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다섯 나라의 왕이 서로 사이좋게 살고 있었다. 그들의 나라는 서로 인접해 있었기 때문에 서
로 자주 왕래하며 친하게 지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나라의 왕은 보안왕이었는데, 그는 보살행을 실천
하는 자비롭고 지혜로운 사람이었다. 나머지 네 명의 왕은 보안왕과는 달리 온갖 사악한 행위를 다하는
사람들이었다.
보안왕은 그들을 가엾게 여겨 교화할 생각을 하였다. 보안왕은 곧 자신의 궁전에 그들을 초청하여 이
레 동안의 잔치를 벌였다. 다섯 왕은 꼬박 이레 동안 매일 음주가무를 즐기며 보냈다. 이레가 지나자 네
명의 왕은 보안왕에게 자신들의 나라에 처리할 일이 많으므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보안왕은 그들을
화려한 마차에 태우고 여러 신하들과 백성들로 하여금 가두에서 환송하게 했다.
보안왕은 반드시 그들을 교화하리라는 생각에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들은 각자 무엇을 가장 좋아하는지 이야기해보시오."
그러자 각각의 왕들이 돌아가며 말했다.
"저는 꽃 피고 새우는 춘삼월 호시절에 들판으로 소풍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저는 훌륭한 말과 화려한 옷과 궁전을 갖추고 여러 신하들의 시중과 백성들의 존경을 받고 싶습니다.
그래서 궁 밖 출입을 할 때 풍악을 울리며 뭇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것입니다."
"천하절색의 아내와 자식들과 함께 마음껏 즐기며 사는 게 제 바람입니다."
"부모형제가 모두 무고하고 호의호식하며 그들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노는 것입니다."
각기 말을 마친 네 왕은 같은 질문을 보안왕에게 했다.
"그러면 대왕께서 좋아하시는 일은 무엇입니까?"
"먼저 여러분이 말씀한 바를 제 입장에서 이야기해보고 나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처음 분이 말씀하신
춘삼월 호시절의 아름다운 꽃과 나무도 가을이 되면 시들고 말 것이니 이는 영원한 즐거움은 아닙니다.
또 한 분이 말씀하신 국왕의 즐거움도 마찬가지입니다. 옛날의 여러 왕들도 그 국왕됨을 즐겼으나 복이
다하면 이웃 나라의 침공을 받아 망해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그러니 이 또한 영원한 즐거움은
못 됩니다. 그 다음 분은 좋은 처자와 함께 즐기겠다고 했는데, 그들이 만약 병이라도 들면 그 근심과
걱정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 되니, 그 또한 영원한 즐거움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마지막 분은 부모
형제가 무고하고 그들과 함께 호의호식하며 지내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세상 일은 알 수 없는
바 그들이 국법이라도 어겨 옥에 갇힌다면 왕이라고 해도 쉽게 구해낼 수 없는 것이니, 이것 역시 영원
한 즐거움은 아닙니다. 나는 불생, 불사, 불고, 불뇌, 불기, 불갈, 불한, 불열 그리고 존망자재 하기를 바
랍니다."
"대왕의 그러한 바람을 해결해주실 수 있는 훌륭한 스승이 계십니까?"
"그 분은 바로 부처님이십니다. 지금 기원정사에 와 계신답니다."
보안왕의 대답을 들은 왕들은 기뻐하며 그와 함께 부처님이 계시는 곳으로 가서 예배하고 말했다.
"저희들이 둔하고 미련한 탓에 세속의 쾌락에만 탐착할 뿐 죄와 복이 무엇인지 모르고 지냈습니다. 원
컨대 부처님께서는 저희들을 위해 가르침을 베풀어주시기 바랍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여러 왕들은 들으시오. 사람이 이 세상을 살아나가는 동안 만나는 괴로움은 한량없는 것이오. 그 괴
로움을 크게 대별해서 팔고라고 부르오. 그러면 팔고에 대해 간단하게 말해드리리다. 먼저 태어나는 괴
로움과 늙는 괴로움, 병드는 괴로움, 그리고 죽는 괴로움이오. 또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괴로움과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하는 괴로움 그리고 미운사람과 만나는 괴로움과 슬픔, 근심 등의 여러 가지 번뇌
때문에 당하는 괴로움이오. 이것들을 일컬어 팔고라고 하는 것이오."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네 왕은 자신들의 욕심이 모두 부질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불설오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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