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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팔만대장경 이야기

목수와 화가

by Frais Study 2020. 6. 23.

  북인도에 손재주가 아주 좋은 목수가 있었다. 그는 나무를 깎아 여인의 조각을 만들었는데 그 모습이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목수가 그 나무  여인에게 옷을 입히고 머리에 장식을  달아주니 마치 살아 있는 
사람과 다름없었다. 나무 여인은 신기하게 움직일 수도 있었고 손님의 술시중도 들 수 있었으나, 아쉽게
도 말은 할 수 없었다.
  그때 남인도에는 신기에 가까운 그림 솜씨를 가진 화가가  있었다. 목수는 그 소문을 듣자 좋은 술과 
안주를 준비해서 남인도의 화가를 초청했다. 화가가 오자  목수는 나무 여인으로 하여금 술시중을 들게 
했다. 화가는 나무 여인이 진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몰랐기에 아름다운 그녀를 좋아하게 되었다.
  밤이 되자 목수는 자기 침실로 돌아가면서 일부러 나무 여인을 화가의 방에 남겨두며 말했다.
  "시녀더러 여기에 남아있으라고 할 테니, 시키실 일이 있으면 시키도록 하시오."
  화가는 무척 좋아하며 목수가 나가기를 기다렸다가 나무 여인을 불렀다. 그러나 나무 여인이 한 마디 
말도 없자, 그는 부끄러워서 그러는 줄 알고 그녀의 손목을 끌어당겨 안았다.  순간 목수는 그녀가 사람
이 아니라 나무 인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화가는 그제서야 목수의 장난에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
다.
  "내가 정말 바보였구나. 목수의 장난질에 속아넘어가다니... 그렇다고 가만 있을 내가 아니지."
  화가는 목수의 장난을 되받아칠 꾀를  생각해냈다. 벽에 목을 메고 죽은  자신의 모습을 그려 목수를 
놀래켜줄 생각이었다. 역시 신기를 가진 화가답게 그 그림은 마치 죽은 사람 같았다. 그림을 다 그린 화
가는 방문을 닫고 침상 밑에 들어가 숨었다.
  다음날 아침 목수는 창문을 통해 방안을 들여다보고는 깜짝 놀라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목수는 화가
가 목을 메고 죽은 것으로 알고  다급히 칼로 줄을 끊으려고 했다.  그때 줄이 맥없이 찢어지자 목수는 
그것이 그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침상 밑에 숨어 있던 화가가 그제서야 웃으면서 기어나왔다. 목
수는 속았다는 생각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에 화가가 말했다.
  "당신이 나무 여인으로 나를 속였기에, 나도 그림으로 당신을 놀려본 것 뿐이니 너무 노여워 마오."
  화가와 목수는 자신들의 장난을 통해 세상 만사가 모두 같은 이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더 이상 환영이 판치는 세상에 남아있고 싶은 생각이 없어져  마침내 출가하기로 마음먹고 길을 
떠났다.
  <잡비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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