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계율을 범해 절에서 쫓겨난 한 비구가 있었다. 그는 자신을 자책하며 괴로운 마음으로 길을
가고 있었다. 그때 파계승은 한 귀신을 만나게 되었다. 그 귀신 역시 법을 어겨 비사문천왕의 천궁에서
쫓겨난 처지였다. 귀신이 먼저 파계승에게 물었다.
"당신은 무슨 괴로운 일이 있길래 그리도 표정이 어둡소?"
"나는 계율을 어겨 절에서 쫓겨난 몸이라오. 이런 이유로 시주들은 나에게 전혀 보시를 베풀지 않는다
오. 게다가 나를 둘러싼 나쁜 소문까지 퍼져 모두들 나를 외면하니 이 어찌 슬픈 일이 아니겠소?"
"내가 당신이 오명을 벗고 보시도 많이 받을 수 있게 해주겠소. 내가 날 수 있으니 내 왼쪽 어깨에 올
라타고 다니면 다른 사람들은 나를 보지 못하므로 당신이 하늘을 날아 다니는 것으로 알 게요. 그러면
사람들은 당신을 신선으로 알고 많은 보시를 베풀 것이오. 만약 일이 잘되어 많은 보시물을 받게 되면
나와 조금 나누어 가지는 조건으로 말이오."
그렇게 해서 귀신은 파계승을 어깨에 태우고 한 마을을 지나게 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파계승이 하늘
을 나는 모습을 보고 너무 놀라 이렇게 말했다.
"절에 있는 스님들이 잘못 생각한 거야. 저 스님은 신선의 경지를 이룩한 것이 틀림없는데 무고한 사
람을 쫓아내다니..."
이에 마을 사람들은 절로 달려가 파계승을 쫓아낸 다른 스님들에게 항의하고 파계승을 절 안으로 모
셨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파계승에게 많은 보시를 베풀었다. 파계승은 귀신과의 약속대로 보시물 중
의 일부를 귀신에게 나누어주었다.
며칠 후 귀신은 또 파계승을 어깨 위에 태우고 공중을 날아가다가 비사문천왕의 부하를 보자 깜짝 놀
라며 부리나케 도망갔다. 이 와중에 이유도 모른 채 갑자기 땅에 떨어진 파계승은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고 말았다.
<잡비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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