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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 5/문명의 충돌

12. 서구, 문명들, 문명

by FraisGout 2020. 7. 26.

  서구의 재생?
  모든 문명의 역사에서 적어도 한 번은, 그리고 대개는 여러 번 역사의 막을 내린다. 문명의 보편 국가가 
등장하면 그 문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토인비가 말한 대로 '영속성의 망상'에 눈이 멀어 자기네 문명이 인류 
사회의 최종 형태라는 명제를 신봉하게 된다. 로마 제국이 그러했고 아바스 왕조가 그러했으며, 무굴 제국과 
오스만 제국도 다를 바 없었다. 보편 국가에 거주하는 국민들은 그 보편 국가를 황야의 하룻밤 거처로 보는 것이 
아니라 약속의 땅, 인간의 궁극적 목표점으로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다. 절정기의 대영 제국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1897년의 영국 중산층은 역사는 종착역에 이르렀다고 보았다. 그들은 이 역사의 종말이 자신들에게 
베풀어 준 영구 불변한 열락의 상태를 자축해야 할 이유가 얼마든지 있었다. 그러나 자신들의 역사가 궁극점에 
이르렀다고 전제하는 사회는 대체로 몰락기로 접어든 사회이다. 서구는 이러한 양상에서 벗어나는가? 멜코는 
이와 관련한 문제를 두 가지로 집약하였다.
  첫째 서구 문명은 지금까지 존재해 온 다른 모든 문명들과 너무나도 달라서 그 자체가 하나의 유형, 새로운 
종이라고 할 수 있는가?
  둘째 서구의 범지구적 팽창은 다른 모든 문명들이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는가?
  대부분의 서구인은 이 두 질문에 당연히 그렇다고 응답하는 편이다. 어쩌면 그 생각이 옳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른 문명에 살았던 과거인들도 서구인과 비슷한 생각을 하였지만 그 생각은 이미 틀린 것으로 판명났다. 
서구는 l500년 이후 다른 문명들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쳤다는 점에서 분명히 남다르다. 서구는 또한 전 세계로 
번진 근대화와 산업화 과정의 첫 삽을 떴고 다른 모든 문명은 서구의 풍요와 근대성을 따라잡으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그러나 서구의 이러한 특성은 하나의 문명으로서 서구의 발전과 변동이 다른 모든 문명들에서 
지배적으로 나타났던 양상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의미하는가? 역사적 증거로 보거나 문명의 비교사를 
공부하는 연구자들의 견해로 보아도 그렇지는 않은 듯하다. 지금까지 서구의 발전 과정은 역사에 등장한 모든 
문명들이 밟았던 발전의 양태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슬람이 부활하고 아시아의 경제가 약진하는 것은 다른 
문명들이 멀쩡히 살아 있으며 이들이 적어도 서구의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서구와 다른 
문명들의 핵심국이 개입하는 대규모 전쟁은 불가피하지는 않지만 발발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20세기 초에 
시작되어 몇십 년 동안 계속된 서구의 쇠락은 다음 세기에 들어가서도 지속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서구가 
재생하여 세계 문제에 영향력을 다시 회복하고 다른 문명들의 모방과 추종을 낳는 지도적 위치를 되찾을 
기능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역사에 등장한 문명들의 발전 단계를 가장 유용하게 구분한 학자는 퀴 글리(Carroll Quigley)로 보이는데 그는 
이 과정을 모두 7단계로 설명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서구 문명은 370년부터 750년까지 그리스-로마, 셈, 
사라센, 야만 문화의 요소가 흔합되면서 서서히 틀을 갖추어 나갔다. 8세기 중반부터 10세기 말까지 지속된 
형성기에 이어 서구 문명은 문명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팽창의 단계와 분쟁의 단계를 꾸준히 오고 갔다. 다른 
문명학자들도 동의하는 사실이지만 퀴글리에 따르면 서구는 이제 분쟁의 단계를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구 문명은 안전 지대가 되었다. 간헐적으로 냉전의 양상이 벌어지기는 했지만 서구 문명 내부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이제는 거의 상상하기 어렵다. 2장에서 살펴 보았듯이 서구는 민주주의와 다원주의 정치 질서 지향으로 
나타나는 연합, 연맹, 체제, 그 밖의 공존 제도로 이루어진 복잡한 형태의 보편 제국을 발전시키고 있다. 요컨대 
서구는 문명의 반복되는 영고 성쇠 괴정에서 후세인들이 황금 시대로 회상할 만한 단계, 퀴글리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 문명권의 내부에 서로 경쟁을 벌이는 단위들이 존재하지 않으며 다른 사회들과의 싸움이 아주 
멀리서 벌어지거나 그런 싸움이 아예 없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평화의 시기로 접어든 성숙한 사회가 되었다. 
이 평화의 시기는 내부에서 벌어지는 전투적 파괴의 종식, 내부에 존재하는 무역 장벽의 완화, 공동의 도량형과 
화폐가 통용되는 체제의 구축, 보편 제국의 건설과 관련 있는 정부 지출에 역점을 둔 광범위한 공조 체제가 
만들어 낸 번영의 시기이기도 하다.
  과거 문명들에서 불멸을 꿈꿨던 눈부신 황금 시대는 외부 사회의 침략으로 극적인 단기간에 종말을 맞거나, 
내부의 붕괴로 느리지만 마찬가지로 고통스럽게 종말을 맞이하였다. 한 문명의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은 그 
문명이 외부 세력의 파괴력 앞에서 저항하거나 내부로부터의 붕괴에 저항하는 데 모두 긴요한 역할을 한다. 
196l년 퀴글리는 문명이 성장하는 것은 '팽창의 도구', 다시 말해서 잉여를 축적하여 생산적 혁신에 투자하는 
군사적, 종교적, 정치적, 경제적 기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문명이 쇠퇴하는 것은 잉여를 
새로운 혁신에 투입하는 노력을 중지할 때이다. 현대적 용어로 우리는 그것을 투자율의 저하라고 부른다. 이것은 
잉여를 관리하는 사회 집단이 잉여를 소비로 돌릴 뿐 좀더 효과적인 생산 방식을 제공하지 못하억 비생산적이고 
자기 욕망을 층족시키는 목적에만 사용할 때 발생한다. 사람들이 자본을 고갈시키면 문명은 보편 국가의 
단계에서 쇠락의 단계로 이행한다. 이것은
  극심한 경제 불황, 생활 수준의 하락, 이런저런 기득권을 놓고 벌어지는 내전 문맹률의 증가를 동반한다. 
사회는 점점 약해진다. 이 마모의 과정을 입법에 의존하여 중지시키려는 헛된 시도가 이루어진다. 쇠락은 
계속된다. 사회의 종교적, 지적, 사회적, 정치적 수준이 사람들을 대규모로 동원할 수 있는 힘을 상실하기 
시작한다. 새로운 종교 운동이 사회를 휩쓸기 시작한다. 사회를 위한 싸움에 나서기를 꺼려하는 분위기가 
팽배하고 심지어는 납세를 퉁하여 사회를 지원하는 행위마저 거부하는 풍조가 나타난다.
  쇠락은 다시 그 문명이 스스로를 방어할 의사가 없기 때문에 자위력을 상실하여 야만족의 침략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되는 침공의 단계로 이어진다. 침략을 감행하는 세력은 대체로 더 젊고 강력한 문명에서 
나온다. 문명사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교훈은 개연성 높은 사태는 많아도 피할 길 없는 숙명적 사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명은 스스로를 혁신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또 실제로 그렇게 해 왔다. 서구가 
당면 하고 있는 중요한 문제는 외부의 도전 세력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자신의 내부적 쇠락 과정을 중단시키고 
역전시킬 만한 능력이 과연 있는가 없는 가이다. 서구는 갱생에 성공할 것인가 아니면 계속되는 내부의 부식으로 
경제적으로나 인구로나 더 활력 있는 다른 문명들에게 종속당하는 몰락의 가속화될 것인가?
  1990년대 중반의 서구는 퀴글리가 쇠락의 가장자리에 도달한 완숙한 문명의 특징으로 열거한 사항들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경제적으로 서구는 다른 어떤 문명보다도 풍요를 구가하였지만 경제 성장률, 저축를, 투자율은 
특히 동아시아와 비교하였을 때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미래의 견실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위한 토대를 구축하는 
것보다는 개인과 집단의 소비가 우선시되었다. 인구의 자연 성장률도 이슬람 국가들과 비교하였을 때 낮았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이 피할 수 없는 파국을 낳는 것은 아니다. 서구의 경제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서구인의 생활 여건은 조금씩 향상되었다. 또한 서구는 아직도 과학 연구와 기술 혁신에서 정상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낮은 출산율은 정부가 나선다고 해도 해결될 가능성이 회박하다. (정부의 개입은 인구 증가을을 
낮추는 데는 효과적이어도 촐산을을 높이는 데는 별로 효과가 없다.) 그러나 이민은 다음의 두 조건이 충족될 
경우 새로운 활력과 인적 자본의 원천이 될 만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첫째 그 나라가 필요로 하는 
재능과 실력을 가진 유능하고 적극적인 사람을 우선적으로 받아들이며, 둘째 새로운 이민자와 그 자녀들이 그 
나라의 문화에 동화되어야 한다는 조건이다. 미국은 첫째 조건을 충족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며 유럽 
국가들은 둘째 조건을 충족시키는 데 애를 먹었다. 그러나 이민자의 수준, 성격, 특성, 동화에 관한 정책을 
마련하는 것은 서방 국가들의 경험과 능력으로는 얼마든지 해낼 수 있는 일이다. 서구의 입장에서 보면 경제나 
인구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윤리 의식의 약화, 문화적 쇠락, 정치적 분열이다. 윤리 의식의 약화를 나타내는 
징후로서 자주 거론되는 것은 다음과 같다.
  l.범죄, 마약사용, 전반적 폭력 등 반사회적 행동의 증가
  2. 이혼율, 문맹, 10대 임신, 편부모 가정의 증가를 동반하는 가정의 와해
  3. 자발적 결사에 참여하려는 정신과 거기서 싹 트는 개인 상호간의 신뢰를 뜻하는 '사회적 자본' 의 약화
  4.'노동 윤리' 의 전반적 약화와 개인적 몰입이 유행처럼 번지는 현상
  5. 미국의 경우 학력 수준의 저하로 나타나는, 학습 활동과 지적 활동에 대한 열의 감퇴
  서구가 앞으로도 건강을 유지하면서 다른 사회에 영향력을 지속시키려면 이슬람과 아시아가 도덕적 우월감을 
주장하는 추세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서구 문화는 내부의 집단들로부터 도전을 받고 있다. 그 도전의 하나는 바로 동화를 거부하고 자기가 떠나 온 
나라의 가치관, 풍습, 문화를 여전히 고수하고 전파하려고 애쓰는 이민자들로부터 받는다. 이런 현상은 유럽에 
거주하는 이슬람 교도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만 그들은 어디까지나 소수 집단에 지나지 않는다. 정도는 
덜하지만 미국에 사는 히스패닉 집단도 비슷한 성격을 보인다. 그런데 미국의 히스패닉 인구 규모는 만만 치가 
않다. 만일 히스패닉의 동화가 실패로 끝나면 미국은 단절국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내전과 분열이 꼬리를 물고 
나타날 것이다. 유럽에서도 서구 문명은 그 중심적 성분인 크리스트교의 약화로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종교적 교리를 지키고 종교 활동에 참여하며 스스로 신앙인임을 밝히는 유럽인의 수는 날로 줄어들고 있다.
  이런 경향은 종교에 대한 적대감이라기보다는 종교에 대한 무관심을 반영한 것이다 크리스트교의 관념, 
가치관, 관습은 여전히 유럽 문명을 지배하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비종교적인 민족이 스웨덴인이라고 한 스웨덴 
사람이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우리의 제도, 사회적 관습, 가정, 정치, 생활 방식이 근본적으로 루터의 정신에서 
유래하였다는 사실을 간과한다면 이 나라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고 그는 덧붙였다. 유럽인과는 달리 
미국인은 전체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자신을 신앙인으로 여기고 상당수가 교회에 나간다. 1980년대 중반까지도 
미국에서 종교가 부활하고 있다는 증거는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그 다음 10년 동안은 종교 활동이 눈에 띄게 
활발해진 것으로 보인다. 서구인들 사이에서 크리스트교가 힘을 잃고 있는 현상은 최악의 경우에도 서구 문명의 
건강성에 대단히 장기적인 위협만을 가할 뿐이다.
  그보다 더 직접적이고 위험 천만한 현상이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미국의 국가적 정체성은 
문화적으로는 서구 문명의 유산, 정치적으로는 미국인의 절대 다수가 동의하는 자유, 민주주의, 개인주의, 법 
앞의 평등, 입헌주의, 사유 재산권 같은 국가 강령으로 정의되어 왔다. 20세기 말에 와서 미국의 정체성을 이루는 
문화적, 정치적 두 성분은 수적으로는 소수이나 만만치 않은 영향력을 가진 지식인과 정치 평론가로부터 
집증적이고 일관된 공격을 받고 있다. 다원 문화주의(multiculturalism)를 내건 그들은 미국을 서구 문명에 
귀속시키려는 태도를 비판하고, 공통된 미국 문화의 존재를 부정하였으며, 국가보다 하위 단계에 있는 인종적, 
민족적, 그 밖의 문화적 정체성과 집단성을 두둔하였다. 그들의 손으로 작성한 보고서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들은 
교육 부문에서 나타나는 '유럽 문화와 그 파생물에 대한 체계적 편견'과 '유럽-미국이라는 단일 문화적 관점의 
만연'을 공격하고 있다. 다원 문화주의자들은 슐레진저(Arthur M. Schlesinger, Jr.)가 말한 대로 서구의 유산에서 
만연된 서구의 범죄 이상의 것을 보지 않으려 하는 민족 중심적 분리주의자인 경우가 많다. 그들의 정서는 
범죄로 얼룩진 유럽의 유산으로부터 미국을 해방시키면서 비서구 문화의 유입을 통하여 속죄를 하자는 것이다.
  다원 문화주의의 흐름은 1960년대의 민권 운동에 뒤이어 제정된 각종 법규에도 반영되었으며 1990년대에 
들어와서도 클린턴 행정부는 다양성의 고취를 주요한 정책 목표의 하나로 설정하였다. 과거와는 하늘과 땅 
차이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다양성을 현실로 받아들이면서도 거기서 문제점을 의식하였다. 프랭클린, 
제퍼슨, 애덤스 등이 참여한 대륙회의(영국에 맞서 조직된 13개 식민지의 합의체'옮긴이) 위원회가 '다수로 
이루어진 하나(e pluribus unum)'를 국가적 표어로 선정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인종적, 지방적, 
민족적, 경제적, 문화적 다양성이 야기하는 위험성(그것은 실제로 1815년부터 1914년에 이르는 한 세기 동안에 
최대 규모의 전쟁을 낳았다.)을 우려하던 후대의 정치 지도자들은 '대동 단결'이라는 구호에 호응하면서 국민적 
통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 이 나라를 파멸로 이끄는, 국가로서의 지속적 존립 가능성을 송두리째 말살하는 
절대적으로 확실한 한 가지 길은 이 나라를 아웅다웅하는 여러 민족들의 난장판이 되도록 방치하는 짓' 이라고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는 경고하였다. 그러나 1990년대의 미국 지도자들은 그러한 사태를 방치하였을 뿐 
아니라, 국민적 통합을 추진하기는커녕 다양성을 극진히 떠받들고 있다.
  앞서 우리가 살펴 보았듯이 다른 나라의 지도자들은 때때로 자신들의 문화적 유산을 부정하고 자기 나라의 
정체성을 이 문명에서 저 문명으로 옮기려는 시도를 하였다. 지금까지 그 일에 성공한 지도자는 한 명도 없다. 
그들은 구제 불능의 분열국을 만들어 냈을 뿐이다. 미국의 다원 문화 주의자들도 자기 나라의 문화적 유산을 
마찬가지로 거부한다. 그들은 미국을 다른 문명에 귀속시키려 하지 않고 여러 문명으로 이루어진 국가, 다시 
말해서 어떠한 문명에도 속하지 않고 문화적 중추도 없는 나라로 만들려고 한다. 그렇게 이루어진 나라는 응집력 
있는 사회로 오래 존속할 수 없다는 것을 역사는 보여 준다.
  다원 문화주의의 미국은 통일된 국가라기 보다는 민족들의 각축장이 될 것이다. 다원 문화주의자들은 또한 
개인의 권리보다 크게 인종, 민족, 성으로 정의되는 집단의 권리를 우위에 둠으로써 미국 건국 정신의 핵심적 
요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뭐르달(Gunnar Myrdal)은 l940년대에 과거 크레브코외르(Hector St. John de 
Crtvecoeur),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같은 외국인이 지적한 내용과 같은 맥락에서 미국의 국가 강령은 이 
거대한 이질 적 국가의 구조에서 시멘트의 역할을 하였다고 평가하였다. 호프스태더 (Richard Hofstader)도 여러 
이념들을 갖지 않고 하나의 이념 아래 뭉친 것은 국가로서 우리가 걸어을 수밖에 없었던 운명이었다.' 고 비슷한 
견해를 피력하였다. 그 이념을 상당수의 국민이 부정할 때 미국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국가적 통합성을 단일 
이념에 미국보다도 더 많이 의존하였던 소련의 운명을 보면 미국도 정신이 바짝 들 수밖에 없다. 일본의 철학자 
다케시(Umehara Takeshi)는 "마르크시즘의 완전한 실패와...소련의 극적인 붕괴는 근대성의 주류였던 서구 
자유주의의 몰락을 예고하는 서곡일 뿐이다. 자유주의는 마르크시즘의 대안도 아니고 역사의 종말기를 지배하는 
이념도 아니며 다음에 무너지는 것은 바로 자유주의"라고 지적하였다. 도처에서 사람들이 문화적 용어로서 
자신들을 정의내리는 시대에 문화적 중추가 결여되어 있고 오직 정치적 신조에 의해서만 정의되는 사회가 
어떻게 존립할 수 있겠는가? 정치적 원칙은 안정된 공동체를 건설하기에는 변덕스러운 토대이다. 문화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문명 세계에서 미국은 이념이 중시되는 쇠락하는 서구 세계의 비정상적인 마지막 잔류자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건국 강병과 서구 문명의 유산을 거부한다는 것은 우리가 알아 온 미국의 종말을 의미한다. 그것은 또한 
사실상 서구 문명의 종말을 뜻한다. 만일 미국이 탈서구화할 경우 서구는 유럽과 유럽인들이 정착하여 세운 인구 
밀도가 회박한 비유럽 지역의 몇 나라로 축소된다. 미국을 잃을 경우 서구는 세계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떨어지는, 유라시아 대륙의 한 귀퉁이에 조그맣게 붙어 있는 반도의 신세로 전락한다.
  서구 문명과 미국 건국 이념의 수호자들과 다원 문화주의자들 사이의 충돌이 커스(James Kurth)의 표현으로는 
서구 문명의 미국 구역에서 펼쳐지는 '진짜 충돌' 이다. 미국인은 우리가 서구인인가 아니면 다른 무엇인가라는 
증요한 믈음과 맞닥뜨려야 한다. 미국과 서구의 미래는 서구 문명의 일원이라는 자각을 미국 국민이 다시금 
하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 국내적으로 그것은 문화 다원주의의 분열을 조장한다는 경보를 묵살하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그것은 미국을 아시아에 귀속시키려는 교묘한 논리를 거부하는 것이다. 아무리 경제적 결속이 
강화된다 하더라도 아시아와 미국은 근본적인 문화적 차이로 한 살림을 차릴 수가 없다. 미국인은 문화적으로 
서구 가족의 일원이다. 다원 문화주의자들은 이 관계를 훼손하고 심지어는 파괴하려고까지 하지만 그것은 부인 
못할 엄연한 사실이다. 자신의 문화적 뿌리를 찾아 나선 미국인은 유럽에서 그것을 발견한다.
  1990년대 증반 서구의 본질과 미래를 놓고 새로운 논의가 벌어지면서, 서구라는 실체가 존재한다는 새로운 
각성과 함께 그것을 앞으로 어떻게 존속시킬 것인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활성화되었다. 이것은 부분적으로는 
기존의 서구 기구 곧 NAT0를 확대하여 동유럽 국가들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여야 할 필요성으로부터, 
유고슬라비아의 붕괴에 서구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두고 서구 진영 내부에서 발생한 심각한 대립으로부터 
싹텄다. 이것은 또한 소련의 위협이 부재하는 상황에서 향후 서구의 통일성을 어떻게 도모할 것인가 하는 문제 
의식, 특히 이와 관련하여 미국이 유럽에 대하여 어느 정도까지 책임을 질 것인가 하는 데 대한 불안을 
반영하였다. 점점 강력해지는 비서구 국가들과의 접촉이 잦아지면서 서구 국가들은 자신들을 결속시키는 공동의 
문화적 토대를 새로이 자각하기에 이르렀다. 북미와 유럽의 지도자들 사이에는 대서양 공동체를 재건해야 한다는 
데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1994년 말과 1995년에 독일과 영국의 국방 장관, 프랑스와 미국의 외무 장관, 
키신저, 그 밖의 유력 인사들은 모두 여기에 적극적으로 찬동하였다. 이들의 주장은 리프킨드(Malcom Rifkind) 
영국 국방 장관의 발언에 집약되어 있다. 그는 l994년 11월 4개국이 주축을 이루는 '대서양 공동체'의 구축, 
NATO를 증심으로 한 국방과 안보의 도모, 법치주의와 의회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의 공유, 시장 경제와 자유 
무역, '그리스-로마에서 시작되어 르네상스를 거쳤고 우리 시대의 공통된 가치관과 신념, 문명으로 면면히 발전해 
온 유럽 공동의 문화적 유 산'을 강조하고 나섰다. l995년 유럽 위원회는 범대서양 관계를 부활하는 계획에 
착수하였으며 이것은 유럽 연합과 미국의 포괄적 협약 서명으로 이어졌다. 동시에 많은 유럽의 정치인과 
기업인은 범대서양 자유무역 지대의 출범을 지지하고 나섰다. NAFTA를 비롯한 무역 자유화 구상에 반대를 
일삼았던 미국 노총의 수뇌부도 범대서양 자유무역 지대에는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저임금 국가들과의 
경쟁으로 국내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또한 대처(Margaret 
Thatcher)와 겅리치(Newt Gingrich) 등 유럽과 미국의 보수주의 정객은 물론 캐나다와 영국 지도자들의 지지도 
얻어냈다.
  2장에서 논의한 바 있듯이 서구는 몇 세기 동안 유럽이 주도한 발전과 팽창의 단계를 거친 후 20세기에 
들어와서는 미국이 주도하는 다음 발전 단계로 접어들었다. 만일 북미와 유럽이 스스로를 쇄신하고 문화적 
동질감을 쌓으며 NATO의 안보 협력을 보완하는 경제적, 정치적 결속의 틀을 강화해 나간다면 경제적 풍요와 
정치적 영향력을 구가하는 제3의 유러아메리카 단계로 약진할 수 있을 것이다. 내실 있는 정치적 결속이 
이루어질 경우에는 세계의 인구 생산력, 군사력에서 서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문명의 지도자들은 앞으로도 서구의 힘을 만만히 보지 못할 것이다. "EU-NAFFA의 연합은 그 
막강한 무역량을 배경으로 전 세계를 호령할 수 있다."고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총리는 아시아인들에게 경종을 
울렸다. 그러나 서구가 정치적, 경제적 결속에 이르기 위해서는 그 전에 미국이 스스로를 서구 국가로서 
재확인하고 자신의 세계적 위치를 서구 문명의 지도국으로서 정의해야 한다.
  세계 속의 서구
   문화 정체성-인종적, 민족적, 종교적, 문명적-이 증심부에 놓이고 문화적 유대감과 거리감이 동맹, 적대 의식, 
국가 정책을 좌우하는 세계에서 서구, 특히 미국은 다음 세 가지를 시사받는다.
  첫째, 정치가들은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고 이해할 때만 현실을 건설적 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새롭게 
대두하는 문화의 정치 역학, 비서구 문명들의 쌓여 가는 실력, 이들 사회의 점증하는 문화적 자부심이 비서구 
세계에서 널리 인식되고 있다. 유럽의 지도자들도 사람들을 결속시키고 분열 시키는 문화의 힘을 누누이 
강조하였다. 반면에 미국의 지도층은 새로운 현실을 굼뜨게 받아들이고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고 있다. 부시 
클린턴 행정부는 다원 문화주의를 지향한 소련, 유고슬라비아, 보스니아, 러시아의 통합성을 지지하였으나 그것은 
분리를 추구하는 강력한 민족적, 문화적 힘 앞에서 무익한 노력이었다. 미국은 APEC처럼 유명 무실하지 않으면 
NAFTA처럼 예상치 못한 막대한 경제적, 정치적 손실을 입을 수 있는 다문명 경제 통합안을 추진하였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와는 '지구적 동반자'로서, 중국과는 '건설적 개입'의 형태로서 다른 문명의 핵심국들과 긴밀한 
관계를 발전시키려고 애썼으나 이들 국가와 미국의 이해는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클린턴 행정부는 또 
러시아가 정교 국가의 수장으로서 그 지역에 중요한 이해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를 보스니아 
평화 회담에 깊숙히 끌어들이는 데 실패하였다. 다문명 국가라는 미망에 넘어간 클린턴 행정부는 세르비아계와 
크로아티아계의 자결권을 부정하고 발칸 지역에 이란의 동맹국인 1당 지배 이슬람 국가가 들어서는 것을 도왔다. 
비숫한 맥락에서 미국 정부는 체첸이 의심할 나위 없이 러시아 연방의 일부라는 주장 아래 이슬람 교도를 
정교의 지배에 맡기는 정책을 취 하였다.
  일반적으로 유럽인은 한편으로는 서구 크리스트교와 다른 한편으로는 정교. 이슬람교를 가르는 구분선의 
근본적 중요성을 깨닫고 있지만 미국은 국무 장관의 표현대로 카톨릭, 정교, 이슬람 구역으로 유럽을 근본적으로 
나누지 않을 방침이다. 근본적 차이를 깨닫지 못하는사람은 그러나 뒤통수를 얻어맞을 날이 온다. 클린턴 
행정부는 당초 미국과 동아시아 국가들의 세력 관계 변화에 무지하였던 것 같고, 그래서 무역, 인권, 핵 확산 
등의 사안에서 스스로 관철시키지 못할 목표를 거듭 공표하였다. 전체적으로 미국 정부는 세계 정치가 문화와 
문명의 파도에 의해 규정되는 시대에 적응하는 데 크나큰 어려움을 보였다.
  둘째, 미국의 대외 정책은 냉전 시대의 요구에 맞추어 설정한 정책을 포기하거나 수정하거나 심지어는 단순히 
재고하는 것마저도 쉽사리 용납하지 않는다. 그래서 혹자는 언젠가 부활하게 될 소련에서 잠재적 위협을 보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냉전 시대에 맺었던 동맹과 군축 협정을 신성시하는 풍토에 젖어 있다. NAT0는 냉전 
시대의 틀을 유지하지 않으면 안된다. 미일 안보 조약은 동아시아의 안보에 긴요하다. ARM 조약은 신성 
불가침이다. 유럽 통상 전력 협정은 준수되어야 한다. 물론 이것들을 포함하여 냉전 시대의 각종 유산을 가볍게 
던져 버려서는 안 될 일이다. 하지만 냉전의 틀 안에 계속 남아 있는 것은 미국의 이익에도 서구의 이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문명 세계의 현실을 감안할 때 NAT0는 가입을 원하는 다른 서구 국가들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확대되어야 하지만 불구대천의 원수지간이며 다른 회원국들과의 문화적 유대감이 결여된 국가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지도 깨달아야 한다. 소련과 미국의 상호 공격 가능성을 
차단하고 미소의 핵전쟁을 미연에 방지한다는 냉전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여 마련된 ASM 조약은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테러 집단이나 비이성적인 독재자의 예측 불가능한 핵공격 위협을 저지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미일 안보 조약은 소련의 일본 공격을 저지하는 데 기여하였다. 하지만 탈냉전 시대에 그것이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올까? 중국을 견제하고 억제한다? 일본이 새로운 강대국 중국에 접근하는 속도를 늦춘다? 일본의 
새로운 군국주의를 억누른다? 현재 일본에서는 주일 미군의 존재를 부담스러워하는 여론이 높아가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과연 일방적으로 일본을 방어해 주어야 할 필요성이 있는가를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유럽 통상 
전력 협정은 중부 유 럽에서 나토-바르샤바 조약 기구의 대립을 완화시키고자 마련된 장치이지만 이 지역에서의 
이념적 대립은 사라진지 오래다. 이 협정으로 러시아는 남쪽의 이슬람 교도의 안보 위협에 적절히 대처하는 데 
곤란을 겪고 있다.
  셋째, 문화와 문명의 다양성은 서구 문화의 보편 타당성에 대한 서구, 그 중에서도 특히 미국의 신념을 
뒤흔든다. 이러한 신념은 서술적으로도 당위적으로도 표현되고 있다. 서술적 차원에서는, 모든 사회의 사람들이 
서구의 가치관, 제도, 관습을 채택하기 원한다는 주장으로나타난다. 만일 그들이 그런 욕망이 없고 자기들의 전통 
문화를 고수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것은 그들이 마르크시스트들이 자본주의를 신봉하는 프롤레타리아에서 
발견한 '허위 의식'의 회생자이기 때문이다. 당위적 차원에서, 서구 보편주의는 전 세계 사람들이 서구의 가치관, 
제도, 문화를 수용해야 한다 고 못 박는다. 이것들이 인류의 가장 수준 높고 가장 계몽된 가장 진보적이고 가장 
합리적이고 가장 근대적이고 가장 문명화된 사상을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족 분쟁과 문명 충돌이 본격화될 세계에서 서구 문화의 보편성에 대한 서구인의 믿음은 세 가지 문제에 
봉착한다. 그것은 첫째 거짓이고, 둘째 비도덕이며, 셋째 위험이다. 그러한 믿음이 거짓이라는 점이 이 책의 핵심 
명제인데 하워드(Michel Howard)가 그 명제를 잘 요약하였다. "문화적 다양성은 우리의 근본적 가치관을 
규정하는 서구 지향적이며 영어가 공용어로 쓰이는 세계 문화의 확산에 의하여 빠르게 잠식당할 운명에 놓인 
역사적 골동품이라는 서구인의 가정은... 한마디로 틀렸다." 하워드의 통찰력 있는 지적에 아직도 공감하지 
못하는 독자는 이 책에서 묘사한 세계로부터 한참 떨어진 곳에 살고 있음에 틀림없다.
 '비서구인들이 서구의 가치관, 제도, 문화를 채택해야 한다.'는 믿음이 비도덕적인 까닭은 그것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희생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19세기 말 유럽이 거의 전 세계를 휘어잡고, 20세기 말 
미국이 전 세계에 군림하면서 서구 문명이 세계를 휩쓸었다. 그러나 유럽의 패권은 이제 현실이 아니다. 냉전 
시대처럼 소련의 군사 위협을 방어해야 할 필요성이 사라졌기 때문인지 몰라도 미국의 영향력 역시 줄어들고 
있다. 문화는 힘을 뒤따른다. 비서구 사회들이 다시 한번 서구 문화에 침윤당한다면 그것은 확산되고 팽창한 
서구의 힘에 의해 층격을 받았을 때만 가능하다. 제국주의는 보편주의의 필연적이며 논리적인 귀결이다. 게다가 
문명의 완숙기로 올라선 서구는 자신의 의지를 다른 사회들에 강요할 만한 경제적 저력도 인구 배경도 없다. 또 
그렇게 하는 것이 자결과 민주주의라는 서구의 가치관에 위배되기도 한다. 아시아 문명과 이슬람 문명이 자기네 
문화의 보편 타당성을 주장하기 시작하면, 서구인들은 보편 주의와 제국주의의 연관 관계를 납득하게 될 것이다.
  서구의 보편주의가 세계에 위험을 초래하는 까닭은 핵심국들 사이의 문명 전쟁을 낳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서구에게 더더욱 위험한 까닭은 전쟁에서 서구가 패배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소련이 봉괴하자 
서구인들은 자신들의 문명이 우위를 점하게 되었지만 아시아, 이슬람, 기타 문명들도 서서히 힘을 쌓아 나가고 
있는 현실에 맞닥뜨렸다. 이때 서구인들은 브루투스의 호소력 있는 낯익은 논리에 의존하고 싶은 유흑에 빠진다.
  우리의 군대는 모자람이 없으며 사기도 충천하다.
  적은 나날이 세를 불리고 있으며
  우리는 바야흐로 정상에서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인간사에는 굴곡이 있어서
  밀물을 타면 번영에 이르지만
  그것을 놓치면 평생을 바쳐 온 항해가
  낯은 여울과 곤궁에 이른다.
  그 드넓은 바다에 우리가 떠 있으니,
  기회가 왔을 때 물살을 타야지.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모험은 실패하리라.
  그러나 이러한 논리를 신봉하였던 브루투스는 필리피에서 패배하였다. 서구가 택할 수 있는 신중한 길은 
판세의 변화를 저지하려고 나서는 것이 아니라 얕은 여울로 항해하는 기술을 터득하고 곤궁을 견디며 모험을 
자제하고 자기 문화를 수호하는 것이다.
  모든 문명이 출현, 상승, 쇠락의 비슷한 과정을 밟는다. 서구가 다른 문명들과 차이나는 점은 문명의 전개 
과정이 아니라 남다른 가치관과 제도이다. 여기에는 크리스트교, 다원주의, 개인주의, 법치주의가 포함된다. 
서구는 이런 자산을 활용하여 근대성을 창안하고 전 세계로 팽창하면서 다른 문명들의 부러움을 샀다. 이런 
특성들의 조화는 서구만의 것이다. 슐 레진저는 '유럽은 개인적 자유, 정치적 민주주의, 법치주의, 인권, 문화적 
자유라는 관념의 원천, 그것도 아주 독특한 원천이다..... .이것들은 유럽의 사상이지, 차용된 것이라면 모를까 
아시아, 아프리카, 증동의 사상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것들이 서구 문명을 독특하게 만들어 준다. 서구 문명이 
가치를 지니는 것은 그것이 보편적이어서가 아니라 남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구 지도자들의 책무는 다른 
문명들을 서구의 이상에 맞추어 뜯어고치는 것이 아니다. 쇠락하는 서구로서는 그것을 감당할 능력이 없다. 서구 
지도자들은 서구 문명의 고유한 특성을 견지하고 수호하고 쇄신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미국은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러한 책무를 앞장서서 떠맡아야 한다. 쇠락하는 힘을 가지고 서구 문명을 수호하기 
위해서 미국과 유럽은 다 음 사항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결속을 한층 강화하고 정책 공조를 도모하여 다른 문명의 국가들이 유럽과 미국의 
반목을 이용하지 못하게 막는다.
  * 유럽 연합과 NAT0 안으로 중부 유럽 곧 비제그라드 국가들, 발트 공화국들,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를 
끌어들인다.
  * 라틴아메리카의 '서구화'를 후원하고 라틴아메리카와 서구의 긴밀한 결속을 최대한 도모한다.
  * 이슬람 국가들과 증화 국가들이 재래식, 비재래식 전력의 강화에 나서는 것을 견제한다.
  * 일본이 서구로부터 거리를 두면서  중국에 접근하는 속도를 늦추게 한다.
  * 러시아를 정교 문명의 핵심국으로서, 남부 국경 지역의 자국 안보에 합당한 관심을 가진 지역 강국으로서 
받아들인다.
  * 다른 문명에 대한 서구의 기술적, 군사적 우위를 유지한다.
  * 서구가 다른 문명의 내부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다문명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불안 요소이며 세계 대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각별히 유념한다.
  냉전이 막을 내린 후 미국은 올바른 대외 정책의 방향을 둘러싼 논의에 막대한 시간을 소모하였다. 그러나 
탈냉전 시대의 미국은 세계를 지배할 수도 없고 세계로부터 등을 돌릴 수도 없다. 국제주의도 고립주의도 미국의 
국익을 대변하지는 못한다. 미국은 이런 극단주의를 배격하고 유럽 국가들과 대서양 중심의 정책을 도모합으로써 
자신들이 공유하는 독특한 문명의 가치를 수호할 때 비로소 진정한 국익을 얻을 수 있다.
  문명 전쟁과 질서
  주요 문명의 강대국들이 대거 개입하는 세계 대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휘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우리가 알아보았듯이 그런 전쟁은 상이한 문명에 속한 집단들 사이의 단층선 전쟁, 그 
중에서도 특히 이슬람권과 비이슬랍권의 분쟁에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슬람 강국들이 주도권을 잡기 위하여 
분쟁에 휩싸인 이슬람 동포들을 돕겠다고 너도나도 나설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 있다. 그러나 
2순위, 3순위 국가들은 전쟁에 깊숙이 개입해야 할 절박한 이유가 없으므로 어느 정도 선에서는 자제를 할 
것이다. 세계적 규모의 문명 전쟁을 낳을 수 있는 좀더 위험한 원천은 문명과 문명 사이에서, 그리고 핵심국과 
핵심국 사이에서 나타나는 세력 판도의 변화이다. 중국의 부상이 지금처럼 지속될 경우 중국은 '인류사의 가장 
덩치 큰 주역 답게 21세기 초반의 국제 안정에 막대한 압박을 가할 것이다. 중국이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패권국으로 떠오르는 것은 미국이 이제까지 추구하여 온 국익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미국의 이해 관계를 감안할 때 미국과 중국의 전쟁은 가령 어떤 구도로 전개될 수 있을까? 2010년의 상황을 
가상하여 보자. 미군은 통일 한반도에서 철수하고, 일본에 배치된 미군의 병력도 대폭 줄어들었다. 대만과 중국은 
대만이 독립 국가로서의 지위를 사실상 유지해 가는 대신 중국의 종주권을 명백히 인정한다는 조건에 
합의하였으며, 대만은 1946년 우크라이나와 벨로루시가 선택한 길을 따라 증국의 숭인 아래 유엔에 가입한다. 남 
중국해의 유전 개발에도 속도가 붙는다. 대부분의 해역은 중국이 장악하였지만 일부 베트남 해역에서는 미국 
회사들이 유전을 개발한다. 자신 만만한 새로운 패권 국가로서 중국은 예로부터 자신이 영유권을 주장해 온 
남중국해 전역에 대한 주권을 선포한다. 베트남은 여기에 강력히 맞서고 중국과 베트남의 해군이 교전을 벌인다. 
1979년에 받았던 수모를 되갚아 주기 위하여 중국은 베트남을 침공한다. 베트남은 미국에 지원을 요청한다.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좌불안석이다. 미국은 중국의 베트남 침공을 묵과할 수 없다고 선언하고 중국에 
대한 경제 제재를 요구하면서 남중국해로 항공 모함을 배치한다. 중국은 이것을 중국 수역에 대한 도발로 
규정하고 미군에 대한 공습을 감행한다. 휴전을 성사시키려는 유엔 사무 총장과 일본 외무 장관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전쟁은 동아시아의 여타 지역으로 확산된다. 일본은 미국이 자국 내의 군사 기지를 이용하여 증국에 
대한 군사 작전을 펴는 데 반대하고 미국은 이를 무시한다. 그러자 일본은 중립을 선언하고 기지를 폐쇄한다. 
중국의 잠수함과 중국 본토 및 대만에서 발진한 전투기는 동아시아의 미군 함대와 기지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한편 중국의 지상군이 하노이로 진격하여 베트남의 대부분을 장악한다.
  중국과 미국은 모두 상대국에 핵무기를 쏘아 보낼 수 있는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암묵적인 상호 견제 
아래 전쟁 초기 단계에서는 핵무기가 동원되지 않는다. 그러나 핵 공격에 대한 불안은 양국에 모두 엄존하며 
특히 미국이 극심한 두려움에 휩싸인다. 많은 미국인들은 왜 자신들이 이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지 회의하기 
시작한다. 증국이 남증국해를 지배하건 베트남을 지배하건, 아니 동남아시아를 모두 집어삼키건 왜 미국이 
상관해야 하는가? 전쟁에 대한 반감은 특히 히스패닉계가 압도적 다수를 점하는 미국의 남서부 지역에서 강하게 
표출된다. 이 지역의 주민들과 주정부들은 "이건 우리의 전쟁이 아니다." 라고 반발하면서 1812년의 전쟁에서 
뉴잉글랜드가 그랬던 것처럼 전쟁에서 발을 빼려고 한다.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승승장구하면서 미국 여론은 l942년 태평양 전쟁을 일으킬 때 일본이 기대하였던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 막강한 신홍 패권 국가를 격퇴하는 데는 막대한 희생이 뒤따르니 이제 서태평양 
해역에서 산발적으로 전개되는 전쟁을 타협으로 종결짓자는 견해가 득세 한다.
  한편 그 전쟁은 다른 문명들의 핵심국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 인도는 중국이 동아시아에 묶여 있는 절호의 
기회를 이용하여 파키스탄에 파상 공세를 퍼부어 파키스탄의 핵무기와 재래식 전력을 궤멸시키려 든다. 초반에는 
그런 대로 성공을 거두지만 파키스탄, 이란, 중국의 군사 동맹이 작동하면서 이란의 현대화한 정예 병력이 
파키스탄에 투입된다. 인도는 이란 군대와 싸우는 한편 다양한 민족 집단으로 구성된 파키스탄 게릴라들 과도 
교전을 벌이면서 사태는 점차 깊은 수렁에 빠져든다. 파키스탄과 인도는 아랍 국가들에게 지원을 
요청하며-인도는 이란이 서남아시아를 지배하는 상황에 대하여 아랍 국가들의 경각심을 촉구한다-중국이 초반에 
미국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것을 보면서 이슬람 국가들에 반서구 주의의 열기가 몰아친다. 아랍권에 남아 있던 
몇 안 되는 친서방 정권들은 혈기가 왕성한 다수의 청년 인구를 앞세운 이슬람 원리주의의 열풍에 하나둘 
쓰러지고 만다. 서구의 약화에서 기세를 얻은 반서구주의의 분출은 이스라엘에 대한 아랍의 공격으로 이어지고 
이미 대폭 축소된 미 제6함대는 이것을 저지할 만한 능력이 없다.
  중국과 미국은 경쟁적으로 다른 강대국들의 지원을 얻어내려고 한다. 승승장구하는 증국의 모습을 지켜 보면서 
일본은 조금씩 중국 쪽으로 기울다가 공식적인 중립 자세에서 친중국적인 중립성으로 옮겨 가고 급기야는 
중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전쟁에 참여한다. 일본군이 자국 내에 있는 미군의 잔여 기지를 점령하자 미국은 
부랴부랴 자국 군대를 철수시킨다. 미국은 일본에 해상 봉쇄를 선언하고 미국과 일본의 함대가 서태평양에서 
산발적으로 교전을 벌인다. 전쟁 초기에 중국은 러시아측에 상호 안보 조약의 체결을 제의한다.(히틀러와 
스탈린이 맺었던 조약이 어렴풋이 연상된다.) 그러나 중국의 욱일 승천하는 기세 앞에서 러시아는 일본과는 
180도 다른 반응을 보인다. 중국의 승리로 동아시아 전역이 중국의 지배로 들어가는 상황은 모스크바를 공포로 
몰아넣는다. 러시아는 반중국 대열에 합류하면서 자국군을 시베리아에 투입한다. 시베리아에 거주하는 다수 
중국인들은 러시아군의 작전에 훼방을 놓는다. 중국은 자국민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군사 개입에 들어가 
블라디보스토크, 아무르 강 유역과 동부 시베리아의 핵심 지역을 점령한다. 중부 시베리아에서 증국과 러시아의 
전투가 확산되면서 증국이 일찍이 자신의 보호령 아래 두었던 몽골에서는 폭동이 일어난다.
  모든 교전국들에게 원유와 수송로의 장악은 절대적 의미를 갖는다. 일본은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대대적으로 단행하였지만 여전히 수입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므로 페르시아만, 인도네시아 남중국해로부터 
안정적으로 원유를 수급받기 위해서라도 어차피 중국에 더욱 접근할 수밖에 없다. 전쟁이 계속되는 과정에서 
아랍 국가들이 이슬람 호전주의 자들의 손에 넘어간다. 페르시아만 원유의 수급량이 대폭 줄어들면서 서구는 
점점 러시아, 코카서스, 중앙아시아의 원유에 의존하게 된다. 따라서 서구는 러시아를 자기 진영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강화하고 원유가 풍부한 인접 이슬람 국가들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러시아의 의도를 
지원한다.
  한편 미국은 유럽 동맹국들의 전족적 지원을 끌어내는 데 총력을 쏟는다. 유럽 국가들은 외교적, 경제적 
지원은 확대하겠지만 군사적 개입에는 미온적이다. 중국과 이란은 미국이 결국 두 차례의 세계 대전에서 
프랑스와 영국을 도왔던 것처럼 서방 국가들이 결국 미국을 중심으로 결집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사태가 이렇게 
전개되는 것을 막고자 핵탄두의 탑재가 가능한 중거리 미사일을 보스니아와 알제리에 배치하고 유럽 국가들에게 
전쟁에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증국의 위협이 일본을 제외하고는 하나같이 역작용을 불러일으켰던 것처럼 이 
경고는 중국의 의도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는다. 미국의 첩보 위성은 핵미사일의 배치를 감지하여 보고 하고 
NAT0는 당장 미사일을 제거하겠다고 통보한다. 그러나 NAT0가 실력 행사에 나서기 전에 세르비아가 터키에 
맞서 크리스트교 세계를 수호한다는 자신의 역사적 책무를 다시금 앞세우면서 보스니아를 침공한다. 여기에 
크로아티아가 가세하여 두 나라는 보스니아를 점령하여 양분한 뒤 미사일을 노획하고 1990년대 외압으로 
중단되었던 민족 청소를 완결한다. 알바니아와 터키는 보스니아의 지원에 나서고 그리스와 불가리아는 터키의 
유럽 지역을 침공한다. 이스탄불은 공포에 휩싸이고 수많은 터키 난민이 보스포루스 해협을 넘는다. 그러는 
사이에 알제리에서 발사된 핵탄두 미사일이 마르세유 외곽에서 터지고 NAT0는 그에 대한 보복으로 
북아프리카의 거점들에 대대적인 공습을 감행한다.
  그리하여 미국, 유럽, 러시아, 인도가 중국, 일본, 이슬람권과 지구 규모의 전쟁을 벌인다. 이 전쟁은 어떻게 
종식될 수 있을까? 양 진영은 모두 막대한 양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만약 핵무기가 본격적으로 
동원되면 주요 교전국들은 모두 초토화된다. 상호 억제력이 작용한다면 지루한 소모전 끝에 양측은 협상을 통해 
휴전 상태로 돌입할 수 있겠지만, 중국의 동아시아 지배라는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혹은 서구가 
재래식 군사력을 총동원하여 중국을 격파하려고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일본이 중국에 붙는다고 가정할 
때 중국은 든든한 방패막이를 확보하게 되고 미국은 해군력으로 중국의 인구 밀집 지대와 해안선의 산업 
심장부를 공격하는 데 한계를 느낀다. 대안은 서쪽 방면에서 중국을 치 는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이 층돌할 때 
NATO는 러시아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인 뒤 중국의 시베리아 침공을 러시아와 함께 저지함으로써 중앙아시아 
이슬람 국가들의 원유와 천연 가스 자원을 러시아를 통하여 안정적으로 수급받는다. 서구와 러시아는 중국의 
지배를 받고 있던 티베트와 몽골에서 반란 세력을 후원하고 시베리아를 통해 동진을 계속하다가 만리 장성을 
넘어 마침내 베이징, 만주에까지 파상 공세를 퍼붓는다.
  이 지구 규모의 문명 전쟁이 어떻게 판가름날는지-핵무기 공격으로 쌍방이 모두 초토화되든가, 양측이 모두 
탈진하여 휴전 협정을 맺든가, 러시아와 서구의 연합군이 천안문 광장에 진입하든가는 아무도 장담못하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주요 교전국들의 경제력, 인구, 군사력이 급격히 약화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리하여 수세기에 걸쳐 동쪽에서 서쪽으로 옮겨졌다가 다시 서쪽에서 동쪽으로 방향 전환이 이루어졌던 
세계의 힘은 이제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동한다. 문명 전쟁에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것은 전쟁에 개입하지 
않았던 남쪽 세계의 문명들이다. 서구, 러시아, 중국, 일본이 쑥밭이 되고 만일 인도가 전쟁에 어느 정도 개입은 
하였어도 직접적 참화를 면할 수 있었다면 인도에게 기회가 오고 인도는 세계 질서를 인도 중심으로 재편하려 
들 것이다. 미국 국민의 상당수가 미국의 국력이 급격히 약화된 것은 좁은 시야로 서구 지상주의에 빠져든 
소수의 백인 엘리트 집단 때문이라고 비난하며, 히스패닉 지도자들이 전쟁의 참화를 겪지 않아 국력을 축적한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지원을 받아 마셜 플랜과 흡사한 대규모 국가 재건 계획을 주도하면서 정권을 잡는다. 
아프리카는 유럽의 재건에 별다른 도움을 제공하지 못하면서 폐허의 잿더미에 얹혀 살도록 수많은 인구를 
밖으로 토해 낸다. 아시아 에서는 만일 증국, 일본, 한국이 전쟁으로 초토화되었을 경우 세력의 중심점이 
남쪽으로 이동하여 그 동안 중립으로 남아 있던 인도네시아가 지배국으로 부상하면서 호주와의 공조 아래 
동으로는 뉴질랜드에서 서로는 미얀마, 스리랑카, 북으로는 베트남에 이르기까지 지역 문제의 해결 방향을 
규정해 나간다. 그 과정에서 인도와 재부상하는 중국과의 알력도 예상된다. 아무튼 세계 정치의 중심점은 남으로 
이동한다.
  이것이 독자 여러분에게 황당 무계한 시나리오로 받아들여진다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구적 차원의 문명 전쟁을 예고하는 다른 시나리오들도 이에 못지 않게 황당 무계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를 
나역시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나 나의 시나리오에 상당한 개연성이 있고 우리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전쟁 발발의 원인으로 지적하는 내용이 매우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한 문명의 핵심국(미국)이 다른 문명의 
핵심국(중국)과 그 문명의 일원국(베트남) 사이에 벌어진 분쟁에 개입하는 데서 전쟁이 확산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야 그런 개입이 국제법을 견지하고 공격을 격퇴하고 해상 통행의 자유를 수호하고 남중국해의 
석유 자원 수송로를 확보하고 단일 패권 국가의 동아시아 지배를 저지한다는 명분을 내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그러한 개입은 서구를 대표하는 국가가 중국을 모독하고 협박하며 중국이 
합법적으로 관할하는 지역에서 소요를 부채질하고 중국이 세계 무대에서 떠맡아야 할 합당한 역할을 부정하는,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오만 불손한 시도 이다.
  결국, 앞으로 대규모의 문명 전쟁을 사전에 방지하려면 핵심국들이 다른 문명 내부의 분쟁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일부 국가들, 특히 미국 같은 나라는 이 엄연한 진실을 반아들이는 데 남다른 어려움을 겪는 듯하다. 
핵심국이 다른 문명의 분쟁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하는 자제의 원칙은 다 문명, 다극 세계에서 평화를 유지하는데 
으뜸 가는 전제 조건이다. 또 하나의 전제 조건은 핵심국들끼리 상이한 문명에 속한 집단이나 국가간의 단층선 
전쟁을 억제하거나 종식시키기 위하여 타협을 해야 한다고 하는 공동 중재의 원칙이다. 이 원칙들을 받아들이고 
더욱 동등해진 문명들로 이루어진 세계를 받아들이기란 서구로서는 쉽지 않을 것이고 서구의 뒤를 이어 세계를 
주도하려는 야심을 가진 그 어떤 문명으로서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세계에서 핵심국들 스스로는 핵무기를 
보유하는 특권을 누리면서도 자기네 문명의 일원국들의 핵무기 보유는 금지시켜야 마땅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파키스 탄이 핵 능력을 완전히 확보하기까지의 과정을 회고하면서 부토는 그 노력을 이떻게 정당화하였다. 
우리는 이스라엘과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완전한 핵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안다. 크리스트교, 유대교, 힌두교 
문명은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 오직 이슬람교 문명이 핵을 못 가지고 있지만 이제 상황을 바꾸려 한다. 단일 
핵심국이 존재하지 않는 문명에서도 주도권을 둘러싼 각축은 핵무기 개발 경쟁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파키스탄과 아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란도 파키스탄과는 별개로 핵 무기를 보유할 필요성을 느낀다. 
그런가 하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핵 개발 계획을 포기하였고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개발한 핵무기를 
파기하였다. 그러나 나이지리아가 핵무기 개발에 나설 경우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핵무기를 다시 확보하려 들 
것이다. 핵무기의 확산은 위험을 수반하지만 세이건(Scott Sagan) 등이 지적하듯이 주요 문명별로 한두 개의 
핵심국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다른 나라들은 핵무기를 갖지 못하는 세계는 비교적 안정된 세계일 수가 있다.
  주요 국제 기구들은 대부분 2차 대전 직후에 만들어진 것으로 서구의 이익, 가치관, 관행이 반영되어 있다. 
다른 문명들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서구의 힘이 쇠퇴하면서 이들 문명의 이익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국제 기구를 
개편해야 한다는 압력이 거세졌다. 가장 명백하고 가장 증요하며 또 어쩌면 가장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바로 
유엔 안전 보장 이사회의 종신 회원국 문제이다. 2차 대전의 주요 전승국들로 구성된 기존의 종신 회원국들은 
현재의 국제적 현실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비록 서방 선진 7개국이 세계의 경제 
문제를 증심적으로 논의 한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세계 안보를 논의하는 안전 보장 이사회의 체제에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올 것이다. 다문명 세계에서 이상적인 구도는 주요 문명별로 최소한 종신 회원국 자리를 한두 
개씩 배당하는 것이다. 지금은 세 문명만이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과 독일을 새로운 회원국으로 
받아들이자는 입장을 지지하지만 다른 나라들도 포함되어야 이 두 나라가 종신 회원국 자격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브라질은 설령 거부권을 부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독일, 일본, 인도, 나이지리아, 브라질을 새로운 종신 
회원국으로 받아들이자는 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렇게 될 경우 나이지리아가 그런 역할을 떠맡는다면 또 
모를까 전 세계 10억 이슬람 교도들은 자신들의 대변 세력을 갖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문명의 관점에서 
보자면 일본과 인도는 포함되는 것이 당연하고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이슬람권도 종신 회원국을 가져야 
온당하다.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이슬람권의 경우는 각 문명을 주도하는 나라들이 돌아가면서 종신 회원국 
역할을 맡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며, 누가 맡을 것인지는 이슬람 협의 기구, 아프리카 통일 
기구, 아메리카 국가 기구에서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영국과 프랑스의 의석을 유럽 연합의 몫으로 단일화한 뒤 
유럽 연합 회원 국가들이 돌아가면서 그 자리를 차지하는 방안도 생각해 봄직하다. 그렇게 하면 일곱 문명이 
각각 한 자리씩을 차지하고 서구는 두 자리를 갖게 되어 세계의 인구 분포와 세력 구도를 비교적 포괄적으로 
대변할 수 있게 된다.
  문명의 동질성
  어떤 미국인들은 국내에서 다원 문화주의를 부르짖고 또 어떤 미국인들은 해외에서 보편주의를 부르짖는다. 또 
어떤 이들은 이 둘을 모두 요구한다. 국내의 다원 문화주의는 미국과 서구를 위협하며 해외의 보편주의는 서구와 
세계 전체를 위험스럽게 만든다. 이들은 서구 문화의 독특성을 부정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지구 차원의 단일 
문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세계를 미국처럼 만들고 싶어한다. 국내의 다원 문화주의자들은 미국을 세계처럼 
만들고 싶어한다. 다원 문화적 미국이 불가능한 이유는 비서구적 미국은 미국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원 문화적 
세계가 불가피한 이유는 세계 제국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서구를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서구적 
정체성의 쇄신이 필요하다. 세계 안보를 확고히 다지기 위해서는 세계의 다원 문화주의를 수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서구적 보편주의의 허구성과 전 세계의 다원 문화적 현실은 불가피하게 윤리적, 문화적 상대주의로 귀착되는 
것일까? 보편주의가 제국주의를 정당화하듯이 상대주의는 억압을 정당화하는 것일까? 다시 한 번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긍정과 부정이 모두 가능하다. 문화는 상대적이지만 윤리는 절대적이다. 월저(Michael Walzer)가 
주장하듯이 문화는 '두터운'것이다. 문화는 제도와 행동 양식을 규정하여 인간이 특정한 사회 안에서 올바른 
길을 걸어가게 만든다. 그러나 이 극대화된 윤리로부터 나와, 그 너머로 솟아오르는 것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어떤 두터운 혹은 극대화된 윤리들에서 거듭 나타나는 특성들'을 구현하는 '가느다란' 최소한의 윤리이다. 
진실과 정의라고 하는 최소한의 윤리적 개념은 모든 두터운 윤리들 안에 담겨 있으며 그 두터운 윤리들과 
분리되어 존재하지 않는다. '살인, 사기, 고문, 억압, 독재에 반대하는 부정적 금지 규칙' 이라고 하는 최소한의 
윤리도 있다.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은 공동의 문화에 대한 일체감보다는 공동의 적(또는 악)에 
대한 반감이다. 인간 사회는 그것이 인간적이므로 보편적이며 그것이 사회이므로 특수하다. 우리는 가끔 다른 
사람들과 같이 행진도 하지만 주로 혼자서 걸어간다. 하지만 '가느다란' 최소한의 윤리는 공통된 인간 조건에서 
유래하며 '보편적 성향'은 모든 문화에서 발견된다. 문화적 공존을 누리기 위해서는 언뜻 보면 보편적일 듯싶은 
한 문명의 특성을 부각시키기보다는 대부분의 문명들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나서는 것이 
더 바람직한 길이다. 다원 문명적 세계에서는 보편주의를 거부하고 다양성을 수용하며 동질성을 모색하는 것이 
건설적인 방안이다.
  1990년대 초반 대단히 좁은 지역에서 그런 동질성을 확인하려는 노력이 싱가포르에서 이루어졌다. 싱가포르 
국민은 약 75퍼센트가 중국계, 15퍼센트가 말레이계와 이슬람 교도이며, 6퍼센트가 인도계의 힌두교도와 
시아파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유교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면서도 모든 국민에게 교육과 영어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l989년 1월 싱가포르 대통령은 국회 개원 연설에서 270만 싱가포르 국민이 서구의 문화적 영향력에 
광범위하게 노출되었다고 강조하고 그 결과 해외의 새로운 사조와 기술을 가까이 접할 수 있게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외국의 생활양식과 가치관에 침윤되었다고 지적하였다. "지난날 우리를 유지시켰던 아시아의 전통적 
도덕관, 책임감, 사회 의식이 서구의 개인주의적이고 자기 증심적인 인생관에게 밀려나고 있다." 고 그는 
우려하였다. 따라서 싱가포르의 다양한 인종 집단과 종교 집단이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핵심적 가치를 찾아내 
싱가포르인의 본질로서 고양시킬 필요가 있다고 그는 주장하였다.
  그가 제시한 덕목은 네 가지였다. '사회를 개인보다 우위에 두고,가족을 사회의 근간 요소로서 뒷받침하고, 
중요한 문제는 논쟁보다는 합의로 해결하고, 인종적, 종교적 관용과 화합에 역점을 둔다.'는 내용이었다. 그의 
연설은 싱가포르인의 가치관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두 해 뒤에 발표된 백서는 싱가포르 정부의 
입장을 집약해 놓았다. 그 백서는 대통령이 제시한 네 가지에다 개인의 존중이라는 항목을 하나 덧붙였다. 
서열과 가문을 중시하여 족벌주의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는 유교적 가치관과는 달리 싱가포르 사회에서는 개인의 
특성을 존중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백서는 싱가포르 국민이 공유하는 가치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 (인종) 공동체에 우선하는 국가, 개인에 우선하는 사회
  * 사회의 근본 단위로서의 가정
  * 개인에 대한 배려와 공동체의 지원
  * 대결보다는 합의
  * 인종간, 종교간화합
  싱가포르가 의회 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우수한 정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그 백서는 정치적 
가치관에 대한 언급은 회피하였다. 정부는 싱가포르가 중요한 측면에서 아시아 사회이며 앞으로도 아시아 사회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비록 우리가 영어로 말하고 서구식 의복을 입는다 하더라도 싱가포르 국민은 
미국인도 앵글로색슨인도 아니다 장기적으로 싱가포르인이 미국인, 영국인, 또는 호주인과 구별되지 않거나 더 
심하게는 그들을 모방하는 열등생(곧 분열국)이 된다면 우리는 싱가 포르의 국제적 지위를 끌어올렸던 서구에 
대한 우위를 상실하고 말 것이다.
  싱가포르의 구상은 다양한 인종과 문화로 구성되었으며 서구와는 차이가 나는 싱가포르의 문화적 정체성을 
정의하겠다는 야심차고 남보다 한 걸음 앞선 노력이었다. 서구, 그 중에서도 특히 미국의 가치관은 공동체보다는 
개인에, 사상의 대립에서 나타나는 진리를 표현할 수 있는 자유에 정치적 참여와 경쟁에, 현명하고 책임감 있는 
전문가의 통치보다는 법치주의에 무게를 더 둔다. 서구인은 싱가포르의 가치관에서 보완의 필요성을 느끼고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주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싱가포르의 가치관을 아예 몰가치화할 서구인은 드물 것이다 
아시아와 서구 사이에도 '가느다란 윤리의 층위, 어떤 동질성은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지적한 대로 
세계의 주요 종교-서구 크리스트교, 정교, 힌두교, 불교, 이슬람교, 유교, 도교, 유대교-들은 비록 인류를 분열시킨 
측면도 강하지만 핵심적 가치관은 공유하고 있다. 만일 인류가 보편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다면 그 문명은 이 
동질성의 심화와 확대 과정에서 출현할 것이다. 그러므로 자제의 원칙과 중재의 원칙 이외에도 다문명 세계에서 
평화 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또 하나의 원칙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동질성의 원칙이다. 어떤 문명에서 살고 
있건간에 인간은 다른 문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공유하는 가치관, 제도, 관행을 확대하는 방법을 꾸준히 
모색하고 그 방안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이런 노력이 쌓이게 되면 문명의 충돌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단일 문명(복수로 존재하는 문명과의 혼동을 피하기 위하여 굵은 글자로 표현한다.)의 실현 가능성도 높아진다. 
단일 문명은 수준 높은 윤리, 종교, 학문. 예술, 철학, 기술, 물질 생활이 복합적으로 섞인 상태를 의미한다. 이 각 
분야의 변화는 반드시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학자들은 문명들의 역사에서 문명의 수준이 언제 
올라갔고 언제 내려갔는지를 쉽게 판별한다. 여기서 이런 질문을 던져 보자. 인류의 문명이 발전하고 퇴보하는 
과정을 어떤 모습으로 이해할 수 있는가? 개별 문명의 차원을 넘어 더 높은 문명의 단계로 나아가려는 세속적 
흐름이 일반적으로 존재하는가? 만일 그런 흐름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환경에 대한 인간의 지배력을 강화하여 
기술과 물질적 복리의 수준을 꾸준히 끌어올리는 근대화 과정의 산물인가? 그러므로 오늘날 고도의 근대화는 
고도의 문명을 발전시키기 위한 전제 조건인가? 개별 문명들의 역사에서 문명의 수준은 저마다 차이가 나는가? 
이 문제는 역사가 직선으로 나아가는가 순환하는가 하는 역사의 본질을 둘러싼 논쟁의 또 다른 변형판이다. 인간 
사회, 자연 환경에 대한 이해가 늘어나고 교육과 계몽이 확산되면서 근대화와 인간 윤리의 발전이 이루어졌고 이 
발전은 다시 더욱 수준 높은 문명을 자극하는 지속적 동인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에는 어느 정도의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문명의 수준은 문명들의 진화에서 나타나는 한 양상의 반영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문명이 처음 
출현하였을 때 대체로 사람들은 활기 있고 역동적이고 잔인하고 이동성이 높으며 팽창주의로 흐른다. 그들은 
상대적으로 덜 문명화되었다. 문명이 어느 정도 발전하면 그 문명은 안정을 추구하며 자신을 좀더 문명화시키는 
기술과 기교를 닦아 나간다. 문명을 구성하는 성원들 사이의 경쟁 의식이 회박해져서 보편 국가가 등장하면 
문명은 가장 높은 문명의 수준에 도달한다. 윤리, 예술, 문학, 철학, 기술, 군사력, 정치력. 경제력이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황금 시대'를 구가한다. 한 문명이 쇠락기로 접어들면 문명의 수준도 하락하여 종국에 가서는 더 
낮은 문명 수준올 가진 새롭게 부상하는 다른 문명의 침입을 받으면서 사라지고 만다. 근대화는 세제 전역에서 
문명의 물질적 수준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그것이 문명의 도덕적, 문화적 수준도 끌어올린 것일까? 
어떤 점에 서는 그런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오늘날의 세계는 노예, 고문과 학대를 점점 용납하지 않는 추세이다. 
이것은 서구 문명이 다른 문멍들에게 끼친 영향이므로 서구의 힘이 쇠락할 경우 도덕적 역전 현상이 일어날까? 
1990년대는 세계를 '완전한 혼돈'의 패러다임으로 설명하는 분석틀을 뒷받침 하는 증거들이 많이 존재한다. 
국제적 법 질서의 붕괴, 세계 도처에 무너지는 나라들과 점증하는 무정부 상태, 범죄의 세계적 증가, 국제 
마피아와 마약 카르빌, 많은 나라로 번지는 마약, 가족의 와해, 대부분의 국가에서 나타나는 신뢰와 사회적 
유대감의 약화, 인종적 종교적 문명적 폭력의 만연이 그 증거들이다. 모스크바, 리우데자네이루, 방콕, 상하이, 
런던, 로마, 바르샤바, 도쿄, 요하네스버그, 델리, 카라치, 카이로, 보고타, 워싱턴 등 세계 어느 도시를 보건 
범죄는 치솟고 문명을 지탱하는 기본 요소들이 허물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지구 차원의 위기를 이야기한다. 
경제적 부를 끌어 모으는 다국적 기업의 출현 못지 않게 국제 마피아, 마약 카르텔 테러 집단이 기승을 부리며 
문명을 위협하고 있다. 법과 질서는 문명이 존립하기 위한 전제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많은 지역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옛 소련, 남아시아, 중동에서 사라져 가고 있으며, 증국, 일본, 서구에서도 법과 질서는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보았을 때 문명은 많은 영역에서 야만주의에게 밀려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의 암흑 시대라고 하는 전대 미문의 현상이 인류를 집어삼킬지 모른다. 지난 l950년대에 
피어슨(Lester Pearson)은 인간은 다양한 문명들이 평화로운 교류 속에서 나란히 공존하면서 서로를 배우고 
서로의 역사, 이상, 예술, 문화를 공부하여 서로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야 하는 시대로 나아 가고 있다. 그 길을 
택하지 않을 경우 이 인구 과잉의 비좁은 세계는 오해, 갈등, 층돌,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평화와 문명의 미래는 세계의 주요 문명들을 이끄는 정치인, 종교인, 지식인들이 얼마나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문명의 층돌에서 유럽과 미국은 단결하든가 갈라설 것이다. 더 거대한 충돌, 곧 
범지구적으로 벌어지는 문명과 야만성의 '진짜' 층돌에서 종교, 예술, 문학, 철학, 과학, 기술, 윤리, 인간애를 
풍요하게 발전시킨 세계의 거대한 문명들 역시 단결하거나 갈라설 것이다. 다가오는 세계에서 문명과 문명의 
층돌은 세계 평화에 가장 큰 위협이 되며, 문명에 바탕을 둔 국제 질서만이 세계 대전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어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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