.
 이 시대에는 '소유자=통합자'였으므로 마르크스가 이 양자를 혼동하여 소유라는 것을
 크게 강조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생산양식이 다 복잡해지고 분업도 더 한층 
전문화되어 감에 따라 고용자와 노동간의 중간적인 존재로서 놀랄 만큼 다양한 관리자
와 전문가들이 기업에서 속속 출현하게 되었다. 문서업무가 급격히 증가했다. 
이윽고 대기업에서는 사장이든 대주주이든 그 어떤 개인도 기업 전체의 운영을 파악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기업소유자의 의사결정이 체제의 조정역할을 맡은 전문가집단
에 의해 형성되고, 결국 그들에게 통제받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소유에 의존하지 않
고 통합수단을 관리함으로써 권력을 손아귀에 쥐는 새로운 경영 엘리트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경영권의 권력이 증대함에 따라 주주들의 힘은 후퇴해 갔다. 회사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친족끼리 소유하고 있던 주식은 다수의 분산된 주주들에게 매각되어 이 주주들은
 회사의 실무에 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주주들은 회사의 일
상업무뿐 아니라 회사의 장기목표나 경영전략이라는 것까지 고용된 경영자에게 맡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론상으로는 회사의 소유자들을 대표하고 있는 이사
회 조차도 만족스런 정보를 얻을 수 없게 되었다. 또 투자면에서도 개인의 직접투자를
 대신해서 연금이라든가 투자신탁 또는 은행의 신탁부문 등을 통한 간접투자가 활발하
게 되자 기업의 실제소유자는 더욱 기업경영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이들 통합자들의 새로운 권한을 가장 명백히 설명해 준 사람은 미국의 전 재무장관 
마이클 블루멘덜이다. 블루멘델은 재무장관이 되기 전에 벤딕스사의 사장이었는데 벤
딕스사의 소유자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중요한 것은 회사를 소유
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를 지배하는 것이다. 나는 이미 사장으로서 완전한 지배권을 장
악하고 있다. 다음 주에 주주총회가 있는데 이 97 퍼센트의 주주로부터 위임장을 맏았
다. 그러나 내가 소유하고 있는 주식은 불과 8000주에 지나지 않는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회사의 지배권이다. 세상 사람들이 나에게 바란다고 해서 그 일을 하는 것은 어
리석은 일이다. 내가 바라는 것은 기업이라는 이 거대한 동물을 지배하여 건설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처럼 기업의 경영방침은 고용된 경영자나 남의 돈을 투자하는 자
금 관리자들에 의해 결정되기에 이르렀다. 어쨌든 노동자는 차지하고 회사의 실제소유
자(주주)들 조차도 정책을 결정할 수 없게 되었다. 통합자들이 이 일을 떠맡았다.
 이와같은 현상은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발생했다. 이미 1921 년에 레닌은 자기 손으로
 만든 소련의 관료제도를 비난하는 발언을 했었다. 트로츠키는 망명중인 1930 년에 소
련에는 이미 5600 만 명의 관리자계급이 '생산노동에는 직접 종사하지 않고 오로지 관
리하고 명령을 내리고 지휘를 하며 사람들을 처벌하거나 사면하고 있다.'라고 비판하
였다. 그에 따르면 생산수단을 소유하는 것은 국가이지만 '국가를 소유하는 것은 관료
이다.'라는 것이다. 1950 년대에는 밀로반 질라스가 그의 저서 "새로운 계급"에서 유
고슬라비아의 경영 엘리트 집단의 권력증대를 비판하고 있다. 
티토대통령은 질라스를 투옥했으나 대통령 자신도 '기술자에 의한 지배와 관료에 의한
 지배는 노동자계급의 적이다.'라고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모택동시대의 중국에서도 
경영주의에 의한 지배를 미연해 막는 일이 언제나 중심과제였다.
 이와같인 자본주의 사회뿐 아니라 사회주의 사회에서도 통합자들이 효과적으로 권력
을 장악했다. 그들의 존재없이는 사회체제 각 부분들이 통합적인 기능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즉 사회라는 이름의 '기계'는 통합자없이는 작동할 수 없었던 것이다.
 
 통합의 원동력
 한 기업 또는 전체 산업을 통합한다고 해서 만사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현대의 산업사회는 노동조합이나 동업자조합에서 교회, 학교, 진료소, 오락단체에 이
르기까지 무수한 단체나 조직을 만들어 냈다. 그 때문에 법률을 만들 필요가 생긴 것
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보영역, 사회영역, 기술영역이라는 새 영역이 서로 밀
접한 관계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제2의 물결문명을 통합해야 한다는 강력한 필요성 때문에 사회체제를 통합하는 엔진
이라 할 수 있는 최대의 통합자인 '거대한 정부'가 출현했다. 제2의 물결사회마다 모
두가 거대한 정부를 가지게 된 것은 이 사회체제가 통합을 강력히 요구했기 때문이라
고 할 수 있다.
 행정부의 축소를 주장하는 정치가들도 나타나긴 했으나 이들도 일단 정권을 잡고 나
면 행정부의 축소는 커녕 반대로 관청의 수를 늘리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제2의 물
결정부의 첫째 목적이 산업문명을 건설하고 그것을 유지하는 데에 있다는 사실을 고려
하면 이와같은 언행의 불일치는 일어날 만한 일임을 납득할 수 있다. 
산업문명의 확립과 유지라는 중요한 목표 앞에 사소한 입장의 차이는 해소될 수밖에 
없었다. 다른 문제에서는 서로 논쟁을 벌이는 정당이나 정치가들도 이 점에 관해서는 
암암리에 서로 양해하고 있다. 비록 주의주장을 달리하더라도 거대한 정부를 만드는 
일은 모든 정당과 정치가의 양해사항의 하나이다. 왜냐하면 산업사회에서는 통합이라
는 중요한 과업이 행정부에 완전히 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정치평론가 클레이튼 프리치도 지적하고 있듯이 미국 연방정부는 심지어 최근 3기에 
걸친 공화장 정권하에서도 끊임없이 확대일로를 걸어왔다. 프리치에 의하면 '그 까닭
은 지극히 단순하다. 중대한 악영향을 남기지 않고 연방정부를 해체하는 일이란 요술
사 후다니의 솜씨를 가지고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라는 것이다.
 자유시장론자들은 정부의 기업활동에 대한 간섭을 비판해 왔다. 그러나 민간기업에만
 맡겨 두었더라면 산업화가 훨씬 더 늦어졌을 것이고 과연 산업화가 진행되었는지조차
도 의문이다. 정부는 철도건설을 촉진하고 항만, 도로, 운하, 고속도로를 건설했다. 
우편제도를 확립하고 전신, 전화, 방송시설을 개설하고 그것들을 운용하는 규칙을 만
들었다. 상거래에 관한 법을 제정하고 시장의 표준화를 시행했다. 자국의 산업을 육성
하기 위해 외교적 압력을 행사하거나 관세를 부과했다. 산업노동력을 공급하기 위해 
농민을 농촌에서 몰아냈다. 가끔 군사채널을 통해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고 첨단기술개
발을 지원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분아에서 정부는 어느 누구도 해낼 수 없었고
 또 하고자 하지도 않았던 커다란 통합역할을 맡아온 것이다.
 정부는 거대한 산업화의 추진자였다. 정부는 강제집행력과 조세권을 가지고 민간기업
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활동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민간기업이 들어
갈 수 없는 분야 또는 재산성이 없는 분야라는 체제내의 공백지대를 진출하여 산업화
의 기운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해 왔다. 말하자면 정부는 '예상적 통합'을 할 수 있었
던 것이다.
 정부는 대중교육제도를 시행함으로써 장래의 산업노동력으로서 기대되는 청소년을 교
육시키고 결과적으로 산업계를 원조함과 아울러 핵가족이라는 생활양식의 보급에도 기
여했다. 어린이의 교육을 비롯하여 전통적 역할의 부담으로부터 가정을 해방시켜 줌으
로써 정부는 가족구조가 공장체제의 요구에 적응하도록 촉진했다. 
이와같이 정부는 여러 차원에 걸쳐 복잡하게 뒤얽힌 제2의 물결문명을 통합하는 역할
을 맡았던 것이다.
 통합의 중요성이 증대됨에 따라 당연히 정부의 본질이나 형태도 변화했다. 예를 들면
 대통령이나 수상은 옛날과 같이 창조적인 정치지도자나 사회지도자가 아닌 관리자로
서 등장하게 되었다 인격과 행동면에서도 대기업의 사장과 거의 다름없는 사람이 되었
다. 닉슨, 카터, 대처, 브레즈네프, 지스카르 데스탱, 오히라 등과 같은 선진공업국의
 수뇌들은 의무적으로 민주주의라든가 사회정의를 말하지만 그 직무에 앉으면 실제로
는 능률적으로 행정을 한다는 정도의 약속밖에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자본주의나 사회주의를 불문하고 산업사회에는 전체를 일관하는 한 가지 동일
한 패턴이 생겼다고 해도 될 것이다. 대기업 또는 생산조직과 거대한 행정기구가 바로
 그것이다. 그것은 마르크스가 예언한 '생산수단을 탈취한 노동자계급'도 아니며 아담
 스미스학파가 거대한 '권력을 유지하는 자본가계급'도 아니다. 전혀 새롱운 세력이 
등장한다. 이 세력은 노동자나 자본가에게도 소속되지 않고 그 양자에 대항하는 세력
이다. 권력전문가들이 '통합수단'을 먼저 수중에 넣고 그것을 사용하여 사회, 문화, 
정치, 경제 등을 지배한 것이다. 이로써 제2의 물결사회는 통합자들에 의해 지배받게 
되었다.
 
 권력구조의 피라밋
 권력전문가들은 엘리트들과 준엘리트들로 구성되었다. 각 기업과 정부의 각 부처에도
 즉시 독자적인 체제가 이루어지고 그 안에 지배층, 다시 말해서 강력한 '그들'이 형
성되었다.
 스포츠, 종교, 교육 등 각계에는 고유한 권력 피라밋이 있으며 과학계의 지배층, 국
방관계의 유력자, 문화계의 지배층 등이 차례로 형성된다. 제2의 물결문명의 권력은 
이와같이 수십명, 수백명, 수천명의 전문분야의 엘리트로 분산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분야의 스페셜라이즈드 엘리트(specialized elite)를 통합하고 있는 것은
 제너널리스트 엘리트(generalist elite)이다. 이 집단은 모든 전문분야에 걸쳐 구성
원을 가진 다재다능한 조직 밖의 집단이다. 소련이나 동구의 공산당이 그 예로 항공분
야로부터 음악, 철강업 등에 이르기까지 온갖 분야에 당원이 있다. 공산당원은 준엘리
트들 사이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정보연락망으로 기능하고 있다. 
공산당은 정보에 접할 수 있었기 때문에 거대한 권력을 가지고 전문적 준엘리트들을 
통제할 수 있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이처럼 명확한 형태는 아니지만 각종 민간위
원회나 임원회에 참여하는 주요기업인이나 변호사가 비슷한 역할을 해왔다. 
어쨌든 명백한 것은 제2의 물결국가에는 관료라든가 이사라는 이름의 통합전문가집단
이 존재하고 그것을 다재다능한 통합 제너럴리스트 집단이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슈퍼 엘리트
 이 피라밋의 더 높은 상층부에서는 투자의 배분을 담당하는 '슈퍼 엘리트'들에 의한 
통합이 이루어졌다. 금융계나 산업계, 국방성이나 소련의 경제계획관료들 등 산업사회
내의 주요한 투자배분을 결정하는 사람들은 그 밑에 있는 통합자들이 기능할 테두리를
 정한다. 미국의 미니에폴리스에서나 소련의 모스크바에서도 대규모적인 투자결정이 
내려지면 그 결정은 장애의 선택범위를 제한하게 된다. 
자원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므로 일단 투자하여 벳세머 용광로나 석유분해증류공장, 조
립공장과 같은 것을 건서러해 버리면 감가상각이 끝날 때까지 해체할 수가 없다. 
따라서 이러한 설비투자에 의해서 일단 매개변수가 고정되면 그것이 장래의 경영자나 
통합자의 행동을 규정하게 된다. 모든 산업사회에서는 이러한 투자결정의 조종간을 장
악하는 익명의 결정권자집단이 슈퍼 엘리트층을 구성하고 있다.
 따라서 제2의 물결사회 어디에서나 서로 비슷한 엘리트 구조가 생겼다. 
사회위기나 정치파동이 일어날 때마다 지방이나 나라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었지만 반
드시 이와같은 은밀한 권력의 위계질서가 생겨났다. 등장인물의 이름이 바뀌고 슬로건
, 정당명, 후보자가 그때마다 달라졌고 혁명의 불길은 타올랐다 이윽고 사라졌다. 훌
륭한 마호가니 책상 앞에 앉는 얼굴모습도 바뀌었다. 그러나 기본적인 권력구조 그 자
체는 전혀 바뀌지 않았던 것이다.
 과거 3세기에 걸쳐 권력의 장벽을 타파하고 사회정의와 정치적 평등에 기초한 새로운
 사회를 수립하고자 하는 반란이나 개혁이 거듭 여러 나라에서 시도되었다. 
한 동안은 자유에 대한 희망이 민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도 있었다. 때로는 혁명가들
이 한 체제를 전복하는 데에 성공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어느 경우에도 최종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반역자들이 자기들 혁명의 기치 아
래 준엘리트, 엘리트, 슈퍼 엘리트들로 이루어진 유사한 구조를 재구축했던 것이다. 
어째서인가? 그것은 통합구조와 그것을 지배하는 권력전문가집단이 제2의 물결문명에 
있어서 공장, 화석연료, 핵가족들과 마찬가지로 필수적인 존재였기 때문이다. 산업주
의와 그것이 약속한 완전한 민주주의는 사실상 양립될 수 없는 것이었다.
 혁명운동 등에 의해서 산업국가들은 자유시장경제와 중앙계획경제 사이를 오락가락할
 때가 있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사회주의 국가로 바뀌거나 또는 그 반대로 되는 경
우도 있었다. 그러나 '표범은 그 반점무늬를 바꿀 수 없는 법'이라는 속담대로 산업국
가의 본질은 좀처럼 바꾸지 않았다. 강력한 통합구조없이는 산업국가는 기능할 수가 
없었다.
 변혁의 제3의 물결이 경영관리층 세력의 보루에 거세게 밀어닥치고 있는 오늘날 이 
권력체계에도 최초의 균열이 생기고 있다. 이 나라 저 나라에서 경영참여, 의사결정의
 분담, 노동자, 소비자, 시민에 의한 관리, 예상적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
아지고 있다. 가장 진보된 산업국가에서는 과거보다도 위계적 색채가 덜하고 애드호크
러시 성격이 강한 조직구성이 시작되고 있다. 권력의 분산을 요구하는 소리가 높아지
고 관리자들은 더욱 더 하부로부터의 정보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필연적으로 정치
체제의 격변을 예고하는 초기적 경고에 불과하다.
 현재 이미 제2의 물결문명의 산업사회를 공략하고 있는 제3의 물결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튼 사회적, 정치적 혁신을 초래할 것이다. 현재의 낡고 억압적이고 뒤떨어
진 통합구조들을 대신하여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새로운 제도가 태어날 날이 다가오
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새로운 가능성으로 눈을 돌리기 전에 무너져 가는 체제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뒤떨어진 정치체제를 X광선으로 투시하여 이 체제가 제2의 물결문명에 
얼마나 적합한가 산업사회의 질서와 엘리트에게 얼마나 봉사해 왔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그렇게 해야 이 체제가 이미 부적당하고 더 이상 존속될 수 없는 이유가 분명히
 떠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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