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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 3/문화경제론

세계화를 위한 문화와 무역의 연계방안

by Frais Study 2020. 7. 11.

1.

 

세계화를 염두에 두고 무역과 문화를 연결해서 생각하고자 할 때, 우리는 전략적 차원에서 무엇보다도 수출상품의 고부가가치화를 노리는 문화가 담긴 제품을 연상한다. 말하자면, 상품의 개발, 디자인, 생산 및 판매 등에 문화를 육화시켜 세계시장을 확보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해 나가자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전략은 무역을 첨단기술과 엮어서 생각하자는 발상과 상통하면서, 결국 무역을 좀더 질적으로 성장시키자는 기본정책을 반영한다. 세계에서 12번째로 수출 1천억 달러를 돌파한 우리 나라로서는 당연한 방향설정이다.

한마디로 무역을 단순히 한 지역 또는 국가의 상품이나 용역을 다른 지역 또는 국가로 옮김으로써 발생하는 이윤을 최대화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본다고 해도, 이를 위해서는 이쪽의 장점 내지 특색이 저쪽의 필요 또는 기호에 잘 맞아 떨어져야 한다.

그런데 아직 의··주를 비롯하여 인간적 사회적 기본수요조차 충족시키지 못한 지역 또는 국가가 아니라면, 무역으로 표현되는 욕구는 문물이라는 말이 그렇듯이 정신적인 요소를 포함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상대방의 마음을 사는 길을 찾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상대가 스스로는 쉽게 표현할 수 없는 스스로의 행동을 관찰에 의해 확인하는 문화인류학적 접근과 진정한 감정을 확인하는 미학적 발상을 요청한다. 이러한 접근은 물론 상호작용적이어야 하는 동시에 공유할 수 있는 미의식 내지 가치의식을 탐색하려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우리 민족은 오랜 역사를 통해 시대마다 각각 신명’, ‘’, ‘’, 그리고 심지어는 슬픔이라는 정서를 특색있게 살려내는 한편, 실용에 부응하되, ‘무기교의 기교로 대표되는 자연과의 교감과도 무관하지 않은 을 하나의 기조로서 유지해 오고 있다. 그런 점에서 상대에 가장 잘 어울리면서 우리 자신의 특색을 살려낼 수 있는 원천을 풍부하게 지니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원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그 원천을 현대생활에 알맞게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요청된다. 이와 같은 능력을 함양하는 노력의 총체적 표현을 기업문화라고 한다면, 국경 없는 세계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다국적 기업문화를 주요한 관심대상으로 삼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이처럼 무역과 문화가 연결될 수 있는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진정한 문화적 접근이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계속해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글은 그러한 암중모색의 한 단편에 불과하다.

 

2.

 

어느 나라의 기업이든 지도적 위치를 오랫동안 지켜가려면 고객이 원하는 신제품을 끊임없이 내보낼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혁신능력은 기업뿐이 아니라 국가에도 이익을 가져다 주는데, 효율적인 신제품을 계속해서 개발해 온 세계적인 최고기업들을 연구해 온 윌라드 I. 장윌(Willard I. Zangwill)은 신제품 개발을 위한 지침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르자면, 혁신을 전략으로 삼는 것이 가장 기초적인 단계이고 그 다음 단계는 기초를 쌓는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는 전문지식과 기술적인 기초뿐 아니라, 문화적 기반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곧 기업문화가 된다. , 기업문화가 혁신을 위해 불가결한 기초적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불행하게도 많은 기업에는 혁신을 뒷받침하지 않는 기업문화도 있다. 관리자와 종업원간의 교류를 저해하는 기업문화가 그 대표적인 사례가 된다. 이런 경우 프로젝트에 문제가 일어나고 지연이 예상되는데도 질책이 두려워 아무도 관리자에게 보고하지 않는 사태가 벌어진다. 이처럼 최고 경영책임자가 혁신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든지, 사원간에 신뢰감과 경의가 결여되어 있다든지, 관리자가 사내 정치 내지 개입에 말려들어 간다든지, 기업 내 커뮤니케이션과 의론이 공개적으로 행해지지 않는다든지, 임원과 관리자가 다른 사원을 희생시켜 승진한다든지, 비난과 개인공격이 당당하게 통한다든지 하는 등등도 배제되어야 할 사항이다.

혁신을 지원하는 기업문화를 창조하려면 무엇보다도 사원의 아이디어가 공정하게 청취될 수 있다는 것이 보장되어야 한다. 사람들이 불안을 해소하고 좀더 자유롭게 발언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능할 때 올바른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미래에는 강력한 문화를 가진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주장이 하나의 상식처럼 통용되고 있다. 즉 강력한 문화를 가진 기업은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뿐 아니라, 급격하게 변화하는 주위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종업원들이 생활에 불안을 느끼지 않고 기업의 발전을 위해 전념할 수 있는 환경, 즉 문화를 회사 내에서 창출해내는 것이 기업가들의 주요한 과제로 손꼽힌다.

기업 내외에서 일을 처리해 나가는 방식이라고도 정의되는 기업문화는 내용상 가치관의 형성, 영웅의 창조, 의례와 의식의 정립, 그리고 문화적 네트워크 등의 요소를 포함하면서 행동방향을 결정하는 강력한 지렛대 구실을 한다. 강력한 문화는 사원들로 하여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더욱 열심히 일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것은 또한 모든 사원들에게 동질적인 가치기준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 물론 그와 같은 가치기준이 자칫 환경에의 적응을 어렵게 만드는 역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 사실상 문화는 원래 다소간 변신에 저항하는 관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살아남기 위해 이따금 변신이 필요하다는 것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변신이 필요하게 되는 시기를 테렌스 E. 딜과 앨런 A. 케네디는 그들이 공저한 기업문화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한 바 있다.

 

(1) 환경에 근본적인 변화가 진행중이고, 회사가 언제나 고도로 가치지향적으로 이끌려질 때

(2) 산업이 매우 경쟁적이고, 환경이 급변할 때

(3) 회사가 만성부진 또는 악화일로 상태에 있을 때

(4) 회사가 대기업으로 전환하는 문턱에 있을 때

(5) 회사가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을 때

 

요컨대 기업들은 자신을 냉혹하게 돌아보는 진실과 용기를 갖고 그들이 공유하는 가치와 믿음을 통찰함으로써 새로운 도전이 발생할 때에도 이에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인데, 그와 같은 기업문화의 창출이 단순히 기업가들의 몫만이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그것은 구성원들의 창의성과 싹을 이룰 때 더욱 강해진다.

서로 격려하고 돕는 기업문화가 신제품 개발을 위한 질적 전략의 기초단계에서 확립할 만한 기반이라는 주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고객의 잠재적 욕구에 유의하는 것이 혁신을 지연하는 기업문화의 창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주장으로 연결된다. 고객 최우선은 전격전략7단계 중 가장 중요한 단계로 내세워지고 있는 바, 이는 최악의 사태란 바로 고객이 사지 않을 제품을 자꾸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사실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팔리지 않는 것에서는 수익도 나오지 않고 사업도 성립되지 않는다. 따라서 팔릴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지상명령이다.

그런데 고객이 실제로 어떤 제품을 바라는지를 알아낸다는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이때 문화적 성격을 띤 접근방식이 상당히 유효한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우선 이른바 문화인류학이 곧 그것이다. 이는 통상적인 인류학의 아이디어를 이용하여 고객을 마치 연구대상이 되는 어떤 종족, 또는 집단으로 간주하는 방법을 일컫는다. 그 목적은 고객의 행동을 관찰하고, 고객이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를 확인하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신제품을 설계하는 데에 있다. 단순히 사람들에게 질문하는 것만으로는 그것에 관한 전체적인 해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고객의 가치를 충분히 이해하는 최선의 방법은 고객의 구매행위를 관찰하고, 소비행동을 주의깊게 살펴보는 것이다.

문화인류학은 고객도 눈치채지 못한 전략정보를 얻기 위한 유효한 방법으로 간주된다. 이와 같은 방법은 고객연구의 정밀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혁신적인 제품의 개발에도 이용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획기적인 제품의 개발에는 보통고객의 의견은 고려하지 않고 최첨단을 가는 고객의 의견을 들어보는 일이 필요한데, 이때 문화인류학이 크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문화인류학은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고객을 관찰하고 고객도 눈치채지 못하는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신제품 개발을 위한 전격전략중 고객연구를 위해 문화인류학적 정보 못지않게 중요한 의의를 지닌 또 하나의 접근방식으로서 감성분석이 거론된다. 감성분석은 어떤 제품에 관한 고객의 발언을 넘어서서 고객의 진정한 심층감각을 탐색하려는 것이다. 이는 두 가지로 대별된다. 하나는 제품의 아름다움과 우아함, 좀더 추상적인 감각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솜씨가 뛰어난 도기제작회사가 어떻게 하면 커피잔을 좀더 우아하게 만들 수 있을까를 알고 싶어한다고 가정하자. 제작회사는 여러 가지 모양, 크기, 색 그리고 장식의 커피잔을 보이고, 나아가 그의 반응을 통계적으로 분석하여 우아함의 구성요소를 파악하고, 드디어 이를 표현해내는 커피잔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우아함은 말로는 표현이 불가능하지만 앞에서 행한 이른바 실험미학적 방법에 의한 감성분석을 통해 그것이 어떤 것인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또 하나의 감성분석 역시 심리학적 연구에 의해 시작된 것인데, 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얼굴의 근육이 정확하게 감정을 반영한다고 확신하고 있다. 얼굴에 센서를 붙이는 것에 의해 50개의 다른 감정을 분류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얼굴의 근육에 의한 자료가 말에 의한 표현보다도 정확하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일본의 혼다와 마즈다는 고객의 얼굴에 센서를 붙이게 한 채 시작(試作) 자동차를 테스트해 본 적이 있다. 이에 의해 정확한 자료를 얻을 수 있었던 동시에, 개인의 감정적 반응에 접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최근 시((((()의 오감을 고르게 배려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잠시 언급하고자 한다. 무엇인가를 산다든지, 서비스를 이용한다든지 하는 이른바 소비행동에 있어서 사람들은 여러 가지를 결정요인으로 선택하게 되는데, 날이 갈수록 단순히 좋다 나쁘다, 또는 좋다 싫다의 정도를 넘어 오감(五感) 전체가 동시에 반응을 일으키는 차원이 중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상품을 개발한다든지 새로운 판매방식을 생각해낸다든지 할 경우 사람들의 이와 같은 변화에 민감하지 않으면 기업은 결국 뒤떨어지고 만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창의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데, 여기에서는 이성에 의한 합리적 추구보다도 감각적인 부분이 관여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오감을 통해 입력된 외부 정보가 의식화를 넘어서 무의식적 영역에까지 침전하는 것에 주목하는 것이 기업에게도 요청된다는 것이다.

물론 기업에게 오감이 중요시된 이유는 창조성과 관계된 것만이 아니다. 그것은 문서주의적 관행 또는 기업풍토가 차츰 시청각을 활용한 프레젠테이션을 축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된 변화와도 관계가 있다. OHP의 레이아웃, 설명비디오의 색채와 음악센스라고 하는 요소가 사내 외에서의 설득을 결정짓게끔 되어 간다. 무엇보다도 기업 자체가 취급하는 제품이 변화하고 있다. 이제 오감에 좋은지 나쁜지가 기업의 존속을 좌지우지하는 사태가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 전체의 오감화(五感化)와 엔터테인멘트에 특화된 오감산업의 진전이라는 두 가지 조류뿐만이 아니라, 심하게 말해서, 국가 자체가 오감을 축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우루과이라운드에서 프랑스의 미테랑 대통령이 이미지를 투영할 권리를 주장하면서 미국의 영상산업에 대해 저항하는 자세를 보였던 것이라든지, 오감을 노린 <쥬라기공원>의 성공으로 디지탈 헐리우드현상이 차츰 세력을 얻고 있다든지 하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 미국에서 진행중인 전자오감의 확장이라는 움직임이 프랑스의 국가전략에 영향을 미치자 미테랑 대통령이 사실상 각국의 독자적인 오감의 권리를 말한 것이라고 보아도 큰 무리가 아닐 것이다.

이와 같은 접근방식에 대해 상품미학 비판이라는 미학적 방법은 아마도 상당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게 될 것이지만, 이에 관한 논의는 미루어둔 채, 우리로서는 일단 문화인류학적 접근방법과 감성분석이 신제품 개발에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하나의 사실로서 확인하는 한편, 그와 같은 접근이 사실상 국내소비자보다는 국외소비자를 염두에 둔 무역과 좀더 깊게 연관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하고자 한다.

그런 뜻에서 우리는 이른바 다국적기업문화의 문제를 다루어 보고자

한다.

 

 

3.

 

여기에는 말하는 다국적기업문화란 예컨대 한 국가가 지녀 온 사회적·문화적으로 특수한 관행을 역사적 관점으로부터 또는 문화론의 관점으로부터 탐구하면서 이로써 여러 외국의 기업경영과의 유사점을 경시하고 특수적·특이적인 요소만을 과장하는 경향이 없지 않았던 연구방식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채용된 개념이다. 다시 말해서, 문화론에 얽매인 논의를 개방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문제를 생각해 보자는 것으로서, 이는 각국의 경영차이를 강조할 뿐인 비교경영으로는 21세기를 개척하는 새로운 경영을 창출해낼 수 없다는 문제의식을 강하게 내세우고 있다. 그것은 각각의 기업이 개성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으면서, 여러 가지 존재방식으로 다양한 문화를 통합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즉 이 개념은 로칼한 경영문화의 독자성과 주체성을 존중해 가면서도 한 걸음 더 나아가 전체적인 통합이 가능한 기업문화를 상정하고 있다.

흔히 다국적기업이라고 하면 다분히 부정적인 어감을 지닌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여기에서는 다국적기업의 경영자는 오히려 세계공통의 윤리기준에 비추어 자신의 의사결정, 기업행동을 다스려 나간다는 것을 강조하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것은 스스로 현재 존재하고 있는 것(Sein)이라기 보다는 당위(Sollen)를 추구하는 규범론적 성격을 강하게 지니고 있다고 주장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른바 문화제국주의에 대해 비판적이다. 그것이 결국 서구형 소비시장의 형성을 노리면서 제3세계에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후진국의 사람들에게 근대화의 장점을 찬양하고 자신의 문화에 대해서는 열등의식을 심어주어 서구문화의 규범을 공유하는 것을 열망하도록 만들어 놓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다국적기업문화론으로 인해 문화를 둘러싸고 새로운 대립이 야기되어 있다. 왜냐하면 그것이 문화를 단순히 국가와 동일시하는 입장을 일종의 인종중심주의(ethnocentrism)로 간주하면서, 다국적기업의 존재이유를 이질적인 문화가 만나는 것에 의해 발생하는 교차문화 시너지(cross?ultural synergy)의 실현과 이에 기초한 창조성의 발휘에서 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이질적인 문화가 만날 경우 창조보다도 파괴가 선행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비판을 강하게 의식하고 있다. 이에 다양한 문화가 교차하는 공간이 반발과 증오의 수라장이 되지 않도록 숙달된 글로벌 매니저의 역할이 불가결하다는 쪽으로 논의를 몰아간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기업문화를 논할 때 기업의 사회 공헌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경영윤리의 확립이 잠정적인 결론이 되게 마련이다. 다국적 기업은 받아들이는 나라 특유의 정책, 비지니스 관행, 경영에 관계되는 문화의 여러 양상과 만나게 되고, 때로는 서로의 오해가 원인이 되어 삼각한 마찰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와 같은 마찰을 해소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미국의 이른바 필란스로피(philanthropy)가 거론된다. 미국의 필란스로피 정신은 자원봉사 활동에 입각해 있으면서 기업은 단순히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에 널리 공헌해야 한다는 미국의 경제문화를 반영하고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미국의 기업들이 기부행위와 사원의 자원봉사 활동 지원을 통해 사회활동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와 같은 매락에서 다국적기업에게 있어서 필란스로피가 사람, , 물건의 현지화에 이은 고차의 현지경영정책이고, 세방화(世方化, globalized) 기업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이야기된다.

결국 기업문화가 조직상의 행동양식과 상징으로 구체화된 조직구성원 공유의 가치 및 규범의 총체로서 이해될 수 있다면, 그리하여 실천상의 행동양식을 결정하고, 묵표와 수단을 선택하게 하는 가치규범을 내포하는 윤리적 체계를 포함하지 않으면 안된다면, 그와 같은 글로벌한 기업윤리의 형성을 기초로 하여 글로벌한 기업문화를 형성해 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노력은 단지 시대적응적인 기업문화의 형성을 의미할 뿐 아니라, 말하자면 문화화된 기업(cultured corporation)을 실현하기 위한 길이어야 한다는 결론은 어느 정도 이해됨직하다. 그리하여 다국적 기업의 완성된 모습으로서 글로벌한 경영이념에 기초를 둔 세련된 문화적 기업이 이상화되고 있다.

우리 시대에서는 규모있는 기업들이 거의 다 사실상 다국적기업을 의미하는 경향이 짙고, 이에 따라서 적합한 새로운 담론구조를 필요로 한다는 의미에서, 아직 낯설 수밖에 없는 다국적기업문화라는 개념을 잠시 언급해 보았다. 국제화가 제2의 천성일 수밖에 없는 오늘날의 기업이 단순히 이윤동기와 가격정보만을 믿고 세계시장에서 행동한다면, 다시 말해서, 세계시장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와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지 못한다면, 이내 자멸하고 말 것이라는 문제의식이 이를 통해 읽혀졌다면 지극히 다행이라 하겠다. 물론 수출을 좀더 신장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제품 개발에 힘을 써야 하고, 이를 위해 이른바 문화적 접근이 일정한 몫을 담당해낼 수 있다. 그러나 문화의 궁극적인 뜻은 결국 사람이 좀더 사람답게 살아가고자 하는 노력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의 전통문화를 대할 때에도, 단순히 그것을 이용해서 돈을 벌어들이려고 궁리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문화적 접근은 오히려 불가능해진다. 물론 우리의 전통문화는 그 품이 넉넉하면서도 개성적이어서 신제품 개발에 상당한 정도로 자극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 예술문화의 영역뿐만 아니라 의··주를 중심으로 한 생활문화의 영역에 들어 있는 자산들 중에는 조금만 손질하면 그대로 세계적인 상품이 될 수 있는 것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으로 세계화에 성공하려면 우리가 세계를 필요로 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서 세계가 우리를 필요케 하는 수준으로 옮아가는 상승작업에 힘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

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기업이 경제적 성과만을 추구하지 않고 자연과 사회와 관계를 맺는 중에 균형을 갖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지향하는 새로운 세계적인 조류에 비추어 볼 때, 한국기업이 글로벌한 차원에서 존속·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각국으로 넓혀진 이해관계자들과 단순히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미적·문화적·윤리적 가치 등 다양한 가치를 공유하고, 기업도 사회의 구성인자라고 하는 인식을 가지고 사회와 조화로운 사회발전의 추진자로서 뿌리를 내리는 것이 요청된다. 필자로서는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문화적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기본 자세가 확립될 때에야 비로소 해외 거점에 필요한 권한을 위양하고,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종업원의 다양성을 인정하여 다양한 능력을 계속해서 발휘할 수 있게 하고, 기업으로서 통합되어 가는 성격의 경영체제를 어떻게 만들어 갈 수 있겠는지, 또는 한국의 전통 내지 현대의 문화적 성과를 어떻게 신제품 개발과 연결시킬 수 있겠는지 하는 문제에 대한 답이 제대로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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