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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팔만대장경 이야기

들개

by FraisGout 2020. 6. 24.

  옛날에 먹는 것에 유난히 욕심이  많은 들개가 있었다. 그 들개는  항상 마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먹을 것을 찾아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들개가 염색공장에 들어갔다가 그만 남색 물감통에 빠지고 말았다. 들개를 발견한 염
색공장 주인이 화가 나  들개를 끄집어내 밖으로 집어던져버렸다.  땅바닥에 패대기쳐진 들개의 몸에는 
온통 흙먼지가 묻게 되었다. 들개는 더럽혀진 몸을 씻기 위해 강으로 가 목욕을 한 후 둑으로 올라왔다. 
그런데 들개의 털은 여전히 남색을 띤 채 빛났다.
  다른 들개들이 그 모습을 보고 매우 이상하게 여겨 다가와 물었다.
  "너는 누구냐?"
  "나는 제석천왕이 보낸 사자다. 천왕께서는 나를 백수의 왕으로 임명하셨다."
  남색을 띤 들개는 술술 거짓말을 해대기 시작했다. 이에 여러 들개들은 생각했다.
  '모습은 들개가 분명한데, 털은 우리와 다르단 말이야.'
  들개들은 사자에게 가서 자기들이 들은 이야기를 보고했다.  사자는 또 사자왕을 찾아가서 그 이야기
를 전했다. 그러자 사자왕은 부하를 보내 사실 여부를 알아보게 했다.
  사자왕의 부하가 가서 보니 남색 들개가 커다란 흰 코끼리 위에 앉아있고 뭇 짐승들이 주위를 둘러싸
고 있는데, 그 모습은 마치 백수의 왕을 시봉하는 것 같았다. 부하는 사자왕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서 자
신이 본 광경을 자세히 설명했다.
  보고를 들은 사자왕은 자신의 여러  부하들을 이끌고 뭇 짐승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그랬더니 
소위 '들개왕'이 흰 코끼리를 타고 있고 그 주위에 여러 들개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게다가 호랑이, 표범 
같은 맹수들도 그 근처에서 보초를 서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새끼 들개들은 멀리 한쪽 편에 물
러서 있었다.
  사자왕은 몹시 기분이 나빠 이 들개의 진상을  파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자왕은 들개 무리 중에서 
한 마리 들개를 뽑아 들개왕의 어머니를 불러오게 했다 들개왕의 어머니가 물었다.
  "내 아들이 그곳에서 어떤 동물들과 함께 있느냐?"
  "아드님 주변에는 사자와 호랑이, 코끼리 등이 있습니다. 저는 멀리서서 바라만 볼 뿐입니다."
  "네가 가면 분명히 내 아들을 해치고 말겠구나."
  들개왕의 어머니는 이렇게 말하고 나서 노래를 불렀다.
  "나는 산 속에 사는 것이 너무 즐겁다네
  마음대로 물도 마시고 쉬기도 한다네
  네가 들개 울음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내 아들은 코끼리등 위에 있는 한 아무 일 없으리."
  들개왕의 어머니를 만나고 온 들개는 다른 동료들에게 말했다.
  "저 녀석은 백수의 왕이 아니라 바로 들개라구. 나는 내 눈으로 산 속에 있는 저 녀석의 어머니를 직
접 봤단 말이야."
  그러자 동료들이 말했다.
  "그러면 우리들이 시험해보자."
  그들은 '백수의 왕'으로 자칭하는 들개의 근처로  다가갔다. 그런데 들개에게는 그들만의 특이한 전설
이 있었다. 만일 한 들개가 울었는데도 다른 들개가 따라  울지 않으면 그 들개의 털이 모두 빠지고 만
다는 것이었다.
  '들개왕'을 시험해보고자 들개 한 마리가 울기 시작했고, 뒤이어 나머지 들개들도 따라 울기 시작했다. 
이에 들개왕은 고민에 빠졌다.
  '내가 따라 울지 않는다면 털이 몽땅 빠지고 말텐데... 그렇다고 코끼리 등에서 내려가 운다면 내가 들
개인 줄 알고 분명히 다른 짐승들이 나를 죽이고 말  거야. 차라리 여기 코끼리 등위에서 우는 게 낫겠
다.'
  그래서 들개왕은 코끼리 등위에서 울기 시작했다. 그러자  코끼리는 등위에 있는 녀석이 평범한 들개
임을 알아채고 곧장 코로 등위에 있는 들개를 붙잡아 땅바닥에 패대기를 친 후 밟아 죽여버렸다.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파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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