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한 부유한 노인이 있었는데, 슬하에 자식이 없다가 뒤늦게 부인이 임신을 하게 되었다. 그는
무척 기뻐하며 육사외도에게 달려가 태어날 아기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그들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당신의 처가 잉태하고있는 아이는 딸인데, 태어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요절할 것이오."
이 말을 듣고 걱정이 태산 같아진 노인은 이번에는 부처님에게 달려가 물었다. 부처님은 이렇게 말했
다.
"당신의 부인은 아들을 낳을 것이오. 그 아이는 복도많고 장수할 운명을 가지고 있소."
부처님의 예언을 전해들은 육사외도는 임산부를 죽여 부처님의 예언이 엉터리라는 사실을 입증하려고
했다. 그래서 그들은 기회를 노리다가 임산부에게 독이 들어 있는 물을 마시게 해서 죽여버렸다.
노인은 부인이 죽은 것을 알고 망연자실해 있다가 예를 갖춰 화장을 하기로 했다. 화장 준비를 마치
고 시신에 불을 붙이자 갑자기 부인의 배가 갈라지더니 한 남자아이가 울면서 튀어나왔다. 그 모습은
마치 활짝 핀 연꽃 속에서 원앙새가 날아오르는 것과 같았다.
이때 그 사실을 천안으로 알게 된 부처님은 제자 기바에게 말했다.
"네가 그 노인의 집에 가서 불 속에 있는 아이를 구출해 오너라."
기바는 곧 노인의 집으로 달려가 활활 타오르는 불 속으로 손을 뻗어 아이를 끌어안으려고 했다. 그
때 육사외도가 기바에게 다가와 협박했다.
"네가 만약 그 아이를 데려간다면, 죽음을 면치 못하리라."
이에 기바가 말했다.
"나는 부처님의 명을 받고 이 아이를 구하러왔다. 너희들이 나를 아비지옥의 맹렬한 불 속에 집어넣는
다고 해도 나를 조금도 해칠 수 없거늘, 하물며 인간 세상의 불로 나를 위협하려 드느냐?"
기바는 마치 시원한 강물에 들어가는 것처럼 활활 타오르는 불길도 아랑곳하지않고 불 속으로 들어가
아이를 구해 나왔다. 그리고 아이를 노인의 품에 안겨주었다. 노인은 무척 기뻐하며 아이를 안은 채 부
처님을 찾아와 절을 하며 아이의 이름을 지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부처님이 웃으시면서 말했다.
"이 아이는 불 속에서 태어났고, 불은 수제라고 부르니, 그 아이 이름은 수제가라 함이 좋겠구나."
<대반열반경>
'기타 > 팔만대장경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들개 (0) | 2020.06.24 |
---|---|
백 리 밖에 들리는 북 (0) | 2020.06.24 |
용기있는 자만이 산다 (0) | 2020.06.24 |
향로의 그림자 (0) | 2020.06.24 |
용시녀의 출가기 (0) | 2020.06.2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