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상인이 하인들을 거느리고 먼 나라로 장사를 떠났다. 어느 날 그들은 매우 황량한 곳을 지나갔다.
그때 갑자기 거대한 나찰귀가입에서 피를뚝뚝 흘리며 그들 앞을 딱 가로막은 채 무시무시한 목소리로
말했다.
"꼼짝마라!"
이때 상인은 어떻게 해서든지 이 상황을 극복하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오른손으로 나찰귀를 쳤다.
그런데 어찌된일인지 나찰귀는 말짱했고 도리어 상인의 오른손이 나찰귀의 몸에 딱 달라붙어 떼려고 해
도 떼지지 않는 것이었다. 상인은 이번에는 왼손으로 나찰귀를 쳤는데 왼손 역시 나찰귀의 몸에 붙어버
렸다. 다급해진 상인은 양 다리와 머리로 나찰귀를 공격했지만 그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상인은
계속해서 필사적으로 반항을 했다. 이에 나찰귀는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
"너 지금 뭐하는 거냐? 더 이상 반항하지 말고 순순히 내 밥이 되거라."
그러나 상인은 지지않고 더욱 소리 높여 말했다.
"내 사지와 머리가 네 몸에 붙어 꼼짝달싹할 수 없지만 결코 이대로 네 밥이 될 수는 없다. 나는 계속
해서 너와 싸울 참이다."
상인의 당당한 말에 나찰귀는 속으로 생각했다.
'세상 사람들은 나를 보자마자 기절해버리는 게 보통인데, 이 상인은 아주 대담하구나. 잡아먹기 아까
우니 풀어주는게 좋겠다.'
생각을 마친 나찰귀는 상인에게 말했다.
"네 용기에 탄복했다. 너를 잡아먹지 않고 풀어주마."
그리고 나찰귀는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세상 사람들이여, 위험과 곤란에 처했다고 해서 결코 용기를 잃어서는 안 된다. 도리어 운명을 하늘에
맡기고 최후의 일각까지 용기를 내 상황을 극복하고자 해야 한다. 오직 용기있는 자만이 난관을 돌파할
수 있는 법이다.
<대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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